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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괜찮겠어?"
나는 익숙한 걸요, 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발인이 끝난 날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할머니,할아버지가 8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12살 때 돌아가셨고
동생이 18살에 죽었고
외할머니가 20살 때 돌아가셔서 장례식은 익숙했다.
그렇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서 나를 혼자서 15년이나 기르셨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나는 짐이 아니었을까.
어머니의 주름은 깊어져만 갔다.
그래도 어머니는 웃으셨다.
"언제나 즐겁게"
그것이 어머니의 모토였다.
나의 모토이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단 둘이었지만 즐겁게 지냈던 것 같다.
장난도 치고, 그러다가 싸움도 하고, 화해도 하고.
그런 평범한 집안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나는 임종조차 보지 못했다.
그런데 나는 의외로 그렇게 많이 울지는 않았다.
무언가 그냥 그랬다.
익숙해서였을까.
잃어버리는 것이 익숙해서 그랬을까.
그렇게 허무하게 장례식은 끝났다.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다녀왔습니다.
한마디 남겨본다.
그때 그대로의 집이었다.
남아있는 공기마저.
우선 환기 좀 시켜볼까.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공기가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벌써 6시 반이다.
나는 냉장고를 뒤적였다.
간단한 밑반찬들이 있었다.
고사리..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시금치도 마찬가지다.
어머니는 그러고보니 나물을 참 좋아하셨다.
물론 나는 싫어했지만.
영 아니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 비장의 노트를 꺼냈다.
'엄마의 요리법'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그랬던 적이 있었다.
아마 드라마에서 그런 내용이 나오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가 죽으면 난 엄마 음식 어떻게 먹지?"
이렇게 말하자 엄마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뭔 헛소리를 하는거래. 얘는."
"너가 나이 다 먹고 애 낳고 그 애가 대학을 가도 살아있을거니까 걱정마."
그러고선 다음날 자랑스럽게 보여준 노트가 이거였다.
지금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만.
아마 그 요리는 확실히 있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니까
아니나다를까 맨 앞장에 있었다.
불고기.
재료는 소고기.. 간장..
일단은 집에 다 있다.
별일이다 싶었다만 이내 깨달았다.
오늘 내 생일이었지.
케이크도 선물도 없는 생일이지만
다행히 고기는 있나보다.
고기를 자르고 양념에 재웠다.
한 입 크기, 한 줌 같이 써있었던지라 제대로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3시간은 의외로 빨리 지나갔다.
잠깐 조각케잌을 사고 샤워만 했을 뿐인데.
조금 멍때려서 그런가.
팬에 소고기를 볶다가 양파랑 팽이버섯을 넣고 조금 더 볶아준다.
이러면 완성.
식탁에 팬을 올리고 케잌을 꺼냈다.
초에 불을 붙였다.
원래면 꽤 꽂아야 했지만.
크기가 크기인 만큼 초는 딱 하나다.
불을 끄고 노래를 불렀다.
습관적으로 불렀지만
카메라는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는 불러본다.
마지막에 초를 훅, 부는 것도 잊지 않고.
잘 먹겠습니다.
하고선 젓가락을 들었다.
역시 첫 반찬은 불고기지.
한웅큼 잡아 먹었다.
맛없었다.
뭐가 틀렸는지는 모르겠다.
정말 맛없었다.
한 웅큼을 틀린 걸까.
한 숟갈을 틀린 걸까.
그걸 생각하기 전에
먼저 목이 메었다.
행복해야할 생일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나는 그제서야
잘 다녀왔다는 인사도.
즐거운 콧노래도.
행복한 웃음도.
장난스러운 농담도
생일 축하 노래도.
맛있는 불고기도.
더이상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는 내 울음소리만 흘러나왔다.
“언제나 즐겁게”는 잊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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