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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4186
    작성자 : 수컷수컷
    추천 : 53
    조회수 : 11108
    IP : 210.204.***.109
    댓글 : 44개
    등록시간 : 2017/07/02 18: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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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젖 파는 여자

     

    배고파 우는 자식에게 젖을 물리지 못하는 어미의 심정은 비참하다. 젖이 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젖은 차고넘쳐, 옷감에 쓸리기만 해도 흥건하게 웃옷을 적셔버릴 정도로 나왔다. 그러나 리안쯔链子는 자기 젖을 어린 파오抛에게 물릴 수 없었다. 쌀 몇 알갱이를 멀겋게 끓인 죽을 조금씩 떠다 입으로 넣어주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린 파오는 그걸로 성이 차지 않아 연신 울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일의 발단은, 일주일 전이었다.

     

    그날도 남편-엄밀히 말해, 두 사람은 법적 부부가 아니다- 바오준暴君은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급격히 늘어난 생산량 때문에 가격이 낮아져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당의 명령, 그 종이 한 장짜리 때문에 제철소가 폐쇄되고 바오준과 같은 공장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버렸다. 바오준도 처음에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그가 배워온 것은 철을 만지는 일 뿐이라, 어딜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자신감으로 쫙 펴진 어깨가 허탈함에 축 늘어져 돌아오는 일이 잦아지자 바오준은 마작장을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집에 돌아올 때면 술 냄새를 풍겼다.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을까.’

     

    리안쯔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초 올 가을에는 식을 올리고 정식으로 당에 배우자 등록을 하자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모아 둔 지참금까지 모두 도박과 술값으로 탕진해 버렸다. 어제는 집주인이 찾아와 집세가 2주 밀렸다고 통보해 왔다.

    리안쯔는 일용직 잡부라도 일을 해야만 했다. 옆집 아주머니에게 어린 파오를 맡기고 길을 나섰지만, 어디에도 리안쯔가 일할 만한 곳은 없었다. 바오준도 이런 기분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떤 건물의 사무실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헤이스黑色 유업 회사’

     

    건물 외관은 깔끔하고, 안으로 여자들이 간헐적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하지만 누구 하나 우유병이 든 바구니를 들고 나오거나 하지 않는다. 빈 손으로 들어가 빈 손으로 나올 뿐이다. 우유 회사라고 하지만 우유 트럭도 없다. 이상하다 생각하는 찰나, 옆집 아주머니에게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리안쯔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방문 목적을 묻는 경비원이 그녀를 제지했다.

    “일자리를 구하러 왔어요. 헤이스 유업회사에.”

    그렇게 말하자 경비원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리안쯔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끈적한 눈길이 닿자 리안쯔는 본능적으로  가슴을 움츠렸다. 경비원은 전화로 어디론가 통화를 하더니 2층 계단을 가리켰다.

     

    2층에 올라가자 좁은 복도에 회사 간판이 지그재그로 이어졌다. 리안쯔는 그 중 헤이스 유업회사의 간판이 달려있는 문에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약간은 비릿하면서도 달달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좁은 사무실에는  한 남자가 책상에 앉아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책상 위 직함이 이사라고 되어 있었다. 전화 통화를 마친 이사가 리안쯔를 보았다. 그는 리안쯔에게 가까이 오라 손짓했다. 그러더니 어떤 서류를 꺼내곤 질문을 시작했다.

    “흡연은?”

    “안 해요.”

    “술은?”

    “그것도…”

    “아이는?”

    “두 달 짜리가 있어요. 남자아이죠. 이름은 파오라고 해요.”

    “그건 알 바 없어요.”

    리안쯔는 입이 쏙 들어갔다. 이사는 가슴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우리가 뭐하는 회사인지는 알고 있지요?”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흰 연기가 금세 위로 피어올랐다.

    “조금은…”

    “조금, 이라고 하면 안 돼요. 여기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상류층만을 상대로 하는 전문 모유 공급 업체니까요. 우리가 공급하는 상품은 신선해야 하고 어떤 약물이나 이물질도 들어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유모의 건강 관리까지 하나하나 관리하고 있지요.”

     

    이사는 연기를 빨아들인 뒤 리안쯔 쪽으로 길게 내뿜었다. 리안쯔는 움직이지 않은 채 호흡을 멈췄다. 이사가 그녀의 반응을 보더니 이내 책상 아래서 뭔가를 꺼냈다. 투명한 유리컵이었다.

     

    “여기다 젖을 짜오세요.”

    “예?”

    “못 들었어요? 젖 짜오라고요.”

     

    그러면서 이사는 턱짓으로 방 한쪽에 있는 가리막 너머을 가리켰다. 리안쯔는 뭐라고 설명이라도 듣고 싶었지만 고분고분 따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사는 리안쯔가 짜낸 젖이 든 컵을 이리저리 살피며 빛에 비춰보기도 하고 코를 갖다대 냄새도 맡았다.

    “색도 괜찮고 이상한 냄새도 안 나는군요.”

    그러더니

    이사는 담긴 병을 기울여 젖을 마셨다. 뿐만 아니라 젖을 입에 머금은 채 혀를 굴려가며 맛을 음미하기까지 했다. 리안쯔는 수치심에 온 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이 느껴졌다.

     

    “합격이에요.”

     

    맛을 보고 난 뒤 이사는 책상 뒤에 앉아 서류를 한 장 꺼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서류에 몇 가지 사항을 기재하면서 말을 이었다.

     

    “내일 이 시간에 나오도록 하세요. 200ml 젖병 하나 당 30쩐을 주도록 하겠어요.”

     

    30쩐. 생각했던 것보다 적었다. 하지만 젖병 하나 당이라고 했으니 그 동안 젖을 모아두고 한번에 짜기만 한다면 2병 정도는 쉬이 나올 것이다. 이사는 리안쯔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에는 리안쯔가 지켜야 할 사항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술이나 기름기 많은 음식 등, 리안쯔가 앞으로 먹어선 안 되는 것과 흡연이나 수술 등 해선 안 되는 일, 그리고 감기약이나 피임약 등 복용해선 안 되는 약에 대한 것들이었다. 리안쯔는 계약서 귀퉁이에다 인감을 찍었다.

    “벗어요.”

     

    리안쯔가 인감을 닦아내는 동안 이사가 명령하듯 말했다. 이사는 자기 책상에서 손바닥 반만한 크기의 패치를 두 장 꺼냈다.

    “패치 붙여야 하니까 벗으라고요.”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사가 다시 쏘아 붙이듯 말했다. 리안쯔는 거부감이 강하게 들었지만 시키는데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사는 직접 리안쯔의 젖꼭지에 패치를 붙여주었다.

    “앞으로 출근해서 착유할 때만 이 패치를 떼세요.”

    “씻을 때는 어떻게 하죠?”

    “방수 니까 붙인 채 하세요.”

    “제 아이한테 젖 먹일 때는 떼도 되나요?”

    “안 돼요. 당신 젖은 이제 우리 회사 소유니까 당신 아이에게도 먹일 수 없어요.”

    이사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다.

     

    그 뒤로, 리안쯔는 하루 한번씩 헤이스 유업회사를 방문해서 2병에서 3병 정도의 젖을 짰다. 다행히 헤이스 유업회사는 돈을 바로바로 주었기 때문에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어린 파오가 젖달라며 안기려 할 때면 가슴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지금 돈이 급했다. 젖을 팔아서 벌 수 있는 돈으로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이 그녀의 모성을 희석시켰다.

     

    일은 단순했다. 리안쯔가 헤이스 유업회사에 도착하면 이사는 옷부터 올리게 했다. 이사는 젖꼭지에 붙인 패치를 확인한 뒤 패치를 떼어냈다. 그리고 리안쯔는 방 구석에 있는 가림막 뒤로 들어가 젖을 짜내는 것이다. 한 병 반 정도를 짜내면 젖꼭지는 물론이며 젖통이 아파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지만, 이사는 반 병 분량을 값으로 쳐주지 않았다. 그렇게 돌아오고 나면 으레 젖몸살을 앓았다. 그런데도 다음 날이면 젖은 흘러 넘쳤다. 그건 불행 중 다행이라고 리안쯔는 생각했다.

     

    어느 밤, 바오준의 기분이 모처럼 좋아보였다.

    “막판에 론이 떴어. 200쩐이나 벌었다고.”

    리안쯔는 ‘그래서 그 돈은요?’ 하고 묻고 싶었지만 바오준의 한 손에 들린 술병을 보고 납득했다. 어찌 됐거나, 바오준이 이렇게 고양되어서 귀가한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이 기운이 다음 날까지 이어져 안정된 직장을 찾길 빌었다. 리안쯔가 그렇게 빌거나 말거나, 바오준은 기분 좋아진 상태 그대로 리안쯔를 안았다. 리안쯔는 술냄새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담배 냄새가 역겨웠지만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얌전히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리안쯔는 젖꼭지에 붙인 패치의 색이 보라색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원래 이런 색이었던가, 생각해 보았지만 별로 크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엔 안 되겠군요. 열흘 뒤에 다시 오세요.”

    그렇게 말하고, 이사는 다짜고짜 젖꼭지에 붙인 패치를 거칠게 떼어냈다. 예민한 부분에 통증이 몰려오자 리안쯔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가렸다. 이사는 색이 변한 패치를 그녀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우리가 일이 없어서 이런 걸 붙여주는 줄 아시나요? 이건 사람의 침이 닿으면 색이 변하는 패치에요. 당신 같이 우리 동의 없이 자기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유모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죠.”

    “아니에요. 이건 아이에게 물린 게 아니라…”

    “남편인가요?”

    리안쯔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더더욱 안 되겠네요.”

    그러더니 이사는 패치를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그러더니 인상을 팍 쓰며 패치를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당신 남편의 입이 닿은 걸, 우리 고객에게 줄 수 있겠어요? 열흘 뒤 다시 오세요.”

    그 말과 함께 이사는 밀어내듯 리안쯔를 문 밖으로 쫓아냈다.

    “이번에는 처음이니까 봐주는 거에요. 원래대로라면 위약금까지 물어야 되는 것을.”

    “잠시만요, 저는 지금 돈이 정말로 급해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리안쯔는 어제 바오준이 한쪽만 애무했던가, 아니면 양쪽 다 했던가, 기억해내려 애를 썼다. 어떻게든 한쪽이라도 젖을 짜낼 수 있다면 문제가 될 리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사의 표정은 변함이 없이 차가웠다.

    “그럼 더욱 조심했어야죠.”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리안쯔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그게 일주일 전이다. 헤이스 유업회사에서 정한 날짜는 재유착 날짜는 아직 사흘이나 남았다. 그동안 바오준이 직장을 찾길 바랬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바오준은 그 날 마작을 딴 이후 계속 지기만 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더욱 술이 취해 돌아왔고, 급기야 어제는 손찌검까지 해댔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리안쯔는 눈앞이 흐려지는 걸 느꼈다. 어린 파오는 그런 엄마의 심정을 모른 채 계속 찢어지게 울었다. 어린 파오에게 먹이는 죽에 넣는 쌀도 이제 다 떨어졌다. 급한 마음에 가장 싼 쌀을 사왔지만 이걸론 세 가족이 먹을 양으로는 택도 없다. 어떻게든 사흘 뒤 재착유에서 합격을 하여, 그걸로 생계를 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리안쯔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앞날이 너무 캄캄했다.

     

    세상에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하고 리안쯔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디에도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길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집주인인가, 하면서 리안쯔는 조심히 문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방문자는 전체적으로 품이 넓고 하늘거리는 옷을 입었고 얼굴 위로는 선글라스를 썼다. 음성은 남성의 것과 여성의 것이 묘하게 섞여 있어 성별을 알 수 없었다. 키는 컸지만 어깨가 좁아 얼핏보면 기다란 막대기를 세워놓은 것 같았다.

     

    “당신이 리안쯔?”

    방문자는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드러난 손가락은 뼈 위에 살을 덮어놓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랐다.

    “내 이름은 모우런某人. 헤이스 유업 회사의 고객 중 하나랍니다.”

    리안쯔는 방문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쉽게 말해, 제가 당신의 젖을 받아먹고 있다는 말이지요.”

     

    리안쯔는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지금까지, 감쪽같이 자신의 젖은 부자들의 자녀들이 먹을 것이라 생각해 왔던 터였다. 그녀의 경악을 알았는지, 모우런이라 한 사람은 차분히 입을 뗐다.

     

    “그런 사람들이 간혹 있답니다. 모유가 아니면 배가 탈이나는 사람들… 제가 그런 체질이라서요. 보시다시피 저는 꽤 마르지 않았습니까?”

    모우런이 두 팔을 옆으로 쫙 뻗은 채 경극배우처럼 몸을 한 바퀴 돌았다. 하늘거리는 옷감이 모우런의 움직임에 따라 몸에 달라붙자, 쇠부지깽이 같이 가느다란 체형이 드러났다.

    “온갖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어봐도 포만감이 느껴지질 않아요. 억지로 먹으면 게워내기만 하지요. 배가 부르다는 사람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하고 궁금해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래서 단 한번이라도 위가 가득차는 그런 행복을 맛보고자 하는 게 제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렸답니다.”

     

    모우런은 지난 날을 회상하듯 살짝 고개를 뒤로 젖혔다. 침을 꿀꺽 삼켰는지 목젖이 꿈틀거리며 나왔다가 도로 쏙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모유를 맛보게 되었는데 그때 그 만족감이란! 입안 가득 차는 젖의 풍미! 부드럽고 달콤하고 또 적당하게 간도 되어 있는… 온 몸이 활력으로 넘치는 그 기분! 왜 이런 걸 진작 몰랐을까, 하고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무상해지는 그런 맛…!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시겠지요? 그런데 사람의 모유란 것도, 사람마다 맛이 다 다르답니다. 어떤 여자는 다른 사람들 것보다 짭짤해요. 어떤 여자는 비린내가 나기도 하고요. 아무리 전날 먹은 음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하지만 모유마다 느껴지는 그 고유의 풍미는 바뀌지 않아요.”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리안쯔는 도중에 말을 끊을 수가 없었다. 모우런의 목소리는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보다 조금 더 느리게 들려왔다. 리안즈는 자기 정신이 나간 게 아닐까 의심이 갔다. 그런 와중에도 모우런의 기묘한 목소리는 귀를 통하지 않고 바로 머릿속으로 들어오듯 리안쯔에게 흘러들었다.

     

    ”제말인즉, 배가 부르고 나니 이제는 보다 맛있는 게 먹고 싶어졌다 이거에요. 그래서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보다 맛있는 모유를 찾아다니고 있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제 생애 가장 맛있는 모유를 찾았지 뭡니까.”

     

    그렇게 말하며 모우런은 넓은 소매 안쪽에서 작은 보온통을 꺼냈다. 뚜껑을 여는 순간 달콤하니 눈앞이 흐릿해지는 향이 풍겼다. 모우런이 입을 대고 안의 내용물을 마시고나자 그 입가에 하얀 자국이 남았다. 리안쯔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우런은 씨익 웃으며 긴 소매로 입가에 묻은 리안쯔의 모유를 닦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그 맛이 달라졌어요. 헤이스 유업회사에 물어보니 당신 몸에 문제가 생겨서 젖을 짤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떡하죠. 나는 이미 당신 젖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데요.”

     

    그때 마침 하늘의 해가 구름에 가려져 현관에 그늘이 생겼다. 그러더니, 모우런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모우런의 눈동자는 색이 노랗고 모양은 염소의 그것처럼 세로로 길게 생겼다. 그 눈동자가 자신의 몸을 위아래로 훑는 와중에도 리안쯔는 세상에 별별 사람이 다 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해가 사라지고 현관 위로 다시 햇빛이 다가오자 모우런은 서두르듯 선글라스를 다시 꼈다. 그는 햇빛을 눈에 맞추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헌데.”

     

    선글라스를 고쳐쓰며 모우런이 입을 열었다.

     

    “직접 보니 당신은 더 없이 건강해 보이는데요. 대체 무슨 문제가 있으신 건가요?”

     

    리안쯔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모우런은 다소 곤란하다는 듯 한 손을 턱에 댄 채 입으로 뭔가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 모우런의 눈동자를 본 탓일까, 리안쯔는 이 사람이 계속 사람 모습을 한 염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사흘… 사흘… 안 돼… 너무 오래 기다려… 그렇다면… 오오… 그래… 그럴 바에 차라리…”

     

    한참을 웅얼 거리더니, 모우런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떨까요. 앞으로 헤이스 유업 회사를 통하지 않고 저에게 직접 모유를 파시는 겁니다. 다른 누구를 통해서가 아닌 오직 저에게만, 직접 방금 짠 모유를 주세요. 그러면 이 정도 크기의 젖병 하나에 300쩐을 내도록 하지요.”

     

    그러면서 모우런은 리안쯔의 모유가 든 보온통을 들어보였다. 대강 젖병 하나 정도의 크기이다. 리안쯔는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화부터 나기 시작했다. 젖병 하나에 300쩐이라니. 그럼 헤이스 유업 회사에서는 중간에 얼마나 가로챈다는 걸까.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언제나 최상의 젖을 주시겠다고요.”

    리안쯔는 알겠다고 답했다. 모우런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보온통을 내밀었다.

    “그럼 지금 당장 한 병 부탁드려요.”

    “지금요?”

    “나는 농담을 하지 않아요. 자아, 어서요.”

     

    리안쯔는 양해를 구한 뒤 방으로 들어가 텅 빈 보온통에 젖을 한 통 가득 채웠다. 모우런은 가득 찬 보온통을 흔들어보며 그 안에 출렁거리는 감촉에 황홀해하듯 길고 진한 웃음을 남겼다. 그는 즉석에서 리안쯔에게 300쩐을 지불했다.

     

    “언제든, 편하신 시간에 젖을 짜 문앞에 두도록 하세요. 보수는 그때마다 두고 가도록 하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모우런이 한발짝 뒤로 물러서자, 현관 문이 저절로 닫혔다. 리안쯔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조금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300쩐이라는 돈이 생긴 것에 기뻐했다.

     

    그 날부터, 리안쯔는 그간 모아온 젖을 양껏 짜냈다. 첫날은 무려 3병이나 젖을 채울 수 있었다. 모우런이 시키는데로 짜낸 젖이 든 병을 문앞에 둔 뒤 모우런이 오길 기다렸지만, 하루종일 있어도 누구 하나 문 두드리는 소리 하나 누구 하나 집앞을 지나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그녀가 문을 열자, 그날 문옆에 놓아둔 병 세 개가 텅 빈 상태로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병 밑에는 900쩐이라는 돈이 빳빳한 새 돈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리안쯔는 젖을 내놓고 밖에다 내놓은 뒤 잠시 후에 내용물이 사라진 빈 병과 돈을 찾을 수 있었다.

     

    ‘도대체 그 사람은 언제 와서 젖을 가져가는 걸까?’

     

    모우런에 대한 것이 궁금해졌지만 깊이 파고들지 않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그것 외에도 리안쯔에게는 신경써야 할 게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장 우선인 것은, 처음 하루 이틀은 젖이 풍성하게 잘 나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그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리안쯔는 결코 잘 먹는 편이 아니었다. 젖을 팔아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첫날의 돈은 린 파오가 먹을 쌀을 사야 했고, 둘째 날의 돈은 집주인에게 월세로 몽땅 지불해야 했다. 리안쯔가 먹을 음식은 늘 뒷전이었다. 젖을 짜내는만큼 먹는 게 늘어야 하지만, 현재 그녀의 상태로는 그러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러니까 모우런이 다녀가고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일이었다. 그날은 간신히 한 병을 다 짜낸 뒤 문을 열었는데, 리안쯔는 집앞에 음식으로 가득 찬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모우런이 보낸 것이었다. 상자 안에는 면과 고기, 채소처럼 식재료에서부터 빠오즈 같이 당장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물론 비싼 수입 생수, 거기다 비타민과 철분제도 있었다. 상자에는 저번처럼 작은 쪽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당신의 젖은 최고의 상태로 유지되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부디, 보내드린 식품과 식수를 먹고 마시도록 하세요. 영양제도 챙겨드시는 것 잊지 말고요.

     

    그 날 저녁, 리안쯔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있었다. 음식이 너무 많아서 남은 것은 어린 파오를 봐주던 옆집 아주머니에게 나눠주었다. 옆집 아주머니는 고맙게 음식을 받으면서도, 리안쯔에게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리안쯔는 젖을 짜느라 그렇다고 둘러대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도 음식이 떨어질 때쯤 문을 열면 언제 와있었는지 모우런이 보낸 상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리안쯔의 냉장고는 구입 이래 처음으로 음식이 가득 들어찼다.

     

    한편 리안쯔의 사실상 남편, 바오준은 굳이 어떤 돈으로 리안쯔가 음식을 사는지 묻지 않았다. 바오준도 리안쯔가 유모일을 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자기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 않고 그날 마작이나 술값만 제대로 챙겨갈 수 있으면 되었다. 사실, 가져가는 돈이 늘수록 그는 좋았다.

     

    반대로, 리안쯔에게는 하루하루가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녀가 모우런에게 젖을 팔아 받는 돈은 늘었지만 그와 비례하여 바오준이 노름과 술값으로 탕진하는 돈도 늘었다. 리안쯔가 기껏 돈을 벌면 바오준이 어느 샌가 그 돈을 가져가버리는 것이다. 뭐라고 말이라도 할 성 싶으면 바오준은 갈갈이 날뛰며 금방이라도 그녀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급기야 어젯밤에는,

     

    “젖이 아니라 몸을 파는 거겠지!”

     

    그렇게 성질을 내며 리안쯔의 뺨을 때렸다. 씩씩 거리며 집을 나갈 때에도, 그는 리안쯔가 벌어온 돈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리안쯔는 자기 처지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울었다. 엄마가 울자, 어린 파오도 따라 울었다. 리안쯔는 울음을 멈추고 어린 파오에게 다가가 달래주었다. 어린 파오를 안아올리는 게 부쩍 힘들어졌음을 느꼈다. 어린 파오는 그 사이 잘 먹어서 살이 피둥피둥 오른 반면 리안쯔는 날이 갈수록 초췌해져 갔다. 모우런이 남긴 음식으로 전보다 훨씬 잘 먹고 있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가슴의 젖은 흘러 넘칠 정도로 나왔다.

     

    다음 날. 리안쯔는 문을 열어 밤새 모우런이 남긴 돈을 챙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태까지와 다르게 돈 사이에 쪽지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갑자기 젖의 맛이 확 달라졌어요. 슬픔의 맛이 가득 배여있군요. 이러면 좋지 않아요. 부디 제가 도울 일이 없을지 쪽지로 남겨주세요. 그럼 이만.

     

    슬픔의 맛이라니,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리안쯔는 그런 와중에도 자기 문제를 털어놓아도 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결국, 어차피, 어디에도 자기 얘길 들어주는 이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허탈함도 잠시, 리안쯔는 그가 남기고 간 쪽지 뒷면에다

     

    바오준이 좋은 직장을 구했으면 좋겠어요. 일이 없는 날은 난폭해지고 노름에만 빠지거든요.

     

    라고 적었다. 나중에 그녀가 다시 문을 여니, 거기에는 쪽지 하나 덩그러니 있었다.

     

    그건 간단한 문제죠.

     

    그 날, 바오준이 여느때와 다르게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자기를 좋게 봐주던 반장이 새로운 일자리를 소개해 주었고,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리안쯔는 혹시, 모우런은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모우런에게 젖을 팔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행복한 일들이 생기지 않았던가.

     

    그로부터 며칠 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작업 도중 용광로의 쇳물이 쏟아져 하필이면 그 밑에 있던 바오준을 덮쳤고, 섭씨 1000도를 넘는 쇳물은 그의 육체를 흔적도 없이 녹여버렸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큰 보상금이 주어졌지만, 바오준과 리안쯔는 정식으로 혼인을 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리안쯔는 한푼도 받을 수 없었다. 당장 바오준의 이름으로 빌린 집도 쫓겨나게 될 판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모우런에게 젖을 판 돈으로 새로 계약을 할 수 있었지만 리안쯔의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혼란스러웠다.

    당장, 울고 있는 어린 파오가 걱정이었다.

    리안쯔는 젖과 함께 처음으로 먼저 쪽지를 남겨놓았다.

     

    얼마 전 남편을 잃고 이제 세상에 저와 어린 파오 뿐이에요. 어린 파오는 어떻게 될까요. 가엾은 내 아기는 아비 없이 자라야 하나요.

     

    다음 날, 모우런이 남긴 쪽지는 이전과 똑같았다.

     

    그건 간단한 문제죠.

     

    그 날 밤, 리안쯔는 갑자기 어린 파오가 발작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녀는 어린 파오를 안고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뛰었다. 병원에는 어린 파오처럼 실려온 영유아들로 아수라장이었다. 구토하는 아이,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 어린 파오처럼 이미 의식을 잃어 눈도 뜨지 못하는 아이들이 응급실을 가득 채웠다. 간신히 리안쯔 차례가 왔을 때, 어린 파오는 더 이상 미동도 하지 않았다. 리안쯔는 의사에게 어린 파오를 살려달라고 사정했지만, 의사는 말없이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

     

    원인은 쌀이었다. 영농회사에서 비용을 아끼느라 쌀에 묻은 농약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출하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쌀로 만든 이유식을 먹은 아이들, 그러니까 리안쯔처럼 젖 대신 쌀로 만든 암죽을 먹여온 아이들에게 집단 중독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해당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리안쯔는 조금이라도 어린 파오의 넋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바오준과 정식으로 혼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 파오도 어느 누구의 호적에도 올라가 있지 않았다. 리안쯔는 왜 대체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날은 달이 없는 밤이었다.

    리안쯔는 집안에 있는 거울 앞에 서서 자기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말라버렸는지, 리안쯔는 알 수 없었다. 분명, 모우런에게 젖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녀의 젖을 짜면 짤수록 그녀는 쇠약해져 갔다. 지금 리안쯔는 처음 그녀가 모우런 본 그때 모우런의 모습처럼 바짝 마른 장작마냥 변해 있었다. 얼굴의 볼살도 쏙 들어가 광대가 튀어나왔고 눈밑의 기미는 뺨까지 내려올 지경이었다. 머리는 푸석푸석하고 피부는 윤기 하나 없는 사포마냥 거칠었다. 그런데도 젖은 짜기만 하면 흘러 넘칠 정도로 나왔다. 리안쯔는 양팔로 스스로를 감싸앉았다. 손에 안기는 팔뚝은 믿기 어려울 만큼 얇아져 있었다. 그녀는 팔을 꽉 잡은 채 와들와들 떨었다.

     

    그때 돌연, 창도 없는 집안으로 바람이 불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리안쯔는 모우런이 온 것임을 직감했다.

    초인종이 울렸다. 리안쯔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잠긴 문 손잡이가 저절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직 경첩이 남아있었다. 하나 남은 경철 너머로, 모우런이 모습을 드러냈다.

    열린 문틈 사이로,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모우런의 노란 염소 눈동자가 리안쯔를 똑바로 응시했다.

    “무슨 일이죠?”

    리안쯔는 그가 입을 열지 않은 채 소리내어 말하는 것을 보았다.

     

    “왜 며칠째 젖을 내놓지 않는 거죠? 배고파 죽을 지경이에요.”

     

    모우런이 문 틈으로 손을 내밀었다. 리안쯔는 그의 손에서 사람의 것이 아닌, 검고 거친  털이 수북한 것을 보았다. 문틈으로 들이대는 그의 입에서는 유황 냄새 같은 게 맡아졌다.

    리안쯔는 그동안 자기가 무엇에게 젖을 주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천사는 절대 아니란 것을 알았다.

    “... 주지 않아요.”

    “뭐라고요?”

    “더 이상 내 젖을 주지 않을 거에요.”

     

    모우런의 노란 눈동자가 커졌다가 다시 줄어들었다.

    “아아, 알겠어요. 보수가 너무 적다 이거군요. 좋아요. 알겠어요. 앞으로 600쩐에 당신의 젖을 살게요.”

    리안쯔는 고개를 흔들었다.

     

    “모자라요? 좋아요. 그럼 1000쩐은요. 당신은 부자가 될 수도 있어요. 이런 좁은 집에서 이사 갈 수도 있고요. 사고 싶은 옷도,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요. 좋은 차는 어때요?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해줄게요. 당신의 젖만 내게 준다면요.”

    리안쯔는 더욱 세차게 부정을 표시했다.

     

    “앞으로도, 이제 절대 내 자식 아닌 사람에게 내 젖을 주지 않을 거에요”

    말을 마치자마자 모우런이 강하게 문을 흔들었다. 그 바람에 리안쯔가 살고 있는 건물 전체가 지진이라도 맞은 것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경첩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본성을 드러낸 모우런의 얼굴은 어느 새 염소의 그것처럼 변해있었다.

     

    “그렇게는 안 돼요. 우린 그렇게 계약했잖아요.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고, 오직 저에게만 당신의 젖을 주기로.”

    리안쯔는 혹시나 모우런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쩌나 계속 불안했지만,어찌된 영문인지 모우런은 리안쯔가 열어주기 전까지 안으로 들어올 수도, 문을 열 수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모우런은 리안쯔가 도저히 마음을 돌릴 것 같지 않자, 문틈 사이로 내민 손을 도로 물렀다. 문이 닫히며, 모우런의 집착에 가득찬 목소리가 짐승이 그르릉 거리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당신의 젖은 내 것이에요... 나만의 것이어야 해.”

    문이 완전히 닫히고, 리안쯔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 뒤로

    한 부유한 사업가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자기 저택에 불을 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관영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사업가는 평생 섭식장애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몇년 후, 옆집 아주머니의 소개로 리안쯔는 건실하고 다정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 둘 사이에는 예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먹성이 좋아 하루종일 리안쯔의 젖무덤에 파묻혀 떨어질줄 몰랐다.

    “유모를 쓸까?”

    남편이 리안쯔에게 물었다. 리안쯔는 고개를 저었다.

    “내 아이에게 내 젖을 먹이고 싶어요.”

    부부가 행복한 눈길로 아이를 내려다 보았다. 아이는 열심히 리안쯔의 젖을 빨았다.

     

    그 아이는 눈동자에는,

     

    약간이지만 노란색이 섞여 있었다.

     



    ===================================================================================================

    덧 1. 제목에 "19금"이라거나 따로 뭔갈 덧붙일까 하다가 그냥 안 붙이기로 했습니다.

    덧 2. 배경은 중국이지만 작중 등장하는 '쩐'이란 통화는 가상의 창작 화폐입니다. 실제 모유가 얼마 정도에 팔리는지, 그리고 중국 물가로 치면 어느 정도인지 알 지 못합니다(..)

    덧 3. 1인칭으로 쓸까도 싶었는데 오로지 마지막 한 줄을 위해 3인칭이 되어버린 글... 마무리가 조금 허술하다 생각은 듭니다만 더 길게 써도 사족이 될 거라 생각해서 줄였습니다.

    덧 4.
    리안쯔链子 : 쇠사슬
    파오抛 : 헐값에 팔다
    바오준暴君 : 폭군
    헤이스黑色 : 검은색
    모우런某人 : 아무개

    맞는지는 모릅니다(..)

    수컷수컷의 꼬릿말입니다
    수컷인데 수컷 노릇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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