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60711&s_no=260711&page=1" target="_blank">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60711&s_no=260711&page=1</a></div> <div>[단편] 모두가 동의해야 탈출 할 수 있습니다. - 복날은 간다 님 소설</div> <div> </div> <div>1.</div> <div>저기 구석 쪽에 말라 비틀어진 식빵 조각 하나가 보였다. </div> <div>그것을 향해 다가가려 다리를 움직여 봤지만 역시 부러졌는지 내 맘대로 움직이질 않았다.</div> <div>고통이 느껴진다. 그래. 난 살아 있는데..난 분명 살아있는데...</div> <div> </div> <div>2.</div> <div>현장으로 출동하면서 들은 이야기는 참으로 기괴했다. 공사가 중단 된 모 빌딩의 4층. 밀폐되어 있는 비밀 공간이 인부에 의해</div> <div>드러났는데 그 안에서 남자 3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마치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생각</div> <div>했지만 막상 그 빌딩, 그 밀폐된 비밀 공간에 들어서자 비현실은 곧 현실로 확 다가왔다.</div> <div> </div> <div>3.</div> <div>시체는 총 3구 였다. 두 사람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인데 나머지 한 사람에 상태가 참으로 엽기적이었다. 입 안에 들어 있는</div> <div>살점. 바닥에 쏟아져 있는 피. 그리고 파여 있는 허벅지...이건 마치 밀폐된 공간에서 배고픔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살을 뜯어먹</div> <div>은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대강 세 사람의 인간 관계가 파악이 됐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두 사람의 시신을 먹을 수도 있었</div> <div>지만 건드리지 않은 건 두 사람은 분명 이 사람의 친구가 아닐까 싶었다. 아니라면 자신의 살을 파먹은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div> <div> </div> <div>4.</div> <div>텅 비어 있는 밀폐 공간에는 시신 말고 커다란 스크린 티비가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장갑을 낀 뒤 티비에 스위치를 누르려 했다</div> <div>그러자 함께 온 수사관이 손을 들어 멈추라고 얘길 했다. 자세히 보니 티비 스위치에 가느다란 낚시줄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건 곧</div> <div>문 위에 어떻게 만들었는지 호기심을 확! 당기는 잠금 장치가 되어 있었다. 티비를 켜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건가? </div> <div> </div> <div>5.</div> <div>일단 이 장치를 제거해야 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낚시줄을 제거하고(다행히도 수사관은 이런 장치를 제거하는 것에 베테랑이었다)문</div> <div>이 닫히지 않도록 문과 틈 사이에 수갑을 꺼내 끼워놧다. 그리고 티비의 스위치를 눌렀다.</div> <div> </div> <div>6.</div> <div>...머리를 흔들어봤다. 귀에서 우웅- 둔한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어떻게 된 것일까?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손에 뭔가 걸렸다. 고</div> <div>개를 돌리니 베테랑이라던 수사관이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 박혀 있는 유리 조각...나는 티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함</div> <div>정에 빠진 것이다. 낚시줄은 문을 닫는 자동 장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안심하고 티비를 켜면 티비가 폭발하도록 이끄는..말그대로 정말 낚</div> <div>시줄이었다. 나는 재빨리 문 쪽을 바라봤다. 수갑은 사라진 상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손과 쓰러져 있는 수사관 손에 묶여 있었다.</div> <div> </div> <div>7.</div> <div>치직- 잡음이 들려온다. 공간을 둘러보았다. 천장에 낡은 스피커가 달려 있었다. 이전 생존자들은 티비로 지시를 들었던 걸까, 아니면 스</div> <div>피커로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해 들었던 걸까? 일단 탈출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구상해봐야 했다. 창문 대신 회색 콘크리트 벽으로 둘</div> <div>러쌓인 공간....나갈 수 있는 거라곤 문 밖에 없다. 젠장...수사관이 콜록! 기침을 하더니 피를 토했다. 그를 살려야 했다.</div> <div> </div> <div>8.</div> <div>낡은 스피커에서 괴상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수사관이 피를 토해내고 5분이 흘렀을 때였다. 만약 낡은 스피커가 일정 시간에 흘러나오는</div> <div>거라면 시간을 적어놔야 했기에 나는 바닥에 있는 작은 돌맹이 하나를 주워 벽에 시간을 적었다. 방송 주기를 알게 되면..어쩌면 탈출할 수 </div> <div>있는 기회를 찾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 기대는 그 괴상한 목소리가 내뱉은 딱 한 마디. 그걸로 무너져 버렸다. 스피커는 이렇게 얘기했다.</div> <div>'식량을 줍니까, 치료제를 줍니까? 두 사람 모두 동의하는 걸 드립니다.'</div> <div> </div> <div>9.</div> <div>수사관의 얼굴에 박혀 있던 유리 조각을 조심스럽게 빼낸 뒤 스피커 속 목소리가 알려 준 작은 하수관을 통해 받은 소독제를 발라줬다. 하지</div> <div>만 유리 조각을 빼고, 소독을 했다 해서 수사관의 상태는 나아지질 않았다. 아마 티비 파편이 그의 가슴, 다리, 복부 안 까지 박혀 들어간 것</div> <div>같았다. 계산을 해봤다. 사람이 식량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 3일. 3일이면 몸에 수분, 영양분 모든 게 사라져 결국 아사로 가버린다. 하</div> <div>지만 그렇다고 식량을 요구하면 수사관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었다. 생명은 귀하다 라는 신념이 있는 나에겐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div> <div> </div> <div>10.</div> <div>'....전 괜찮으니...이제 식량을 요구하세요...' 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수사관은 말을 했다. 그의 상태는..어제보단 좋아진 상태였다. 아마도 얼</div> <div>굴에 박힌 유리를 뽑아내고, 바른 소독제에 진정제 효과도 담겨 있었던 것 같았다. 수사관의 말에 나는 괜찮겠냐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수사관</div> <div>은 살짝 미소를 짓더니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내 스피커가 낡은 잡음을 뱉어냈다.</div> <div> </div> <div>11.</div> <div>식량은 식빵과 물 하나. 식빵은 총 3개가 들어 있는 2묶음 짜리로, 나는 수사관에 입에 빵과 음료를 넣어주었다. 하지만 안에 박힌 유리 조각 때문</div> <div>에 그는 식량을 토해내고 말았다. 나는 수사관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식량은 구석에 숨겨놓은 뒤 수사관이 토해낸 식량을 억지로 입에 </div> <div>넣었다. 저렇게 식량을 비축하고, 수사관을 치료할 치료제를 받을 요량이었다.</div> <div> </div> <div>12.</div> <div>그 방법은 통했다. 공간 안에는 식빵이 꽤 비축되어 있었고, 수사관도 어느 덧 몸이 좋아져 식사를 할 수 있는 지경까지 된 상태. 여기 들어온 지</div> <div>약 일주일이 지난 상황이었다. 밖에 가족들은 잘 있을까 라는 생각 보다 내가 사라졌는데! 아무도 왜 안 찾는거지? 라는 분노가 생기기도 했지만</div> <div>그래도..내가 지금 버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건 수사관 역시 마찬가지였다.</div> <div> </div> <div>13.</div> <div>부스럭...부스럭...밤에 무슨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div> <div> </div> <div>14.</div> <div>...식빵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누가 가져간 것일까? 설마 수사관과 내 사이를 멀어뜨리려고 스피커 속 남자가 가져간 것일까? 수사관은 나를</div> <div>의심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안된다. 이렇게 균열이 생겨버리면 안 된다. </div> <div> </div> <div>15.</div> <div>'치료제'. </div> <div>수사관은 말했다. 자신의 다친 다리를 치료할 테니 이번엔 식빵 대신 치료제를 요구하자고. 하지만 수사관에 의견과 달리 난 식빵을 원했다.</div> <div>치료제를 한 번 받으면 하루를 굶어야 한다. 하지만 치료 한 번...고통 한 번만 참으면! 식량이 생긴다. 하루를 기쁘게 보낼 수 있다. 나는 수사</div> <div>관을 설득했다. 하지만 수사관은 어제 사라졌던 식빵을 역시 내가 다 먹었다 생각했는지 '치료제'를 고수했다. 나는 수사관에 말에 동의할 수 </div> <div>없었다. 스피커에서 낡은 잡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식빵', 수사관은 '치료제' 이 대답에 스피커는 '서로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줄 수 없습</div> <div>니다.' 라는 말과 함께 꺼져 버렸다. 젠장...이렇게 균열이 생겨버리면 안 되는데.....</div> <div> </div> <div>16.</div> <div>'시발!! 난 죽을 거 같다고!! 너만 살겠다는 거야? 지금!!' </div> <div>수사관은 2일 째 아무것도 받지 못하자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그는 '단 한번만 눈 감고 굶으면 되잖아! 이거 치료 안 하면 난 죽을 거 같다고!' </div> <div>라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분명 그 수사관에 다리는 다 나아 있었다. 나는 질 수 없다는 시선으로 수사관을 바라봤다. 수사관은 그런</div> <div>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더니...뒷주머니에서 작은 권총을 꺼내더니 내 입을 박살냈다.</div> <div> </div> <div>17.</div> <div>....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수사관이 입을 때릴 때 입술이 터지고, 안에 있던 치아까지 몇 개가 박살나 버린 것이다. 발음이 새서 '식빵' 이란 단어</div> <div>를 '시이빠'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수사관은 그걸 재밌다는 듯 깔깔 웃더니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치료제를 부탁했다. 물론 내가 동의</div> <div>했다는 의사를 밝히기 위해 등에 총을 겨눈 채 미소 지은 건 덤이었다.</div> <div> </div> <div>18.</div> <div>치료제가 필요했다. 입술을 치료해야 했다. 그래서 식량을 얻어야 했다. 배고프다. 배가 고파온다.</div> <div> </div> <div>19.</div> <div>이번엔 수사관은 식빵을 요구했다. 나는 다행이다 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수사관은 식빵을 모두 자신의 입에 쳐 넣었다.</div> <div>나에게 물을 건네면서 '어차피 입이 망가졌으니 물이라고 먹어' 라며...물을 꾸역 꾸역 넘기며 생각했다. ...균열...필요하다.</div> <div> </div> <div>20.</div> <div>...안 잘리네....잘려야 자유를 얻는데....ㅎㅎ....이제...치료제는....필요 없어....</div> <div> </div> <div>21.</div> <div>지정된 시간에 방송이 들려왔다. 반대쪽 수갑에 매달린....수사관에 잘린 채 덜렁거리는 한쪽 팔을 가까스로 빼냈다. 수사관은 나처럼</div> <div>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아니...말 뿐만이 아니라...의사 표현도 못한다...그래...내가 원하는 걸 이제 얻을 수 있어...치료제가 필요하다</div> <div>그리고 식량은 필요 없다. 당분간....먹을 게 있으니까....</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