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씀드립니다. 고급호텔일수록 괴담에 민감합니다. 흉흉한 소문이 돌면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div> <br></div> <div>본문에 절대 호텔 계열사와 브랜드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혹시 모를 불이익을 피하기위해 본문은 <span style="font-size:9pt;">그저 저의 창작글이다..정도로 말해두겠습니다. </span></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1.</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나는 20대 초반에 동남아에 위치한 모 5성급 호텔의 룸서비스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룸서비스란 고객이 객실에서 전화로 주문을 하면 주문된 음식을 객실로 가져다주는 것을 말한다.</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해당호텔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8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호텔이지만 꽤 이름있는 세계 호텔 체인에 속하는 호텔이었다.</span> </div> <div> <br></div> <div>쨌든 처음 일을 시작하고 어느정도 일이 손에 익자 나도 본격적으로 객실 서빙을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8층만은 복도 인테리어가 달랐다.</div> <div> <br></div> <div>상사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8층만 VIP를 위해서 인테리어를 바꾸었다고 대답했는데, VIP에게는 거의 항상 호텔 꼭대기층인 2*층에 있는 객실을</div> <div> <br></div> <div>제공하기 때문에 약간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div> <div> <br></div> <div>이상한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호텔에 직원용 엘레베이터가 세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Fireman's lift라고 불렸다. 문제는 그 엘레베이터가</div> <div> <br></div> <div>빈번하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인데, 무슨 층 버튼을 누르건 갑자기 두세층 내리박듯이 내려갔다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일을 세번이나 경험했었다.</div> <div> <br></div> <div>하지만 건물이 오래되어서 그런거겠거니 생각하고 지냈는데...</div> <div> <br></div> <div> <br></div> <div> <br></div> <div> <br></div> <div>2.</div> <div> <br></div> <div>야근을 하던 어느날이었다. 마찬가지로 야근을 하던 엔지니어링 부서 직원과 커피한잔하며 얘기를 하다가 엘레베이터 얘기를 하면서 </div> <div> <br></div> <div>고치는데 문제가 많냐는 식으로 물어봤었다. 그 때 그 직원이 말해줬다. </div> <div> <br></div> <div>"아 너 그얘기 못들었구나. 하긴 아직 너한테는 다들 비밀로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어차피 알거 미리 말해주지 뭐. 대신 내가 말해줬다고는</div> <div> <br></div> <div>하지마. 알았지?</div> <div> <br></div> <div>사실 엄청 오래전에 8층 객실에서 화재가 있었어. 복도까지 번져나온 불이었는데 소방관들이 그 엘레베이터를 쓰다가 죽었거든. </div> <div> <br></div> <div>그 이후로는 매번 점검을 해도 기계적 문제는 없는데 그런 오작동을 일으키더라고.</div> <div> <br></div> <div>못 믿는 표정이네. 하하하 그래. 그냥 재밌는 얘기하나 해준거라고 생각하라고. 커피 잘마셨다. 담에보자"</div> <div> <br></div> <div> <br></div> <div>믿을 수가 없었지만 찝찝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마음속으로 그건 건물, 기계 노후 때문이라고 되내이며 그날 밤을 지세웠다. </div> <div> <br></div> <div>하지만 그 괴담을 믿도록 만든 일들이 생기고야 말았다. </div> <div> <br></div> <div> <br></div> <div> <br></div> <div>3. </div> <div> <br></div> <div>룸서비스 직원은 새벽 3~4시경에 호텔 객실 복도를 전부 돌아야한다. 손님들이 복도에 내다놓은 룸서비스 집기 및 아침식사 카드 회수를 위한 일이다.</div> <div> <br></div> <div>그날밤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야근이었다. 내가 8층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8층 복도를 걷다보니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낮은 목소리로 </div> <div> <br></div> <div>중얼거리는 듯한 소리였다. 복도 끝에있는 비상계단에 가까워질수록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비상계단 문을 수동으로 여는 열쇠는 하우스키퍼와 보안과 직원들에게만</div> <div> <br></div> <div>있고, 대부분이 퇴근한 이 시간에 비상계단에서 중얼거릴 하우스키퍼나 보안과 직원이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호기심과 직업정신이</div> <div> <br></div> <div>더 강했다. 이 시간에 저 문 너머에 누군가 있다면 직원으로서 꼭 확인해야 하는 것이리라.. 매 발짝을 내딛을 때마다 내가 저 빌어먹을 문에 이르기 전에</div> <div> <br></div> <div>나말고 다른 사람이 복도에 나타나주길 어찌나 간절히 바랐는지. 서로 피자 딜리버리, 뉴스페이퍼보이라고 놀리던 벨맨도 괜찮고 밤을 즐기다가 느지막하게</div> <div> <br></div> <div>호텔에 돌아오는 손님도 괜찮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텅빈 복도에서 결국 난 문 앞에 도달했고 몇번 심호흡을 하고 문고리를 잡았다.</div> <div> <br></div> <div>문 안쪽의 중얼거림은 이미 꽤 크게 들렸던 걸로 기억한다. 중국어나 영어는 아니다.. 하우스키퍼는 모두 중국인이니 하우스키퍼는 아니군. </div> <div> <br></div> <div>문고리를 잡고 몇초간 고민하는 사이에 가닥이 잡혔다. 쿠란을 외우는 소리다. 아랍계, 인도네시아계 직원은 없으니 말레이계 직원인가.. </div> <div> <br></div> <div>아는 보안과 직원 중에 말레이계가 있는지 빠르게 생각해보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한번 심호흡을 하고 문고리를 돌려보지만.. 잠겨있다. </div> <div> <br></div> <div>몇초간 고민하고 노크를 해본다. 뚝 끊기는 중얼거림. 한번 더 노크. 똑똑. 거기 누구입니까? ...그리고는 몇초간의 정적...</div> <div> <br></div> <div>"거기 계신 소리 다 들었습니다. 나오시지않으면 바로 경비를 부르겠습니다." </div> <div> <br></div> <div>그리고 웃음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온다. </div> <div> <br></div> <div>으흐흐흐허흐흐흐흐흑흐흐컥</div> <div> <br></div> <div>난 두려움을 참지못하고 엘레베이터로 뛰어갔다. 손님 엘레베이터를 사용하거나, 객실 복도에서 뛰면 안되는 규율 같은건 저 문너머에 있을 평범하지 </div> <div> <br></div> <div>않은 존재에 <span style="font-size:9pt;">압도되어 너무나도 하찮게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누른 1층에 도착하여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프론트데스크 야근직원이 </span></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나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span><span style="font-size:9pt;">숨을 헐떡이고 손발을 떨면서 손님엘레베이터에서 나오는 룸서비스 직원이 얼마나 이상해보일까 하는 생각과, </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방금의 두려운 공간으로부터 충분한 </span><span style="font-size:9pt;">거</span><span style="font-size:9pt;">리를 </span><span style="font-size:9pt;">벌렸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숨을 가다듬고 부서 사무실로 </span><span style="font-size:9pt;">돌아가자 마침 호텔에서 오래 일해 </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잔뼈가 굵은 보안과 야근 직원이 내 상사와 커피를 </span><span style="font-size:9pt;">마시고 있었다. 대뜸 비상계단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span><span style="font-size:9pt;">신원확인이 가능하냐고 </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물어보니 내 상사와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span><span style="font-size:9pt;">보안과 직원은 당황한듯 보안과에서 알아서 처리할테니 신경쓰지말라고하고는 </span><span style="font-size:9pt;">돌아갔다. </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해가 중천에 뜨고, 출근하는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퇴근하며 간밤의 경험이 납득가능한 무언가가 될 수 있을까 곰곰히 고민해보았지만 </div> <div> <br></div> <div>답에 이르지 못하였다. 오히려 엔지니어가 말한 사건에 연관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기까지하자 참을 수가 없어졌다. </div> <div> <br></div> <div>나 스스로가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걸 확인 받고 싶었다. 그래서 난 엔지니어에게 전화를 걸었다. </div> <div> <br></div> <div>"혹시 저번에 말한 죽은 소방관중에... 말레이계는 없었지..? 맞지?"</div> <div> <br></div> <div>"있었어 ㅎㅎ H****라고. 말레이계 이름이니까 맞겠지. 그 때 질식해 죽을 때까지 쿠란을 외웠었나봐. 그거 때문에 이슬람계에서 띄워준게 많아서</div> <div> <br></div> <div>아직까지 이름도 기억나네. 근데 왜? .................여보세요?"</div> <div> <br></div> <div> <br></div> <div> <br></div> <div> <br></div> <div>4.</div> <div> <br></div> <div>호텔내에는 콜센터라고 할만한 부서가 있다. 거기 근무하는 홍콩계 멋쟁이 녀석 한명과 직원교육을 같이 받아서 꽤 친했었다. </div> <div> <br></div> <div>그 친구를 편의상 B라고 부르겠다. </div> <div> <br></div> <div>앞서말한 사건의 충격조차 무디게 만들정도의 빡센 근무속에서 어느덧 몇달이 흐르고 일에 자신감에 붙으면서 덩달아 그 일의 두려움까지도</div> <div> <br></div> <div>베짱으로 바뀌게 되었다. 또 쿠란 소리 들리면 난 그레고리오 성가라도 부르지뭐. </div> <div> <br></div> <div>그러던 어느날 8층에서 서빙을 마치고 복도에 나오자 10대 중반정도 되어보이는 산발의 여자아이가 침을 흘리며 내쪽으로 다가왔다. </div> <div> <br></div> <div>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저 천천히 어기적어기적 걸어올 뿐. 감춰두었던 두려움이 올라왔다. 죄송하다고 말하며 재빨리 부서</div> <div> <br></div> <div>사무실로 내려왔다. 그리고 며칠뒤 직원식당에서 B와 저녁을 먹을 때 B가 해주었던 얘기이다.</div> <div> <br></div> <div>"얼마전에 8**호에서 어떤 여자한테 전화가 왔거든. 자기 딸이 잠깐 나갔다 온다하고는 안오길래 찾으려고 복도로 나오니까 실성한 사람이 되어있었다는거야.</div> <div> <br></div> <div>무슨일이 있었냐고 고레고레 소리를 질러대서 결국에 복도 CCTV를 확인했거든. 들리는 얘기로는 그 여자애가 복도를 걷다가 갑자기 멈춰서서는</div> <div> <br></div> <div>몸을 뒤틀더니 그런 꼴이 되는게 찍혀있었다네. 근데 소송을 거네마네 하다가 나온건데, 원래 그 애가 어릴적에 정신병이 있었다더만. </div> <div> <br></div> <div>완치 되었었다고는 하는데 그런게 쉽게 완치가 되냐? ㅎㅎ 타지에서 여행하다가 스트레스 받고 하다보니까 재발한거지뭐 ㅎ"</div> <div> <br></div> <div> <br></div> <div> <br></div> <div> <br></div> <div>5.</div> <div> <span style="font-size:9pt;"><br></span> </div> <div> <span style="font-size:9pt;">이후 8층에 갈일은 최대한 피하며 지냈고, 계약기간이 끝나 귀국할때는 안도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8층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span>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