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장례식</b></div> <div><br></div> <div>아버지 장례식 중 고별식 때 일이다.</div> <div>고별식을 할 때 마음 속으로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div> <div>"아버지. 아직 계시죠? 그럼 촛불 좀 흔들어봐요"</div> <div><br></div> <div>그러자 단상에 있던 양초가 막 흔들리는 게 아닌가.</div> <div>내가 앉은 자리와 양초 사이의 거리는 3미터 정도였다.</div> <div>적어도 내 자리에서 바람은 한 점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한참이나 양초가 계속 흔들렸다.</div> <div>"알겠어요. 이제 됐어요"하고 생각하니 흔들림이 멎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한참 여러 질문을 마음 속으로 해봤다.</div> <div>맞으면 촛불을 흔들고, 아니면 아무 것도 하지 않도록 해서 질문도 해봤다.</div> <div>매번 제대로 답변을 들었다.</div> <div><br></div> <div>이런 저런 질문을 하다가, 마음 속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div> <div>지금까지 있었던 일, 앞으로의 일을 털어놓았다.</div> <div>마지막으로 "고마워요"라고 생각한 그때, 갑자기 밖에 비가 내렸다.</div> <div>꽤나 굵직한 소나기였다.</div> <div>그리고 그후부터는 촛불이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div> <div><br></div> <div>그때까진 하늘도 맑았고, 전혀 비가 내릴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div> <div>그 비는 고별식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div> <div>그리고 고별식이 끝나자 비가 뚝하고 그치고 푸르른 하늘이 드러났다.</div> <div>30분 정도 폭우가 내렸던 것 같다.</div> <div>7월이었으니, 소나기가 종종 내리는 시기긴 하지만</div> <div>아침 10시 정도에 소나기가 내리는 일은 드물다.</div> <div>나로서는 아버지의 눈물이라 여기고 싶다.</div> <div>촛불이 흔들리지 않게 된 건, 성불하셨기 때문이라 믿고 싶다.</div> <div><br></div> <div>사실 나는 오컬트 쪽은 부정하는 사람인데...</div> <div>촛불이나 소나기 둘 다 우연히 일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리 믿고 싶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