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font-size:12px;">흔히 '미쳤다'는 말의 정의는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이라고들 한다. <br>무슨 기분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는 알겠지만, 그 정의는 틀렸다. <br><br>내가 이 건물에 들어오게 된 것은 내기 때문이었다. <br>난 돈이 부족했고 이 호텔에 관련된 괴담따위는 애초부터 믿지 않았기 때문에 <br>5만원은 내가 이 곳에 들어오게 만들기에 충분한 돈이었다. <br>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br>호텔의 최상층인 45층에 도착해서 창문에 손전등을 비추는 것. <br><br>호텔은 낡았고 부서진 채였고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단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br>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 층에 도착할 때마다 난 놋쇠로 된 판에 쓰여있는 층 수를 확인했다. <br>15층, 16층, 17층, 18층. <br>올라갈 수록 살짝 피곤해지긴 했지만 아직까진 귀신도, 식인종도, 악마도 나타나지 않았다. <br>간단하군. <br><br>숫자가 최상층에 가까워지는걸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br>매 층에 도착할 때마다 난 기쁜 마음으로 층수를 소리내어 읽었다. <br>40층, 41층, 42층, 43층, 44층. <br>44층. <br>나는 멈춰서서 계단 밑을 내려다봤다. <br>잘못 센 것이 틀림없다. 나는 계단을 한층 더 올랐다. <br>44층. 한층 더. 44층. 그리고 10층 밑. 44층. 15층 밑. 44층. <br><br>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한 계속 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br>그러니까, 미쳤다는 건 어떤 일을 반복하며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br>미쳤다는 건 결과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것이다. <br>모든 문에서 같은 계단이 나오고, 같은 숫자가 나오는 것. <br>더이상 내가 잠에 들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br>내가 지금 며칠동안, 몇주동안, 아니 몇년동안 뛰고 있었는지조차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br>흐느낌이 서서히 웃음소리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span>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