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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삭망월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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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4049
    작성자 : 삭망월
    추천 : 24
    조회수 : 2873
    IP : 172.68.***.6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7/06/21 01: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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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ch]들러붙은여자 (스압주의, 브금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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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9 ◆lWKWoo9iYU sage 2009/06/11(木) 10:34:08 ID:T70ctGeH0


     

     


     

    2년전 여름. 나는 오토바이로 홋카이도 투어링에 나섰다.


     

    목적은 홋카이도 일주.  일정은 3일간. 마음내키는대로 떠난 나홀로 여행이다.


     

    홋카이도는 예상한 것 이상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마을에서 마을까지 100km를 넘을 때도 있다.


     

    그 사이, 편의점은 커녕, 자판기조차 없다.


     

    마음 편하게 장거리 투어링을 즐기는게 좋지만,


     

    정말로 장거리 투어링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고생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가능한 한 돈을 들이지 않는 것.


     

    때문에 여관이나 호텔에서는 일절 묵지 않고, 여행을 하기로 했다.


     

    여행 도중의 걱정이라고는 주유소가 마을에만 있다는 것.


     

    24시간 운영이라는건 논외.


     

    대게의 주유소는 19:00시에는 문을 닫는다.


     

    이른 곳은 17:00시에 닫는 곳도 있었다.


     

    내 오토바이는 연비가 나빠서, 연료를 가득채우고도 160km밖에 달리지 못한다.


     

    일정은 3일간. 밤에도 달리지 않으면 제때에 도착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머리가 나쁜건지, 가솔린 휴대캔의 준비를 잊고말았다.


     

    더욱이 4일뒤에는 출근을 해야 돼서, 빠듯한 일정.


     

    제 때에 도착할 리가 없다. 나는 그것을 일정의 절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깨달았다.


     

    나는 생각했다.


     

    일주를 포기하고, 도오(道央自動車道(도오자동차도) : 홋카이도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도로)를 가로질러


     

    하코타테에서 페리를 타고 육로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오기로 폭주해서, 오타루까지 돌아간다음에 일주를 끝낼 것인가.


     

    고민한 결과, 나는 일주를 하기로 결정했다.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예요. 홋홋홋"


     

    경애하는 *안 선생님의 속삭임이 들렸다는 거지.


     

     


     

    *슬램덩크의 북산고교 감독님.


     

     


     

     


     

     


     


    900 ◆lWKWoo9iYU sage 2009/06/11(木) 10:34:49 ID:T70ctGeH0


     


    이틀째 밤. 나는 달리고 있었다.


    홋카이도의 밤은 조용하고 어둡다. 도쿄의 밤이 대낮처럼 느껴질 정도로 조용하고 어둡다.


    주위는 나무들이 드리워져, 마치 나를 덮어버리려는 듯이 우뚝 솟아있다.


    긴장을 늦추면 나무들 속으로 삼켜질것만 같은 심원을 느끼게한다.


    도중, 미터를 보니 가솔린 경고등이 들어와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군"


    그렇게 생각한 나는 길의 아무 역(버스정류장쯤으로 추측)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거기서 밤을 지새우기로했다.


    내가 멈춰선 그 역은 임시로 세워놓는 간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너무 외로웠다.


    주위에는 민가는 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 없다. 작은 가로등만이 나와 오토바이를 비추고 있었다.


    휴대하고 있던 식량을 먹어치운 후, 나는 콘크리트 위에 몸을 뉘였다.


    달이 무척 예뻤다. 이렇게 예쁜 달을 도쿄에서는 볼 수가 없다.


    나는 홋카이도에 온 것을 약간 기쁘다고 생각했다.


    변함없이 나무들에 둘러쌓인 심원의 어둠속에서 나는 잠을 청했다.


    잠이 들었을 때, 정적을 가르는 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은 2:00, 이런 한밤중에 달리는 사람이 홋카이도에도 있네,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떴다.


    어떤 차가 이런 한밤중에 홋카이도를 달리고 있는걸까, 흥미를 가진 나는 도로가로 고개를 내밀었다.


    이렇다 할 것도 없이, 그냥 트럭이었다.


    나는 다시 자기위해 몸을 돌려 누웠다.


    그 때,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간이 화장실의 문이 열려있었다.


     



     



    901 ◆lWKWoo9iYU sage 2009/06/11(木) 10:35:42 ID:T70ctGeH0


     


    이곳에 도착했을 때, 간이 화장실의 문은 닫혀있었다.


    언제 열린건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있는 사이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고, 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화장실 안쪽까지 다 보이지는 않았다.


    문은 작은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다.


    조금 다가가니 하얀 옷자락같은게 보였다.


    "누가 있는건가?"


    나는 화장실 안을 들여다봤다.


    순간,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온몸의 모공이 한 순간에 열려버린 듯 했다.


     


    왠 여자가 목을 매고있었다.


    나는 기겁했다. 24년동안 살면서 이렇게 놀란적은 없었다.


    언제부터? 왜? 어째서?


    이런말들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온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식은 땀이 온 몸을 기어다니듯이 흐르고 있었다.


    어찌됐든 경찰에 연락하지 않으면 안돼.


    그렇게 생각한 나는 오토바이에 놔두었던 핸드폰을 가지러 갔다.


    그 순간 크게 무언가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뒤 돌아보니 여자가 화장실 앞에 서서 나를 보고 있다.


    여자는 떨고 있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오른팔을 올려 화장실을 쳤다.


    여자의 힘으로 쳤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큰 소리가 울렸다.


    현실과 동 떨어진 광경에 나는 울고 싶었다.


     


     


     



    902 ◆lWKWoo9iYU sage 2009/06/11(木) 10:36:35 ID:T70ctGeH0


     


    여자의 목에는 로프가 감겨있었다.


    더러워진 흰색의 원피스. 길고 거친느낌의 머리카락.


    긴 머리카락 사이로 기분나쁜 눈빛이 보인다.


    어떻게 봐도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여자는 무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화장실을 쳐서 소리를 낸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두운 살풍경속에 겁먹고 떨고있는 나와 화장실을 치는 여자.


    여자는 목을 맨게 분명한데, 살아있어? 어떻게?


    그 사이, 화장실을 치는 속도가 올라가고, 여자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찾아냈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뭐야!? 뭐, 뭐냐고, 너!!"


    나는 큰 소리로 물었다.


    "장난치는거야!? 이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런 기분나쁜짓 하는거 아니야!!!!!!!!"


    여자는 손을 멈추고, 그대로 천천히 손을 떨궜다.


     


    "어째서?"


     


    라고 중얼거린다.


    피가 다시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어째서? 의미를 모르겠어?  묻고 싶은건 이쪽이라고!


    "뭐라는거야, 이!!!! 멍청이가!!!!! 빨리 꺼져버려!!!!"


    여자는 고개를 들고 나를 노려본다.


     


    "싫어"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왼팔을 물어뜯었다.


     


    "싫어. 싫어. 싫어. 혼자는 싫어. 혼자는 싫어. 혼자는 싫어. 혼자는 싫어. 혼자는 싫어. "


     


    중얼거리면서 여자는 자신의 왼팔을 물어 뜯는다.


    가 뿜어져나오는데도 물어뜯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살점이 뜯기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는 울고있었다. 울면서 자신의 팔을 뜯어 먹고 있었다.


    여자의 입은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간다. 팔은 하얀 뼈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망치라는 말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녀석은 내가 상대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정신이상자다. 변질자다.





     



    903 ◆lWKWoo9iYU sage 2009/06/11(木) 10:37:18 ID:T70ctGeH0

     


    나는 오토바이를 향해 전력질주 했다.


    도망치지 못하면 내가 먹힌다. 그런 생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헬멧을 손에 들고, 뒤를 보니 그 여자가 없었다.


    에? 없어!?


    그 순간, 어깨에 뭔가 닿았다.


    그 여자의 피투성이 왼손이었다.


    여자는 어느샌가 내 바로 뒤에 있었다.


     


    "버리고가지마..."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손에 들고있던 헬멧을 여자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 이상은 없을 정도로 전력을 다해 나는 그 여자를 때렸다.


    여자는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면서 뒤로 몸이 젖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내 어깨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나는 몇번이고 헬멧으로 여자의 얼굴을 가격했다. 나는 절규했다.


    겨우 여자가 내 어깨에서 손을 떼고, 뒤로 넘어졌다.


    뭐야!? 대체 저거 뭐냐고!?


    공포와 불안을 떨쳐내고 나는 악셀을 당겼다.


     



     



    904 ◆lWKWoo9iYU sage 2009/06/11(木) 10:38:38 ID:T70ctGeH0
     
    다음 순간, 나는 본적없는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병원? 어째서 병원같은델?


    그곳은 확실히 병원이었다. 어째서, 내가 여기에 있는건지, 전혀 기억에 없다.


    나는 홋카이도 길가의 어느 역에서 미친 여자한테서 도망치던 중이었는데.


    그런데, 그 뒤의 기억이 없다.


    어째서인지 나는 병원에 있었다.


    다친 곳은 없다. 사고가 난 것도 아니다.


    나는 병원 밖으로 뛰어나가려고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밖에서 잠겨있었다.


    "누구없어요!!?"


    그러자 간호사로 추측되는 남자가 나왔다.


    "무슨일이신가요?"


    "아니, 저기, 여기는 어딘가요? 나는 왜 여기에 있는겁니까?"


    간호사는 한숨을 쉬면서


    "이제 슬슬 담당 선생님의 진단이 있을 예정이니까 그 때 이야기 하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어딘가로 가버렸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여기는 뭐하는데지? 어째서 나는 병실에 갇혀있는거지?


    문득, 침대 가장사리로 눈을 돌리니 노트가 놓여있었다.


    노르 틑 들고 펼쳐보니, 거기엔 내 글씨가 가득히 적혀있었다.


     


    (살려줘. 그 여자가. 죽였는데.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아)


     


    내용의 의미는 전혀 모르겠지만, 필체는 틀림없이 내 것이었다.



     




     



    905 ◆lWKWoo9iYU sage 2009/06/11(木) 10:39:21 ID:T70ctGeH0

     


    잠시 노트를 보고 있으니 문의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좀 전의 남자 간호사와 경찰관 모습을 한 남자가 들어왔다.


    경찰관이 나에게 수갑을 채웠다.


    "잠깐만요, 왜 수갑을 채웁니까!?"


    경찰관은 아무말도 않은 채 나를 때렸다.


    넘어진 나를 내려다보면서 경찰관은


    "얌전히 굴어" 라고 했다.


    두 남자에게 이끌려, 나는 진찰실이라고 쓰여진 방에 들어갔다.


    백의를 입은 의사로 보이는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남자는 방을 나갔고, 나와 의사 두 사람만이 남았다.


    "상태는 어떠신가?"


    의사가 물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제가 이런곳에 있는겁니까? 나는 분명히 홋카이도에 있었습니다.


    나는 집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집에 가게 해주세요"


    "자네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네"


    "네?!"


     


     



     



    906 ◆lWKWoo9iYU sage 2009/06/11(木) 10:40:04 ID:T70ctGeH0

     



    "자네는 소지하고 있던 헬멧으로 여성을 살해 해, 경찰에 잡혔네.


    그 후, 심신상실이라고 진단되어 이 병원에 격리된 것이고.


    자네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말살되었고, 돌아갈 장소도 전부 처분되었다네.


    이제 자네에게 돌아갈 곳은 없네."


     


    이 자식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내가 여자를 죽였다고?


    나의 뇌리에 그 미치광이 여자가 떠올랐다.


    그 여자를 죽였다고? 내가? 그래서 여기에 있는거라고? 그런 바보같은.....


    나는 경찰에 잡힌 기억이 없다.


    하지만, 격리 병동에 있다.


    그것은 내가 정신이상자이고, 기억이 애매한 것도 정신이상자라서?


     


    아니, 아니야. 나는 정상이야.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의사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자네는 이미 사회적으로 죽은 사람이지. 기분이 어떤가?"


    "뭐라고?!"


    이 자식, 나를 도발하고 있는거야? 내가 사회적으로 죽었다고?


    나를 가지고 뭘 할 생각이냐. 그런일을 순순히 받아 들일 것 같아?!!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사회적으로도 죽지 않았다고!! 이 거짓말쟁이가!!!"


    "아니, 너는 살인을 했어!! 그러니 너는 죽어서 그녀와 영원히 함께하는거야!!


    죽어서 영원히 그녀와 함께하는거야!!!


    죽어라! 죽어라!!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이새끼야!!"


    격앙된 나와 뜻모를 말을 하는 의사.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한 공간이었다.


    그 때, 나의 목에 미지근한 것이 감겨왔다.


    붉은 피투성이의 왼팔.


    등골을 타고 오싹한 기운이 흘렀다.





    907 ◆lWKWoo9iYU sage 2009/06/11(木) 10:41:04 ID:T70ctGeH0

     


    "찾아냈다..."


     


    그 미친여자였다.


    나는 절규했다. 더 이상의 소리는 낼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절규했다.


    나는 여자가 어둡고 음습하고 차가운 벽에 둘러싸인 영원의 감옥처럼 느껴졌다.


    의사가 일어서서, 내 양어깨를 잡았다.


    "너는 나나코를 죽였다!! 너는 죽어서 나나코와 영원히 함께 있어야해!!


    이제 나는 무리야! 이 아이는 어둠 속에서 죽었다!!


    이 아이의 고독을 니가 함께해줘!!!!"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 순간, 눈 앞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도로가의 풀숲 한가운데 쓰러져있었다.


    어디에도 상처는 없다. 오토바이도 옆으로 넘어져있었지만, 무사하다.



    꿈.....?  꿈을 꾼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그 길가의 역이 보인다. 간이 화장실은 없었다.


    시간은 8:00. 나는 뭘 하고 있었지.


    이상한 체험이었다. 


    분명 나는 꿈이나 환상에 홀려있었던거겠지.


    그 후, 나는 무사하게 홋카이도 일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908 ◆lWKWoo9iYU sage 2009/06/11(木) 10:41:46 ID:T70ctGeH0

     



    사실을 말하자면, 그 뒤에도 그 여자는 나를 따라다녔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한가할 때 다시 쓰겠다.


    지금 결과적으로는 더이상 그 여자는 없다.


    어느 영능력자 덕분에, 그 여자를 퇴치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영능력자가 없었다면 미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

    678 3ヶ月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0:31:32

     

    홋카이도 투어링으로부터 3개월.

     

    나는 지금, 도내의 역앞에 있는 광장의 벤치에 앉아있다.

    여름의 더위가 끝나고, 거리에 겨울의 기색이 감도는 바람이 부는 가을이었다.

    계절의 흐름으로 거리의 색이 바뀌어 가듯이, 3개월간 나의 인생도 크게 변했다.

    그 날, 나와 함께 홋카이도를 여행했던 오토바이는 이제 없다.

    트럭이랑 정면충돌을 해서, 형체도 없이 대파했다.

    나는 그 사고로 왼다리와 왼팔, 왼쪽 쇄골과 늑골 4개가 골절하는 중상을 입었다.

    전치 5개월이었다.

    살았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회사에서는 전치 5개월의 환자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서류 1장으로 나를 해고했다.

    덕분에, 오토바이도 잃고, 직장도 잃고,

    남은건 얼마 있지도 않은 저금과 만신창이가 된 몸 뿐.

    다행히 후유증 없이 회복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왼팔의 회복이 묘하게 늦다.

    왼다리, 늑골, 쇄골은 이미 대부분 낫고 있는데, 왼팔은 아직 부러진채로 있다.

    의사도 이상해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때, 나는 어째서, 사고를 일으켰던 건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의사는 사고의 충격으로 인한 일시적인 기억장애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완전히 사회로부터 일탈하고 있었다.

    가령, 상처가 치유된다해도 나는 돌아가야할 직장이 없다.

    나는 완전히 살아갈 자신을 잃고 있었다.

    이대로 나는 사회부적합자가 되고 마른잎처럼 썩어, 허무하게 죽게 되는건 아닐까.

    그런 것들만 생각하고 있었다.

     

     


     

    679 3ヶ月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0:32:18

     

    내가 지금, 역앞 광장의 벤치에 앉아 있는 이유는 1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병원에 가기 위해서 이 역을 이용하고 있다.

    몸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갑작스런 사람의 물결속에서 발이 멈춰버려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 때, 나를 도와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아주 잠깐 내쪽을 쳐다만 보고는 모두 지나가버린다.

    별로, 그래도 상관없었다. 도와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질투하는 마음이나, 원망스러운 마음은 없다.

    그저 자신이 비참해 견딜수가 없었다.

    약하다는 것은 고독하고 비참한 감정을 끌어낸다.

    매일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역전 광장의 벤치에 앉아, 나는 쉬고 있었다.

    사람들의 흐름을 보고 있으니, 나는 평범했던 일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갑자기 젊은 남자가 내 옆에 앉았다.

     

    "형님, 위험해 보이네."

     

    젊은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대꾸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별로 이상한 거 아니야.

     그저 지금 형님을 보고있자니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보여서 말이야."

    "도움? 도움같은거 필요 없어. 몸이 나으면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어"

     

    젊은 남자는 한숨을  쉬는 듯, 담배연기를 뱉어냈다.

     

    "그 몸은 더 이상 낫지 않아. 낫는다고 해도, 다시 같은일이 반복될 뿐이야"

     

    나는 대꾸하지 않고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대꾸할 기력도 없다.

     

    "일주일 후에, 다시 이곳으로 와. 그러면 우리들이, 형님의 힘이 되어줄테니까."

     

    그렇게 말한 젊은 남자는 자리를 떴다.

    나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저런놈에게 그런 말을 듣을정도로 보잘것 없어졌다는 건가.


     

     

    680 3ヶ月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0:32:59

     

    그 날 밤, 나는 아파트의 침대위에 누워있엇다.

    누나가 가끔 나를 보살펴주러 오는 것 외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좁은 아파트 안에서 그냥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잠들었나 싶었는데, 문득 잠이 깨버렸다.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것도 한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것 같은 커다란 구멍이.

    갑자기 나타난 천장의 구멍에 놀란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마치 구속복에 묶인것 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일 순간, 패닉 상태가 되었다.

    천장의 한 점만을 응시한채로 꼼짝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발버둥치는 나의 귓가에 무언가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은 천장의 구멍 안.

    전신에 경계신호가 흐르기 시작했다.

    위험한 기운이 천장의 구멍안으로부터 가득 차서 넘치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건 꿈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일어나자! 일어나자! 일어나자!!

    필사적으로 빌었다.

    눈을 뜬 순간. 나는 내눈을 의심할수밖에 없었다.

    홋카이도에서 만났던 미친여자가 천장의 구멍안에 있었다.

    심장이 터질듯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681 3ヶ月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0:33:40

     

     

    미친 여자는 입을 다문 채 나를 보고 있었다.

    꼼짝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떨고 있을 뿐.

    미친 여자의 입이, 우물우물, 기묘하게 움직였다

    마치 껌을 씹는 듯 하더니, 여자의 입에서 천천히 피가 흘러 내렸다.

    그 피가 방울이되고, 내 얼굴에 달라 붙는다.

    여자가 입에서 토해낸 피는 사람의 피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차가웠다.

    시체의 피.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누구라도 좋아. 알아차려 줘. 누가 좀 도와줘.

    내 얼굴 전체가 피로 덮였음에도,  아직 여자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마음 속에서부터 외쳤다.

    도움을 바라며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여자는 구멍에서 기듯이 몸을 끌어내더니, 그대로 천장에서 떨어졌다.

    심장이 멎을 듯 했다.

    떨어진 여자는 천장에 매달린 듯, 목을 매달고 있었다.

    차가울 정도로 무표정인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자의 입에서 대량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피가 여자의 하얀 원피스를 붉에 물들였다.

    느닷없이 여자가 매달린 로프가 끊어졌다.

    마치 꼭두각시의 실이 끊어지듯이, 여자는 힘 없이 나의 복부로 떨어졌다.

    나의 공포는 정점에 달하고 있었다.

    기듯이 여자의 얼굴이 내 귓가에 가까워졌다.

     

    "이제 너는 내꺼야...."

     

    그렇게 말하면서 여자는 내 몸을 만지작 거린다.

    이 공포스러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용서해 줘, 누가 좀 도와줘.."

     

    간절히 원할 수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여자는 내 입에 억지로 쑤셔넣는 듯한 불쾌한 키스를 했다.

    나는 흐느끼며 절규했다.

    그 찰나, 여자가 사라졌다.

    나는 뱃속에 남아있던 모든 것을 토해냈다.

     

     

     

     

    682 3ヶ月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0:34:21

     

     

    아침. 눈을 뜬 내 주변은 내가 토한 것들로 더럽혀져있었다.

    거울을 들고, 얼굴을 살폈다. 여자의 피는 묻어있지 않았다.

    침대 주위에도 여자의 피는 없었다. 천장에도 구멍은 없다.

    그저 내 토사물이 여기저기 묻어있을 뿐.

    나는 짐을 정리해 아파트를 뛰쳐나왔다.

    낮에는 역안에서 쉬었고, 밤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지새웠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되는 상황을 견딜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사람이 있는 곳에 있고 싶었다.

    그런 생활이 일주일간 계속 되었다. 몸과 마음 모두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치료되지 않는 몸, 익숙해지지 않는 생활환경.

    내 안에서 많은것들이 무너져내렸다.

    불과 얼마전까지 나는 열심히 일을 하며, 어엿한 사회인으로써 살아왔다.

    그랬던게 지금은 노숙자와 다를게 없다.

    이유는, 그 미친여자에게 홀려있기 때문이다.

    그 여자 때문에 나는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정신이상자라고 생각되어도 할 말이 없으니.

    나는 이제 안된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내 마음은 절반이 죽어있었다. 모두가 절망적으로 생각됐다.

    정신이 들고보니 나는, 그 젊은 남자와 만났던 역앞 광장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마지막 기댈 곳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벤치에 앉아있었다.

    여름의 더위가 끝나고, 거리에 겨울의 기색이 감도는 바람이 부는 가을이었다.

    나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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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8 虚空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1:36:44 ID:kOT+Y6Db0


     


     


    역전 광장의 벤치에 앉아서, 허공을 바라보고있었다.


    가혹한 환경에 견디기 힘들어진 나는, 이제 생각하는 것도 포기했다.


    오로지 1주일전에 만났던 젊은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샌가, 그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전에 만났을 때보다 심해졌네, 형님. 이제 한계지?"


     


    젊은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지면을 향해 연기를 뱉었다.


     


    "정말로 도와줄 수있는거야?"


     


    매달리는 심정으로 물었다.


     


    "글쎄. 할 수 있는만큼은 하고 싶어.


    이대로 형님을 방치해두면 죽을게 분명한데,


    그걸 알고도 내버려두면 꿈자리가 사나워지니까"


     


    "뭘 하면 되지?"


     


    "일단. 따라와봐."


     


    그렇게 말하고 젊은 남자는 주차되어 있는 차에 나를 태웠다.


    얼마쯤 달린 후, 차는 빌딩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 젊은 남자의 사무실이 있다는 것 같다.


    ○△×탐정 사무소라고  쓰여진 곳. 이곳이 젊은 남자의 사무실.


     


    "탐정?"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젊은 남자는


     


    "본업은요"


     


    라고 대답했다.


    사무실 문을 여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아, 지금은 모두 나가있어요. 아마 사장님은 있을 텐데."


     


    "나는, 돈 없어."


     


    "음~, 우리 사장님 돈벌레이긴 하지만, 알고보면 좋은 사람이고, 아마 괜찮을꺼예요"



    그렇게 말하며 젊은 남자는 안쪽의 사장실이라고 쓰인 문앞으로 갔다.


    가볍게 두 번 정도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오세요" 라는 대답이 들렷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캐리어 우먼의 모습을 한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가 사장이다.






     




     





    689 虚空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1:37:24 ID:kOT+Y6Db0


     


     




    여사장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혀를 찼다.




     


    "또, 쓸데없는 놈을 데려왔군..."


     


    작은 소리였지만,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노골적으로 반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장님, 아니, 저기, 그게. 어... 그러니까......"


     


    젊은 남자가 횡설수설하는 사이, 여사장은 젊은 남자를 매섭게 쏘아보며 서류를 책상에 내던졌다.


     


    "너 말이야! 우리는 자선사업을 하고 있는게 아니야!!


     이런 돈도 없는 놈을 데려오면, 어떻게 먹고 살겠다는거야!!"


     


     확실히 여장부다운 이미지 그대로의 꾸중이다.


     


    "아니, 그렇지만, 사장님도 보면 알잖아요!? 이 사람 이대로두면 죽는다구요!!


     


    "이 바보가!!! 오지랖도 정도껏 하라고!!!!!"


     


    고개를 떨구는 젊은 남자. 아무래도 이 녀석은 진심으로 나를 돕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고마운 이야기지만, 나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도움을 구할 생각은 없다.


    나는 발길을 돌려 사무실을 나오려고 했다. 그러자 여사장이 나를 불러세웠다.


     


    "기다려 봐. 청년노숙자씨.


     이녀석이 말한 것처럼, 당신은 이대로라면 죽어. 어쩔셈이지?"


     


    "아까부터 어째서 내가 죽는다고, 그렇게 단정지어 말하는겁니까?


     뭔가 확신할 수 있는게 있는겁니까? 


     나는 확실히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말한대로 땡전한푼 없지만, 


     이 젊은이에게 폐를 끼칠 생각도 없으니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여사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뱉어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자세는 마음에 드는군.


     그러면 그 나름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생각 없어?"


     


    "무슨 말입니까?"


     


    "방법이 있다는 얘기지."

     

    "서, 설마. 사장님.........."
     
    젊은남자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당신, 아까 나한테 무슨 확신이 있어서, 자신이 죽는다고 말하는거냐고 물었었지?"
     
    나는 끄덕였다.
     
    "당신, 아무래도 성가신거에 홀렸어.
     목을 맨, 더러운 원피스를 입은 여자... 짐작가는거 있지?"


     

     



     

    나는 놀랐다. 그 여자의 얘기를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한 적 없다.


     

     


     

    "후~응. 놀랐나보네.


     

     뭐, 나도 본업은 탐정이지만, 부업으로 영과 관련된 일도 하고 있어.


     

     그건 그렇고 그 반응 좋은데. 응, 좋아해, 그런 얼굴."


     

     


     

    나는 생각했다. 본업이 탐정이고  부업이 영능력자? 정말 이상했다.


     

    여기 있어도 괜찮은걸까? 하지만 그 미친 여자의 일을 맞췄다. 그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미친 여자가 영혼이었나? 내 착각이었던건 아닐까?


     

     


     

    "아까, 말했던 좋은 방법이란건..?"


     

     


     

    여사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도 좋은 방법이라고는 하지 않았어. 그저 방법이 있다고 했을 뿐."


     

     


     

    "그럼, 그 방법이란건."


     

     


     

    "나한테 제령을 받으려면 최저 200만엔은 들어. 당신한테, 그만한 돈은 없어.


     

     하지만, 저기 젊은이가 한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저 녀석은 영능력자로써는 아직 미숙하거든.


     

     그러니까, 저 녀석의 실습을 겸해서 제령을 하게 해준다면... 돈은 들지 않아.


     

     반대로 이쪽에서 사례금을 지불하지. 단, 몸의 보증은 해줄 수 없어. 일절."


     

     


     

    그렇게 말한 여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비벼 껐다.


     

    그 얘기를 들은 젊은 남자는,


     

    머리를 움켜쥐고 하늘을 바라보며 "오 마이 갓......." 이라고 중얼거렸다.


     

     


     



     

     


     

     


     

     


     

     


     

    691 虚空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1:38:45 ID:kOT+Y6Db0


     

     


     

     


     

     


     

    "저기, 사장님. 나더러 어쩌란 거예요?!"


     

     


     

    젊은 남자의 질문에 여사장은 "뭐라~!?" 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금부터 클라이언트와 문진!


     

    (문진 : 의사가 환자에게 환자 자신과 가족의 병력 및 발병 시기, 경과 따위를 묻는 일. )


     

     그 후에 제령방법을 검토하고, 계획서를 쓰고, 내일까지 나한테 제출하도록! 알았지?!"


     

     


     

    "ㄴ, 네! 아니, 그치만, 저, 그........."


     

     


     

    "됐으니까 얼른 일 시작하라고, 멍청이!!"


     

     


     

    여사장은 격양된 목소리로 우리들을 내쫓았고, 우리들은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 후, 우리들은 찻집으로 들어갔다.


     

     


     

    "좋은 가게죠? 여기 사장님 가게예요"


     

     


     

    젊은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익숙한 태도로 자리에 앉았다.


     

    자리는 개인실처럼 되어 있어서 주위의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두 사람 다 커피를 주문했고, 젊은 남자가 노트북을 꺼냈다.


     

     


     

    "그럼, 형님. 지금부터 문진을 시작하겠습니다. 준비 되셨습니까?"


     

     


     

    "신경쓰이는게 있는데..."


     

     


     

    "뭔가요?"


     

     


     

    "그쪽말야. 조금 전까지 반말이더니, 갑자기 존댓말을 쓰고 있어. 어째서지?"


     

     


     

    "형님이 정식으로 저의 클라이언트가 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사장님이 해주길 바랐지만,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실습으로 형님의 제령을 한다면, 회사에서 인재육성비로 예산이 나옵니다.


     

     형님에게도 사례금으로 2만엔이 지불됩니다.


     

     어찌보면, 금전적으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겠네요.


     

     단지, 제가 정말로 미숙하기 때문에 일절, 몸의 보증을 해 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어설프게 손을 대면, 저도 죽게되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젊은남자는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뭘 말하고 싶은지 대충 알겠어. 단지 나는 영이라든가 그런 것은 잘 몰라.


     

     솔직히, 이번 미친 여자의 일도, 나의 정신 질환에 의한 환상이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갑자기 영이라든가, 그런 얘길 들어도 갈피를 못 잡겠어."


     

     


     

     


     

     


     


     


     


     


     

    692 虚空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1:39:27 ID:kOT+Y6Db0


     

     


     

     


     

     


     

    "역시 그렇군요. 그럼. 잠시 영혼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믿는 것도, 믿지 않는 것도, 형님의 자유입니다."


     

     


     

    나는 작게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조금 슬퍼졌다.


     

    나는 바로 얼마전까지도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그랬던게 지금은 영이니 뭐니, 이상한 것과 얽혀버렸다.


     

     


     

    "먼저, 우리들이 클라이언트에게 영에 대해 설명할 대, PC를 예로 듭니다."


     

     


     

    "PC?"


     

     


     

    "네, PC. 지금형님의 상태는 바이러스에 걸린 PC입니다.


     

     PC는 형님. 바이러스는 악령. 즉, 형님이 말씀하신 미친 여자입니다."


     

     


     

    "응. 새로운 비유로군."


     

     


     

    "악령이 붙는다. 자주 듣게되는 프레이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어디에 붙는다는건지 아시겠어요?"


     

     


     

    나는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예요. 악령은 인간의 뇌를 해킹해서 붙는겁니다.


     

     그리고 뇌 안에서 자신의 바이러스를 뿌리내리고, 뇌를 지배하는 것으로


     

     그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환각이나 착각을 일을켜, 정신이나 육체를 파괴해가는 겁니다.


     

     개인의 뇌안에서 발생한 것이니,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영이라면 인간이 태어날때부터 갖고 있는 방화벽 = 수호령을 돌파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드물게 강력한 해킹능력을 가진 악령도 있습니다.


     

     우리들 영능력자는 바이러스 = 악령과 같게 사람의 뇌안으로 침입할 수 있습니다.


     

     영능력 = 해킹능력 입니다.


     

     우리들의 일은 악령 = 바이러스에 걸린 인간의 뇌에 들어가서,  구제 = 제령 하는 것입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혹시 나는 관련되면 안되는 세계에 발을 들인건가?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했다.


     

     


     

     


     

     
     
     
     
    693 虚空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1:40:07 ID:kOT+Y6Db0
     
     
    "여기까지, 질문 있으십니까?"
     
    젊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노트북에 무언가를 열심히 치고 있었다.
     
    "어째서, 그 악령이라는 게 나한테 들러붙은거지?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여자인데말야."

     


     

    젊은 남자는 열심히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질문에 답했다.


     

     


     

    "들러붙은 것은, 우연히. 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릅니다."


     

     


     

    "우연? 우연히 들러붙었다는 거야?"


     

     


     

    "네. 우연히 침입하기 쉬운 사람을 만났다. 아마 그뿐일겁니다.


     

     진짜 목적은 '아무라도 좋으니 자신의 수중에 넣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악령은 산 인간을 죽이고, 수중에 넣는 것으로 세력을 확대시킵니다.


     

     형님을 베이스로삼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를 노리고 있겠지요."


     

     


     

    "무엇을 위해?"


     

     


     

    "아마 외로움을 달래거나 원한을 달래기 위해. 혹은 둘 다. 라고 해도 되겠지요.


     

     그런짓을 해도 무의미할 뿐인데 말이죠.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들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습니다."


     

     


     

    "꽤나 제멋대로인 테러리스트 같군... 하나 더 궁금한게 있어. 너는..."


     

     


     

    "존이라고 부르세요."


     

     


     

    "존?"


     

     


     

    "동료들은 그렇게 부릅니다. 본명이 말하기 힘든 이름이어서."


     

     


     

    존이라... 옛날, 집에서 기르던 개와 같은 이름이다.


     

     


     

    "그럼, 존. 아까 너는 사장이 제령을 하라고 했을 때, 머리를 움켜쥐면서 '오마이갓' 이라고 했지.


     

     그것과 어설프게 손으르 대면 자신도 죽는다. 라고 했던것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싶어."


     

     


     


     


     

     


     

     


     

     


     

    694 虚空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1:40:48 ID:kOT+Y6Db0


     

     


     

     


     

     


     

    "아, 들으셨어요? 음, 뭐라고 해야되지.


     

     솔직히 말하면 제 손에서 감당할 수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감당할 수 없다니?"


     

     


     

    "형님, 짐작가는 일 없으세요? 의사, 경찰관, 간호사. 이 세명의 남자."


     

     


     

    놀랐다. 이 녀석이 어떻게 그 일을 알고 있지.


     

     


     

    "짐작가는 것..... 있어"


     

     


     

    "그들은 형님이 말하신 미친여자가 지금까지 죽여온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완전히 그녀에게 속해, 그들이 그녀의 방어벽이 되어 있습니다."


     

     


     

    "죽여 왔다고?"


     

     


     

    "네. 지금의 형님과 마찬가지로 달라 붙어 괴롭힌 결과 죽게된겁니다.


     

     그 중에서도 의사와의 연결이 강해요.


     

     아마도 최초의 피해자이고, 부모와 자식 사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홋카이도에서의 사건을 떠올리고 있었다.


     

     


     

    "제 손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 했던 것은 그 세 명이 이유입니다.


     

     사장님은 형님을 본 순간에 미친 여자의 모습이 보이는 곳까지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지금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방어벽인 세 사람을 볼 수있는 곳까지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본 환상. 그 병원안에서 만났던 세 명도 그 여자에게 살해당했다고?


     

     


     

    "만약 억지로 그들을 돌파하려고 해도 그들에게 발이 묶이게 되겠죠.


     

     그 틈에 여자가 제 안으로 침입하고, 지금의 형님처럼 저에게도 들러붙을 겁니다.


     

     혹시 그렇게된다면, 제 목숨도 위험해요."


     

     


     

    그럼, 그 때, 의사가 했던 말의 의미는? 나나코? 그 여자의 이름인가?


     

     


     

    "방법을 생각하겠습니다. 저도 이 장사에 목숨을 걸었으니까요."


     

     


     

    사회적으로 말살? 나는 이제 무리야? 고독을 함께해?


     

    나는 한 번에 불가사의한 정보들을 떠올렸기 때문인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695 虚空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1:41:29 ID:kOT+Y6Db0


     

     


     

     


     

     


     

    "형님? 왜 그러세요?"


     

     


     

    존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저기, 존. 만약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야?"


     

     


     

    존이 타자를 멈췄다.


     

     


     

    "죽습니다. 사고사, 병사, 자살...


     

     저는 예언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인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 미친여자는 지금까지 세 명이나 죽였어요.


     

     너무 위험한 여자예요. 살해당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존..... 내가 지금까지 그 여자를 본건 두 번이야. 그 얘기를 할께."


     

     


     

    나는 존에게 홋카이도에서의 사건. 그리고 처음 존과 만난 날 밤의 사건을 얘기했다.


     

    존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 얘기를 들었다.


     

    얘기가 끝난 뒤, 존의 첫 마디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복잡하군요." 였다.


     

     


     

    "그렇게 복잡한건가?"


     

     


     

    "복잡합니다. 형님, 그 병원에서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라고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셨나요?"


     

     


     

    "위화감은 없었어. 아직까지도 그건 현실처럼 느껴진다."


     

     


     

    그 얘기를 들은 존은 더욱 심각하게 변했다.


     

     


     

    "그렇게까지 리얼한 병원을 형님의 머릿속에 만들어냈다.


     

     게다가 동시에 세 명을 그 장소에 나타냈다.


     

     이것은 여자... 나나코였나요? 그 녀석이 형님의 머릿속을 꽤 깊은 부분까지 침식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세명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단하군요, 이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갑자기 바닥 없는 깊은 늪에 빠진 것 같았다.


     

     


     

    "형님, 솔직하게 제가 느낀점을 말하겠습니다."


     

     


     

    "그래."


     

     


     

    "지금까지 살아계신게 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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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0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2:58:21 ID:kOT+Y6Db0

     

     

    밤. 나와 존은 어느 호텔의 룸에 있었다.

     

    "괜찮은 방이죠? 여기, 사장님의 사촌이 경영하는 호텔이예요"

     

    확실히 좋은 방이었다. 지상 20층에 위치한 이 방에서는 예쁜 야경이 보인다.

     

    "형님, 가족분들에게는 연락해두셨죠?"

     

    "응,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몰라서 애먹었지만, 결국은 이해해줬어."

     

    "죄송하지만 일이 끝날때까지, 형님을 이곳에 감금하겠습니다.

     자칫잘못하면 가족분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으니..."

     

    나의 가족은 어머니와 누나, 두 사람. 아버지는 3년전의 가을에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집에서 홀로 돌아가신 뒤였다.

     

    아버지는 정말 좋은분이셨다. 나는 이제껏 그때처럼 진심으로 울어본 적이없다.

     

    남겨진 몸이 약한 어머니를 내가 지켜야하는데, 지금 나는 이 모양이다.

     

    정말로 면목없다.

     

     

    "저기, 존. 너도 가족이 있을꺼아냐"

     

     

    내 질문에 존은 잠시 곤란한 얼굴을 했다.

     

     

    "피가 이어진 가족은 없습니다. 저, 시설출신이거든요. 그래서..."

     

     

    "그랬군. 괜한 질문을......"

     

     

    "아뇨, 제게는 가족이 있습니다. 사장님과 동료들 모두가 가족이죠.

     저는 사장님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정말 쓸모없는 인생을 살다가 죽었을 꺼예요."

     

     

    그렇게 말하면서 존은 상냥하게 웃었다.

     

    "그 여사장, 히스테릭하고 무서운 사람이었지만, 니가 말한것처럼 천성은 좋은 사람이더군."

     

    "음.. 그렇죠? 평소에는 무섭지만 말이예요. 그리고.... 형님."

     

    "응?"

     

    "그 사람. 여자 아니예요"

     

    "뭐?"

     

    "개조를 마쳤습니다."

     

     

     

     

    711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2:59:02 ID:kOT+Y6Db0

     

     

    잠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안정적인 느낌은 오래간만이었다.

    존은 계속 노트북으로 계획서를 작성하고있다.

     

    "저기, 존"

     

    "왜 그러세요?"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이런식으로 영문도 모른채, 얽히고 홀려버리는 인간이, 나 말고도....."

     

    존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많아요. 하지만 형님은 운이 좋은거예요. 우리들을 만났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로 죽거든요."

     

     처음에 형님이 말했던 것처럼, 자신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습니다."

     

     

    존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자살자 수는 연간 3만명 이상이예요. 하루에 100명은 자살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인불명이나 행방불명을 포함하면 더 있을지도 몰라요.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일본인의 수호령은 해를 거듭할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그  때문에 정말 작은 악령에도 간단히 홀려버리는 인간이 늘었죠.

     

     물론, 백이면 백, 악령이 한 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건 정말 슬픈일이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수호령이라.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영같은 것은 잘 몰라. 수호령이란게 뭐지?"

     

     

    존은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내쪽을 돌아봤다.

     

     

    "수호령(守護 霊)과 악령( 悪 霊)...

     

     영( 霊)이라는 같은 한자를 사용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악령은 자기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의존해 존재합니다.

     

     반대로 수호령은 인간의 따스한 기억에 의존해서 존재하죠.

     

     악령의 강함은 자신이 가진 원한의 얼마나 강한지에 의해 좌우되고,

     

     수호령의 강함은 사람의 따스한 기억에 따라 좌우됩니다."

     

     

     

     

     

    713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2:59:43 ID:kOT+Y6Db0

     

     

    "따스한 기억? 뭘 말하는거지?"

     

    "상냥함이겠죠. 사람은 누군가에게 보호받거나, 도움을 받으며 상냥함을 배웁니다.

     

     서로 돕는 정신. 그 정신이 수호령의 힘이 되는 겁니다."

     

     

    역시,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존이 진지하다는 것, 그것만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거 무슨 종교같은건가?"

     

     

    "아뇨, 사장님께 얻어 들은거예요. 우리들은 종교집단이 아닙니다"'

     

     

    존의 말대로, 일본의 수호령이라는 것이 전체적으로 약해져 있다면,

     

    그건 서로돕는 정신의 결여가 원인인가...

     

    정말 슬픈 일이군.

     

    그렇다면 나도 그 서로 돕는 정신이란게 없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건가.

     

     

    "형님의 수호령은 강해요."

     

     

    "뭐?"

     

     

    "아까도 말했지만, 형님은 원래, 벌써 죽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그 정도로 강력한 놈에게 홀린거예요. 그런데, 형님은 죽지 않았어요.

     

     수호령이 지켜주고 있는겁니다."

     

     

    "내 수호령...?"

     

     

    "아버님이요. 형님의 아버지가, 형님을 지켜주고 계십니다.

     

    아슬아슬한 승부이긴 하지만요. 정말로 온 힘을 다 해서 싸워주고 계세요.

     

     형님은 정말 좋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셨군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무말 없이 창밖에 펼쳐진 예쁜 야경을 바라보았다.

     

    예쁜 야경이 희미하게 번져보였다.

     

     

     

     

     

    714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00:24 ID:kOT+Y6Db0

     

     

    존이 저녁밥으로 스파게티를 내왔다.

     

    "드세요. 이제 부터는 체력승부가 될 겁니다."

     

     

    존에게는 미안하지만, 식욕이 없었다.

     

    절반정도 먹는것이 한계였다. 그걸 본 존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앞으로의 불안으로 가슴이 답답했다.

     

    이유도 알지못한 채로 소동에 휘말려, 이러고 있다.

     

    도무지 납득 할 수가 없다. 나는 어째서 이런일에 휘말려버린거지.

     

    자문자답을 해봐도, 존에게 물어도, 내 마음은 납득하질 못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속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예전에는 나도 저 흐름 속에 있었는데....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생각에 빠져있던 내 귀에, 창문에 무언가가 달라붙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돌린 나는, 몸이 굳어졌다.

     

     

     

     

    사람의 손이 창문 바깥쪽에 달라붙어 있다.

     

     

     

    여기는 지상 20층. 베란다도 없다. 사람이 서있을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그런 곳에 사람의 손이 있었다. 나는 존을 불렀다.

     

    바로, 존이 달려와 내 앞을 막아서고 "창문에서 떨어지세요!!" 라고 소리쳤다.

     

    존은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나는 창에 붙은 손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있어요. 이 방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떨고있는 나에게 존이 말했다.

     

    그 때, 손 주인이 몸을 끌어 올리려는 듯,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손 주인의 얼굴을 본 순간, 머리를 총으로 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손의 주인은 나였다.

     

     

     

     

     

     

    715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01:04 ID:kOT+Y6Db0

     

     

    창 바깥쪽에 내가 있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나였다.

     

    내 머릿속은 완전히 새하얘졌다.

     

    어째서 내가 창 밖에 달라붙어 있는거지.

     

    나는 여기 있는데, 창 바깥쪽에도 내가 있다.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사장님, 저예요!! 존입니다! 일이 난처하게 됐습니다!

     

     형님의 도플갱어가 나타났어요. 제 눈에도 보입니다!!

     

     지금은 창 밖에 있어요!! 네! 부탁드립니다!!"

     

     

    존의 전화상대는 사장이었다. 존은 무언가를 사장에게 부탁하고, 전화를 끊었다.

     

    "형님, 저 놈과 절대로 접촉해서는 안됩니다!

     

     접촉하면 저도 사장님도 형님의 목숨을 구해드릴 수 없어요!!"

     

     

    창 밖에 있는 또 하나의 내가 미친듯이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방안 가득 울린다.

     

     

     

     

     

     

    "열어어어!! 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내가 창밖에서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움스러들어 마음속으로 '멈춰줘, 이제 그만해줘!' 라고 계속 소리쳤다.

     

    존은 "빨리해줘, 서둘러줘요" 라고 중얼거렸다.

     

    그 순간, 존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의 착신음에 창밖의 나는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녹듯이 사라져버렸다.

     

     

    "뭐지!? 저건 대체 뭐야!!? 존!? 내가 있었어!! 내가 있었다고!!!"

     

    고함치는 나를 무시한 채, 존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네. 사라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나는 또 다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버렸다.

     

     

     

     

    716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01:47 ID:kOT+Y6Db0

     

     

     

    존은 소파에 앉아서 지금 일어난 사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형님.

     

    창 밖에 있던 형님은 그 여자, 나나코가 만들어낸 형님의 분신입니다.

     

     그 분신과 접촉하면 확실히 죽습니다. 흔히 말하는, '도플갱어'라고 하는 놈이예요.

     

     이건 그 여자가 형님을 진심으로 죽이러 왔다는 증거입니다.

     

     도플갱어의 살상능력은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아마도, 그 여자는 형님을 천천히 괴롭히다가 죽일 생각이었지만,

     

     우리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래서 서둘러 죽이려고 한 것 같습니다.

     

     이제와서 말이지만, 형님 안에 사장님특제 방화벽을 쳐두었어요.

     

     평범한 악령이었다면 꼼짝도 못했을 겁니다.

     

     그걸, 그 여자는 가볍게 돌파해서 형님의 분신을 만들어냈어요.

     

     더 나쁜 일은, 나는 형님의 분신을 보려고 해서 본게 아닙니다.

     

     그 여자가 강제로 보게 한 거예요. 즉, 나도, 어느샌가 여자에게 침범당하고 있었던겁니다.

     

     아까 그건 사장님께 부탁해서 쫓아냈지만, 지금 나에게는 저것을 쫓아낼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제가 가장 충격받은 것은 꿈속이 아닌 현실에서, 그렇게까지 리얼한 형님의 분신을 만들어내고

     

     우리 둘에게 동시에 보여줬다는 겁니다. 게다가 저는 그 조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 여자가 저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뼛속깊이 알게 됐습니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존은 분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내 몸은 여전히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존의 얘기가 나의 공포심을 더욱 부추겼다.

     

    나는 존에게 소리쳤다.

     

    "그럼, 어쩌란거야!!?"

     

    존이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좋죠...."

     

    존은 머리를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724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48:58 ID:kOT+Y6Db0

     

    지상 20층에 위치한 호화스러운 호텔 룸.

     

    예쁜 인테리어가 장식된 이 방에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

     

    한 명은 공포로 떨고있고, 한 명은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워 하고 있다.

     

    나와 존이다.

     

    우리들은 적의 강함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내 마음은 절망감으로 가득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방법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존, 서민대출도 좋고, 사채도 좋아...

     

    돈을 빌려서 200만엔을 만들어올테니까, 사장님에게 제령을 부탁해줘..."

     

    존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무리예요, 형님. 사장님은 한 번 말한건 절대로 굽히지 않습니다.

     

    저에게 제령을 하라고 말 한 이상,

     

    설령, 제가 죽거나, 형님이 죽더라도 사장님은 손대지 않을꺼예요."

     

    나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지금 장난하냐!! 내 목숨이 걸려있다구!!!"

     

    "형님"

     

    "200만이 부족하면, 300만이라도 만들어올께!!

     

    그러니까 좀 도와줘!!!"

     

    "형님!!"

     

    존이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저를... 믿어주세요"

     

     

     

    725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49:38 ID:kOT+Y6Db0

     

     

     

    "너를... 믿으라고...?"

     

    존은 진지한 눈으로 나를 봤다. 그 날카로운 눈빛에 나는 당황했다.

     

    "나는 형님을 지킬겁니다. 내가, 형님을 반드시 구해낼겁니다.

     

    그러니까, 저를 믿어주세요. 나는 형님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어요.

     

    설령, 내가 죽더라도.... 형님은 반드시 내가 구해냅니다."

     

    나는 곤혹스러웠다. 이 녀석,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니가 그렇게까지 나를 지키고 싶어하는 이유가 뭐야? 너도 위험하잖아."

     

    존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들은 제령을 할 때, 대상자의 수호령의 힘을 빌립니다.

     

    즉, 형님의 아버님이시죠.

     

    형님의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존이라는 이름... 형님이 예전에 기르던 개랑 같은 이름이던데요.

     

    아버님, 웃으셨어요.

     

    나는 정에 약하니까, 형님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아버님께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형님이, 진짜 저의 형처럼 느껴져요..."

     

    "너.."

     

    "형님을 지키고 싶어하는 아버님의 마음은 진짜예요.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형님과 따님, 부인을 생각하셨습니다.

     

    미안하다. 그런 마음으로 가득했어요.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아버님은 형님과 가족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계신겁니다.

     

    나는 그 마음에 부응하고 싶어요."

     

    그것을 들은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존이 내 어깨를 잡았다.

     

    "나를... 믿어주세요"

     

    내 어깨를 잡은 존의 손은, 따뜻했다.

     

     

     

     

    726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50:19 ID:kOT+Y6Db0

     

     

     

     

     

    깊은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존, 아버지는 괜찮은거야? 그 여자랑 싸우고 계시는거잖아?"

     

    존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대답했다.

     

    "그 여자는 형님만이 아닌, 형님의 가족에게도 손을 대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형님을 지키는건 제게 맡기시고,

     

    아버님은 가족들을 지키는데 전념하고 계십니다.

     

    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맙소사... 그 여자, 내 가족에게까지...."

     

    "괜찮습니다. 아버님이 지켜주실거예요"

     

    나는 컵에 담겨있던 물을 마셨다.

     

    "저기, 존. 내 수호령이 아버지라는건, 대충 알것같아.

     

    근데, 너의 수호령은 없는거야?"

     

    그게... 너, 가족이 없다고 했었잖아..."

     

    "있어요. 제 수호령은 사장님이예요"

     

    "뭐어? 야, 사장님은 살아있잖아"

     

    "수호령이나 악령이나 살아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상관없어요.

     

    그냥 영혼이라고 하면, 죽은 사람을 떠올리겠지만, 틀려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악령은 자신의 감정이나 의지에 의존해서 존재하고,

     

    수호령은 따뜻한 기억에 의존해서 존재합니다.

     

    제 안에 사장님의 따뜻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 안에서 사장님이 형성되어

     

    내 수호령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겁니다.

     

    이건 나만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는 컵에 담긴 물을 바라봤다.

     

    이 녀석을 만나고서는 불가사의한 얘기만 듣게 되는군.

     

     

     

    728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51:00 ID:kOT+Y6Db0

     

     

     

    갑작스런 초인종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나는 깜짝놀라 소파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이런 시간에 누구지?"

     

    존이 일어서서 현관으로 향했다.

     

    "야, 괜찮은거야!? 그 여자 온 거 아냐!?"

     

    존은 미소지으며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다.

     

    현관문을 열자

     

     

     

     

     

     

     

     

    사장이 서 있었다.

     

     

     

    사장은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상태는 좀 어때? 청년 노숙자씨.."

     

    하.. 청년 노숙자씨라.. 왠지 이 사람에게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존이 유리잔에 와인을 따라 사장에게 건냈다.

     

     

    "이렇게 밤 늦게, 무슨일이세요, 사장님?"

     

    "아, 니가 메일로 보낸 기회서 말야.. 읽었어. 줄거리는 나쁘지 않았어"

     

    "감사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착각을 하고 있어"

     

    "착각?"

     

    존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뭐, 어쩔수 없지. 나조차도 조금 전에서야 눈치챘는걸.

     

    네가 깨닫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어떻게 된 겁니까? 사장님?"

     

    사장님은 재떨이에 담배 재를 털었다.

     

    긴박한 분위기가 방안에 가득했다.

     

     

     

     

    729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51:40 ID:kOT+Y6Db0

     

     

     

     

    사장은 와인이 담긴 유리잔에 입을 댔다.

     

    레드와인이 들어있는 잔을 유연하게 다루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좀 전에, 이 청년 노숙자씨의 도플갱어가 나타났다는 거지?"

     

     

    "네, 제게도 강제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저한테도 손을 댔던것 같습니다."

     

    존은 분한 얼굴을 했다.

     

     

    "나는 니가 실습을 시작할때, 안정장치로 청년노숙자씨에게

     

    미리 방어벽을 쳐놨었어. 만일을 대비해서 말야.

     

    하지만 그걸 돌파했고, 그 뿐만아니라 녀석은 도플갱어까지 만들어냈다.

     

    내 판단으로, 그 지저분한 여자에게 그런 힘은 없었을 터.

     

    위화감을 느꼈니, 존?"

     

    "확실히 저도 놀랐어요. 설마 사장님의 방어벽이 뚫릴 줄이야...

     

    하지만, 위화감이라니 뭘 말씀하시는 거예요? 뭔가가 있는건가요?"

     

    사장은 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

     

    "그 지저분한 여자가 중심이긴 하지만, 본체는 아니라는 거야.

     

    나조차도, 조금 전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본체는 깊은 곳에 있다.

     

    아마도, 그 녀석은 죽은 사람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

     

    게다가 실력이 좋은 사람이지. 우리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뿌리가 깊다는게 문제야."

     

    나는 아무말 없이 애기를 듣고 있었다. 점점 터무니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본체쪽은 나에게 맡겨. 이 놈은 청년노숙자씨가 의뢰한 범주를 넘어섰어.

     

     

    무보수로 일하는건 싫지만, 할수 없지. 방치하면 너무 위험해.

     

    다만, 지저분한 여자랑 세 명의 남자는 존, 네가 책임지고 제령하도록.

     

    알겠어? 정령( 浄 霊:영혼을 정화한다)은 하지 않아도 돼. 제령하는 것에만 전념해.

     

    알겠어, 존?"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유리잔의 와인을 유연한 손놀림으로 다 마셨다.

     

     

     

     

    730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52:21 ID:kOT+Y6Db0

     

     

     

     

    사장이 방을 떠난뒤, 다시 나와 존. 둘 만 남았다.

     

    떠나기 전 사장은 이런말을 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아버지 성묘를 가도록 해. 쓸쓸해 하고 있었어.

     

    그리고, 좀 자도록. 눈밑에 다크써클 좀 봐."

     

    그러고보니 요즘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제대로 아버지의 성묘를 가지 못했다.

     

    이 소동에서 무사히 살아남는다면, 아버지의 성묘를 가야지.. 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어쩐지 너무나 지쳐버렸다.

     

    잠드는 것이 무서웠지만, 밀려드는 졸음을 이길 수가 없었다.

     

    어느샌가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어딘가의 빌딩 옥상에 서 있었다.

     

    "여긴 어디지?"

     

    심야의 빌딩 옥상. 차가운 바람이 불어 왔다.

     

    "존!? 이봐, 존!!?"

     

    큰소리로 존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던 중 옥상 구석에 뭔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나는 힘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나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구의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뭐야.. 너...?"

     

    남자는 쪼그리고 앉아 나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발버둥 치치마. 왜 고분고분하게 죽지 않는 거냐."

     

    남자의 뒤쪽으로 미친여자와 의사, 경찰관, 간호사의 모습이 보인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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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1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53:02 ID:kOT+Y6Db0

     

     

     

     

    [ 나조차도, 조금 전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본체는 깊은 곳에 있다. ]

     

    나는 사장의 말을 떠올렸다.

     

    이 녀석이군. 나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네놈이냐!!!! 네 놈이 나를!!!!"

     

    남자가 내 얼굴을 바닥에 세게 내리쳤다. 내 머리에서 미지근한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용서할 수 없었다. 어떤일이 있어도, 나를 이 소동에 말려들게 한 이 놈을 용서할 수 없다.

     

    "네 놈만은.... 네 놈만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남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가 나를 용서하고 말고가 아니지. 너를 죽일지 살릴지가 내 손에 달렸는데.

     

    귀찮은 남자를 잘도 끌어들였더군. 나도 무지 열받았어. 폭발 직전이야.

     

    이제는 네 가족까지 죽이지 않으면, 여동생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고...

     

    순순히 죽었으면 좋았을 걸, 일이 곤란해졌어."

     

    남자는 이를 악물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가족에게 손대는것 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남자는 내 팔을 뿌리쳤다.

     

     

    "네 아버지도 똑같은 말을 하더군. 부자가 고집도 정도껏 부려야지.

     

    이제 됐어. 나도 진심으로 너를 죽이고 싶어졌다."

     

    내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내가 있었다. 도플갱어였다.

     

    [ 형님, 녀석과는 절대로 접촉해서는 안됩니다!!

     

    접촉하면 나도 사장님도 형님의 목숨을 구해줄 수 없어요!! ]

     

    나는 전력으로 달렸다.

     

     

    740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1:21 ID:j0e1jDQW0

     

     

    나는 전력으로 도망쳤다.

     

    치사율 100%라는 도플갱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믿고 의지할 존은 없다. 주변에 있는 건 적 뿐이다.

     

    빌딩의 좁은 옥상.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나는 출입구의 손잡이를 돌렸다. 자물쇠가 잠겨있었다. 꿈쩍도 않는다.

     

    뒷쪽에는 내가 있다. 나하고 접촉하면 내가 죽는다.

     

    "이봐이봐, 이제 그만하지!? 자꾸 번거롭게 할꺼야!!"

     

    거구의 남자가 안달하며 소리친다.

     

    나와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나는 이 때,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도망치는 방법을. 도움받을 방법을.

     

    나는 옥상의 펜스를 타고 넘었다.

     

    "이건 꿈이다. 꿈일 뿐이야. 현실이 아니야."

     

     

    나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눈앞에 나락이 펼쳐져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 때, 미친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가 비웃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살아야돼. 나는 절대로 죽지 않아. 반드시 살아남을꺼야.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뛰어내릴꺼야. 이곳에서 뛰어내려주겠어.

     

     

    "어이! 확실히 여기는 현실이 아니지만 말야!

     

    떨어지면, 나름 아프다구! 그거 견딜 수 있겠어?!"

     

    거구의 남자가 내게 물었다.

     

    "절대로 너만은 용서하지 않을꺼야"

     

    나즈막히 마지막 말을 던진 채, 빌딩의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742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2:02 ID:j0e1jDQW0

     

     

    극한의 고통. 그것을 표하는데, 이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빌딩에서 뛰어내린 나는 다리부터 떨어져서, 땅에 머리를 쳐박았다.

     

    마치 개구리처럼, 참담할 정도로 지면에 찰싹 달라붙어 내 주변으로 붉은 피가 퍼져간다.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의 고통이 뚜렷이 전해져 온다.

     

    죽어가는 개구리가 숨을 헐떡이며 경련을 일으키듯이, 내 몸은 간헐적으로 .........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의 끝에, 빌딩의 출입구에서 나오고 있는 내가 보였다.

     

     

    "오지....마...."

     

     

    꺼져들어가는 양초처럼 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것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었다.

     

    나는 가차없이 다가와, 바로 내 눈앞까지 왔다.

     

    나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몸은 아픔에 지배당하고,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다.

     

    나는 또 하나의 나를 마지막 힘을 짜내서 노려봤다. 나는 나에게 졌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또 하나의 내가 웅크리고 앉아, 내 등에 손을 대고 "차-ㅈ아냈다" 라고 했다.

     

    내가 스며들듯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완전한 동화(同化). 녀석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감각.

     

    나는 나에게 녹아들어, 내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 존이 도플갱어에게 접촉하면 반드시 죽는다. 고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어둠이 온 몸에 퍼져간다. 나는 끝났다. 끝난거야.

     

    마음이 갈갈이 찢어지는 듯한, 지독한 어둠속에 나는 내팽개쳐졌다.

     

    패배의 감정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몽롱했다. 살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건 이제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세상에 있어봤자 뭘 어쩔 수 있겠어. 죽는게 나아.

     

    그저, 죽고 싶다. 정말로 그것 뿐이었다.

     

    아무래도 좋다. 죽을 수 있다면 끈이든 석유든 아무거라도 좋으니 나에게 줘.

     

    자살하고 싶어. 죽게 해줘. 시키는대로 다 할께. 그러니까 나를 죽게 해줘.

     

    나는 도플갱어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었다.

     

     

    743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2:46 ID:j0e1jDQW0

     

     

    "형님"

     

    아침. 존이 부르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호텔 룸. 여기는 내가 있던 호텔 룸이다.

     

    나는 온몸을 만져봤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존이 커피를 가져왔다.

     

    "괜찮아요, 형님?"

     

    나는 분명히 도플갱어와 접촉했다. 하지만 지금은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 살아있는건가? 난 아직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우신것 같은데 이제 괜찮습니다, 형님

     

    이제서야 저도 봤습니다. 그 녀석이 형님의 적인거군요."

     

    존의 말에 나는 놀랐다.

     

    "어떻게...된거야, 존?"

     

    "형님에게는 죄송하다고 생각했지만,

     

    형님의 방어벽을 일시적으로 약하게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적의 본체는 형님에게 손을 댔습니다. 노리던 대로말이예요."

     

    난 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그 녀석을 일부러 불러들였다는 거야?"

     

    "네. 형님이 미끼가 되어주셨습니다.

     

    물론, 형님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고, 실행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744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3:27 ID:j0e1jDQW0

     

     

    나는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잠깐만, 그러니까. 존, 나를, 어떻게 했다는 거지? 설명해줘. 뭘 했다고?"

     

    존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적은 형님에게 도플갱어를 사용했습니다.

     

    이건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해요. 적은 상당히 실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이렇게 추측하셨어요.

     

    [ 적은 자신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과 만난 적이 없다. ]

     

    형님에 대한 음습하고 적극적인 접근으로 볼 때,

     

    적은 A급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경험이 적은 인간이라고 추측했어요.

     

    그래서 함정에 걸려들었지요.

     

    적이 형님의 도플갱어를 사용한다면, 이쪽도 형님의 도플갱어를 사용한다.

     

    적도 자신외에 도플갱어를 만들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전혀 의심도 못하더군요."

     

    존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도플갱어? 어디가? 어느 부분이? 뭐가 도플갱어라는거야?"

     

    나는 여전히 존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형님께서 적이 만든 빌딩 옥상에 서있던 시점부터

     

    형님은 사장님이 만든 도플갱어였습니다.

     

    의식이 없는 인형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어서, 절반정도는 형님의 의식을 넣었습니다.

     

    형님에게는 무서운 경험을 하게 해드리고 말았지만,

     

    덕분에 저와 사장님이 보고 있다는 걸 전혀 들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 맞다. 사장님이 본체인 남자를 찾으러 가셨습니다.

     

    이제부터 탐정의 실력을 보일 차례네요."

     

    저기, 뭘 하면 한다고 미리 말 좀 해줘.

     

     

    745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4:09 ID:j0e1jDQW0

     

     

    낮. 나는 한장의 식빵을 앞에 두고 난처해하고 있었다.

     

    요즘들어 잘 먹지도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욕이 전혀 없다.

     

    지금의 나는 식빵 한 장 조차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

     

    "저기, 존. 아까 사장님이 본체인 남자를 찾으러 갔다고 했었지?"

     

    스파게티를 꾸역꾸역 입에 넣으며 존이 대답했다.

     

    "네. 사장님은 아침 비행기로 홋카이도에 가셨어요."

     

    "홋카이도?"

     

    "사장님이 그 남자에게 침입해서 행방을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그 남자, 겁먹고 떨고 있지 않을까요.

     

    절대로 사장님한테서 도망칠 수 없거든요."

     

    "존. 녀석은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었어?

     

    그런 짓을 사람이 할 수 있다는거야?"

     

    존은 스파게티를 다 먹어치우고는 카레라이스도 먹기 시작했다.

     

    "저도 놀랐어요. 사장님 이외에 그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다니 정말 무서워요."

     

    존은 카레라이스를 다 먹어치운 다음에 돈까스 덮밥을 먹기 시작했다.

     

    "존. 너무 많이 먹는거 아니야?

     

    식욕이 없는 나에게는 존이 먹는 모습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앞으로 할 작업은 체력이 필요하거든요. 지금 먹어두지 않으면..

     

    아, 저녁까지는 사장님이 본체의 남자를 묶어놓을 꺼예요.

     

    드디어, 클라이막스입니다. 형님."

     

    그렇게 말한 존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입에 밀어 넣었다.

     

     748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0:46 ID:j0e1jDQW0





    클라이막스. 존은 그렇게 말했다.

    사장이 본체인 남자를 묶어두고, 존이 나의 제령을 한다.

    즉, 그 여자와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된 것이다.

    나는 토할 것 같았지만, 억지로 위에 밥을 집어 넣었다.

    더 이상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난 이 놈들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저녁.

    존은 나를 침대에 눕혔다.



    "지금부터 어떤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마음만큼은 지면 안됩니다, 형님."



    존의 말에 나는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만이라면 나는 절대로 저런 놈들에게 지지 않아.

    존은 시계를 보면서, 심호흡을 하고 "이제 곧 시작이예요" 라고 했다.



    "형님, 이번에 제 핸드폰이 울리는 때가 신호예요.

    저는 단숨에 형님에게 침입할겁니다.

    후원을 잃은 여자가 격력하게 날뛸지도 모릅니다.

    제가 형님이 있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셔야 합니다."



    나는 존의 손을 잡았다.



    "그래, 믿어"



    존은 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존의 핸드폰 벨소리가 방안에 울려펴졌다.













    751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1:26 ID:j0e1jDQW0





    정신이 드니, 나는 본 적이 없는 양옥 같은 건물 안에서

    목제 의자에 묶인채로 앉아있었다.

    눈 앞에는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나는 건물 안을 살폈다. 무척 오래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양옥의 내부는 꿈인것 같은 위화감이 있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약하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존이 나를 구하러 온다. 그렇게 믿고 있다.

    뒷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 여자....인가?"



    그러자 뒷쪽의 인기척은, 스윽- 하고 내 목에 팔을 감아왔다.

    나는 확신했다. 미친여자다.



    "니가 왜 이런짓을 하는지, 지금은 아무 상관없어.

    나는 너한테서 도망치는 방법만을 생각했어. 정말로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친구가 생겼어.

    이제, 니가 무섭지 않아"



    미친여자가 강하게 나를 끌어안았다.



    "같이 있고 싶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살아있고. 너는 죽었어. 이 사실은 절대로 달라지지 않아.

    너에게는 내가 모르는 너만의 욕망이 있겠지.

    하지만, 나는 거기에 응할 수 없어. 나는 살아있으니까."



    나와 미친여자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미친여자는 나에게 꼭 달라붙은채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752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2:08 ID:j0e1jDQW0





    울고있는 미친여자에게서 예전같은 기분나쁜 느낌이 없었다.

    미친여자의 목소리는, 전에 들었던 목소리와 똑같다.

    확실히 미친여자가 맞았다.

    그런데도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정도로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나는 이상했다. 후원자를 잃어 날 뛰지 않을까 싶었는데

    미친 여자는 내게 달라 붙어, 조용히 울고 있다.



    "너.... 혹시....."



    나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더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그 때, 양옥의 현관문이 조용하게 열린다.

    거기에는 존이 있었다.



    "형님, 마중왔습니다."



    존은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올라, 미친여자를 노려봤다.

    미친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에게서 팔을 풀고 존을 지나쳐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서 멈춘 미친여자는, 천천히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

    여자의 얼굴에 나는 놀랐다.

    예전과 같은 불길함은 없고, 깨끗한 얼굴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녀의 안타깝고 슬픈 표정이 내 눈에 강하게 남았다.

    여자는 발길을 돌려, 뒤돌아 보지 않고 현관 밖으로 사라져갔다.



    "어떻게 된거지, 저 여자...."



    상상한 전개와는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 여자의 후원자도, 그 세 명의 남자도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승산이 없으니 단념한거겠죠.

    그 여자도 형님안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이겼어요."



    존은 이 싸움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내 안에 환희는 없었다.

    754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2:49 ID:j0e1jDQW0





    존이 나를 의자에 묶어놨던 도구들을 분리했다.

    의자에서 일어선 나는 몸이 신기할 정도로 가벼웠다.

    나와 존은 함께,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의 끝에는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희망의 빛이었다.

    우리들은 현관 밖으로 나갔다.

    그 때, 시선의 한 구석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아버지...."



    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하게 미소지으셨다.

    내 눈에서는 도저히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아버지의 상냥한 얼굴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 아이처럼 소리 높여 울었다. 정말 아이처럼...



    "형님"



    나는 존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지상 20층에 위치한 호화로운 호텔 룸. 우리는 돌아왔다.



    "아... 너무나도 긴 악몽을 꾼 기분이야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존, 고마워."



    "아니예요. 저만이 아니예요. 사장님과 아버님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물론, 형님도요.

    그 미끼 작전 때, 형님은 적의 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빌딩에서 뛰어내리셨죠.

    현실이 아닌걸 알고 있다해도, 보통은 못 뛰어내립니다.

    게다가 적의 본체를 향해 계속 몰아 붙이셨잖아요.

    그건, 형님이 용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예요"



    "아니, 나는....."



    나는 곧 입을 다물었다. 혼자였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755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3:30 ID:j0e1jDQW0





    "저기, 존. 그 여자 말인데..."



    존은 나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무슨말을 하고 싶으신지 알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도 그 여자에게 침입했었으니까...

    그치만, 걱정 안하셔도 되요. 전부 끝났습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창 밖에 펼쳐진 야경을 바라봤다.

    안타까운 마음을 떨치기 위해, 나는 야경을 눈에 새겼다.



    그 후, 나는 안심한 탓인지,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다.

    3일 정도 고열에 시달린 후,  나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부러져있던 왼팔의 뼈도, 의사가 눈을 동그랗게 뜰 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최악이었던 컨디션도 완전히 회복해, 나는 예전같은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입원중, 존이 몇번이나 문병을 왔었다.

    이 녀석은 정말 좋은 놈이다.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속에서 존과 만난 것만은 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다음 날, 나는 다시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변함없이 히스테릭한 사장님은



    "말만 말고, 고마우면 돈을 내라고!!"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 괜찮다.

    그리고 사장님은 "꼭 아버지께 성묘하러 가!" 라고 했다.

    나는 오래간만에, 가족과 함께 아버지께 성묘를 하러갔다.











    768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47:18 ID:j0e1jDQW0





    오랜만에 온 아버지의 무덤은 흙 먼지로 뒤덮여있었다.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청소 도구를 꺼내, 정성스럽게 아버지의 무덤을 닦았다.



    "가족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닦았다.

    어머니도 여동생도 필사적으로 무덤을 청소하는 나를 바라보며

    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도 청소도구를 건내고, 함께 청소를 끝냈다.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 후, 우리들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오래간만의 단란한 가족 나들이었다.

    식사 후에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 입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는, 빌딩의 옥상이었다.

    놀란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내 시선 끝자락에는 그 소동의 본체인 남자가 펜스에 기댄채 담배를 물고 있었다.



    "오랜만!"



    가벼운 인사를 하며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다가오지마!!!"



    나는 소리쳤다.



    "하하, 무섭네. 그렇게 소리 안질러도 돼. 딱히 뭘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남자는 계속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무슨짓을 하려고!!! 대체 뭐하러 온거야!!?"



    소리치는 나를 무시하고 남자는 내 앞에 서더니, 뜻 밖의 말을 꺼냈다.





    "일의 전말을 알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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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6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19:48 ID:j0e1jDQW0





    "일의 전말이라고?"



    남자는 나를 조롱이라도 하는 듯,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그 탐정 사장의 허락을 받았으니까."



    남자는 내 가슴에 주먹을 날린다.

    그러자 남자의 주먹은 아무런 느낌없이 내 가슴을 통과해버렸다.



    "봤지. 나는 너한테 아무짓도 할 수 없다.

    그 탐정사장이 너를 완벽하게 지키고 있으니까.

    내 능력도 탐정사장에게 제어당하고 있지.

    지금 나는 탐정사장에게 거기를 잡혀있어서 꼼짝도 못 해."


    나는 뒷걸음질쳤다.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남자는 어디에선가 의자를 꺼내더니, 걸터앉았다.



    "아까도 얘기 했잖아? 일의 전말이라고.

    어째서 나랑 여동생이 너를 노렸는지. 왜, 죽이려고 했는지.

    너한테는 들을 권리가 있다."



    확증은 없었지만, 나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어보였다.

    확실히 나도, 이 소동의 동기와 이유를 알고 싶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안개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좋아. 그럼 얘기해 봐. 일의 전말을."



    "그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일부러 찾아온 보람이 있지."



    그렇게 말한 남자는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비벼 껐다.





    788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0:30 ID:j0e1jDQW0





    "처음으로 너를 만난 건, 니가 오토바이로 오타루에 왔을 때야.

    뭐라고 하지, 투어링이었나? 너는 그걸 하러 왔어.

    나는 마침 일이 있어서 오타루에 갔었고.

    그 때, 여동생 나나코가 너를 택했다.

    왜냐면, 나나코에게는 니가 부러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마치 빛에 꼬여드는 벌레들처럼 나나코는 너한테 이끌린거지."



    나는 곤혹스러웠다.



    "어째서, 나야. 뭐가 부러웠다는거야"



    "니 안에 존재하는 따뜻한 가족이 보인거겠지.

    그게 나나코는 부러웠던거다.

    우리집은 말야, 한마디로 말하면 시궁창, 그 자체였다.

    특히 나나코는 생전에 그 빌어먹을 아버지한테 학대를 받았다.

    입 밖으로 꺼낸다는게 역겨울 정도야. 친아버지가 딸을 성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게다가 아버지는 극단적인 사디스트였다. 잔인한 일이지.

    그치만, 나도 잘한 건 없다. 괴로워하는 여동생을 못 본척 했으니까.

    어머니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나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걸 저버린거지.

    귀찮았어,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나코는 절망적이었겠지. 혼자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어."



    "자, 잠깐 기다려봐"



    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끊었다.



    "기분 나빠졌나? 그렇겠지. 시궁창 얘기니까. 무리도 아니지."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고, 입에 물었다.

    좀 전까지 사람을 조롱하듯 비웃던 남자의 얼굴은, 심해(深海)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

    나는 얘기 내용보다 이 남자의 표정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789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1:10 ID:j0e1jDQW0



    "계속해도 되겠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남자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조심했다.



    "나나코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전부 묵살됐다.

    아버지는 쓰레기지만, 정신과 의사로 엘리트였다.

    경찰에도 협력하고 있었고, 경찰서의 간부와도 사이가 좋았다.

    나나코는 찾아갔던 경찰관들에게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돌려보내졌다.

    다시 절망에 빠진 나나코는 정신을 놓아버렸고, 병원에 입원하게 됐지.

    그것도, 아버지의 병원에 말야.

    거기서도 나나코는 학대를 받았다.

    아버지는 경찰에 찾아간 나나코를 용서하지 않았어.

    나나코의 담당 간호사에게 지시해서, 매일같이 폭행하게 했다.

    믿겨져? 그걸 시킨게 친 아버지라는게.

    나나코는 자살했다.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모르는 로프로 목을 매서..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울었어."



    나는 아무말 없이 남자의 얘기를 들고 있었다.

    남자의 가족과 내 가족. 정반대의 가족이었다.



    "나나코는 자살 한 뒤, 세상을 헤매다가 나에게로 왔다.

    나나코에게는 재능이 있었지만, 나같은 능력은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협력하라고 말이지.

    물론, 나는 그 얘기를 거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나코가 죽고나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을 거역할 수 없었다.

    나는 나나코를 사랑하고 있었다.





    790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1:58 ID:j0e1jDQW0



    "나는 나나코에게 협력해서, 아버지와 경찰관, 그리고 간호사를 죽였다.

    나는 그걸로 나나코가 만족할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어.

    내가 가진 영혼에 대한 지식은 어중간 했던거다.

    거듭 복수를 한다고해도 나나코는 이미 죽었다.

    내 눈앞에 있는 악령이 된 나나코는 나나코이면서 나나코가 아니야.

    단순한 원한 덩어리였다. 원한 덩어리가 만족하고 사라지는 일따위는 절대로 없다.

    나는 낙담했다.

    아버지를 포함해 세 명이나 죽였는데, 그저 나나코의 모습을 한 악령이 커져갈 뿐이었다.

    그 때, 니가 나타났다.

    단지 복수의 원한 덩어리였던 나나코가 너에게 이끌렸다.

    나로써는 놀라울 뿐이었다. 어쩌면, 이라는 말도 안되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나나코는 죽었다.  살아있는 사람과는 함께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를 죽이려고 했던거야? 장난치지마"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리석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희망이었다.

    너와 있으면 나나코는 본래의 나나코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냥 죽이는거라면 너는 언제든지 죽일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바로 죽이지 않은거지? 어째서, 그렇게 빙 돌려서 일을 만들었냔 말이야."



    나는 남자에게 따져 물었다. 남자의 표정에 변화는 없다.



    "단순히 바로 죽이면 영혼은 이 세상에 머물지 않는다. 바로 사라져버리지.

    괴롭히고,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고, 죽고싶게 만들면

    영은 이 세상에 강한 원한을 남기게 되고, 긴 시간을 머물게 된다.

    니가 영겁의 세월을 나나코와 함께 있어주기를 바랐다."



    남자의 말에 나는 온 몸이 떨렸다.











    791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2:43 ID:j0e1jDQW0



    "홋카이도에서 돌아온 너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중상을 입었다.

    그것도 내가 했다.

    니가 다니던 회사의 인사부장 뇌에 침입해서, 해고 통지서를 쓰게한 것도 나다.

    왼팔의 골절만 치료가 늦어졌지? 그것도 내가 했다.

    그 외의 일들도.... 참 많은 짓을 했군."



    나는 떨리는 주먹을 꼭 쥐었다.



    "때려도 돼. 화를 참는 것은 전 샐러리맨의 서글픈 근성인가?"



    나는 남자의 왼 뺨에 주먹을 날렸다. 남자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뭐, 한 방정도는 각오했으니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를 원래 자리에 놓고는 걸터 앉았다.

    나는 분노로 온 몸이 뜨거워졌다.



    "진정하라고 해도 무리일테지만, 끝까지 얘기를 들어.

    나는 너에게 감사하고 있다"



    "감사...!!?"



    "네가 마지막으로 나나코와 함께 있을 때 말이야.

    그 때, 나는 탐정사장의 부하에게 묶여서 마루에 엎드려 있었다.

    탐정사장이 마지막을 잘 봐두라고 해서, 나는 너희들을 보고 있었다.

    그 때...... 나는 눈앞의 광경을 의심했다. 나는 기적을 보고 있었다.

    단순한 복수의 원한 덩어리였던 나나코는 거기에 없었다.

    너도 봤지? 그 나나코가 진짜 나나코다. 생전 모습 그대로의 나나코였다.

    나는 울었다. 기적을 앞에 두고 나는 아이처럼 울 수 밖에 없었다.

    빛을 보면 달려들던 벌레 같던 나나코가 처음에는 너에게 끌렸을 뿐이었다.

    그것이 어느샌가, 정말로 너를 좋아하게 되버렸던거야."













    792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3:34 ID:j0e1jDQW0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너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서 차가운 표정이 사라져있었다.

    나는 마지막에 본 그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문득,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느껴졌다.



    "울어주는건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너는 다정한 남자로군. 그런 일을 저지른 나나코를 위해서 울어주다니.

    너는 정말로 강한 놈이다. 나는 너의 용기에 계속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남자다.

    지금에서야 나나코의 마음이 이해된다. 우리들은 애정에 굶주려 있었어.

    정말로 니가 부럽다.

    나나코는 생전에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이 아니고, 나나코가 살아있을 때 너와 만났더라면......

    너같은 용기가 나에게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울었다. 그 여자를 떠올리며 울었다.

    그 여자는 적이다. 그 여자가 나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는 잊지 않아.

    그래도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서면서 하늘을 바라봤다.



    "나도 나나코도 사람들을 지독하게 괴롭혔다. 천국에는 갈 수 없겠지.

    나나코도 지옥에 떨어졌어. 녀석은 다시 태어나도, 다시 괴로운 인생을 살겠지.

    그래도 말야, 만약, 네가 그 아이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때는...."



    남자는 나에게 등을 돌렸다.



    ".....제 멋대로 하려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그의 등에서 슬픔이 짙게 묻어나고 있었다.





    811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5:36 ID:j0e1jDQW0


     

     


     

     


     

    나는 일의 전말을 알았다. 나는 울어주는 일 밖에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남자와 그 여자의 슬픈 과거. 내가 모르는 가족의 이야기가


     

    내 가슴에 상처를 내고, 눈물 흘리게 하고 있다.


     

    나는 그저 슬펐다.


     

     


     

    "그럼 갈께"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로부터 멀어져갔다.


     

     


     

    "이제 너는 어떻게 할꺼지?"


     

     


     

    내 물음에 남자는 발을 멈췄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수호령 같은건 없었다.


     

     내 몸은 내가 지켜왔지.


     

     하지만, 나는 이제 능력을 봉인할꺼야.


     

     내가 너를 괴롭게 한 것 처럼, 이번에는 내가 괴로워할 차례다.


     

     이제 너와는 만날 일 없어.


     

     결국 내가 가야 할 곳은, 여동생, 아버지와 같은 곳이다."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레스토랑의 화장실에 돌아와 있었다.


     

     


     




     


     

    812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6:17 ID:j0e1jDQW0


     

     


     

     


     

    화장실의 세면대앞에서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씻었다.


     

    나는 그 남자의 말을 떠올렸다.


     

     


     

    [ 결국 내가 갈 곳은 여동생, 아버지와 같은 곳이다 ]


     

     


     

    그 가족에게 구원은 없는 것인가.


     

    사람이 한 번 길을 벗어나면 원래의 자리로는 돌아올 수 없는 것인가.


     

    나는 세상무상을 느끼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테이블로 갔다.


     

    행복한 모습. 그 가족은,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걸까..


     

    내 가슴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야, 뭘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


     

     


     

    누나의 목소리에 나는, 나로 돌아간다.


     

     


     

    "아, 미안. 생각할게 좀 있어서"


     

     


     

    "아까부터 계속 니 핸드폰 울렸었어.


     

     왠지 받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뒀어"


     

     


     

    나는 핸드폰을 봤다. 부재중전화 기록이 5건이나 남아있다.


     

    존이었다.


     

    무슨 일이지. 나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형님이세요?"


     

     


     

    "응, 무슨일이야, 존? 부재중전화가 5개나 들어와있던데, 급한일이야?"


     

     


     

    "아뇨. 제가 형님께 급한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사장님이 당장 사무실로 오시라고.."


     

     


     

    "사장님이?!"


     

     


     

    나는 전화를 끊고 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레스토랑을 나왔다.


     

    사장님을 기다리게 하는 것 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813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6:58 ID:j0e1jDQW0


     

     


     

     


     

    전력으로 달려서, 사장님이 기다리고 있는 탐정 사무실에 도착했다.


     

     


     

    "무...무슨.... 하아....하아.... 일이예요, 사장님... 하아...하아...."


     

     


     

    사장님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


     

     


     

    "하아하아, 라니 기분나뻐! 먼저 숨 좀 돌려, 바보!"


     

     


     

    내 눈앞에 물 한잔이 놓였다.


     

     


     

    "형님, 드세요"


     

     


     

    존이었다.


     

     


     

    "아... 고마워, 존"


     

     


     

    존은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나는 존이 준 물을 한 번에 들이키고, 숨을 가다듬었다.


     

     


     

    "이제 괜찮아? 우선, 이 서류를 훑어봐."


     

     


     

    사장에게 건내받은 서류를 봤다.


     

    거기에는 내정 통지서 라고 쓰여있었다.


     

     


     

    "이게... 뭡니까, 사장님?"


     

     


     

    나는 갑작스럽게 받은 서류와 그 내용에 당황했다.


     

     


     

    "보면 몰라? 너를 우리 회사에 채용한다는 얘기야.


     

     너 아직 무직이잖아? 내가 널 고용해줄게"


     

     


     

    사장님의 말에 놀란 나는 존을 쳐다봤다.


     

    존이 웃는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814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7:39 ID:j0e1jDQW0


     

     


     

    "에!? 아, 기뻐요!! 근데... 어, 어떻게 된거예요, 사장님? 갑자기..."


     

     


     

    "당황했나보네?"


     

     


     

    사장님이 요염하게 웃었다.


     

     


     

    "사실 말이야. 너의 적이었던, 그 남자에게서 부탁받았어"


     

     


     

    "그 남자!?"


     

     


     

    나는 놀랐다. 그 남자가 사장에게 부탁을 했다고?


     

     


     

    "나도 놀랐어. 우리 회사의 계좌에 갑자기 1000만엔이나 보내놓고


     

     너를 고용해달라고 부탁하더라구.


     

     최소한의 속죄라고 생각했겠지, 아니면 니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고.


     

     1000만엔이나 있으면, 그 어떤 초보라도 일류로 키울수 있어.


     

     나는 흔쾌히 승낙했어. 그 마음을 받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하는거지만"


     

     


     

    나는 망설임없이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고개를 숙였다.


     

     


     

    "너는 영적인 능력이 없으니까, 탐정으로 고용할꺼야.


     

     미리 말해두지만, 쉽지만은 않을꺼야. 각오해두라구!"


     

     


     

    사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존도 웃고 있었다.


     

    나는 탐정이 되어 살아가기로 했다.


     

     


     

     


     


     


     

     


     

     


     

    815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8:20 ID:j0e1jDQW0


     

     


     

     


     

    내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탐정의 길을 걷기 시작한 나에게는 여러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


     

    기밀사항이라 여기에는 쓸 수 없다.


     

    그 소동으로 나는 강해질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 여자가 생각난다.


     

    그 여자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괴로워하고 있겠지.


     

    만약, 다시 그 녀석과 만난다면..... 그 때, 나는......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어

     

     

     

    --------------------------------------------------------

    출처 http://pann.nate.com/talk/31113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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