“오래전 내가 시간여행에 대해 연구하겠다고 말했을 때,<br><br>모두가 나를 노망난 늙은이라고 생각했네.<br><br>실제로 오랜시간 동안 전혀 성과가 없었지만<br><br> 난 포기 하지 않고 내 연구를 계속 했어.<br><br>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믿었지.<br><br>그리고 마침내 시간을 다룰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데 성공한거야“<br><br>김박사는 눈을 지그시 감고는 예전을 회상하는 듯 했다.<br><br>침묵이 길어지자 약간의 불안감이 찾아왔다.<br><br>대학 졸업 후 취직 전까지 적당히 알바라도 할 생각으로 <br><br> 공고문을 뒤지다가 제법 페이가 쎈 실험 보조 자리라는 광고를 보고 연락했는데<br><br> 왠 노망난 늙은이가 헛소리를 해대고 있다.<br><br><br><br><br><br><br>돈도 못받고 이상한 일만 시키는게 아닐까 생각하던 그때 김박사가 입을 열었다.<br><br>“아쉽게도 첫 시험 가동에서 내 생각대로 움직이진 않았다네.<br><br>내가 직접 과거로 돌아가려 했는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지.<br><br>결과적으론 과거로 가는데는 실패 하고 말았어.“<br><br>그럼 그렇지 라는 내 표정을 봤는지 김박사는 웃으며 실험용 매스를 집어 들었다.<br><br>“물론 실험 자체가 실패라고 할 수는 없었다네.<br><br>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대 성공이지.“<br><br>그렇게 말한 김박사는 전혀 주저 없이 실험용 매스로 자기 왼손 팔뚝을 그었다.<br><br>당황한 내가 허둥대는 사이 김박사의 팔에선 <br><br>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로 피가 나오고 있었다.<br><br>“박사님? 왜?”<br><br>난 다급히 주변을 살피며 뭔가 지혈을 할 것을 찾았다.<br><br>그러는 동안 김박사는 통증에 고통스러운 듯 표정을 일그러뜨린채 말했다.<br><br>“원래대로라면 내가 5분 전 시간대로 돌아가야 했었지<br><br> 하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어.“<br><br>그렇게 말한 김박사는 금세 표정을 풀고 덧붙였다.<br><br>“그냥 내몸만 5분전의 상태로 돌아가더구만,<br><br>매 5분마다 말이야.“<br><br>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김박사의 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br><br>바닥에 떨어졌던 피도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끔한 상태였다.<br><br><br><br><br><br><br>난 지혈을 위해 집어들었던 천 쪼가리를 손에 든 채 멍하니 김박사만 바라보았다.<br><br>“그게 무슨뜻이냐 하면, 난 평생 먹지 않아도 살 수 있고<br><br> 물을 마실 필요도 화장실을 갈 필요도 없단 거지.<br><br>그리고 무엇보다 늙지 않고 죽지 않아.<br><br>말 그대로 불로불사의 몸이 된거지.<br><br>남은건 한번더 실험을 해서 조금더 보완하는 것 정도라네.<br><br>그러기 위해서는 실험체 한명이 더 필요하지.“<br><br>김박사는 확인 시켜 주듯 멀쩡한 팔을 보여주며 말했다.<br><br>“어때? 불로불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가?”<br><br>난 깨끗해진 김박사의 팔뚝을 가만히 쳐다 보았다.<br><br>잠시 고민에 빠진 나에게 김박사가 덧붙였다.<br><br>“보수는 자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주지.<br><br>이게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을거라 생각하네.“<br><br>김박사의 말에 난 마음을 굳혔다.<br><br><br><br><br><br><br>김박사는 캡슐처럼 생긴 기계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br><br>“생각해 봤는데 시간 설정은 짧게 하는게 좋을 것 같구만<br><br> 나 같은 경우에 상처가 났을 때 5분 정도 기다려야 하거든<br><br> 운이 나쁘면 심각한 상처를 입어서 죽을수도 있어.“<br><br>난 금고 형식으로 되어있는 실험실 문을 단단히 닫고는 대답했다.<br><br>“그게 좋겠네요. 제가 아픈건 질색이거든요.<br><br>상처가 나도 순식간에 치료되었으면 좋겠어요.“<br><br>김박사는 웃으며 난 캡슐 안으로 안내했다.<br><br>“수치들을 좀 조정했고 기록도 확실히 하고 있네.<br><br>자네만 성공한다면 앞으로 몇 번이고 할 수 있어.<br><br>우리는 불사의 몸과 막대한 돈을 손에 넣게 되는거지.<br><br>기대 하고 있게나.“<br><br>김박사는 내몸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캡슐의 문을 닫았다.<br><br>“걱정하지 말게 그리 길지 않을테니.<br><br>자. 그럼 시작하겟네.“<br><br>김박사는 그리 말하며 레버를 당겼다.<br><br><br><br><br><br>내가 캡슐에서 나오자 김박사는 내게 수술용 매스를 건네며 말했다.<br><br>“축하하네 실험은 성공적이었어. 분명 잘 되었을 거네.<br><br>한번 테스트 해보게.“<br><br>아직 처음이었던 난 김박사처럼 과감하게 상처를 낼 수 없었다.<br><br>난 조심스럽게 손가락 끝에 아주 작은 생채기를 내었다.<br><br>그리곤 숨을 죽이며 손가락 끝에서 나는 피를 바라보았다.<br><br>“몇 분으로 해주셨어요?<br><br>짧은게 유리하다고 하셨잖아요.“<br><br>김박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br><br>“5초...”<br><br>이미 10초는 넉넉하게 지난 시점이었다.<br><br>난 한숨을 쉬며 상처를 휴지로 닦았다.<br><br>“아직 실패라고 단언 할 수 없네. <br><br>점검을 좀 해봐야겠어.“<br><br>하지만 난 김박사의 말을 듣지 않은 채<br><br> 실험실 벽에 걸려있는 디지털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br><br>35초.. 36초... 그리고 31초... 32초...<br><br>시계는 5초 전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br><br>나와 김박사를 제외한 실험실 내의 모든 것이 5초 단위로 되돌아가고 있었다.<br><br><br><br><br><br><br><br><br><br><br><br>“야냐 이럴 리가 없어. <br><br>뭔가 방법이 있을거야.<br><br>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br><br>대략 12시간이 지났지만 <br><br> 김박사는 여전히 실험실 한켠에 쌓은 종이뭉치들을 정신없이 뒤적였다.<br><br>그래봐야 어질러진 종이들은 5초 뒤에 정확히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었다.<br><br>난 실험실 문을 열기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br><br>금고문 형식의 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초간은 손잡이를 돌려야 한다.<br><br>말그대로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br><br>난 배고픔에 주저앉아 열심히 뭔가를 훑어보는 김박사를 보았다. <br><br>김박사는 이곳에 갇혀도 크게 걱정 할게 없다.<br><br>배가 고프지도 나이를 먹지도 않으니까.<br><br>하지만 나는 다르다.<br><br>아무것도 먹지 않고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br><br>허둥대는 박사의 꼴을 보아하니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둬야할 듯하다.<br><br>난 한쪽에 두었던 매스를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br><br><br><br><br><br><br><br><br><br><br><br>“잠깐 아직 조금만 시간을 주게!<br><br>방법을 찾을 수 있어!“<br><br>캡슐에 묶인 김박사가 필사적으로 말했다.<br><br>하지만 내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br><br>배고픔이 너무나 극심하다.<br><br>“시간은 드릴게요. 그런데 일단은 뭐라도 먹어야겠어요.<br><br>일단 배부터 채워서 제가 목숨을 부지하고, <br><br>그러고 나서 생각해 봐요.<br><br>어차피 살점 쪼금 정도는 금세 나으시잖아요.“<br><br>그리말한 나는 매스를 김박사에게 가져다 대었다.<br><br>“잠깐! 소용없네 어차피...”<br><br>김박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대었다.<br><br>난 군침을 삼키며 살덩어리를 잘라내었다.<br><br><br><br><br><br><br><br><br>“내가 소용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br><br>김박사는 씁쓸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br><br>엉망이었던 몸은 완벽히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br><br>내 생각대로 김박사의 몸은 5분전 상태로 완벽하게 되돌아갔다.<br><br>문제는 내가 게걸스레 집어 삼켰던 살덩어리는 물론<br><br> 입가와 손에 뭍은 피까지 전부다 되돌아갔다는 것이다.<br><br>잠시나마 느꼈던 포만감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br><br>몇 번을 시도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br><br>난 망연하게 주저앉아 여전히 묶여있는 김박사를 보았다.<br><br>“자 이제 진정하고 날 풀어주게.<br><br>조금만 참으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테니.<br><br>내 약속하지.“<br><br><br><br><br><br>하지만 난 김박사를 풀지 않고 매스를 다시 집어들었다.<br><br>“아뇨. 박사님이 방법을 찾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에요.<br><br>그리고 저는 박사님처럼 시간이 많지 않아요.<br><br>얼마 버티지 못하고 굶어 죽겠죠.“<br><br>김박사는 날 진정시키기 위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br><br>“박사님은 죽지 않죠?”<br><br>난 자리에서 일어나 김박사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br><br>“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싶으실 거에요.<br><br>거기 묶인채로 얼마나 지나야 정신이 나갈지 궁금하네요.“<br><br>그렇게 말한 나는 손에든 매스를 내 목에 가져다 대었다.<br><br>“나중에 다시 뵐게요. 저세상에 올수만 있다면.“<br><br>그렇게 말한 나는 매스를 힘껏 내 목에 찔러 넣었다.<br><br>희미해져가는 의식 사이로 김박사의 절규가 들려왔다.<br><br><br><br><br><br><br><br><br>“정신이 드나? 몸은 좀 어떤가?“<br><br>김박사의 목소리에 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br><br>내 몸은 캡슐안에 고정이 되어 있었고<br><br> 눈앞엔 김박사가 웃으며 서있었다.<br><br>“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br><br>물론 자네한텐 잠깐 잠을 잔 정도의 느낌이겠지만....“<br><br>난 정신을 차리고 기억을 더듬었다.<br><br>실험실에 갇혀 굶어죽을 상황이 되어버려서<br><br> 김박사를 묶어두고 자살을 했었다.<br><br>그게 기억의 전부였다.<br><br>“시간이 좀 걸리긴 햇지만 결국 시간 반복을 수습하는데 성공했네.<br><br>이제는 모든 시간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br><br>자네 몸은 처음 계획대로 실험이 막 끝난 상태야<br><br> 내가 실험하기 직전으로 돌아가서 기계를 손봤지.<br><br>한번 보겠나?“<br><br>김박사는 아무런 예고없이 매스로 내 왼쪽눈을 후벼팠다.<br><br><br><br><br><br><br><br><br>내가 고통에 몸부림 치자 김박사가 말했다.<br><br>“아픈가? 걱정 말게 몇 분 후면 괜찮아 질거야.”<br><br>시간이 조금 흐르자 김박사의 말대로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br><br>“자 이번에야말로 자네는 불사의 몸이 된거네.<br><br>정말 이렇게 하는데 얼마나 오래걸렸는줄 아는가?“<br><br>김박사는 진저리를 치듯 말하고는 무언가 적힌 차트를 들고 내앞에 왔다.<br><br>“자네가 죽고나서 난 정말 난감했지.<br><br>자네 말마따나 죽지도 못하고 여기에 묶인채 갇혀버린 거니 말이야.<br><br>하지만 너무나 다행히도 나와는 달리 두 번째 실험은 완벽하지 않았네.<br><br>반복이 되면 반복이 될수록 아주 조금씩 시간이 흐르더구만<br><br> 내 계산에 따르면 내가 느낀 1년 동안 실제 시간 0.001초 정도가 흘렀네.“<br><br>김박사는 끔직하다는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br><br>“자. 그럼 상상해보게<br><br>1000년이 1초인 세상에서 쇠로된 구속구가 <br><br> 사람 힘으로 부숴질때까지 얼마나 걸릴거 같나?“<br><br>정신이 아득해 지기 시작했다.<br><br><br><br><br><br>“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지. <br><br>그 시간을 난 버텨내었네.<br><br>처음 구속구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을때의 기쁨이 어땠는지 <br><br> 자네는 상상 하지 못할거야.<br><br>그리고 또 가루조차 남지않은 자네 시체를 보며 <br><br> 내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도 상상하지 못할걸세.<br><br>구속구로부터 해방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일은<br><br> 이 지옥같은 시간 반복을 정상으로 돌리는 거였네.<br><br>바로 연구에 착수했지. <br><br>물론 쉽지는 않았어.<br><br>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구속구에 묶여있던 시간이랑 비교하면<br><br>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었지.“<br><br>김박사는 차트를 내려놓고 말했다.<br><br>“그렇게 시간을 정상으로 돌리고 나서 내가 다음으로 한 일은 뭐였을 것 같은가?”<br><br>김박사는 다시한번 내 눈을 매스로 찌르며 말했다.<br><br>“물론 자네한테 복수 하는거지.”<br><br><br><br><br>내 비명을 즐기듯 김박사는 기분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br><br>“자네에게 내가 느낀 고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네.<br><br>영겁의 세월동안 느낀 끔찍한 고통을 말이야.<br><br>그래서 자네에게 나와같은 영생을 주었네.“<br><br>잠시 후 내 눈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완벽히 회복되었다.<br><br>하지만 난 전혀 기쁘지 않았다.<br><br>“지금 이 실험실은 다시 시간이 반복되고 있네.<br><br>다만 다른게 있다면 내가 완벽하게 통제 할 수 있다는거지.<br><br>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시간은 정상적으로 돌아갈 걸세.“<br><br>그렇게 말한 김박사는 이번엔 내 왼쪽 팔을 매스로 그었다.<br><br>“뭐 당장은 원래대로 돌릴 생각은 없지만 말일세.<br><br>내가 고통받은 시간의 반의 반 만큼이라도 느껴 봤으면 하는데<br><br> 그때까지 자네가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구만.”<br><br>김박사는 광기서린 미소를 띄며 말했다.<br><br>“우선 한 천년정도만 버텨보게나”<br><br>그렇게 말한 김박사는 기분이 좋게 웃으며 내몸을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br><br><br><br><br><br>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