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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5996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20
    조회수 : 3080
    IP : 125.180.***.66
    댓글 : 14개
    등록시간 : 2016/01/31 16:53:24
    http://todayhumor.com/?panic_85996 모바일
    [단편] 선의(善意)의 윤리학(倫理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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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의의 윤리학.jpg
    선의의 윤리학 : 그의 선택 그리고...
    J
    . 딕. 존슨, 그는 악랄한 범죄자였다.
    유괴, 아동 성폭행, 살인, 강간, 마약, 시체유기 등 그가 행한 죄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많았다.
    용의주도했던 그였지만 영원(永遠)한 완전범죄란 없듯, 결국 그의 범죄행각은 덜미를 잡히고 만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를 체포한 사람이 경찰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매튜 패터슨은 피해 아동의 아버지였다. 그는 아들 잭을 끔찍이 사랑했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잭은 너무 빨리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도시 외곽의 지하 창고, 매튜는 분노에 떨고 있었다. 존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사무친 감정은 터질 듯 충만했다. 이윽고 끓어오르는 분노의 폭풍이 이성이란 이름의 얕은 둑을 부수자, 매튜는 묶여있던 J. 딕 존슨을 향해 외쳤다.

    "내 아들은... 너에게 강간당한 후 살해 됐다. 네가 했던 그건! 절대 10살짜리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 그 아인 나의 모든 것이었지! 넌 그걸 가져갔어! 그건 돌이킬 수도 없고! 날 영원히 지옥 속에 묻었지! 이젠 내가 갚아줄 차례야!"
    "흐흐흐 누구? 빌? 안톤? 마이클? 아니면 브랜든인가? 난 기억도 안나! 길을 걷다 개미가 밟혀 죽었네? 넌 그 개미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나? 이건 그냥 일상이야! 더 쉽게 설명해줄까? 넌 네가 먹은 고기들의 이름을 알고 있나? 그 고기들의 부모에게 죄스러워 해 본 적 있나? 없어! 그런 얼간이가 있다면 그게 바로 정말 미친 놈 이지! 히히히! 안 그래?"
    "거지같은 자식! 널 죽여 버릴 거야! 널 죽일 거야! 흐흐흑! 오! 주여..."
    "호오! 크리스찬인가? 그럼 잘 알겠네. 이 세상 모든 것을 만들고 계획한 이가 바로 그 주님인 것을... 나 또한 그 분이 만드신 거야! 정글의 수많은 맹수, 또 그 맹수들을 만들고, 그들이 자기보다 연약한 짐승들을 범하고! 또 잡아먹게 만든 것이 바로! 니가 믿는 주님의 뜻 아래 있다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무슨 개 소리야!“

    존슨의 황당무계한 논리가 매튜로 하여금 고함을 유발한다. 하지만 성난 메튜의 고함은 존슨의 뱀 같은 혀를 묶어놓지 못했다.

    “난 떳떳하단 소리지! 주님의 설계대로! 그가 만든 법칙아래 순응하며, 자연의 본위대로 살았어! 난 한 마리의 들짐승이지! 그 어떤 것에도 속박 받지 않는 순수한 날 것! 날 억압하는 것은 단지 비루한 인간들이 만든 규칙일 뿐이야!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더러운 개자식!”
    “날 죽일 건가?”
    “다... 당연하지!”
    “신앙인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비조차 없군! 그래서야 믿음을 가진 자라고 할 수 있겠나? 훗... 난 적어도 항상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줬지... 돌아서서 엎.드.릴.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토.막.날.것.인.지! 흐흐흐! 얼마나 자비로운가!”

    환희에 찬 존슨의 시선이 자신의 하체로 향한 것은 [엎드리다]란 단어를 언급 할 때였다. 무언가를 음미하는 듯  몽롱한 눈빛, 짙은 호흡을 내뿜는 숨결, 그의 피 묻은 바지춤은 어느새 불룩해져 있었다.

    “오오! 놀라운 건 말이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뒤로 돌아 엎드린단 거야, 그리고 그 앙증 맞은 엉덩이를 부르르 떨지! 앙큼한 것들! 자네도 그것들의 그 음탕한 뒷모습을 봤어야해!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미친 듯이 소리치는 그 떨리는 목소릴 들었어야 해! 떨고 있다고! 그 미칠 듯한 쾌감에 몸서리를 친다고! 흐흐흐... 그저 아직 어려서 모를 뿐이야. 최고의 훈육교사는 아이를 엄히 다스리는 법이지! 그러면 말이야! 아이들은 꼭 그 귀여운 주둥이를 벌려 엉엉 울며 말해! 이젠 집에 보내달라고... 하지만 난 그런 약속을 한 적은 없거든? 물론 예외는 있어! 너무 시끄럽게 소리치거나, 탈출을 시도한 앙큼한 것들이지! 그 애들은... 어쩌겠어? 다 집에 보내줬지! 아주 편안하게 말야! 그런 면에서 페덱스는 매우 훌륭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거든! 그들이 궁금한 건, 단지 그게 몇 파운드짜리 상자인지와 수취인이 누군가야! 난 정말 예쁜 박스를 골랐지! 페덱스의 배송 정책 때문이야! 그들은 박스의 부피에 따라 가격을 매기지! 자네도 봤으면 정말 놀랄 거야! 그 작은 박스에 아이의 몸뚱이가 고스란히 다 들어간다네! 때론 그런 포장작업이 내게 미친 희열을 주기도하지, 생각해 보게! 토막토막 잘 잘라낸 몸뚱이가 두꺼운 비닐로 내부를 덮은 작은 박스 안에 차곡차곡 들어가는 모습을! 쏟아진 내장과 바닥에 흘린 작은 손가락 하나까지 다 넣어 박스가 완벽하게 가득 찼을때의 기분을 아나? 그건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지! 잘 포장 된 자기 아이를 받아 본 부모는 정말 흡족했을 거야! 안 그런가? 누군가 내 아이를 이렇게 예쁘게 포장해주다니! 게다가 난 아이들의 부모를 존중한다네! 내용물은 단 하나도 빠뜨리지 않아! 그건 나의 자랑이야! 어떤가? 자네도 받아봤나? 아니면 그 반대인가?”
    "이런 더러운 자식! 흐흐흑... 잭!“

    존슨의 말을 듣던 매튜의 무릎은 이미 꺽인 채 바닥에 주저앉는다. 존슨의 가학적 경험담이 이미 끝났음에도 그의 떨리는 무릎은 바닥에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페덱스는 그의 집에도 방문했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나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그 아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나에게 그런 기회를 주라고! 난 선택 할 권리가 있어! 왜냐면 내가 그렇게 했으니까! 사실 이래봬도 난 크리스찬이야! 당신과 마찬가지로 말이지! 어떤가? 주님은 늘 마지막에 선택할 수 있게 하셨지 안 그래? 찬양하라! 주의 자비를! 그리고 심판에 앞서 죄지은 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라!"
    “주여 이 자를 벌하소서! 벌하소서! 흐흐흑”

    매튜가 자리에서 일어 선 것은 그로부터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의 두 다리는 한 겨울 바람 속 나뭇가지처럼 흔들렸다. 서리가 내린 듯 하얗게 일어난 입술, 분노였을까? 슬픔이었을까? 그의 표정은 알 수 없게 일그러져 있었다. 휘청이는 걸음, 떨리는 시선, 그는 날카로운 전기톱과 큼지막한 쇠말뚝을 들고 말했다.

    "주... 주님의 마지막 자비로 너... 너에게 마지막 서...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 선택해, 쇠말뚝? 아니면 전기톱!"

    존슨은 생각했다. 아니 빠르게 교차하는 시선으로 매튜의 양 손에 들린 선택을 계산한다.
    굵직한 쇠말뚝... 그것이 자신의 항문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면? 그건 정말이지 끔찍한 고통일 것이다.
    하지만 날카로운 전기톱은 혹시 모를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당장 그의 생을 끝장내버릴 것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쇠말뚝!"

    그러자 매튜가 대답했다.

    "쇠말뚝으로 먼저 강간당하고 죽을 것인지, 아니면 죽은 다음에 강간당할 것인지, 선후를 물었는데... 크흐흑! 오냐 먼저 이 쇠말뚝을 꽂은 다음... 그 후에 죽여주마!"

    J. 딕. 존슨은 뭔가 억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그에겐 별다른 선택의 기회나 항변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입을 채 열기도 전에 굵직한 쇠말뚝이 그의 몸속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큰 고통과 비명 향연 뒤에 들려온 것은 날카로운 전기톱이 그의 엉치뼈와 키스하는 소리였다.

    잠시 후 눈을 뜬 존슨은 자신이 알 수 없는 새하얀 공간속에 내던져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곳의 끝엔 두 개의 커다란 문이 있었고, 입구에 한가로이 서 있던 누군가는 그를 보자 물었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 이곳도 별반 다르지 않네. 나는 항상 믿음을 가진 이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네, 자! 어떤 것을 선택하겠나!"
    "젠장! 죽은 건가? 내 선택지는 뭐지?"
    "알지 않나? 강간! 아니면 죽음! 애석하게도 지금 자네의 선택지는 그것뿐이네"

    존슨은 고심했다.

    “고민하나마나지... 어떤 바보가 죽고 싶겠어! 당연히 강간!!“

    그렇게 그가 강간을 선택하겠다고 말하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 한 구석이 번뜩인다.

    “가만! 한번 속지 두 번 속나? 강간을 선택하면 또 강간당한 후 죽을 것 아닌가? 그 고통을 또 겪느니 그냥 깔끔하게 죽고 말겠어! 게다가 여긴 저승이야! 강간이야 어찌할지 모르지만, 한번 죽은 놈을 무슨 수로 또 죽이겠어!”

    그의 계산은 예상보다 빠르고 확고했다.

    "죽음을 선택하지!"

    그러자 문 앞의 사내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미 한 번 죽은 이를 또 죽일 순 없으니 어쩐다?, 이런! 넌 꽤 영리한 녀석이야! 여기선 이미 죽은 널 다시 죽일 방법이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존슨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사내는 정말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난처한 표정이었고, 그 것은 존슨이 생각한 그 대로였다. 존슨은 자신의 동물적 감각이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냈다고 믿었다.
    적어도 문 앞의 그가 이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쩔 수 없지 널 10분 전의 과거로 돌려보내 주는 수 밖에..."

    [딱!]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손가락이 튕겨지고, 드넓던 흰 공간이 아주 작은 점처럼 압축됐다.
    들리는 것은 오직 당황한 존슨의 외침뿐이었다.

    "무슨 짓이야!"


    애석하게도 존슨이 정신을 되찾았을 땐, 정말로 10분 전의 과거가 다시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피해아동 잭의 아버지 매튜는 마치 비디오 테잎을 되돌린 듯 10분 전과 똑같이 물었다.

    "주... 주님의 마지막 자비로 너... 너에게 마지막 서...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 선택해, 쇠말뚝? 아니면 전기톱!"

    왠지 무척 화가 난 존슨은 이를 악문 채 악을 써가며 소리 쳤다.

    "젠장! 죽여! 죽이라고! 쇠말뚝은 싫어! 차라리 두 동강이 나고 말겠어! 내 항문에 무언가를 쑤셔 박는 일은 이제 그만 두라고!"

    비록 악다구니를 내질렀지만 존슨의 얼굴엔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그의 몸은 이제 곧 두 동강이 나겠지만, 전기톱은 그를 신속하고 빠르게 날려 버릴 것이다. 고통의 순간은 강렬하겠지만 짧을 것이고, 그 어떤 여운도 남기지 않은 채 그의 생은 끝난다.
    하지만 왤까? 그런 그의 간절한 외침을 들은 매튜가 말했다.

    "그래? 그렇게 이 쇠말뚝이 싫어? 그럼 더욱 더 이 쇠말뚝으로 널 죽여줘야지!!"

    커다란 쇠말뚝이 그의 항문에 통렬한 고통을 선사했다. 창자가 찢어지는 듯 한 파열의 고통이 그가 가진 뱀의 혀를 묶어 버렸다. 그는 10분전의 그때처럼 단 한 마디의 항변도, 조금의 억울함도 토로하지 못 한 채 다섯 번째의 쇠말뚝이 박히는 순간 절명했다.
    존슨으로선 뭔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에도 그에겐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

    잠시 후 눈을 뜬 존슨은 자신이 또 다시 순백의 공간에 도착해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번엔 그가 먼저 달려가 두 개의 문 앞에 선 사내에게 소리쳤다.

    "젠장! 넌 날 속였어! 난 그냥 쇠말뚝에 강간을 당하겠어! 알겠어? 차라리 날 강간해 달라고!"

    존슨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남자는 그런 존슨을 바라보며 이번에도 역시 몹시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지? 그렇다고 명색이 령(靈)의 선한 인도자인 내가 쇠말뚝으로 널 강간 할 순 없잖아! 안 그래?"

    순간 존슨은 그의 난처한 표정에서 무언가 낯익은 익숙함을 느낀다.
    데자뷰! 그는 이 새로운 선택의 순간에 이미 한 번 겪었던 그때와 유사한 불길함을 느낀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들린 건 그저 [10분 뒤에 만나지]라는 사내의 말...
    어느새 그의 눈 앞 에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한층 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젠장! 다시 돌아왔군! 빌어먹을! 10분! 빌어먹을 10분!!!"

    하지만 그의 분노완 상관없이 그의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매튜의 음성이 들려왔다.

    "주... 주님의 마지막 자비로 너... 너에게 마지막 서...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 선택해, 쇠말뚝? 아니면 전기톱!"

    커다란 쇠말뚝이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의 항문에 파고든다. 아주 잠깐이지만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그의 머릿속을 간지럽힌다. 찰랑이는 금발의 어린 소년, 소년은 유달리 더 크게 울었다. 마치 지금 눈앞의 매튜처럼 성가시게 울부짖었다, 소년은 울며 아버지의 이름을 불렀고, 그는 특히 더 앙증맞은 상자에 소년을 포장해 보냈다.

    “젠장! 그 빌어먹을 자식이야!”

    극심한 출혈과 하체가 찢겨져 나가는듯한 고통 속에 존슨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하지만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도, 울부짖는 매튜의 기도는 들려왔다.

    “오 주여! 아들 잭이 죽고 난 뒤, 저의 시간은 멈췄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허나 저 사악한 자는 지금 단 한 번 죽지만 저는 주께서 제게 허락하신 수십 수억의 시간동안 홀로 남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어찌하리까? 신이시여! 부디 저의 죄(罪)를 사하소서. 오직 신만이 저를 구원하리다. 아멘!”

    처절한 매튜의 흐느낌. 그리고 5번째 쇠말뚝이 또 다시 그의 몸을 파고든다.

    "구억구천구백구십구만구천구백구십팔번 남았네!"

    존슨은 무언가 어처구니없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돌아온 그곳에서 문 앞의 사내는 인사대신 긴 숫자를 나열한다. 말문이 막히고, 과연 자신이 감당 할 수 있을까 싶은 숫자였다. 그의 표정은 너무도 단호했고, 재고의 여지는 없어보였다.
    존슨은 결국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말했다.

    "빨리! 빨리 합시다. 이왕 할 거 빨리 끝내자고! 그 숫자가 다 사라지는 날! 다 되돌려준다!"

    그의 바람대로, 그는 돌아갔다. 10분전... 지하실은 그때처럼 어두웠고, 쇠말뚝과 전기톱이 그를 반겼다.

    “어서 해! 쑤셔 넣으라고!!”

    악에 바친 목소리 하나가 닫힌 공간 안을 채운다. 그 소리는 곧 끔찍한 비명으로 변할 것이다.
    물론 같은 시각 하늘 위 순백의 공간, 홀로 남은 사내는 몹시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간만... 살인은 별도야... 시체 유기는 또 어떻고?"

    존슨의 엉덩이에 십억번째의 십분 전 쇠말뚝이 박힌다.
    그는 끝이란 단어에 환호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남은 모든 숫자를 지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번뜩이는 전기톱은 그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10분, 짧지만 순간은 돌고 또 돌았다.
    고통스럽지만 그것은 어쩌면 찰나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빌, 안톤, 마이클, 그리고 브랜든 아버지도 기도했다.]

    물론 순백의 공간 속 사내는 선한 인도자답게 그들의 어머니와 형제, 자매에게도 모두 공평한 기회를 줄 것이다.
    누군가는 불에 태우고, 또 누군가는 망치로 내려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굶주린 들개의 먹이로 주길 원했다.
    다양한 요구에도 인도자는 조금도 귀찮아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보다 높은 윤리(倫理)로 인도할 뿐이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어두운 곳에서 선한 인도자와 그의 인도를 목격한 검은 뿔의 사내가 조용히 충고했다.

    “선의(善意)의 윤리(倫理)란 돌아서는 순간 정말 끔찍한 괴물로 변해버려,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지! 왜냐하면 선의(善意)는 악의(惡意)와 달리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야, 혹 생길지 모르는 일말의 망설임도 ‘주여 저의 죄를 사하소서!’란 말 한마디면 끝이지, 하지만 말이야 단언컨대 그냥 사라지는 죄는 없어, 죄는 가장 탐욕스러운 채권자지! 생(生)과 사(死)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기어코 남은 빚을 받고야 마는, 불멸의 존재! 선(善)이 따스한 햇살아래 더 냉정하고 잔인할 수 있는 건 [아쉬움은 남겨도 후회는 남기지 않기]때문이야. 어쩌면 그래서 더 지독한 건지도... 돌아보지도 후회하지도 않는 결연한 심장! 선은 그래서 끔찍해! 누군가는 말하더군! [죄를 범하지 마라! 그 순간 악마가 널 찾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건 어떤 의미로, 아무런 경고도 되지 못해! 봤다시피 우리가 주는 고통은 악의로 가득 차 끔찍해 보이지만, 실상은 너무 단조로워, 우린 그저 고통만을 주는 단순한 사역자들이지, 하지만 그들은 달라 누군가에게 기대와 희망을 주고 곧 그걸 박살내지 마지막 남은 통곡의 잿가루까지 태워버리는 극한의 잔혹! 그 놈들은 그런 놈들이야. 그러니 마지막으로 충고하지 네가 혹 죄를 짓거든 서둘러 우릴 찾아! 그들이 먼저 널 발견한 순간, 차라리 날 만나게 해달라고 빌게 될 거야! 그건 장담하지!”



    볼만하셨다면, 예전작인 '악행의 경제학'을 추천해 드립니다.

    꼬릿말을 통해 글쓴이의 더 많은 글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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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봉신당 : 인면목의 저주 1/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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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봉신당 : 인면목의 저주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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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봉신당 : 인면목의 저주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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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봉신당 : 인면목의 저주 4/4(완)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85731&s_no=11595992&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61638

    [단편] 봉신당 : 德은 德으로 業은 業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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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봉신당 : 귀향(歸嚮)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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