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옛날 학교 건물에서의 담력 시험</b></div> <div><br></div> <div>내가 고딩 때 경험한 이야기입니다.</div> <div>아랫지방에 있는 지역입니다.</div> <div>지금은 새 건물이 생겨서 어쩌면 철거했을 수도 있는데,</div> <div>어느 고등학교의 옛날 건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div> <div><br></div> <div>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였습니다.</div> <div>당시 발레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div> <div>어느 학교에서 의례히 하듯 일주일 동안 학교 안에서 합숙했습니다.</div> <div><br></div> <div>낮에는 말할 것도 없고, 저녁 9시까지 연습하다가 그 후 미팅을 잠시 한 후</div> <div>밤 11시에 다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div> <div>하지만 아직 10대라 체력이 팔팔해서, 취침 시간에 잠드는 부원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div> <div>그때 한 학년 위 선배가 담력시험 하자고 말을 꺼냈습니다.</div> <div><br></div> <div>우리 학교는 지금 세워진 건물을 A라고 하면,</div> <div>제가 학교 다닐 때 사용하던 건물이 B,</div> <div>그리고 그보다 전에 쓰던 학교 부지 내에 C라는 건물이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C 교사에 꽤나 이런 저런 소문이 돌았는데</div> <div>전쟁 당시에 야전 병원으로 쓴 곳이라고 합니다.</div> <div>그래서 대대로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div> <div>밤에 그 건물에 들어가면 플래쉬백? 같은 경험을 하며 그 전쟁 당시 풍경이 펼쳐진다는 겁니다.</div> <div><br></div> <div>다들 그런 일이 일어날 턱이 없다더니,</div> <div>결국 담력 시험에 참여한 건 절 포함해서 겨우 6명이었습니다.</div> <div>그리고 그 C 교사 입구까지 가서, 두 사람씩 들어가자며 순서를 정했습니다.</div> <div><br></div> <div>저는 다른 부원 한 명과 짝이 되어, 운 나쁘게도 제일 먼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div> <div>원래 1층은 제다 다닐 때에도 식당으로 쓰던 거라 손쉽게 들어갔는데</div> <div>소문이 도는 건 2층이었거든요.</div> <div><br></div> <div>그런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어딨는지 아무도 몰라서</div> <div>일단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 찾기로 했습니다.</div> <div>낮에는 식당으로 쓴다고 해도, 밤이 되면 불이 꺼져 캄캄하지요.</div> <div>손전등도 없어서 일단 밖에서 비치는 희미한 가로등 빛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10~15분 정도 식당 안을 돌아다녀봐도 계단 같은 건 눈에 띄지 않아서</div> <div>같이 들어간 친구와 일단 포기하고 나갈까?하는 이야기를 나누던 그 순간</div> <div>"나가지 마"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습니다.</div> <div><br></div> <div>둘이서 얼굴을 마주보며 "들었어?" "응, 들었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하고</div> <div>밖에 있는 선배들일 거라고 믿으려 노력했지만</div> <div>현실적으로 멀리 떨어진 B 교사 앞에 있는 사람들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지요.</div> <div><br></div> <div>둘 다 지릴 정도로 떨렸지만, 이상하게도 도망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div> <div>아마 5분 정도 지났던 것 같은데, 약간 진정되어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div> <div>갑자기 같이 간 친구가 주방 안에 뭔가 있다고 했습니다.</div> <div>무서웠지만 이왕 온 김에 가보자고, 나중에 그 네 명이 뭐라고 무시할 지 모른다고 해서</div> <div>주방 안에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원래 저는 귀신을 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div> <div>분위기는 무섭다고 여겼지만, 별 다른 기척은 못 느껴서 친구 뒤만 따라갔습니다.</div> <div>그리고 주방 안으로 들어가보니 세상에! 올라가는 계단이 거기 있었습니다.</div> <div>지금 생각해보니 생뚱 맞은 곳에 계단이 있다는 생각도 드는 게,</div> <div>아마 계단 존재 자체를 학생들에겐 숨기려고 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div> <div><br></div> <div>2층에 끌려가듯 아무 말 없이 올라갔습니다.</div> <div>2층으로 올라간 순간, 둘 다 괜히 올라왔다고 후회했습니다.</div> <div>귀신을 본 적 한 번도 없는 저도 딱 잘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div> <div>수십.. 수 백명이나 될 기척이 느껴졌습니다.</div> <div>둘 다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생각했습니다.</div> <div>도망칠 생각만 가득하던 그 순간, 가위 눌린 것처럼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div> <div>그리고 바로 다음에 "나가지 마"라는 아까 그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div> <div><br></div> <div>꼼짝도 못 한 채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div> <div>그리고 그 다음, 밖이 갑자기 밝아졌습니다.</div> <div>불꽃놀이라도 하나 싶었지만 그 정도의 밝기가 아니었습니다.</div> <div>마치 대낮처럼 훤했습니다.</div> <div>그러자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머뭇머뭇 바깥을 내다보자</div> <div>저 멀리서 "두두두두두두둑"하고 땅 울림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div> <div>코를 찌르는 것 같은 썩은 내와 함께</div> <div>학교 건물 밖에도 수백 명은 됨직한 기척이 느껴졌습니다.</div> <div><br></div> <div>이것이 대대로 전해지는 전쟁 때 풍경인가? 라는 냉정한 생각을 할 정도로</div> <div>왠일인지 그때는 무섭다는 느낌이 사라졌었습니다.</div> <div>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바깥은 다시 어두워졌고, 가로등 불빛만이 비칠 뿐이었습니다.</div> <div>썩은 내도 사라졌습니다.</div> <div>조금 전까지 느끼던 기척이 사라져서,</div> <div>우리 둘 다 꿈속에 있는 듯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교사 밖으로 나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아무 말 없이 네 명이 기다리고 있을 B 건물로 돌아갔는데</div> <div>선배가 "너희 너무 빨리 오는 거 아냐?"라고 투덜거렸습니다.</div> <div>적어도 30분은 지났을 거라 생각하고 시계를 보니</div> <div>C 교사에 들어간 지 겨우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네 명이 우리를 겁쟁이라 놀렸지만, 그건 상관 없었습니다.</div> <div>그저 말로 형언하기 힘든 감각을 떨쳐내지 못 한 채</div> <div>아무 말 없이 이불이 깔린 교실로 돌아갔습니다.</div> <div><br></div> <div>그 후 남은 네 명도 C 교사에 들어갔다 왔는데 별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div> <div>그 담력 시험에 대해 할 말도 별로 없었고</div> <div>다만 우리 둘은 합숙 내내 '겁쟁이'라는 별명을 얻은 걸로 합숙이 끝났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자고 했지만</div> <div>누구에게 말하고 싶어서, 동아리 활동을 마친 후 학교 바로 앞에 있는 과자 가게에서</div> <div>가게 주인인 할머니에게 그 일을 다 털어놨습니다.</div> <div><br></div> <div>평소에는 미소만 지으시던 그 할머니가,</div> <div>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으시면서</div> <div>남편 분이 전쟁 때 돌아가셨던 일과,</div> <div>본인이 그 병원(C교사)에서 간호사로 일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매년 우란분재 시기가 되면, 남편 분이 돌아오시는데</div> <div>돌아오시기 직전에는 반드시 썩은 내가 났다고 합니다.</div> <div>그리고 왜 저 교사를 철거하지 않냐고 물었더니</div> <div>거길 철거하면 다친 환자들을 수용할 곳이 없어서</div> <div>남편도 어쩌면 안 돌아올 수도 있어서 안 된다고만 하셨습니다.</div> <div>할머니에겐 꽤 의미 깊은 소중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어 슬펐습니다.</div> <div><br></div> <div>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무서운 부분은 없고 쓸데 없는 문장이 많은 것 같네요.</div> <div>하지만 제 인생에서 딱 한 번 겪은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div> <div>그리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땅울임은 아마 원자 폭탄이 투여된 소리였고</div> <div>"나가지 마"라고 했던 그 목소리는 여기서 나가면 위험하다고</div> <div>경고한 소리였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div> <div>이제 그 기억도 희미해져가고 있지만,</div> <div>그 코를 찌르는 악취와</div> <div>그때 들린 "나가지 마"라는 그 목소리 만큼은 아직도 또렷합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이번 연휴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div> <div>그 과자집에 들러봤더니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div> <div>C 교사도 한 번 보고 왔으면 좋았겠지만, 왠지 내키지 않아서 그대로 집에 갔습니다.</div> <div><br></div> <div>이상입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