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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6967
    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21
    조회수 : 4522
    IP : 125.180.***.66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6/03/28 18: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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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부당거래(Unfair 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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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당거래.jpg

    부당 거래(Unfair Deal)

     

    어떻게? 할 겁니까 말겁니까?”

     

    남자가 퉁명스레 재촉한다. 검은 옷, 검은 중절모, 검은 구두, 거기에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를 검은 장갑까지... 그녀는 순간 그가 악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찾아와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던지고, 그 대가로 인간의 영혼을 취하는 악마!

     

    영혼? 평생을 악몽 속에 사는 것 보단 낫겠지! 이렇게 망가진 채로 사느니, 까짓 영혼, 혹 달라면 망설이지 말고 줘 버리자! 다 부서져 먼지만 남은 빌어먹을 내 영혼... 그 부스러기 가져다 뭐 하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의 승낙이다.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씨익 한 번 웃더니,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 마지막으로 정리한다 치고 복습 한 번만 하고 끝냅시다.”

    복습이요?”

    갑니다.”

     

    그녀의 얼굴에서 의문스러운 표정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내의 손이 검붉게 타오른다. 그와 동시에 뇌수를 녹여버릴 듯 강렬한 열기가 쏟아졌다. 통렬한 고통, 지옥의 불길처럼 뜨거운 열화 속에서 그녀의 동공은 초점을 잃고 사라진다. 시뻘건 불꽃은 이마를 시작으로 거칠게 타올라 어느새 그녀를 집어 삼킨다.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그녀... 타고남은 잿가루 조차 바람에 실려 사라진다.

    무엇일까? 대체 이 일은...

    대답해줄 이는 오직 하나, 검은 옷의 사내뿐이었지만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내며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답 대신 남은 것은 마치 곧 다 알게 될 거라는 듯 입가에 머문 미소뿐이다.

     

     

    4년 전...

    지수는 부푼 마음을 안고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변두리의 작은 쪽방이지만 처음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얻었음에 그녀는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실 그녀의 과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기쁨의 대부분은 지긋지긋한 부모와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서 기인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보통의 아버지와는 사뭇 달랐다. 항시 손을 떨어대고, 가정을 등한시 했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 할 테지만 그녀가 처음으로 기어가 잡은 것은 따듯한 젓 병이 아니라 방 안을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소주병이었다. 심각한 알콜 중독, 본인은 부정하지만 밥숟가락을 퍼 올릴 때마다 덜덜덜 떨리는 손끝이 그것을 증명했다. 보통의 그는 한 없이 착하고 소심한 사람이었지만, 술이 떨어지는 날의 그는 한 마리의 짐승으로 변했다. 끔찍한 폭언과 학대가 그 짐승의 울부짖음과 함께 퍼부어졌다. 경제적 능력이 형편없었음도 두 말할 나위가 없었다. 차라리 학교란 곳을 다니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 세상 모든 아버지가 두 얼굴을 가진 괴물일 거라 믿었던 그녀에게 또래 친구들의 현실은 자신을 더 비참하게 할 뿐이었다.


    그나마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는 어머니뿐이었지만, 그녀도 역시 온전한 사람이라 보기는 힘들었다. 그녀는 동네의 지명도 높은 협잡꾼이었다. 늘 이웃을 기웃거리며 모략과 힐난을 일삼았다. 없는 사실을 꾸며낸다거나 생트집을 잡는 것이 그녀의 주 레퍼토리였다. 그녀는 누군가가 비참해져 울고 절망할 때 비로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처럼 보였다. 제가 행복의 동산으로 올라갈 수 없다면 대신 누군가를 절망의 나락으로 끄집어내려 상대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저열한 수작, 그녀는 진정한 협잡꾼이었다. 물론 모든 협잡꾼은 자신의 모략이 밝혀지는 순간 책임지지 않기 위해 모습을 숨기게 마련이다. 그럴 때면 득달 같이 달려온 이웃의 폭거를 어린 지수가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안타까운 현실은 그러한 그녀의 행동이 단순히 제 이웃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주변에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딸은 빈번한 힐난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외모부터 행동, 습관, 말투, 모든 것이 그녀의 비평을 거쳐야 했고, 그것은 실로 제멋대로이며 또한 지독히도 잔인했다.


    지수가 19살이란 어린 나이에 독립을 결심한 것은 어쩌면 매우 늦은 발현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착했고, 인내심이 많았다. 그러한 성격이 그녀를 지옥 속에 더 오래 머무르게 했다. 다행히 그녀의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부모 몰래 모은 돈으로 기어코 방을 얻어 나가고야 만다.

    단 돈 80만원의 보증금에 월세 20만원, 허름한 방치고는 꽤 큰 돈 이었지만, 그녀는 기뻤다. 더 이상 술 취한 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리지도, 어머니의 협잡의 대가를 대신지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즈음 그녀에게 다가온 사람이 바로 36세의 직장인 봉규씨였다. 그는 지수가 일하던 회사의 만년 대리였다. 늙다리 노총각에 볼품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성실하다는 평을 들었다. 나이 차이만 해도 17, 보통의 시선으론 도저히 이어질 수 없는 사이였지만 한 번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 본적이 없는 지수였기에 그것은 외려 쉬운 일이었다. 그녀는 이상하게도 봉규씨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봉규씨 역시 그녀를 자상하게 대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남자란 존재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던 지수에게 봉규씨는 처음 겪는 따듯함이었다. 자상하고 친절하며 또한 배려를 동반한 마음 씀씀이에 얼어붙었던 지수의 마음이 녹아내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무릇 모두의 첫사랑이 그러하듯 처음이란 생경함은 두 눈을 막고, 두 귀를 막으며, 모든 것을 아름다워 보이게 하기 마련이다. 지수 역시 그랬다. 노티 나는 아저씨 머리와 두툼한 뱃살은 거부감은커녕 그녀가 받아보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을 대리 만족케 했고, 그런 사람을 왜 만나느냐는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은 도리어 그녀를 더 불타오르게 했다.

     

    참 아름다운 일 년이었다. 지수가 봉규씨를 만나 함께한 시간은 그녀 인생에 찾아온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집과 학교 그리고 아르바이트 밖에 몰랐던 척박한 삶의 그녀는 봉규씨를 만나 남들처럼 극장에도 가고, 푸른 바다도 보고, 보통의 연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달콤한 일들을 하며 조금씩 치유됐다. 그것은 시련밖에 몰랐던 그녀의 인생에 있어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그녀는 늘 그렇게 물었고, 봉규씨는 뒤늦게 찾아온 그 대답이었다.

    그를 알고 난 뒤 그녀는 말했다.

     

    [나도 행복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인생의 굴곡은 가장 높은 곳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아래로 추락한다. 시작은 아주 먼 곳의 이야기였다. 한창 뉴스에서 떠들어대기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바로 그것이었다. 부동산 버블의 종말로 인한 미 경제의 급격한 위축, 머나먼 이국의 상관없는 이야기인 줄 알았던 그것이 바다를 건너와 경제에 치명상을 입힌다. 대량해고 사태가 촉발되었고, 유수의 수출 주도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물론 지수와 봉규씨도 경제악화의 화살을 피하지 못 했다. 잘 다니던 공장은 문을 닫았고, 경리업무를 보던 지수와 사무직 만년대리 봉규씨는 졸지에 구직시장의 첨병이 되어야 했다. 허나 변변한 학력조차 없는 두 사람을 반기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수는 안정된 회사를 뒤로 하고 급히 아르바이트를 구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파른 생업에 내몰렸다. 고등학교 중퇴에 불과한 지수에 비해 봉규씨의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으로 다소 높다 할 수 있었으나, 사회는 그 정도의 차이를 크게 보지 않았다. 또한 나이도 큰 문제였다. 별 다른 기술 없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현실에 안주하던 봉규씨는 절망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그가 가진 경력은 무의미한 것 들 뿐이었다. 회사들은 경력자를 우대했지만 나이 많은 고졸 단순 사무직은 어디에서도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경력자 우대 속 갈 곳 없는 신규] 매일 같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헤드라인도 봉규씨에겐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초대졸, 대학원 졸, 유학파, 비좁은 구직 시장에 매머드급 경력자들이 넘쳐났고, 봉규씨는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매일 같은 이력서에 매일 같이 수반된 좌절이 그를 힘들게 했고, 그때마다 그녀는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당신만 있으면 돼. 좌절하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걸 찾자!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건, 당신이 전도유망한 사람이라서도 아니고, 당신이 부자라서도 아니야. 그러니... 조금만 힘을 내요.”

     

    봉규씨가 술에 의지하게 된 것 역시 그 즈음부터였다. 아르바이트에 치인 지수는 알지 못했지만, 그의 허름한 자취방 한 구석엔 빈 술병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나 둘 늘어날수록 그의 눈빛도 달라져만 갔다.

     

    마치 그녀의 아버지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육신을 적시는 알코올의 향취가 그를 무너뜨린 어느 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끝난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그를 찾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 김밥 몇 개와 미리 준비한 찬거리가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술에 취해 잠든 그의 방바닥 위에 힘없이 나뒹굴고 만다. 그가 미처 치우지 못한 술병들을 지수가 보고 만 것이다.

     

    아니죠? 아니...잖아요? 봉규씨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 이거 다 내가 내다 버릴게요. ... 이런 거 마시지 마요 네? 내가... ... 너무 싫어하는 거 알잖아요! ?”

     

    하지만 그는 이미 너무 많이 젖어있었다. 몽롱한 눈빛 그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 같은 표정으로 술병을 치우는 대신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며 말했다.

     

    너도 내가 우습지? 그러니까 이러지? 재취업도 안 되고, 학벌도 안 돼, 능력도 쥐뿔도 없어... 그런 쓰레기가 술이나 마시고 있으니 한심해서 그러지?”

     

    그의 표정은 지독한 절망에 뒤틀려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 같은 눈빛으로 마치 다른 사람 같은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놀라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래요!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요? 우리 아버지 얘기 했잖아요!”

     

    봉규씨의 어처구니없는 넋두리에 그녀가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봉규씨는 한층 더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네 그 쓰레기 같은 애비랑 날 똑같이 보는 거 아니냐고!”

     

    화가 나 소리치며 그녀의 손목까지 비트는 봉규씨, 지수의 여린 손이 치우려 들고 있던 저주스런 악마의 병을 떨어뜨린다. [까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깨어지고 알싸한 향이 그녀의 코를 찔러온다. 그 지독한 알싸함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지수가 말했다.

     

    나 돌아갈래... 놔요... 술 깨고 이야기해요!”

     

    기억조차 하기 싫은 악몽과 대면하고 만 그녀, 황급히 몸을 돌리려 해보지만 팔을 낚아 챈 봉규씨의 손길이 억세다.

     

    가긴 어딜 가! 좋다고 히히덕 거릴 땐 언제고...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되니, 날 버리려고? 이 나쁜 년!”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누가 누굴 버려요! 이거나 어서 놔요!”

    못 놔! 네 속셈 모를 줄 알고? 애초에 나 뭐 빨아 먹을 건 없나 해서 접근했다가, 아니다 싶으니까 도망치려는 거잖아! 안 그래?”

    그래요 나 지금 많이 실망했어요. 이런 사람인줄 꿈에도 몰랐네요. 놔요! 나 갈 거니까!”

    이런 씨팔!”

     

    [찰싹] 거리는 소리가 작은 방안에 울려 퍼진다. 꺾인 고개 뒤로 터진 지수의 입술이 보인다. 살포시 피가 맺혔지만 지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않는다. 슬픔, 후회 그리고 어떤 알 수 없는 회한이 그녀를 굳어지게 했다. 갑자기 왈칵 눈물도 쏟아졌다. 무엇이, 어떻게, , 그녀를 다시금 악몽 속으로 몰아넣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듯, 그녀는 그저 울기만 했다. 하지만 봉규씨는 그런 그녀를 억지로 끌어안으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잘 못 했어. 내가 정신이 나갔나봐! 이리와! 내가 위로해 줄게!”

    ! 이거 놔!”

     

    그녀는 아버지의 체취 풍기는 봉규씨의 가슴팍을 밀쳐 내보려 했지만, 우악스런 사내의 완력을 당해내긴 역부족이었다. 낑낑 거리며 밀어내도, 도리어 더 단단히 붙잡힐 뿐이다. 그리곤 급기야 그녀의 몸이 침대 위로 내동댕이쳐진다.

     

    아악!!”

     

    외마디 비명, 그 와중에 깨어져 바닥에 나뒹굴던 술병의 파편 하나가 그녀의 발에 박힌다. 피가 흐르고 눈물이 따라 흘렀지만, 그녀의 몸뚱이는 번쩍 들려 침대에 나뒹군다.

     

    미안하다잖아!”

     

    봉규씨가 말했다. 진심 없는 사과, 그녀가 지웠다 믿었던 술 취한 아버지의 모습이 그에게 오버랩 됐다. 아버지는 그녀가 울 때마다 버릇을 고쳐야 한다며 혁대 버클을 풀었다. 지금 봉규씨도 벨트를 풀어 헤쳤다. 차이 점이라곤 그저 그것을 휘둘러 연약한 아이의 몸을 흔적을 남기던 아버지와 위태로운 제 입지를 확인하고픈 수컷의 욕망뿐이다.

     

    사랑하잖아. 결혼하자고 했잖아. 우리 같이 살자 응?”

     

    봉규씨의 분주한 손이 그녀의 원피스 자락을 찢듯이 제낀다. 그리곤 황급히 제 무릎에 걸린 청바지를 급히 끌어 내렸다. 낡은 침대 위로 뜨거운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꺼져!”

    ... ?”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 된 그녀, 알 수 없는 배신감에 젖은 기이한 표정의 봉규씨, 그녀는 진즉부터 알았어야 했다. 그녀가 봉규씨에게 느꼈던 미묘한 친근감과 편안함의 근원이 사실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했었는지를...

    때 늦은 깨달음은 늘 후회를 동반한다. 그리고 뼈저린 깨달음은 항상 늦었음을 인지할 때 가장 절실하다. 허나 늦음은 아무리 빨리 깨달아도 늦다.

     

    개 같은 년!”

     

    짐승! 한 마리의 짐승이 마치 포식자의 그것처럼 두 주먹으로 피식자의 안면을 강타한다. 울분, 분노, 배신감, 그녀를 향한 것도 있고, 제 자신을 향한 것도 있다. 무력감과 절망 그리고 세상에서 낙오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그의 두 손에 선홍색으로 묻어난다.

     

    시팔! 다 나를 무시해! 앞에선 웃고, 뒤에선 다 나를 욕해! 무능력한 새끼! 등신! 쪼다! 빙신 같은 새끼! 그래 맞아! 그치만... 이젠 더 이상 안 뺏길 거야! 아무것도 안 뺏길 거라고!”

     

    한 바탕 토해진 세상을 향한 분노, 덧없는 외침이 끝나자 그는 갈증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 절망으로 붉게 물든 그녀를 내버려둔 채 서둘러 방 한 구석으로 걸어간다. 벌컥벌컥 마셔보지만 그 갈증은 애당초 액체 따위로 채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저 순간의 취기만을 더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연거푸 몇 모금의 쓰디쓴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긴다.

    쓰다. 쓴 맛은 아주 잠시 고통을 잊게 한다. 허나 그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 몇 번을 게워 넣어도 남는 것은 허망함뿐이다.

    그 사이 비틀거리는 발걸음이 그를 뒤로하고 걷는다. [뿌걱]하는 소리와 함께 이미 깨어진 병의 잔해가 또 한 번 부서지며 발바닥에 박힌다. 박히고 또 박힌 조각들은 붉디붉은 흔적으로 고통조차 호사스러울 그녀의 심경을 알린다.

     

    가지마...... 가지마아...”

     

    어느새 붉은 선이 그어진 방 바닥 위로 술병 든 봉규씨의 애원이 이어진다. 허나 대답 없는 메아리다. 내딛을 때마다 핏물이 배어도 걸음은 멈추지 않고 그에게서 멀어질 뿐이다. 뒤 늦은 후회가, 때를 넘긴 깨달음이 그녀를 다시 얼리고, 또한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씨팔 년!!”

     

    거부당한 이의 거친 손길이 도망자의 선홍색 흔적을 따라가 머리채를 잡고 흔든다. 158센티미터에 42킬로그램, 작은 몸뚱이가 속절없이 나뒹굴었다. 손을 뻗어 우악스런 짐승의 발톱을 뿌리치려 애쓰지만, 17288킬로그램, 처음부터 급이 다른 상대다. 곰처럼 포효하는 그의 분노가 쓰러진 그녀의 몸뚱이에 다시금 퍼부어진다. 이가 부러지고, 코뼈가 주저앉고, 눈이 퉁퉁 부어올라도 분노는 멈추지 않는다. 흐르는 눈물이 그의 시야를 뿌옇게 가렸기 때문이다.

     

    가지마... 가지말란 말이야 흑흑...”

     

    혼절한 몸뚱이 위로 오열하며 무너져 내리는 또 다른 몸뚱이...

    쓰다. 그녀의 입술에 흐른 눈물이 쓰고, 비릿하게 타고 흐르는 피 내음이 쓰고, 끝내 도망치지 못한 운명의 굴레가 쓰다.

    참 쓰디쓴 인생이다.

     

     

     

    ... 뭐야? ... 귀신?”

     

    눈이 휘둥그레진 행인 하나가 제 눈이 의심스러운 듯 눈을 비비며 말한다. 늦은 밤 구불구불한 골목 어귀에 귀신처럼 산발을 한 여자 하나가 걷는다.

    맨발에 얼기덜기 찢어진 원피스, 그리고 피가 말라붙어 떡 진 머리칼이 행인을 뒷걸음질 치게 한다. 희미한 전등 불 아래 비틀비틀 걷는 모양새가 그를 달음박질치게 한다. [사람 살려!]하는 다급한 외침이 쏟아져 나왔지만 어둔 골목의 이기심에 아무도 나와 보는 이 없다.

    행인을 뒤로 하고 여자는 걷는다. 목적지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저 걷고 또 걸었다. 제 욕망을 채운 뒤 술에 취해 뻗어버린 짐승을 피해 달아나는 갈지 자 걸음이다. 큰 길 가로 나오니 몇몇 사람이 비로소 그녀가 귀신이 아님을 알아보지만, 섣불리 다가오진 않는다. 보면 볼수록 쉬이 다가갈 수 있는 몰골이 아니었다. 퉁퉁 부은 눈과 피범벅이 된 얼굴, 어지간한 오지랖을 가진 자도 꺼림칙할 상태다.

     

    지수야!”

     

    행인 대신 익숙한 목소리의 간절한 외침이 들린다. 그녀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한 없이 죄스러운 표정의 한 남자가 길 건너편에 서 있었다. 그는 비통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소리쳤다.

     

    지수야! 오빠가 잘 못했어! 오빠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봐! 내가 너한테... 흑흑... 내가 미쳤지... 지수야! 오빠가 사과할게! 미안해! 다신 그런 일 없을거야! 돌아가자! 내가 약 발라줄게! ?”

     

    뒤늦은 깨달음은 필시 후회를 동반하게 마련이라는 말은 그에게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사정하듯 읍소하는 그의 표정이 애처롭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대답 아닌 한 밤의 도주다. 비틀거리는 걸음이 조금 더 다급해졌다. 뛰고 또 뛰고 무언가 걸려 넘어진다. 하지만 마치 사나운 짐승을 피하듯 필사적인 움직임이 그녀를 이끈다.

    무릎이 까지고, 손바닥이 찢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비명까지 내지르며 미친 사람마냥 뛰고 또 뛴다. 그 탓에 잠시 아문 발바닥이 다시 찢어졌는지 낡은 보도 블럭 위 그녀의 붉은 흔적이 선명하다.

    봉규씨는 지수가 그은 붉은 선을 따라 걸으며 말했다.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 저리가! ... 오지마!”

     

    절박한 외침, 넘어진 몸이 오뚝이처럼 황급히 일어난다.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그녀의 얼굴에 드리우는 건 공포다. 겁에 질려 갈 곳 몰라 흔들리는 시선, 그 혼란의 공간에 다행히 낯 익은 불 빛 하나가 보인다.

    그녀는 정신없이 뛰고 또 뛰어 그 안으로 몸을 던진다.

     

    ... 살려주세요!”

     

    허둥대며 뛰어 들어온 그녀, 멍하니 선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채롭다. 제복 입은 그들을 발견하고 추격의 걸음이 멈추었음에도 그녀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그들이 앉아 있는 탁자 뒤로 몸을 숨긴다. 제복을 입은 사내들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중년의 민대머리가 다가와 말했다.

     

    어이구! 아가씨 무슨 일이야? 옷이 다 찢어졌네!”

    .. 경찰 아저씨 사... 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

     

    그녀의 다급함과 달리 경찰은 느긋하다. 갸우뚱하며 낡은 유리문 밖을 살피는 것이 다다. 문 밖에서 궁싯거리며 차마 들어오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사내가 보이지만, 딱히 제재를 가하진 않는다. 잠시 후 문 밖의 사내가 끝내 어둠속으로 몸을 숨기자, 그는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다른 경찰에게 손짓 한 후 자리로 돌아가 보던 신문을 마저 펼쳐 읽는다.

     

     

    따듯한 커피 한 잔이 그녀 앞에 놓였다. 하지만 그녀 앞에 앉은 경찰관의 표정은 지독히도 냉랭하고 또한 사무적이다. 귀찮은 일 하나를 떠맡았다는 인상이 짙다.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애인 분이랑 좀 다투셨다 이거잖아요?”

    ... 다 툰게 아... 아니라... 술을! 그리고 막...”

     

    경찰관의 표정이 심드렁하다. 횡설수설하는 그녀가 답답하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를 판다. 그리곤 손가락에 매달린 너저분한 귀지 몇 개를 툭 쳐서 날려버린 후 애써 이해한다는 듯 달래며 말한다.

     

    애인 사이에 좀 싸울 수도 있고 그렇지... 뭐 그렇게 난리에요? ?”

    술을 마셨어요! 술을!”

    아니 남자가 사회생활 하다보면 술도 한 잔 할 수 있고 그렇지! 아가씨도 참... 좋게, 좋게 화해하고, 잘 만나면 되지...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래?”

    막 때리고... 또 그러니까... 때리고...”

    에이! 아가씨 입으로 자기 애인이람서? 살다가 싸움 한 번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다 그런 거지! 뭐 사랑싸움 한 번 한 거 가지고 경찰서 오고 그러면 안돼요. 그런 건 개인 대 개인 간의 문제지 공권력이 다 개입할 수가 없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도 있잖어! 우리도 나서고 싶은데, 나섰다가 좀 일이 될 만하면 아무 일 없다고 하는 인간들이 좀 많아야지! 알았으면 언능 가 봐요. 시간도 늦었는데...”

    ... 그게...”

     

    경찰의 싸늘한 냉대와 무심한 말이 그녀의 표정을 얼린다. 무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무참히 짓밟힌다. 겁에 질린 시선이 이미 닫혀 있는 문을 보고 또 보게 만든다. 금방이라도 봉규씨가 달려와 머리채를 휘어잡고 제 방으로 끌고 갈까 두려운 눈치다. 허나 경찰은 귀찮은 듯 이미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말했다.

     

    가요 가! 별 것도 아니구만 뭐! ! 뭐해 거기 좀 치워!”

     

    그의 손짓에 계급이 낮은 신참 경찰 하나가 대걸레를 쥐고 피 묻은 바닥을 닦아낸다. 한쪽 구석에 자리한 나무의자를 보니 술 취한 노인 하나가 소동에도 아랑곳없이 잠들어 있다.

     

    경찰서가 뉘 집 안 방 인줄 아나! 저 노인네도 걸핏하면 술 취해 난동 부리러오고! 이제는 사랑싸움한 아가씨까지! 참 내... 뭐해요! 아가씨도 빨리 가요. 파출소 그렇게 한가한데 아닙니다. 이거 다 공무집행 방해에요! 방해!”

     

    힘없이 돌아선 그녀... 등 뒤로 [저 노인네 잘 자다 왜 갑자기 토하고 지랄이야!]하는 경찰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린다. 빼꼼히 문을 열어 나서지만 누구하나 배웅하는 이 없다. 겁에 질린 그녀의 시선이 파출소 밖을 살핀다. 다행히 그는 보이지 않았다. 내내 문 밖을 어슬렁대며 상황을 살피더니 결국 기다리다 지쳐 돌아간 듯 했다. 안도의 긴 한숨, 그리고 지친 걸음 하나가 밖으로 향한다. 파출소 내부는 여전히 주취꾼의 토사물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 택시...”

     

    파출소 앞엔 오늘 막 세차를 한 듯 깨끗한 경찰차가 두 대나 서 있었지만, 내몰린 그녀에겐 상관없는 이야기다. 손을 뻗은 그녀, 다행히 늦은 시간임에도 택시 하나가 달려와 그녀 앞에 선다. 대 낮이었다면 오다 말고 피해갔을 몰골이지만, 어슴푸레한 불빛 탓인지 그녀가 문을 열어도 흘깃 쳐다 볼 뿐 별다른 말은 없다.

     

    신림동으로...”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기사가 묻는다.

     

    일행이우?”

     

    갑자기 문이 열리고, 사내의 우악스런 손길이 그녀를 안으로 밀쳐낸다. 비릿한 술내음이 났다.

     

    일행입니다. 신림동 말고, 저 앞 모퉁이 지나서 ㅇㅇ아파트 뒤쪽 원룸 촌으로 가주세요.”

     

    그녀를 따듯이 감싸 안던 품이 지금 막 파충류의 싸늘한 비늘이 되어 그녀의 몸에 닿는다. 미래를 약속하며 부여잡던 손길이 이제는 사형수의 올가미로 변해 그녀의 목을 옭아맨다. 너무 놀라 호흡까지 멈춘 채 떨고 있는 그녀, 택시기사의 의아한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그가 휴대폰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

     

    여자 친구에요. 좀 싸웠는데 집에 데려가 위로 좀 해주려구요.”

     

    기사의 눈길이 룸미러를 향한다. [봉규지수 영원히 행복하자!] 꼭 끌어안은 채 세상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아끼던 옛 연인의 사진이 보인다. 이젠 악몽이 될 사랑의 마지막 흔적이다.

     

    내가 널 두고 어딜 가겠니? 계속 기다렸어... 난 너 안 떠나... 죽어도... 아깐 미안했어...”

     

    수줍은 듯 속삭이는 사랑의 고백, 참았던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꼭 쥔 손이 금방이라도 목을 죌 듯 떨려온다. 넋을 잃고 멍해진 시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잊고 싶은 얼굴 하나가 웃으며 그녀를 본다.

    아버지...

    내내 오버랩 되던 지독한 악몽 속의 망령이다.

    떨리는 입술이 말했다.

     

    아빠... 아빠가 왜 여깄어... ... 분명히 도망쳐 나왔는데...”

     

    그가 말했다.

     

    이젠 내가 네 아버지고, 엄마고, 또 전부야. ... 떠나지마 지수야. 사랑해! ?”

     

    [... 안돼...... 안돼] 그 한 마디가 헐떡이며 제대로 토해지지도 못한 채 사그라든다. 그녀가 소리칠까 두려웠는지 봉규씨의 우악스런 팔뚝이 그녀의 목덜미를 감쌌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비틀어 목뼈를 부술 듯 강한 힘이 옥죄어 온다.

     

    지수야! 내가 다 잘 못했어! 오빠 한 번만 믿어주라! 다신 안 그럴게! ? 오빠 믿지? 오빠가 앞으로 너한테 더 잘할게...”

     

    두드려 맞아 퉁퉁 부은 눈에 괴물의 잔상이 보인다. 두 손이 떨리고, 윗니와 아랫니가 맞부딪혀 딱딱 소리를 내보지만 차는 무심히 달린다.

    그녀의 집이 있는 신림동이 아닌 그녀가 도망쳐 나온 괴물의 방으로...

    그렇게 차는 달린다.

     

    도망쳐 나왔다고 믿었던, 유년 시절 내 그녀를 학대하고 괴롭히던 짐승의 망령이 웃고 있다. 그 사이 몸집을 한층 더 불린 괴물은 그녀의 공포를 먹고 자랐다. 더 젊고 더 강해졌다. 기나긴 기다림을 달래려 마신 듯 팩소주 하나가 줄줄줄 짐승의 털을 타고 그녀의 손등 위에 흐른다. 그녀가 말했다.

     

    ... ... 살려줘...”

     

     

     

    4년 뒤...

     

    [똑똑]하는 노크소리와 함께, 안경 쓴 인텔리 느낌의 사내 하나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허름한 점퍼는 그런 그의 인상과 사뭇 이질적이었으나, 가슴에 매단 방송국 PD 신분증은 외려 그것에 한층 더 깊은 전문성을 부여한다.

     

    안녕하세요? 시사고발 에브리데이의 김판석 PD입니다. 오전에 전화드렸던...”

    ! ... 어서 오십시오. 그 뭐냐! 데이트 폭력 관해서 기획취재 하신다고...”

     

    PD가 인사하자 상담소장이란 명패 뒤에 앉은 중년의 남자가 미소를 띠며 반가이 맞이한다. 그는 안내를 위해 따라 들어온 문 밖의 직원에게 차를 내오라 손짓한 다음 앞에 놓인 소파로 그의 일행을 안내하며 말했다.

     

    냄새 참 잘 맡으시네. 우리 김 PD... 안 그래도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다 정신질환까지 생긴 시설보호자 한 분 몇 주 전에 입소했는데...”

    하하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사실 오기 전에 관계자 분들 미팅하면서 들었는데, 감금, 폭력, 강간 뭐 두루두루 고생하신 분이라고...”

    ! 왜 거 신문에도 한 토막 나왔었잖아요. 파출소까지 찾아갔는데, 경찰들이 그냥 내보내서 다시 끌려가고, 육 개월인가 붙들려 있다가 다시 도망친 신지수씨... 도망친 이후에도 스토커처럼 따라 다녔나 봐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받았는데, 또 걸려서 그 다음엔 3년 받았죠 아마?”

    인터뷰 바로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저희가 상황이 좀 급해서...”

     

    PD는 인터뷰 대상에 대한 세부사항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재빨리 말을 끊으며 요청한다. 평상시라면 4주분 정도를 비축한 후 내보내니 다급할 이유가 없지만, 기존에 방송 예정이었던 정치권 및 대기업의 뒷거래 관련 기획취재가 막판에 연달아 물을 먹는 바람에 급히 그 빈시간을 때워줄 대안이 필요했다.

     

    뭐 본인 의사에 달렸지만... 뭐 공익적인 성격의 프로니까 이해해주시지 않겠어요? 하하하! 이게 다 나쁜 일들 근절하자고 하시는 일들 아닙니까! 허허! ! 저기... 말씀드리긴 송구하나 프로그램 말미에 저희 시설에 대한 뭐... 저기... 그러니까

     

    상담소장은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협조에 대한 대가를 나직히 요구한다. 하지만 PD 역시 이러한 은밀한 요청이 생소한 것은 아닌 듯 씨익 웃으며 화답했다.

     

    ! 그건 걱정 마십시오. 진행자 멘트 막판에 몇 줄 들어갈 겁니다. 그 정도는 저희가 해드려야죠. 다 도움주시는 분들인데.”

    이해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아시다시피... 복지부 예산이란 게... 공평한 듯 보여도, 제 멋대로거든요. 인지도 있고 영향력 있는 곳은 좀 더 나오고, 저희 같이 영세한 곳은 어디 가서 비벼보려고 해도 쉽지 않아요. 언론이라도 좀 타야지! ! 바쁘시니까 빨리 빨리 합시다.”

     

    상담소장은 흔쾌히 승낙한 공중파 방송국 PD의 마음이 바뀔까 두려운지 서둘러 인터폰을 눌렀다.

     

    은영씨 그 왜 있잖아! 몇 주 전 입소한 신지수씨! 좀 찾아서 모셔올 수 있나?”

    ... ... 그게... 안 그래도 담당자분 와 계신데... 그게...”

     

    하지만 느긋한 상담소장과 달리 문 밖의 목소리는 떨떠름하니 긴장감이 어려 있다. 그리고는 문 밖 직원이 아닌 상담소 입소자 담당 직원이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와 죄스러운 표정으로 토로한다.

     

    ... 저기... ... 그게... ... 아까 까지는 잘 계셨는데... 그게 말이죠...”

    무슨 소리하는 거야! 최 팀장 뭐 문제라도 있어?”

    ... 갑자기 사라지셨어요! ... 신지수씨...”

    ! ?”

     

    상담소장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사회고발 프로그램의 메인 PD가 직접 행차하신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안절부절 못하는 그의 표정과 달리 곁에 앉은 김 PD의 눈은 더 없이 생기를 띄며 반짝인다. 재빨리 수첩을 꺼내어 무언가를 적는 그의 모습이 부담스러운지 소장은 낮고 공격적인 어투로 직원을 윽박지른다.

     

    사라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 ... 그게... 스토킹 하던 전 남자친구... 감옥 간 그 인간 형기(刑期)가 이번 주쯤 끝나거든요. 그래서 지수씨가 최근 좀 많이 불안해 하기는 했었는데, ... 그래도 자... 잘 있는거 같아 보였는데, 조금 전에 제가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아니! 입소자 관리 정말 그 따위로 할 거야?”

    ... 죄송합니다. ... 이게 무슨 죄지은 분들이 아니고 자유롭게 와서 시설 이용하시고 머무시는 분들이라 강제적으로 뭘 할 수 가 없어서... ... 지켜보기는 했는데 그게,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실 줄은 몰랐아요. 죄송합니다. 지금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찾아보곤 있습니다.”

    이런 젠장! 아이고 PD... 잠깐! 아주 잠깐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금방 찾을 테니까! 제발 지금 일은 방송에는 안 나가는 걸로... 제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입소자의 심리 상태가 몹시 불안하다 보니... 저희가 예상치 못한... 그러니까 얘... 얘기치 않은...”

    괜찮습니다. 일단 빨리 찾아 보죠

     

    PD는 괜찮다는 듯 말하지만 그의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어려 있다. 그를 따라온 카메라맨은 어느새 김 PD의 생각을 읽고 카메라를 켜 보도 준비를 서두른다. 보다 드라마 틱하고 처절한 사연을 갈구하는 저열한 눈빛이었다.

     

    고요하던 변두리의 여성 전문 상담 센터가 때 아닌 북적임으로 요란하다. 몇 안 되는 직원들이 건물 내부를 이 잡듯 뒤지고, 그 뒤를 카메라맨과 김PD가 뒤 따른다. 다급함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기이한 복마전이었다.

    청소를 담당하는 늙은 용역직원 하나가 말했다.

     

    그 말 수 적은 아가씨? 아까 옥상 쪽으로 가던데?”

     

    사색이 된 상담소장과 참지 못하고 이까지 드러내며 웃는 PD, 심상치 않은 갈등의 단초가 그들 사이에서 느껴졌다. 허나 상황의 주도권은 어느새 김 PD에게 넘어갔다. 그는 [별 일 있겠어요?]라는 속 다른 위로를 던지며 비열하게 웃는다. 소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이돌 가수 이름 마냥 유력한 종교의 신들이 그의 입에 오르내렸다.

     

    어둑해진 상담소의 옥상, 난간에 기대어 스쳐지나가는 자동차 불빛들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은 여자, 그리고 그녀에게로 다가오는 한 남자가 보인다. 여자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급히 몸을 뒤로 내빼려하지만, 그녀의 뒤에는 더 이상 남은 공간이 없다. 높은 옥상 난간이 그녀를 막아 선다. 놀라 고개를 움츠린 그녀, 헌데 신기하게도 저 만치에 있던 사내는 어느새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 말한다.

     

    죽을 각오로 살아야지... 안 그래?”

    ... 저리가... 당신 뭐야!”

    이제는 술 냄새 안 나는 사람도 두려운가? 사는 게 고달프지? 다 털어내고 쉬고 싶을 만큼! 그래서 이 위로 올라온 거 아냐? 그 자식이 찾아오는 게 두려워서! 안 그래 신지수씨?”

    ... 당신 누구야! ... 어떻게 나를...”

     

    그녀, 아니 지수가 서너 톤은 높은 격앙된 목소리로 묻지만 사내는 그저 웃을 뿐이다. 검은 모자, 검은 정장, 그리고 장갑까지 검은 것을 낀 기이한 사내다. 남자라면 다 두렵고 떨리고, 무서운 그녀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어떤 하나의 존재...

    그녀가 그 기이한 감흥의 정체에 의구심을 가지는 사이 그가 말했다.

     

    바람을 들어주려고 왔어. 꺼져가는 촛불을 위한 마지막 기회지. 남자가 무섭고,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하고, 매사에 늘 쫓기는 듯 두렵지? 살아도 사는 게 아니고, 잠을 자도 지독한 악몽 때문에 눈을 감는 것 자체가 미쳐버릴 것 같잖아! 지금은 수면제 없인 잠도 잘 수 없고, 안 그래?”

     

    사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그녀가 입은 옷을 펄럭이며 나부낀다. 30킬로 중반은 될까? 너무도 앙상한 그녀의 몸뚱이가 바람에 흩날릴 듯 휘청인다.

     

    ... 나한테 왜 그래... ?”

    말했잖아. 당신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왔다고!”

    내 바람? 내 바람이 뭔데...”

    빌어먹을 악몽을 더 이상 꾸지 않는 것, 끔찍한 기억을 지우고, 새 삶을 사는 것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 바람을 들어주겠다고! 아버지, 그리고 악몽이 되어버린 옛 연인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줄게... 그걸 바라고 이 옥상에 오른 것 아니었나?”

     

    지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내의 말 대로다.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그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옥상에 올랐다. 지우고, 잊고, 털어낼 수 없다면, 끝내는 것이 맞단 생각에서였다.

    사내가 말했다.

     



    어떻게? 할 겁니까 말겁니까?”

     

     남자가 퉁명스레 재촉한다. 검은 옷, 검은 중절모, 검은 구두, 거기에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를 검은 장갑까지... 그녀는 순간 그가 악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찾아와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던지고, 그 대가로 인간의 영혼을 취하는 악마!

     

    영혼? 평생을 악몽 속에 사는 것 보단 낫겠지! 이렇게 망가진 채로 사느니, 까짓 영혼, 혹 달라면 망설이지 말고 줘 버리자! 다 부서져 먼지만 남은 빌어먹을 내 영혼... 그 부스러기 가져다 뭐 하게...”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무언의 승낙이다.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씨익 한 번 웃더니, 그녀의 이마에 올린 손을 떼며 말한다.

     

    복습 끝났습니다. 이젠 바람대로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 이후의 선택은 당신의 몫,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하길... 크흐흐흐

    복습? 끝나? 뭐가!”

    갑니다.”

     

    기다려요! 나한테 뭘 어떻게 한 거죠?

     

    당신 바람대로... 아픈 기억을 지우고,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도록 했지, 지금도, 또한 앞으로도 영원히... 고통 모를 삶을 살게 된 당신에게 축배를...”

     

    저기요! 이봐요!”

     

    말을 마친 사내는 어둠속으로 몸을 숨긴다. 문도 없는 그냥 텅 빈 어둠 속이다. 놀라 멍하니 서 있는 그녀에게 낯익은 얼굴과 낯선 얼굴 몇이 급히 다가온다. 상담소장과, PD 일행이었다. 사색이 된 상담소장은 옥상 난간에 선 그녀를 급히 끌어안으며 말했다.

     

    안돼요! 자살하면 안 됩니다! 자살은 올바른 선택이 아닙니다! 신지수씨!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을 굳게 먹고, 옛 남자친구와 아픈 기억을 이겨내야 합니다.”

     

    자살? 제가요? 옛 남자친구? 아픈 기억? 도통 무슨 말씀이신지...”

     

    지수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든다.

     

    ? ? ... 신지수씨... 전 남자친구 문제로 괴로워서 옥상에 오르신 거 아녜요?”

    저요? 무슨 남자친구? 그냥 답답해서 올라온 건데요? 저 이제 여기 나가려구요.”

    ... 아니... ... 그게... 그럼 다행이긴 하지만 서도...”

     

    지수의 말에 안도하는 상담소장, 그와 달리 아쉬운 표정을 짓는 김 PD, 신기하게도 지수의 표정은 더 없이 평온하다. 극단적 대인기피증과 과도한 남성 혐오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던 상담서류가 무색할 정도다.

     

    신지수씨, KBOS 김판석PD입니다. 시사고발 에브리데이 아시죠? 지금 기획특집으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추적고발을 하나 준비 중인데,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답게 급히 아쉬움을 털어낸 김 PD가 다가가 말한다. 전 날까지는 남자가 대여섯걸음 안으로만 다가와도 놀라 경기를 일으키던 그녀였기에 다급히 제지해 보지만, 신기하게도 그녀는 웃으며 말한다.

     

    제가요? 무슨 데이트 폭력이요? 전 아무 일도 없는데요? 아우~ 빨리 일 시작해야지! 너무 오래 쉬었네

    ... 이게 무슨...”

     

    상담소장은 놀란 듯 중얼거리고, PD는 낭패를 당했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지수씨, 아버지에게 학대당하고, 전 남자친구에게 구타당했던 거 기억 안나요?”

    구타요? 아버지? 전 아버지가 없는데요? 남자친구도 없구요. 저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들 이리 호들갑이세요. 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짐만 챙기면 될 까요?”

    아니! 아니야! 지수씨 분명 심각한 대인기피증에 남성 혐오증세 보였어! 그것도 중증!”

     

    놀란 상담소장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은 채 따지듯 묻지만, 지수는 대범하게 웃어 보인다. 심지어 그의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

     

    이 손 좀 놓으실래요? 제가 살이 너무 빠져서 그런지 몸에 힘이 없거든요?”

    ... ... 그게...”

     

    멍해진 일련의 사내들 사이를 지나 유유히 사라진 지수, 똥 씹은 표정의 김PD만이 비꼬듯 말했다.

     

    참 대단한 시설이네요. 중증 대인기피, 심각한 남성혐오증, 의사도 쉽게 못 고치는 병을 몇 주 만에 고치시다니... 대단도 하셔라... 여태껏 보조금 받으려고 쇼 하신 거 아닙니까?”

    ! 아니... ... 그게 아니라! 저 친구 정말 심각했었는데!”

    기획을 좀 바꿔야 겠는데? 국가보조금 실태, 방만한 경영, 세금은 눈먼 돈인가!”

    히익! 아이고 피디님... 아닙니다. 정말 아니에요!”

     

    이래저래 낭패를 본 것은 피디도 마찬가지였으나 아무래도 상담소장의 표정이 더 난처해 뵌다. 늦저녁의 분주한 소동은 끝났으되, 또 다른 폭풍이 몰아칠 듯 위태로운 상담소의 옥상이었다.

     

     

     

    7년 뒤...

     

    현수씨 언제와? 갑자기 찾아온 거래처 사람들 접대중이라고? ... 괜찮아 늦더라도 와 기다릴게...”

     

    늦은 밤, 조용한 커피숍 안, 지수는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은 건실하고 착한 남자다. 그는 자상하고 또한 따듯한 품을 가졌다.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녀의 기억을 돌이켜 보건데 그와의 추억은 모두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하다.

     

    어머?”

     

    현수씨를 기다리며 화장을 고치던 지수가 문득 놀란 표정으로 손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 안의 그녀는 목 뒤쪽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다.

     

    언제 다친 거지? 가끔 보면 꼭 이러더라? 이해를 할 수가 없어!”

     

    의아한 얼굴로 파운데이션을 토닥이며 목 뒤쪽을 어루만지는 지수,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때 커피숍 문이 열리며 늦을 거 같다던 현수가 급히 안으로 들어온다.

     

    오래 기다렸지?”

    아니야 현수씨! 난 현수씨를 볼 수 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아! 사랑해!”

    그래 이해해줘서 고마워... 요즘 회사 사정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말이야! 지금도 거래처 사람 만나서 얘기 좀 하다왔어. 벌써 12시가 넘었네... 나 때문에 힘들지?”

     

    현수씨의 얼굴이 어둡다. 대기업 납품 건으로 그의 회사가 어려운 사정이라는 것은 지수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그에게 힘을 주려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당신만 있으면 돼.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해!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건, 당신이 전도유망한 사람이라서도 아니고, 당신이 부자라서도 아니야. 그러니... 조금만 힘을 내요.”

    그래...”

     

    힘없이 떨군 현수의 손을 잡는 지수, 향수라고하기엔 무언가 찝찝한 비릿함이 그녀의 코를 스쳤다. 묘한 기시감(데자뷰:처음 겪는 일을 이미 한 번 겪어본 듯 느끼는 감정)도 흘러와 그녀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익숙한 일인 듯, 머리를 흔들며 떨쳐내려 애 쓴다.

    헌데 바로 그 때, 현수의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진다.

     

    뭐야?”

    ? 현수씨 뭐?”

     

    갑자기 변한 현수씨의 안색을 보며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현수씨는 미간을 한층 더 찌푸리며 그녀의 멱살을 움켜쥔다.

     

    아까부터 저 쪽 자리에 앉은 새끼가 니 다리만 쳐다보고 있잖아!”

    ? 그래? 난 몰랐어! 정말이야!”

    씨팔 년아! 남자친구는 죽어라 일하는데, 쳐 앉아서 흘리고 다녀?”

    왜 그래 현수씨!”

     

    당황한 그녀, 그녀의 뺨을 후려치는 사내의 우악스러운 손길, 그녀의 머릿속을 뒤흔드는 기시감이 강렬해진다. 그리고 사내가 말했다.

     

    왜 그래? 이 놈, 저 놈! 아무데나 눈길 주고 다니지 말랬지!!!”

    “!!!”

     

    지수의 무릎이 무너진다. 그녀의 머릿속을 흔들던 기시감이 폭발하듯 터져나온다.

     

    ... 술 냄새...”

    그래! 접대하다 한 잔 마셨다! 이 덜 떨어진 년아! 코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주저앉은 그녀에게 무수한 발길질이 퍼부어진다. 놀란 커피숍 직원들이 달려 나와 그를 말린다. 지수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마침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그러니까! 저 친구가 폭력을 휘두르신 거잖아요?”

     

    경찰의 질문, 하지만 지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그녀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무슨 소리하시는 거예요. 우리 현수씨가 저를 얼마나 아껴주는데요.”

    아니 지금 피 흘리시고, 나도 봤는데 머리채를 휘어잡고 쥐어 패던데!”

    그런 적 없는데요?”

    남자친구라고 감싸실 게 아니라! 할 건 하셔야 된다니까 그래! 데이트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문젠데!”

     

    출동한 경찰은 연신 그녀를 설득하려 애 쓰지만, 그녀의 대답은 초지일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적 없습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커피숍 밖으로 걸어 나오는 그녀, 하지만 무언가 불편한 듯 비틀거린다.

     

    나 병원에 좀 가야 할 까봐...”

    ... 맞은 데가 많이 아파?”

    맞아? 누가 맞아? 전부터 아무 이유없이 아픈데도 생기고 멍도 들고... ! 지금도 입술이 죄다 터졌어! 그런데... 난 기억이 없거든...”

     

    현수씨가 씨익 웃는다. 때마침 그의 휴대폰이 울린다. 그는 거래처의 급한 전화인가 하여 살피지만 발신자 미상의 번호다.

     

    만족하십니까?”

    씨팔 당신이구만... 만족? 그야말로 대 만족이지... 당신 이 년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시에 찔리면 상처가 납니다. 찔리면 아프지만, 그 아픔을 기억한다면 다시 아플 일은 없죠. 난 그저 아픈 기억을 지워달라는 그녀의 바람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물론 그녀를 되찾고 싶다는 당신의 바람도요... 안 그래요 봉규씨?”

    히히 그 이름 오랜만이군...”

    즐기세요. 앞으로도 영원히, 그녀에게 아픈 기억은 없을 겁니다. 늘 좋고 행복한 순간에만 사로잡히겠죠. 그녀는 행복할 겁니다. 당신도...”

    씨팔! 거 되게 위해주는 척 하네! 어차피 소원 들어주는 대신 내 영혼 가져갈 셈이잖아! 공짜도 아니면서 생색은!!”

     

    현수, 아니 봉규씨가 화를 내며 소리친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목소리였다. 간절하게 그녀를 되찾고 싶다고 외칠 때 찾아온 속삭임이었다. 다른 부분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넘치는 부를 함께 바랬어야 한다는 후회가 묻어난다.

     

    쓰레기 같은 자식!”

    ?”

    네 까짓 쓰레기의 영혼? 개나 줘... 그런 건 지천에 깔렸어! 모가지를 잘라서 케르베로스에게나 던져 줄 하찮은 거지! 내가 너 따위 비루한 영혼에 연연해서 이 일을 벌렸을까봐?”

    ... 그럼...”

    맑고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 감히 내가 손 댈 수 없는 그 고귀한 존재가 더럽혀지고, 부서지고 썩어 문드러지길 기다릴 뿐이야. 네 역할은 그냥 그것뿐이야! 그러니 즐겨! 너 까짓 거, 주워서 버릴 데도 마땅치 않으니! 크흐흐흣!”

     

    통화가 끝났다. 당황하여 머뭇거리는 봉규씨에게 지수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왜 그래 현수씨! 무슨 일 있어? 무슨 전화야?”

     

    진심어린 눈빛이 그를 바라본다. 하지만 봉규씨의 얼굴에 비치는 건 질투와 분노,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한 한없는 열등감이다.

     

    현수? 누가 현수야 이 덜 떨어진 년아! 봉규! 강 봉규! 씨팔 년!”

     

    아스팔트 위로 나자빠지는 지수, 그 위로 퍼부어지는 폭력, 희번덕거리는 봉규씨의 눈동자 속에 붉게 물든 지수의 얼굴이 보인다. 그녀가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끝.


    세드 엔딩이라 죄송스럽네요.

    괴랄맞은 상황극을 만들어 죄송합니다. 

    저 까짓게 어떻게 감히 상처 받으신 분들의 아픔을 재단하고 떠들겠습니까마는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분들께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다기 보다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졌지만 또한 깊은 상처를 떠 안은 주인공과 

    악마와의 거래라는 상투적 클리셰가 결합되어 주제넘은 결말이 나왔습니다.

    이것은 다만 공포 소설의 특성일 뿐이니... 부디 상처 입은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참으로 송구스럽고 죄송스럽기 그지 없는 마음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출처 나.
    야설왕짐보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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