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진짜 먹을 거<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냐?"</span></div> <div><br></div> <div><br></div> <div>보신탕집까지 쫄래쫄래 따라와 놓고,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주문할 때도 멀뚱멀뚱 쳐다만 보다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보신탕이 앞에 나오니까 그제야 내가 뭘 시켰는지 눈치채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딴 소리를 하는 친구에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처구니 빠진 맷돌을 바라보는 표정을 지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div> <div><br></div> <div>"너 같은 놈의 친구로 있어 주는 영광을 베풀고 있지. </div> <div>보아하니 조만간 그 영광을 거둘 것 같다만."</div> <div><br></div> <div><br></div> <div>가시 돋친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놈이 좀 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span></div> <div><br></div> <div><br></div>"너도 나 알잖아. 내가 비논리적인 말은 안 한다는 거. <div>내가 '과거엔 이랬으니 이제 와서도 그러면 안 된다.' 같은 논리를 편 적이 있어,</div> <div>아니면 있지도 않은 통계자료를 들고 와서 뭐라고 한 적이 있어?"</div> <div><br></div> <div><br></div> <div>평소에는 얘가 뭔 소리를 하든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들었지만, </div> <div>일부러 보양식을 찾아 먹을 정도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오늘만큼은 버틸 수가 없었다.</div> <div>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보신탕을 앞에 두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심호흡을 하고</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말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럼 하나하나 반박해줄 테니까 왜 먹으면 안 되는지 읊어봐."</div> <div><br></div> <div>"일단 도축과정부터가……."</div> <div><br></div> <div>"개고기 연하게 한답시고 산채로 팬 다음에 잡거나 하는 건 옛말이라는 거 알지?</div> <div>시골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여기처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도축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제대로 체계화하는 장소에서는</span></div> <div>다른 고기 잡는 거랑 똑같은 도축과정이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소, 돼지 잡는 거랑 똑같다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도축과정이 문제라면 도축 관련 법률을 제정하라고 해야지 먹지 말라고 주장해선 안 되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이가 학대를 받는 걸 막을 법이 없으면 아이를 낳아선 안 된다는 거랑 같잖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반대로 단순히 죽이는 모습이 끔찍하다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논리대로라면, 양계장 한정이라고는 해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병아리가 수컷이라는 이유만으로 분쇄기에 던져 죽이는 것부터 막아야 하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놈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이런 걸 다 아는 게 의외라는 눈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 나도 이럴 날에 대비해서 공부 좀 했다, 이 자식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도축되기 전에도 받는 취급을 보면</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죽느냐 안 죽느냐가 아니라 죽기 전까지 어떤 취급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네가 그리 좋아해 마지않는 치킨이 만들어지기 전까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닭이 어떤 학대를 받으면서 사육되어가는지도 한번 검색해보고 말해.</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놈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게 보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야, 그래도 소, 돼지, 닭보다는 개 머리가 얼마나 좋은데</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br></div> <div>"그건 뭐냐? 인종차별, 직업차별, 성차별을 넘어선 동물차별이냐?"</div> <div><br></div> <div>"아니, 동물도 동물 나름이지. 개처럼 지능이 높은 경우는…<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br></div> <div>"그게 동물에 따라 차별하는 거지.</div> <div> <div>애초에 지능이 높고 낮다는 이유로 먹고 안 먹고를 따지자는 건 </div> <div>어느 정도 이하를 '먹어도 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는 이상 무의미하거든.</div> <div>그런데 그러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할 건데? </div> <div>그 기준을 세울 때 개는 먹으면 안 되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소, 돼지는 먹어도 된다는 선을 세울 근거가 뭐가 있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 건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야.</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br></div> <div>"그래도 단순히 IQ 같은 지능뿐만이 아니라, </div> <div>개 길러보면 알겠지만, 공감능력도 높고…<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br></div> <div>"그런 소리를 하려면 소랑 돼지도 길러본 다음에 논하는 편이 좋겠다.</div> <div>그 정도 공감 능력은 걔들도 있어. 적어도 우리가 아는 바로는."</div> <div><br></div> <div><br></div> <div>놈이 입술을 깨물었다.</div> <div>나는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이어 말했다.</div></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여태까지 말한 네 논리대로라면 뭣보다도 </div> <div>다 큰 낙지를 산 채로 먹는 전통이야말로 가장 야만적이고 없어져 마땅하지 않겠냐?</div> <div>죽는 과정은 산채로 씹히거나 위산에 녹여지는 거니까 그 어떤 도축 과정보다도 비인도적이고,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심지어</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지능도 엄청나게 높은 바람에 실험을 이유로 해부하려면 </div> <div>반드시 전신마취를 받은 낙지여야 한다는 법을 세운 곳이 있을 정도인데? </div> <div>근데 정작 산낙지 먹는 거에 딴지 거는 애들은 별로 없더라."</div> <div><br></div> <div><br></div> <div>놈이 가만히 있길래 탕을 한 모금 마셔 보았다.</div> <div>다행히 아직 완전히 식지는 않아서 그나마 먹을만한 상태다. </div> <div>제대로 먹으려고 입을 벌리던 찰나,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놈이 또 입을 열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네 논리는 전부 </div> <div>'개고기 먹는 건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른 곳도 전부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러니 상관없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인 것 같은데.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거 피장파장의 오류 아니냐?"</span></div> <div><br></div> <div><br></div> <div>이쯤 되자 내가 내 돈 내고 먹는 음식인데도 내 마음대로 못 먹고 있다는 사실에 </div> <div>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div> <div>나도 모르게 말투가 격해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 피장파장의 오류 맞지.</div> <div>하지만 그게 오류이기 위해선</div> <div>다른 고기를 먹는 거나 그 고기를 얻기 위한 도축하는 과정이 </div> <div>개고기 먹는 거나 개고기 도축과정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가정을 해야 하거든.</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가 피장파장의 예시로 든 모든 도축보다도</span></div> <div>개고기 도축이 특출나게 나쁘다는 말을 하려면 </div> <div>걔들한테 적용할 수 없는 논리를 가지고 와."</div> <div><br></div> <div><br></div> <div>놈이 고민하는 게 보였다. </div> <div>그냥 이런 무의미한 대화는 빨리 끝내고 밥이나 먹고 싶은 입장인 </div> <div>내게는 그저 이 대화를 마무리할 기회로만 보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너 아마 지금 반려견을 기르는 입장의 심리적 거부감이나 개를 먹는다는 것 자체에서 느껴지는 불쾌감 같은 얘기를 하려다 </div> <div>자기가 논리적이라는 이미지가 부서질 것 같아서 안 하는 모양인데,</div> <div>사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걸 탓하거나 하진 않아.</div> <div>개를 먹는다는 게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더 꺼려지는 쪽도 있겠지.</div> <div>반려로 삼을 정도로 애착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거부감이 드는 것도 이해해.</div>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아무리 강한 감정이 실려있더라도 그건 결국 자기 취향일 뿐이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기한테 꺼려진다 싶으면 자기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안 먹으면 되는 것뿐이야.</span></div></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예 같은 논리에 환경 차원 같은 이유까지 붙여서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채식주의를 하는 편이 좋다고 주장한다면 머리로라도 이해하겠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딱 개고기만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결국에는 그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남에게</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기 취향을 강요하는 꼴이라고."</span></div> <div><br></div> <div><br></div> <div>다행히 놈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뒤로</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span></div> <div>평화와 고요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자 </div> <div>배가 차면서 마음도 풍족해져서 그런지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div> <div>그래서 가볍게 놈의 머리털을 핥아주며 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랑 닮은 동물을 먹는다는 게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거 나도 이해해.</div> <div>네가 개고기 싫어한다는 거 까먹고 보신탕집 온 나도 잘못했어. 미안.</div> <div>저녁에 인간 사줄 테니까 화 풀어. 응?" </div> <div><br></div> <div><br></div> <div>놈이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솔직히 인간도 먹기 좀 꺼려지는 게, </div> <div>예전 연구 같은 거 보면 걔들도 좋은 환경에서 오랫동안 제대로 교육받으면 머리 꽤 좋다고 하던데……."</div> <div><br></div> <div>"에이, 어차피 식용으로 쓰이는 애들은 </div> <div>평생 우리 속에서만 살다가 생후 1년 이내로 도살되는데 걱정도 팔자네. </div> <div>소, 돼지나, 하다못해 낙지도 도살당할 당시의 지능으로만 따지면 1년 산 인간보다는 머리 좋아.</div> <div>게다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자라도 </div> <div>우리랑 비교하면 결국 전부 무뇌아 수준이잖아.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소나 닭이나 인간이나 도토리 키재기지 뭐."</span></div> <div><br></div> <div><br></div> <div>놈 꼬리가 축 쳐져 있는 걸 보아하니 여전히 꺼림직한 모양이다.</div> <div>개그나 쳐서 기분 풀어줘야겠다.</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가 채식주의를 하는 편이 논리적이라고 괜히 빼</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지 말고, 그냥 먹자. 응?</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인간이 몸에도 얼마나 좋은데.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인생지사 GHI라고들 하잖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고져스(Gorgeous)한 나(I) 자신이 되기 위해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사이에 인간(Human)이 있어야 한대. </span></div> <div>……게다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뭣보다도 존맛 아님?"</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br></div> <div>여러모로 정곡이었는지 </div> <div>놈이 멋쩍은 듯 씩 웃으며 뒷발로 귀밑을 긁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인간이 좀 맛있긴 하지ㅎㅎ"</div> <div><br></div> <div>"ㅋㅋㅋ그래. 그러니까 정 켕기면</div> <div>'인간아 미안해ㅜㅜ 맛있는 네 탓이야ㅠㅠ' </div> <div>한마디 한 다음 먹어ㅋ"</div> <div><br></div> <div>"ㅎㅎ 그럼 이왕 먹는 거 세 명 먹어야지."</div> <div><br></div> <div>"너 이 새끼 봐주는 틈 타서 개기지 마랔ㅋㅋ"</div> <div><br></div> <div><br><div>※주: 원본 언어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인간 여러분께서 상황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알맞은 예시 및 현지화를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제공하기</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위해 상당한 의역을 가했습니다.</span></div></div> <div>혹시 번역에 문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div> <div><br></div> <div> <hr><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극 중 인물들의 논리 및 주장은 제 신념과 다릅니다.</div> <div>※이 글의 취지는 두 논리 중 어느 하나가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div> <div>단, 이와는 별개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의 필력 부족으로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바라지 않았던 논란이 일어나거나 </span></div> <div>제가 의도하지 않은 불쾌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실 경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글 삭제하겠습니다.</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