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람 고생 좀 시키지 마, 이 멍청아</b></div> <div><br></div> <div>밤에 내 방이 있는 2층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div> <div>우리 집은 집터가 안 좋은지 이상한 소리가 끊임없이 났다.</div> <div>그냥 집이 좀 삐걱거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포스터 쪽이 울려서 이상하다 싶었다.</div> <div>그러다 계단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길래 형이 돌아온 줄 알았다.</div> <div>그런데 계속해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니, 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봤다.</div> <div>계단에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처음 보는 어느 누나가 있었다.</div> <div>"아, ○○(형 이름) 집에 있나요?"</div> <div>나는 순간적으로 형 여자친구라 생각하고 "아직 안 왔는데요"라고 답했다.</div> <div>"그래요?"하며 풀 죽은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갔다.</div> <div>형은 뭐 저런 사람이랑 사귀냐는 생각을 하며 방으로 왔다가 깨달았다.</div> <div>형은 출장간 지라 2주 뒤에나 돌아올 예정이었다.</div> <div>여자친구면 그 사실을 알 게 뻔하지 않은가.</div> <div>왜 나는 형이 출장 갔다는 걸 잊고 있었을까.</div> <div>"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도 되나요?"</div> <div>뒤에서 그 소리가 들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이었다.</div> <div><br></div> <div>눈을 뜨고 꿈이었구나 싶었는데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div> <div>전화를 받아보니 "소꿉친구가 죽어서 그러는데, 네가 향 좀 대신 피우러 가줄래?"라고 했다.</div> <div>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소리지만, 어쩔 수 없이 교복을 입고 가보았다.</div> <div><br></div> <div>일반적으로 장례를 치르는 집은 간판 같은 게 나와있어서 알아볼 수 있는데</div> <div>그게 없어서 좀 이상하다 싶었다.</div> <div>받은 주소대로 집을 찾아가봤지만, 접수 받는 곳도 없어서</div> <div>형이 주소를 잘못 알았나 생각하며 휴대 전화를 꺼낸 그 순간</div> <div>"○○ 군이니?"</div> <div>"아, 저는 ○○의 동생입니다"라고 했더니</div> <div>"○○는 학생이 아니었지, 참"하며 웃더니 아줌마가 집으로 들어오라했다.</div> <div><br></div> <div>듣자하니 죽은 친구 집은 맞지만, 죽고 5년이나 지났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형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장례식에 참석했다는 것이다.</span></div> <div>불단에 합장했는데, 사진을 보니 처음 보는 남자였다.</div> <div>형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고 전화하려고 생각하며 아줌마와 대화를 하던 중에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span></div> <div>형이 출장간 곳에서 사고에 휩쓸렸다는 것이다.</div> <div>아줌마에게 대충 인사하고 뛰쳐나와 엄마와 만나서 형 출장간 곳에 갔다.</div> <div><br></div> <div>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는데,</div> <div>형은 승용차 안에 갇혔는데, 구출이 늦어져서 생사를 헤매고 있었다.</div> <div>의사 선생님이 각오하시라고 했다.</div> <div><br></div> <div>엄마를 부축하며 복도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는데, 이상한 발소리가 들렸다.</div> <div>날이 밝을 때라 병원 대기실에 사람이 많으니 발소리 자체는 많이 들리지만,</div> <div>그 발소리는 이상했다.</div> <div>어디선가 들어본 발소리였다. 바로, 우리 집에서 들은 계단 올라오는 소리였다.</div> <div>눈 앞에 집에서 만난 그 누나가 있었다.</div> <div>"아직인가아직인가아직인가"라는 소릴 반복하는 그 누나를 보다보니</div> <div>이게 원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나는 그 누나를 째려보며 "썩 꺼져!"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div> <div>그러자 소리가 멎으며 눈동자만 데구르르 움직이며 내 쪽을 봤다.</div> <div>얼굴은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눈만 움직인 거다.</div> <div>보통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 등줄기가 서늘했다.</div> <div><br></div> <div>어쩔 줄 몰라서 한참을 그 여자랑 눈싸움을 했다.</div> <div>그러자 다시 콩콩콩하고 다른 발소리가 나길래 그쪽을 잠시 봤다가</div> <div>다시 그 여자를 쳐다봤을 땐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div> <div>무슨 일인가하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우리 형과 비슷한 연배의 남자가 서 있었다.</div> <div>"저 놈한테 『사람 고생 좀 시키지 마, 이 멍청아』라고 좀 전해줘"</div> <div>라더니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살짝 두 번 두드리더니 사라졌다.</div> <div>죽었다던 형 친구 얼굴이었다.</div> <div><br></div> <div>형은 무사히 의식을 되찾았다.</div> <div>나중에 들어보니 형은 나한테 전화한 적 없다는 것이다.</div> <div>착신이력을 열어보니 정말 형이 전화 건 기록이 사라지고 없었다.</div> <div><br></div> <div>내가 체험한 일을 말해줬더니, 형이 울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