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언령 (부적의 집 후일담)</b></div> <div><br></div> <div>S와 재회하게 된 계기는 우리 동아리 후배가 S와 같은 지역 출신이란 걸 알아낸 것이었다.</div> <div>후배에게 억지를 부려서, 지지난주 주말에 그 지역 안내를 해달라고 했다.</div> <div>중학교까지 S와 함께 놀았다는 그 후배는 S 네 집도 알고 있었고,</div> <div>너무 내 멋대로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긴 했지만</div> <div>전부터 S가 걱정되어 죽을 참이었으니 S 네 집을 찾아갔다.</div> <div><br></div> <div>밝은 느낌의 키가 작은 S 네 엄마가 나오셨다.</div> <div>사정을 설명하니 놀라신 것 같았지만, 바로 S를 불러주셨다.</div> <div>현관에 S가 나왔다.</div> <div>대머리로 밀었다.</div> <div>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듯 했지만 "안녕.."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한 듯 인사했다.</div> <div>정말 오랜만에 본 S가 건강해 보여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방으로 가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div> <div>괜시리 긴장되어서 데면데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지만,</div> <div>S의 이야기는 짧게 요약하자면 이랬다.</div> <div><br></div> <div>질문 : 그 날 밤 왜 일어났는가.</div> <div>골아떨어진 내 옆에서 좀처럼 잠이 들지 못 한 S.</div> <div>잠이 들지 못 했다기보다는 S는 일부러 잠을 자지 않았다.</div> <div>아침까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맹세했다.</div> <div>그리고 한밤 중에 추워서 이불을 꺼내려고 장롱을 열었다.</div> <div>그 여자가 있었다.</div> <div>S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 여자가 S에게 매달렸다.</div> <div>순간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div> <div>정신을 차려보니 변기 앞에서 토하고 있었고</div> <div>"본능적으로 이물질을 토하려고 한 게 아닐까?"라고 했다.</div> <div>하지만 토악질한 걸 보니 피 뿐이었다.</div> <div>꼼짝없이 죽겠구나 각오했다.</div> <div>이제 토하려는 것과는 상관 없이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div> <div>내가 등을 두드려준 것이나, 이름을 부른 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div> <div><br></div> <div>질문 : 왜 갑자기 퇴원한 건가, 번호를 다 바꾼 이유는 뭔가</div> <div><br></div> <div>병원 의사 말이 자신이 치료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했다.</div> <div>성대는 거의 다 나았는데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건 S의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div> <div>그러니 더 이상 병원에서는 손 쓸 도리가 없다고 했다.</div> <div>S의 어머니는 병원에 다니면서 학업을 계속 하라고 하셨지만</div> <div>S는 퇴원한 후 학교를 자퇴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div> <div>무슨 말을 해도 도통 그 결심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div> <div>그 후 부모님이 오셔서 S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div> <div>"반 미치광이였던 것 같아. 그래도 병원이나 클리닉을 다녀서 해결될 것 같지 않았어"</div> <div>그 여자는 매일 밤 꿈에 나타났다. 몽유병 증상까지 나타났다.</div> <div>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절이나 신사에서 쫓아내달라고 하고</div> <div>시골에서 조용히 살려고 했다고 한다.</div> <div>연락 수단을 끊은 건 "걱정시키기 싫어서"라고 했지만</div> <div>나는 S가 모두 잊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div> <div><br></div> <div>질문 :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는가</div> <div><br></div> <div>집에 돌아오기 전에 부모님께 모든 걸 털어놓은 S는</div> <div>부모님과 함께 지역에서 큰 절을 찾아갔다.</div> <div>놀랍게도 절에 도착하자마자 S는 주지 스님의 안내로 본당으로 들어가</div> <div>"여기서 모든 걸 털어놓거라"고 하셨다.</div> <div>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S는 종이에 펜으로 쓰려고 했다.</div> <div>그런데 갑자기 중간에 펜이 멈췄다.</div> <div>그렇게 정신이 또렷할 때 호흡조차 안 될 정도로 가위에 눌린 건 처음이었다고 했다.</div> <div>갑자기 S가 고통을 호소하자 주지스님이 서둘러 귀신을 쫓아내기 시작하셨다고 한다.</div> <div>하지만 눈 앞이 캄캄해지며, 몇 명 쯤 되는 사람들이 허둥지둥하는 발소리와</div> <div>불경 외는 소리,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잃었다.</div> <div>눈을 떠보니 절의 객실 이불 위에 있었고, 옆에는 주지 스님과 부모님이 계셨다.</div> <div>주지 스님이 이렇게 말하셨다.</div> <div>특히나 강한 원념을 가진 귀신이라, 보통 강하게 씌인 게 아니었다.</div> <div>내부에서 침식해서,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S는 정말 위험했을 거란 것이다.</div> <div>주지 스님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길래 이런 걸 썼습니다"라며 나무로 새긴 부처님 상을 보여주었다.</div> <div>사람을 대신하여 액을 받아주는 효과가 있는지,</div> <div>간결하게 만든 조각이었지만 S 눈에는 신묘하게 보였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질문 :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는가 2</div> <div><br></div> <div>S가 목소리를 잃은 것도 뜻이 있었던 것 같다.</div> <div>목소리에는 힘이 있어서, 귀신이 누군가를 지배할 때 힘까지 뺏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div> <div>언령과 귀신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귀신을 쫓아냈지만 아직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부모님은 걱정하셨지만</div> <div>주지 스님은</div> <div>"이제 괜찮습니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며칠 지나면 목소리도 나올 겁니다" 라고 하셨다.</div> <div>실제로 일주일 정도 지나자 목소리가 회복되어서</div> <div>예전처럼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div> <div>그리고 한참 지나서 파견 회사에서 일하며 지금까지 잘 지냈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제가 체험한 귀신 체험의 전말입니다.</div> <div>S는 절에서 귀신을 쫓은 이후, 그 여자는 물론이고 다른 귀신도 보지 못 했고</div> <div>아마 영력을 잃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div> <div>부처님 조각상이 그런 힘까지 다 봉인하신 걸까요?</div> <div>어쨌든 정말 위험한 심령 스폿에는 놀이삼아라도 가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div> <div>우리에게 그런 이세계의 것을 처치할 힘은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