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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8588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17/6
    조회수 : 6072
    IP : 119.71.***.237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5/03/24 23:18:35
    http://todayhumor.com/?panic_78588 모바일
    [단편] 타임스코프(명량의 비극)
    humoruniv_com_20150324_231726.jpg


    **************************************************************************************************



    나 박병춘(45세), 비록 이룬 것은 없지만, 발명이란 역사적 사명에 나의 인생을 걸고 살아 온지 벌써 어언 30년... 오늘도 변함없이 마누라쟁이는 날 향해 밥이나 축내는 식충이, 쓸데없는 짓이나 하는 한량이란 푸념을 늘어놓는다. 우울하다. 어디 누군가 날 인정해주고, 내게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는가?
    아니다 있다. 딱 한 사람! 아내와 결혼을 하던 그 순간부터 늘 든든한 모습으로 내게 힘을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의 처남이다.


    “매형! 누나한테 또 혼나셨어요? 누나는 참... 어지간히 하시지! 누군 뭐 돈 벌기 싫어서 안 버나?”
    “야 이 새끼야! 너도 허튼소리하지 말고, 공무원시험인지 뭔지 언능 때려 치고, 기술이나 배워 이 밥버러지야!”


    처남의 말은 틀린 곳이 한 군데도 없건만, 귀가 밝은 아내는 여지없이 호통을 치고야 만다. 아내와는 제법 나이차가 많이 나는 처남, 그렇다. 처남은 공무원 수험생이다. 벌써 5년째 낙방에 낙방을 거듭하고 있지만, 난 그를 믿는다. 내 발명이 언젠가 빛을 볼 것이 분명한 것처럼 처남도 꼭 시험에 합격해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될 것이다.


    “매형은 발명은 왜 시작하신 거예요?”
    “발명? 하하하 그것은 나의 인생이자, 나의 운명이었지! destiny! 이건 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의 문제가 아니라구! 타고난 재능과 혜안, 그리고 끝없는 탐구정신이 날 거기로 이끈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글세요... 많이 어렵네요”
    “낭중지추알지? 튀어나온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거야! 다 그렇게 되어 있지! 참고로 조선시대에 유명한 발명가인 장영실 선생님 알지? 그 분이 또 우리 외가 쪽의 먼 조상님이야! 외탁을 한 모양이지! 측우기, 물시계 다 우리 조상님이 없었으면 세상에 나오지도 못 했을 물건이라구!”
    “아... 장영실... 그건 알죠! 집안 내력이네요”
    “그럼 처남은? 처남은 왜 공무원이 되려는 거야? 5년씩이나 버려... 아니 투자해가면서!”
    “아... 매형 모르셨구나! 저희 집이 덕수 이가 아니예요! 덕수 이가! 뼈대 있는 집안!”
    “덕수 이가? 유명한 분이 누가 있는데!”
    “아 진짜 매형! 누나랑 살면서 그것도 몰랐어요? 덕수 이가 00대손 충정공파! 직계는 아니지만 방계로 따져가보면 충무공 이순신장군님이 계시다구요! 캬아~ 공무원 그것은 나의 운명 destiny! 저도 매형처럼 태어날 때부터 나라의 녹을 먹을 팔자였던거죠! 그런데 그걸 모르고 엄마랑 누나는 저렇게 핍박을 하고 있으니... 참... 제가 그 뭐냐 백의 종군하는 심정입니다 매형! 그런 의미에서 요즘 영화 ‘명량’이 엄청 인기라던데! 저 공부하느라 복잡해진 머리도 식힐겸 간만에 영화 감상이나 할까 하는데 문화생활비 7,000원만 지원해주실 생각 없으신지요?”


    처남은 마치 사극속의 주인공마냥 비장한 포즈로 내게 고개를 숙인다. 쭉 뻗은 두 손은 아마도 방금 말한 문화생활비 7,000원을 지원해 달라는 이야기 같은데, 아쉽게도 낡은 호주머니를 뒤져봐야 나 역시 그 돈은 없을 듯 했다.


    “에라이 식충아! 공무원 시험 보겠다고 5년이나 허송생활 했으면 이제 정신을 차려야지! 영화? 니가 지금 영화 볼 때야? 매형이랑 노닥거릴 시간 있으면 냉큼 들어가 공부해!”
    “에이 누나도! 국사 시험 볼 때 참고 하려고 그랬지! 공무원시험 과목 중에 국사 있는거 몰라?”
    “그래 여보! 처남 국사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지원 좀 해줘!”
    “뭐? 영화로 국사 공부를 해! 오늘 이 인간들이 쌍으로 미쳤나! 시끄러워! 나 잔업이 있어서 회사에 가봐야 하니까! 당신은 허튼소리 말고 설거지랑 빨래 다 해놓고, 청연이 너는 당장 들어가서 책이라도 한 자 더 보고, 문제라도 하나 더 풀어! 으이구! 내 팔자야!!”


    역시나 아내는 녹록치 않다. 더 이상 군소리가 나오지 못하도록 가슴을 두드리며 ‘내 팔자야! 내 팔자야! 서방 복 없는 년이 동생 복이라고 있겠어!’를 연발한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나와 처남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출근하는 아내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리고 아내가 완전히 멀어진 것이 확인되자 마자, 나보다는 아내의 학대에 덜 노출된 채 살아온 처남이 먼저 때늦은 불만을 터트린다.


    “에이! 내년 초 공무원시험 또 떨어지면 누나 땜에 국사 시험 망쳐서 그런거라고 엄마한테 이를 꺼야!!”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문화 생활비 7,000원의 지원도, 불만의 대상인 아내도 멀리 가고 없다. 처남의 표정엔 청년백수 백만 시대에 돌입한 이 시대 젊은이들의 슬픔이 가득 묻어난다. 그리고 그 모습에 지금의 나를 대입하니 나 역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때 문득 나는 오래전에 내팽개쳐 두다시피 한 나의 초기 발명품 중 하나를 떠올렸다. 수년도 전에 개발했지만, 상품성이 없을 것 같다는 나의 자체 판단에 의거 반 폐기 상태로 창고에 쌓여 있던 물건이다.
    기존에 시판되고 있는 제품군보다 수십배는 더 정밀하게 개량된 울트라 슈퍼 초 광학렌즈에 우주공간에서 떠도는 빛 입자들을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수용할 수 있는 광자 입자 전송기를 장착하고, 시공간 왜곡 장치에 사용하려고 만들어 둔 차원 간 좌표 측정기를 연결해 우주공간으로 유실된 빛 파장의 좌표를 찾을 수 있는 소형 우주 망원경이었다.
    3살짜리 내 딸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이른바 ‘타임 스코프’다.
    우리가 지금 서로를 볼 수 있는 것은 사실 우리 스스로에게서 반사된 빛의 파장을 보는 것이다. 색도, 공간감도 모두 빛의 반사에 의해서 보여 진다.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빛을 포함한 모든 원소와 입자는 그 성질이 변할 순 있지만, 그 존재가 사라지지 않으며, 우리 서로를 비추고 난 뒤의 빛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졌던 최초의 정보(우리의 형체 및 모습을 담은)를 가진 채 반사되어 다시금 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것들의 정보는 빛 입자의 형태로 우주 어딘가를 계속 떠돌고 있는 것이다.
    흔히 많이들 표현하는 100광년 떨어진 별이란 이야기는 빛의 속도로 100년을 이동해야 도달 할 수 있다는 뜻이고, 우리가 천체 망원경을 통해 보고 있는 그 별의 모습은 사실 지금 현재의 모습이 아닌 100년 전의 모습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나는 차원 간 좌표 측정기로 우리가 원하는 시간대에 지구에서 떠난 빛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울트라 슈퍼 초 광각렌즈에 광자 입자 전송기를 장착하여 그 빛을 이 망원경을 통해 재현해낸 것이다.
    이것만 있다면, 수천 수백년 전에 지구에서 떠난 빛의 입자들을 찾아내 과거에 지구에서 일어났던 거의 모든 일들을 다시 되돌려 볼 수 있다.
    다만 오직 빛만을 가져올 뿐이라,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다는 점과, 천체 망원경 형태를 가지다 보니 대형 화면이 아닌 작은 렌즈로만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품성이 없다는 자체 판단에 의거 폐기처분되어 창고에서 먼지만 먹고 있는 물건이다.


    “그래! 지금처럼 대형 LED 패널이 저렴한 가격에 양산될 줄 알았다면, 이렇게 폐기되진 않았을텐데!”
    “매형 뭐 하시는거예요?”
    “처남? 이순신 장군님 보고 싶다고 했지? 내가 보여줄게 잠깐만 기다려! 지금부터 아주 생생한 역사공부를 하게 될테니까 말이야!”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처남을 향해 호언 장담을 한 뒤, 서둘러 집에 있던 40인치 LED TV를 타임스코프에 연결한다. 타임스코프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주는 ADC(Analog-to-Digital Converter)는 기존에 TV에 달려 있던 것을 개량하여 사용했다.
    이 모든 것을 연결하고 재구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1시간 남짓...
    그리고 약 30여분에 걸친 렌즈 재조정 및 차원 간 좌표 측정기의 좌표 확인이 끝나자, 나의 기대대로 대형 화면을 통해 조금 낯선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예요 이게... 최민식이 아니네...? 옷은 갑옷인데... 이 사람은 누구예요 매형? 김명민도 아닌데?”
    “처남! 리얼 이순신 장군님이야 리얼!”
    “예에? 에이 거짓말!”
    “에헤! 속고만 살았나! 나 발명왕 박병춘이야! 이거 왜 이래! 누나한테 구박받지 말고, 시간날 때 마다 한번씩 봐! 역사 공부도 하고 머리도 식히고! 하하하 처남 고맙지? 이런 매형이 세상에 어딨어! 하하하하!”
    “아... 매형... 내가 바란건 이런게 아닌데... 토렌트나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명량 유출본이라도 받아주시나 했더니만... 아... 이게 뭐야... 저 아저씨 아까부터 계속 갑옷 입고 일기만 쓰시네... 뭐야... 아...”


    뭐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처남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뜨미지근한 듯 했고, 나는 나대로 애초에 폐기하기로 했던 제품이 뭐 다 그렇지란 생각으로 일련의 일들을 잊어버려 가고 있었다.
    .
    .
    .



    [처남의 시점]


    나는 매형이 있어서 좋다. 나도 놀고 있지만, 매형도 놀아서 더 좋다. 구박을 받고 혼이 나더라도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좋다. 엄마를 피해 누나 집으로 오면, 구박도 덜 받고 간섭에서도 벗어나리라 생각했거늘... 누나는 엄마보다 한층 더 흉폭한 짐승이다. 나는 매일매일 그런 누나를 보며 매형에 대한 동정심을 키워 간다.
    누나는 오늘도 영화 좀 보게 용돈 좀 달라는 동생의 간곡한 부탁을 일언지하에... 아니 광폭한 폭언으로 갈무리한 뒤 회사 핑계를 대며 사라져 버렸다. 물론 나처럼 백수신세에 지나지 않은 매형 역시 돈이 있을리는 만무하다.
    매형은 누나가 나가버리자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창고에서 먼지 쌓인 잡동사니들을 가져와 거실에 늘어놓고는 이상한 전선들을 엮어서 TV에 연결한다. 아마도 누나가 신세한탄을 늘어 놓을때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그 ‘쓸데없는 짓’을 시작하려나 보다.


    “그래! 지금처럼 대형 LED 패널이 저렴한 가격에 양산될 줄 알았다면, 이렇게 폐기되진 않았을텐데!”


    매형은 늘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그것도 혼잣말...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처남된 도리로서 약간의 호기심을 드러내 보기로 한다.


    “매형 뭐 하시는거예요?”
    “처남? 이순신 장군님 보고 싶다고 했지? 내가 보여줄게 잠깐만 기다려! 지금부터 아주 생생한 역사공부를 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매형은 무얼 하는 걸까? 인터넷에서 영화 명량을 불법 다운로드 할 생각이라면, 컴퓨터 앞에서 해야 할텐데... 매형이 열어젖힌 것은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멀쩡한 TV다. 나는 ‘누나가 알면 매형 또 뒤지게 혼날 텐데요.’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곧 그만뒀다. 누나와 함께 있을때와 달리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때의 매형 얼굴은 무척이나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도 저런 얼굴을 할 수 있을까? 공무원 시험을 때려치고 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면 행복해 질까? 백수라고 다 편한 건 아니다. 마음이 무겁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매형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몇 시간만에 난장판이 됐던 거실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 하다. 하지만 거실 창문을 뚫고 바깥으로 뻗어나가 있는 저 굴뚝인지 망원경인지 모를 물체를 누나가 본다면, 오늘 저녁 매형은... 굶게 될 것이다.
    나에게 바짝 다가온 매형은 몹시 기대에 찬 눈초리를 나를 바라본다. 부담스럽다. 불편하다.
    잘은 모르지만, 잔뜩 칭찬을 바라고 온 표정이다. 그리고는 매형 특유의 미소를 머금은 채 TV를 튼다. 누나가 큰 맘 먹고 6개월 할부로 산 새 TV의 화질이 형편없어졌다. 매형은 도대체 멀쩡한 TV에 무슨 짓을 한 걸까? 매형이 TV 앞쪽에 부착해놓은 이상한 기계를 만지는 사이 리모콘으로 채널을 변경해 보았지만, 아무 채널도 잡히지 않는다.
    갑자기 슬퍼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매형은 오늘 저녁도...
    내일 아침도...
    또 다음날 아침도...
    굶는다.
    이 집에서 누나의 존재는 가히 태양신 라에 필적한다. 누나는 자신의 분노를 산 매형에게 길고긴 가뭄, 그리고 기아와 굶주림이란 형벌을 줄 것이다. 나는 또 누나 몰래 찬밥을 퍼다 매형에게 공수해줘야 하는 것일까?
    매형은 내가 이렇게 자신의 벗겨진 뒤통수를 서글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여전히 TV 앞에 앉아 그것을 고치려 안간 힘을 쓴다.
    그렇지... 애써야겠지,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안간힘을 써야 하겠지... 6개월 할부도 안 끝난 새 TV를 고장 냈다는 사실을 누나가 알게 된다면 매형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밥을 굶게 될 테니... 이마에 흐르는 개기름을 유지하려면 고쳐야 하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미 모든 것이 덧없다.


    “오케이 연결은 완료!”


    매형이 그렇게 소리치며, TV앞쪽에 설치된 셋톱박스처럼 생긴 기계의 레버를 끝까지 돌려버리자, 그나마 빛이라도 새어나오던 화면이 고장난 것처럼 온통 까맣다. 매형은 ‘너무 앞으로 돌렸나? 이게 빅뱅 이전이구만’같은 알 수 없는 소리들을 늘어놓는다. 이후 화면은 미친 듯이 밝아졌다가. 매형이 레버를 돌려대자, 무슨 우주공간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내 착각일 뿐... 그냥 고장 난 TV가 내뿜는 단순한 노이즈 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매형이 계속 기계를 만지작거리자,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주라기 공원 같은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공룡들이 화면에 나타난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매형은 ‘이쯤이면 백악기인가?’라고 또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여전히 내 손에 들린 이 리모컨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화면이 잘 나오긴 하는 걸로 봐서 매형의 라마단 기간(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로, 라마단 기간에는 음식, 음료의 섭취 및 흡연, 성행위 등이 모두 금지된다.)은 조금 짧아질지도 모르겠다.
    공룡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사냥을 하는 지루한 영상이 한참동안 계속되다, 매형이 레버를 다시 만지자 거대한 운석 같은 것이 날아오는 영상이 보인다. 아마게돈이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는 봤지만, 딥 임팩트라는 영화는 기회가 안되서 못 봤는데, 아마도 그 영화의 한 장면인 듯 싶다. 화면이 깨지는 듯 하더니 피어오르는 구름, 먼지들과 함께 다시금 화면이 어두워진다.
    아니다. 내가 보기엔, 매형이 또 TV를 고장 낸 것일지도 모른다.
    매형도 ‘차원 간 좌표 측정기랑 ADC랑 동기화가 잘 안되네...’라고 중얼거리는데, 잘은 모르지만, 뭔가 매형 뜻대로 잘 안 된다는 얘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후 매형은 ‘됐어, 이제 좀 맞아가네... 하지만 역시 사운드가 나와 줘야겠지?’라며 또 창고에 가 이상한 기계를 가져온다. 그 기계는 유일하게 전에 본적이 있다. 매형의 말에 의하면, CIA의 의뢰에 의해 만든 입모양을 통해 무슨 말을 하는지 분석하여 재현해내는 기계라고 했는데, 실제로도 내가 입만 뻥긋뻥긋하고 소리를 내지 않았는데, 그 기계에서 내 입모양만을 보고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을 음성으로 재현해내 놀랬던... 아니 무척 난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도 있었고, 누나도 있었는데, 왜 난 그 하고 많은 말 중에서, ‘옆집 여고생 영숙이 따먹고 싶다.’라는 말을 했을까? 나의 극구 부인과 엄마, 누나의 폭언으로 삐진 매형이 내다 버린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녀석이 TV 앞에 붙었다.
    난 생각했다.
    ‘아무래도 할부도 안 끝난 저 TV! 매형이 고장 내서 소리도 안 나는 모양이구나!’ 라고 말이다. 매형의 라마단 기간이 다시 늘어나겠다 싶은 생각에 안타까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매형은 다시금 들 뜬 표정으로 ‘됐어! 됐어! 이제 다 됐어!’라고 소리치며 현실을 부정하고, 정신승리를 주창한다. 리모컨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고, 화질은 70년대 흑백영화를 보듯 형편없어졌으며, 보이스 피싱에서나 들릴 법한 기계 목소리 밖에 나오지 않는 TV를 나에게 보여주면서 말이다.
    심지어 이 채널은 정규방송도 아닌 난생 처음 보는 늙은 아저씨가 갑옷을 입고 종이에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영상만이 연신 흘러나온다.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한자를 좀 공부해서인지, 맨 앞 글자는 읽을 수 없지만 뒤에 세 글자는 알 수 있다. 亂中日記(ㅇ중일기) 아무래도 저 양반은 일기를 쓰시나보다.
    이순신장군님을 보여준다고 하더니... 도대체 이게 왠 일이란 말인가?
    나는 확신했다.
    매형은 굶는다.
    그것도 오지게...


    “뭐예요 이게... 최민식이 아니네...? 옷은 갑옷인데... 이 사람은 누구예요 매형? 김명민도 아닌데?”
    “처남! 리얼 이순신 장군님이야 리얼!”
    “예에? 에이 거짓말!”
    “에헤! 속고만 살았나! 나 발명왕 박병춘이야! 이거 왜 이래! 누나한테 구박받지 말고, 시간날 때 마다 한번씩 봐! 역사 공부도 하고 머리도 식히고! 하하하 처남 고맙지? 이런 매형이 세상에 어딨어! 하하하하!”
    “아... 매형... 내가 바란건 이런게 아닌데... 토렌트나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명량 유출본이라도 받아주시나 했더니만... 아... 이게 뭐야... 저 아저씨 아까부터 계속 갑옷 입고 일기만 쓰시네... 뭐야... 아...”


    나의 푸념에도 불구하고, 매형은 워낙에 누나의 강력한 넋두리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마실을 나간다.
    하지만 난 느꼈다. 매형 지금 TV고장 내놓고 도망치는구나...
    누나는 아마도 매형을 굶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때리기까지 하는 모양이다. 그냥 굶기기만 한다면 저렇게 도망칠 리가 없지 않은가! 내 누나지만, 시방 그녀는 위험한 짐승이다.


    “이런 미친인간! 또 어디갔어! 아오 내가 복장이 터져서!!”
    “누나 미리 말하지만, 난 말렸는데, 매형이 TV를... 어휴... 나도 지금 EBS 공무원 시험 강좌를 못 봐서 피해가 막심하다고! 어떡하지 누나? A/S센터 부를까?”
    “야! 이건 단순 고장이 아니라. 수리비 물어야 돼! 어휴! 됐어 TV야 뭐 며칠 안 봐도 그만이지! 니 매형 들어오면, 무조건 원복 해놓으라고 해!”
    “근데 누나! 매형 어디간거야?”
    “몰라! 갑자기 문자로 예전에 CIA 의뢰로 만들었던 기계 완료 대금을 못 받았던 게 생각났다고, 서울에 있는 CIA 한국 지부에 그 돈 받으러 간다나? 그때는 기계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 고장난 줄 알고 잔금을 안 받았는데, 지금 보니 멀쩡하다며 잔금을 받아야 겠데! 어휴!”


    나는 안다. 다 핑계다. 매형은 도망친 것이다. 그는 라마단 기간이 끝나고, 누나의 화가 풀리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지긋지긋한 평일 오전...
    누나는 회사에 출근했고, 조카 예승이는 어린이집에 갔다. 서울에 있다는 CIA 한국 지부를 찾아간 매형은 ‘버스를 잘 못 탔는데, 용산에서 잘못 내림, 전자상가에서 부품을 구해 시공간 워프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음, 완성하면 바로 복귀하겠음’이란 아리송한 문자를 남기곤 다시 잠적해 버렸다.
    나는 홀로 거실에 누워있다. 공부는 되지 않고 무료하다. 손은 습관처럼 TV 리모컨을 향했고, 뻔히 고장난 것을 알면서도 화면을 켠다. 그러자 화면에는 작은 자막과 함께 기계음이 들려온다.

    [1592년 8월 14일]

    “학익진을 펼쳐라! 이 곳 한산도 앞바다가 왜군의 무덤이 될 것이다!”


    화면속의 무명배우분은 무척 열연을 하고 계시고, 생각보다 영상도 스펙타클한데, 입모양을 읽어 말소리로 바꿔준다는 기계가 문제다. 마치 보이스 피싱하는 놈들이 틀어놓은 어색한 컴퓨터 목소리 때문에 도통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상이 보여주는 영상미는 꽤 뛰어나서 실제로 포탄이 날아오고, 총알이 쏘아지고, 창칼이 부딪히는 것처럼 리얼했다.


    “요즘 CG 기술이 많이 발달했다니까! 야... 저 조선 수군양반 진짜로 총 맞고 죽은 거 같네! 저 왜놈 목 짤린 것도 진짜 같네... 분장기술 좋다!”


    뭘까? 어색한 사운드에 그 흔한 배경음악도 없는 영상이 자꾸만 나를 끌어당기는 이유가! 피가 튀고, 커다란 배가 바다에 침몰하는 특수효과 하나하나가 마치 실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영상에 몰입해가기 시작했다.
    .
    .
    .



    [박병춘씨 시점]
    나 박병춘이... 완벽한 외모에 스마트한 두뇌, 그리고 무한한 창작열등 신에게서 부여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부여 받았으나, 나의 재능을 시기한 누군가에 의해 몇 가지 누락된 것들이 있었으니, 그것들이 바로 40대 이후 앞쪽부터 뭉텅뭉텅 빠지기 시작한 모발과, 168cm의 키... 그리고 방향감각이다.
    처남이 그렇게 바라던 이순신장군님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다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창고에서 가져온 입모양 인식 센서가 화근이었다.
    그것은 과거 나의 발명능력을 높이 산 미국 CIA의 의뢰로 개발에 착수했던 제품으로, 입모양을 통해 아무리 먼 곳에 있는 사람의 말이라도 그것을 분석하여 들려주는 기계로, 최초 개발 당시 처남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였을 때는 오작동을 하여, 그 즈음 겨우 16살 중학생에 불과했던 처남이 ‘옆집 여고생 영숙이 따먹고 싶다.’라고 말했다는 둥 형편없는 인식률로 인해 폐기 처분을 했던 것인데, 십 수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다시 확인을 해보니 큰 이상이 없어 보여 당시 약속했던 잔금을 받기 위해 그들을 찾은 것이다.
    나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핫라인을 통해 그들 고위층과 연락이 닿았고, 당시 돈으로 300만원에 달하는 잔금을 지금이라도 찾아오면 정산해 주겠다는 그들의 말에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안내대로 CIA의 한국 비밀지부를 찾아가다 길을 잃었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다행히 내가 가진 차비가 모두 소진된 장소는 용산, 전자상가 뒤편에 버려진 기계들을 모아 보니 얼추 내가 구상한 공간 워프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어렵게 길을 헤메는 것보다는 새 발명품으로 돈도 받고 멋지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내에겐 이미 문자도 보내놨고, 한번 무언가에 몰입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못 말리는 성격 탓에 전화기가 계속 울리는 것 같긴 한데 확인해보진 않았다.
    우라늄 1g만 구하면, 워프장치도 곧 완성된다.
    역시 나는 천재다.
    천재 발명왕 박병춘!!!
    .
    .
    .




    [처남의 시점]

    매형이 없는 동안 나는 매형이 고장 내어 놓은 아니 발명한 새 TV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저 실 없는 농담이나 하고 쓸데 없는 짓이나 한다고 여겼던 매형이 진짜 천재였다니! 매형의 말대로 TV에서 흘러나오는 영상들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었다. 실제 과거의 조선에서 벌어졌던 일들이었다. 이는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한 모든 국사 지식들을 총동원하여 판단한 것이므로 100% 진실이다.
    나의 조상이신 이순신 장군님이 눈부신 무훈을 세운 한산도 대첩, 부산 대첩, 웅포 해전 등의 가감 없는 실제 모습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최고, 최상! 아니 극상! 그 어떤 표현으로도 당신의 놀라운 전략을 평가할 단어가 없다.
    최초로 학익진을 펼친 한산도 대첩(1592.8.14.)도 훌륭했지만, 조선시대 최대의 곡창지대였던 전라도 지역을 지켜낸 부산해전(1592.8월말)이나, 왜군을 유린한 웅포해전(1593.2.10.)도 충무공의 혜안이 드러난 훌륭한 전투였다.
    나는 그 모습에 어찌나 몰입했던지, 원균과의 불화로 인해 생긴 두 번째 백의종군(1597.4.11) 장면에선 아예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가 나의 먼 조상이라는 사실은 점점 더 날 미치게 만들었고, 조정레바의 작동법까지 터득한 나는 충무공의 전 생애를 돌려보며, 당신의 인간됨과 인생역정을 마치 내 일처럼 느끼게 만들고 감동케 했다.
    그리고 드디어 조선해군이 칠천량 해전에서 패배하고, 왕과 조정대신들은 남은 병력으로 왠군에 대항키 어렵다고 말하며, 수군을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할 때, 나의 먼 조상 충무공께서는 당당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씀하셨다.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으며, 내가 죽지 않는 한 적이 감히 우리 수군을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1597.8.28.)”


    비장한 말에 담겨 있는 숭고한 애국심과 충정...
    나는 겨우 9급 공무원시험을 핑계로 나태하게 살았던 나의 인생을 깊이 반성했다.
    그리고 충무공은 단순한 나의 먼 조상이 아닌 나의 숭배 대상이며,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당당하셨던 충무공이 조금씩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수군을 훈련시키다가도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연거푸 뒤를 돌아보신다.
    왤까? 이상했다. 그건 그동안 내가 보아온 충무공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그래! 그 많던 배가 원균이 이끈 칠천량 해전에서 모두 파괴되고, 겨우 12척 남았어... 불안해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게 당연해!”


    나는 스스로 그런 결론을 내렸다. 생각해보라, 조선의 모든 백성과 국운이 당신의 어깨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면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보겠지만, 당시로서는 그 막대한 부담감을 홀로 짊어지셔야 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충무공이라 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천천히 레버를 돌렸다. 이제 내 기억이 맞다면, 겨우 12척의 전선으로 울돌목이라 불리는 명량해협에서(실제로는 1대 더 추가하여 13척) 333척이나 되는 일본의 대 함대 중 무려 131척을 혁파하는 찬란한 무공을 세울 때다.
    공무원 수험서에는 분명히 이 해전의 승리로 전세를 역전시켰고, 그 여파로 이듬해 1598년 음력 8월 18일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면서 일본군이 철수하게 된다고 적혀 있었다.


    “남들은... 영화관에 가서 거짓 감동이나 자아내는 가짜영상을 영화라는 이름으로 보고, 감동하겠지만... 난 달라! 난 충무공의 후예잖아! 난 진짜를 보고 있다고! 이건 리얼 명량이야! 겨우 13척으로 무려 10배도 넘는 왜군을 박살낸 명량대첩!!”


    리모컨을 든 손에 땀이 베어났다. 충무공의 전투였고, 난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영상에 몰입해버린 나는 마치 내가 충무공이라도 된 것처럼 흥분해 있었고, 역사적인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나의 온몸엔 소름까지 돋았다.


    “울돌목은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르며, 밀물과 썰물때에는 물살이 급하게 변하니... 흡... 벼... 변하니... 이를 이용해 왜군의 대장선을 유인... 유... 유인... 겨... 격파하겠다...”
    “장군님 괜찮으십니까? 어디 불편하신 건 아니신지요? 식은 땀까지 흘리시고!”


    충무공이 수군을 향해 소리치다 말고, 또 다시 뒤를 돌아본다. 당신의 시선 역시 불안하기 짝이 없어, 주변을 훑어보느라 부하 장수중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못할 지경이었다.


    “과연... 대 전투의 압박감은 그러하구나! 아 눈물겹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당신은 이기실 겁니다. 충무공 할아버지!!!”


    나는 극도의 불안장애까지 보이기 시작한 충무공을 향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응원의 목소리를 더했다. 하지만 이 전투의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는 다른 부하장수들은 여전히 충무공의 곁에 서서 당신의 건강과 안위를 살핀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 약간의 걱정이 머릿속을 스친다. 허나 괜찮다. 당신의 순국은 1398년의 11월 노량해전이다.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명언을 남기고 적의 초탄에 맞아 돌아가신 일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명량은... 명량은 안전하다. 단지 당신께서는 부담감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늘 그러했든 모두 이겨내실꺼다.’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곧 북소리가 울리며 새로 추가한 1척의 배를 포함한 13척의 배가 울돌목을 향해 출항을 개시한다.
    거친 물살이 배를 흔들지만, 충무공의 몸은 굳건하게 대장선의 맨 위에 서 있다.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지만, 나는 믿는다. 그는 나의 조상이고, 그가 이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걸!
    그가 이긴다면, 나도 이겨낼 것이다. 그 옛날 나의 조상이신 당신이 겨우 13척의 배로 수백배에 달하는 왜군을 무찔렀던 것처럼, 나 역시 열심히 공부해,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 할 것이다! 할 수 있다!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나 자신에게 암시를 걸었다.
    충무공 역시 함께 출항한 배들을 향해 비장한 목소리로 외친다.


    “병법에 이르기를 피... 필사즉생 필생즉사라 하였다. 바...반드시 주...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하면 주...죽을 것이다!”


    불안한 기색은 여전했지만, 당신의 말은 역사에 기록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당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위대한 충무공이 명량 해전 직전에 두려워하며 심각한 불안증세를 보였다는 내용을 구태여 역사에 기록할 필요는 없었겠지?
    내가 이런 저런 생각에 젖어 있는 사이 화면은 바뀌어 333척에 달하는 막대한 숫자의 왜군 함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이 그동안 내가 공무원 시험장에서 숱하게 보아온 수없이 많은 다른 수험생들처럼 보였다.
    왜군의 조총은 다른 수험생들의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으로...
    왜군의 배에 달린 돛대는 하이얀 9급 공무원 시험지로...


    “이겨주세요! 당신이 해낸다면 나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이겨주세요 충무공 할아버지!”


    나는 두 눈을 감고, 간절히... 간절히... 기도했다.
    이것은 당신을 향한 나의 숭배와 존경의 단어이자, 나 자신을 위한 간절한 바람!
    이윽고 왜군이 울돌목 앞에 자리를 잡자, 휘하 장수중 하나인 충청수사 권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충무공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땀을 비오듯 흘리며 불안해하는 충무공의 모습이 걱정된 모양이었다.


    “괜찮아! 어차피 이기실 꺼라구! 전투나 잘해!”


    나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내 말을 들을 리 없는, 충청수사 권준은 충무공의 곁에 서서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한다.


    “장군님! 진정 괜찮으신 겁니까? 제가 알던 장군님과는 너무도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장군! 몸에 변고가 있으신거라면 지금이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이것은 장군 당신 혼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조선 수군과 조선의 국운에도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젠장! 자리로 가라고! 충청수사 권준! 니 까짓게 내 조상이신 충무공이 짊어진 부담을 알 리가 있겠냐! 꺼져 임마! 그럴 시간 있으면 노량에서 우리 할아버지 대신 총 맞을 생각이나 하라고!!!”


    어느새 상황에 몰입해버린 나는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하지만...
    조심스럽게 흘러나온 충무공의 말에 나는 차가운 얼음처럼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왜... 왠지... 언젠가부터... 누... 누군가 자꾸 나를 훔쳐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 자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등 뒤로 느껴지는 그런 시선을 자넨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귀신같은 것을 말씀하시나이까?”
    “아니야... 아주 오래전부터 집요하게... 나를 훑어 내리는 시선이 있어, 무시하려해도 나를 주시하며, 끊임없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는 무언가! 참아보려 하지만 나는 지금 너무도 불안하네, 지금 이순간도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망상이 나를 무너뜨리려 하네!”
    “장군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헉!!”


    나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들은 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매형이 만든 이 기계는 단순히 시공간을 초월하여 충무공의 영상을 나에게 보내주는 것 뿐만 아니라, 나의 시선을 충무공에게도 보낸단 말인가?
    나는 그제서야 극도의 불안한 심리를 내비치며 변해가던 충무공의 모습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당신의 숭배자가 아닌 단순한 열성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두가 끔찍이 싫어하는 극단적인 사생팬...
    마치 유명 아이돌 가수의 격렬한 팬처럼 나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지켜봤다. 아니 심지어 그의 어린시절부터 유년기까지 생의 모든 것을 훔쳐보며 대리 만족을 느꼈다.
    아마 충무공이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과 괴리감은 여타의 아이돌 가수들이 느끼는 것에 수십 아니 수백배는 더 했을 것이다.


    내가 그를 망쳤다.
    내가 그를 망쳤다.
    내가 그를 망쳤다.
    내가 그를 망쳤다.
    내가 그를 망쳤다.
    내가 그를 망쳤다.


    울돌목의 파도가 거세게 몰아닥친다. 왜군 역시 숫적 우위를 믿고 기세등등하게 충무공의 대장선을 향해 달려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 내가 알던... 바로 그 충무공은 없었다.
    연약하고, 섬세한... 그리고 자신조차 가누지 못할 만큼 극도의 심리적 불안감을 떠안은 한 명의 작은 인간 이순신만이 있을 뿐이었다.


    “대장선을 지켜라! 왜군을 물리쳐라”


    충청수사 권준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하지만 어디에도 충무공의 우렁찬 함성소리는 없다.
    삽시간에 갈고리와 나무 판자가 연결되더니, 수십 수백명의 왜군이 충무공이 타고 있던 대장선 위로 기어 올라왔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당신의 말 대로였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고, 나로 인해 생겨난 불안감과 싸우던 충무공의 머리가 날아간다.
    갑작스레... 나의 정신도 혼미해진다.
    왜지?

    “그래... 충무공 당신께서 나의 먼 조상이시니... 당신이 없다면, 나 역시 존재할 수 없는 거구나... 그래서... 이렇게... 사라지는구나”


    희뿌연 안개가 내 몸을 감싼다.
    나는 그렇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나의 우상 충무공의 죽음과 함께...
    명량 해전의 참혹한 패전과 함께...
    안녕 엄마... 누나...
    그리고 이 빌어먹을 매형놈아!!!
    .
    .
    .





    [다카키 하루야 시점]

    시공간 워프 장치를 만들던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내가 이걸 왜 만드는 거지? 어디 갈 데도 없는데 말이야!”


    알 수 없는 무기력증이 몰려온다. 안 그래도 지저분한 다다미방엔 온통 더러운 부속품들 천지다. 나 천재 다카키 하루야님(45세)이 못 만들 것이야 없지만, 은둔형 히키코모리인 내가 구태여 이 방 밖으로 나가는 장치를 만들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루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언제까지 그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그렇게 살래! 그리고 그렇게 살려면 차라리 남들처럼 애니메이션이나 보든가, 발명인지 뭔지 한다고 허구헌날... 어휴... 내가 못살아...”


    어머니의 푸념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의 천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과 구태여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물며 나 같은 천재에게 얕은 속셈이 빤히 보이는 애니메이션이나 보라니... 답답한 소리다. 바보들은 속편하게 애니메이션이나 보고 드라마나 보며 시간을 때우지만, 나는 잘 안다. 그것이 소위 3S정책의 하나라는 걸.
    Sex, Screen, sport...
    서기 1560년 난세의 영웅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열도와 반도를 병합한 이래, 우리 반도인들은 내내 열도인들에게 차별받아왔다. 무수한 반정부 시위가 있었고, 그것은 유구한 역사를 통해 이어져 반도인 차별 반대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처음엔 강경한 진압과 학살, 그리고 말살정책으로 일관하던 수상과 내각은 1919년 3월 1일 미국 대통령 우드로우 윌슨의 민족 자결주의에 감화된 우리 반도인들이 펼친 민족 해방 및 차별 반대 운동을 펼친다. 그리고 그 여파로 새로 선임된 사이토 마코토 총독은 기존의 강압적인 반도인 차별 정책을 버리고 회유정책을 펼치기 시작했으며, 그 방법 중 하나로 도입된 것이 바로 그 3S 정책이다.
    반도인의 올림픽 참여 허가,
    반도인만의 스포츠 리그 창설
    경성 및 기타 대도시 외곽에 집중적으로 건립하기 시작한 유곽(遊廓:매음굴, 속칭 윤락업소)
    그리고 마지막이 무성영화를 시작으로 이어진 현재의 애니메이션 붐이다.
    그들은 아직도 열도인과 반도인을 차별하고 있으며, 우리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노인들에게는 지역감정을, 중장년층에겐 매음굴을, 청년과 유소년 계층엔 스포츠와 애니메이션을 적극 보급하였고, 그 덕에 반도인의 대부분은 나와 같은 오타쿠가 되었다.
    비록 나는 애니 오타쿠는 아니고 발명 오타쿠이긴 하지만, 어느 사회학자의 논문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이 아무리 노력해도 차별에 의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없는 우리 반도인들의 뒤틀린 울분이 자기 안에 쌓인 채 표출되는 현상이라고 했다.
    난 그 논문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하는 바이고, 총리와 열도의 내각이 순수하지 않은 목적으로 제작 보급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느니 차라리 지난 역사를 통해 앞으로 우리 반도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나는 오늘도 습관처럼 TV를 켰다. 이것은 TV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TV가 아니다. 창문을 통해 연결된 타임스코프와 연결하여, 조작되고 미화된 과거가 아닌 진짜 역사를 볼 수 있는 나의 최고 발명품이다.
    참고로 나는 요즘 풍신수길(豊臣秀吉)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본 통일기를 유심히 보고 있다.
    비록 우리를 차별하는 열도인이지만, 그는 꽤나 놀라운 사람이다. 제후중 하나인 오다 노부나가의 수하에 있다가 그가 죽자 대군을 이끌고 교토로 돌아와 역신 아케치 미쓰히데를 격파하고 오다 노부나가를 대신해 그의 사업을 계승했다.
    보잘 것 없던 한 남자의 인생 역전기는 드라마든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보는 이의 눈길을 끌게 마련이고, 나는 어느새 그의 인생역정에 흠뻑 빠져, 레버를 조정 그의 어린시절부터 유년기 그리고 그가 치른 수많은 전투들을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내가 조금 전 본 장면은 열도 통일 전의 가장 큰 전투 중 하나였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와의 하구로 전투 장면이다. 내가 읽은 역사서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3:10(이에야스 3, 히데요시 10)의 막대한 병력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전투로 히데요시와의 전황을 교착상태까지 몰고가는데 성공하였으나, 이에야스의 연합세력이었던 오다 노부카쓰가 갑작스레 히데요시와 강화(평화조약?)를 맺으면서, 결국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굴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헌데... 지금 막 시작한 화면은 내가 알던 역사와는 조금 달랐다.
    히데요시는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극도의 심리적 불안감을 표출했고, 이는 곧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오다 노부카쓰와의 강화를 깨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지금 막...
    일본 열도의 통일은 실패에 그친다.
    뭐지? 의식이 왠지 희미해진다.
    뭘까? 도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납고 흉폭스러운 입담을 가진 한 여자가 떠오른다.
    하필 나를 닮은 귀여운 3세 가량의 여자아이도...
    그나저나... 박병춘? 그게 뭐길래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까? 거 참 발음도 어렵네...
    내 이름은... 다카키 하루야(高木春)인데...
    .
    .
    .


    [시간 여행 사무국 직원 A의 시점]


    “음... 박병춘씨... 아니 다카키 하루야씨라고 해야하나? 어휴... 하도 번갈아가며 바꿔대니 이건 뭐... 여튼 변경 전 성함은 박병춘씨니까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어차피 제가 뭐라 한들 시간을 멈춰놔서 기억은 안나시겠지만...”


    나는 A... 시간여행 사무국의 수석요원이다.
    우리 사무국의 방침상 본명을 밝힐 수 없다는 점 먼저 양해해주기 바란다. 우리 사무국은 타임 패러독스 및 기타 시간흐름의 부자연스러운 장애를 미연에 방지하고, 또 이미 발생된 중첩된 파생물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기 3519년 창설되었으며, 지금의 나는 그러한 막중한 임무를 띄고 이곳에 왔다.
    우리 사무국은 자체 조사를 통해 서기 20XX년의 아시아 자치구(舊한국 : 현재는 세계정부로 통합되어 옛 지명을 쓰지 않는다.)에서 치명적인 시간의 반복적 교착 상태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미래의 역사가 고정되지 않고 가변적으로 변경되고 있음을 밝혀내었다.
    이는 미래에도 혹독한 입시교육에 고달파하고 있는 미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원성(시험 범위 증가)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첫 번째, 또 몇 주 앞으로 다가온 세계 학생 학력 평가 시험의 159-2번 역사 문항의 복수정답 처리(아래 지도에 표기된 지역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이 아닌것은? 1. 임진왜란 2. 후쿠시마 대폭발(ㅋㅋ) 3. 한일합방 4. 관동대지진)로 인한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고자 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가 되겠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불만이 많고, 학부모들의 입김은 거세다.


    “자 박병춘씨... 이제 저희가 박병춘씨와 처남으로 되어 있는 이청연씨의 기억을 일부 조작할 겁니다. 박병춘씨는 용산에서 여의도 6.3빌딩 지하에 있는 CIA의 비밀 한국 지부에 도착하셔서 결국 잔금을 받으신 걸로 합시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시는 겁니다. 마음 같아서는 300만원이고 3,000만원이고 다 드리고 싶지만, 제가 있던 시간대에서는 실물 화폐가 아주 오래전에 폐기되어 급하게 준비한 것이 이것뿐이라 죄송합니다.”


    나는 세계 박물관 근대 화폐 코너에서 급히 복제하여 가져온 구 한국지역의 화폐인 만원짜리 30장을 꺼내 병춘씨의 품에 넣는다.


    “처남 청연씨에겐 따로 가져온 이 푸르딩딩한 천원권 7장을 선물 할 겁니다. 이거면 처남인 청연씨에게도 충분한 보상이 될 꺼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 제가 이 버튼을 누르면, 애매한 기억은 모두 소거되고 방금 제가 말씀드린 내용이 인서트되어 모든 것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쉽네요 박병춘씨 병춘씨가 1,000년 정도만 늦게 태어났어도 이 놀라운 재능을 쓸 수 있는 곳이 많았을 텐데요... 특히 그 광자입자 전송기는 제가 있던 곳에서도 꽤 복잡한 테크놀로지여서 과학자들이 많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하여 이것은 조용히 가져가 연구할 계획이니, 미래 과학에 이바지하셨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자 감사합니다. 이상 시간여행 사무국의 A였습니다.”
    .
    .
    .




    [박병춘 시점]

    “드러운 새끼들... 아무리 오래전에 의뢰받은 일이었다지만, 300주기로 해놓고, 잔금 30이 왠 말이야! 쪼잔한 새끼들...”


    [처남 이청연 시점]

    “어라? TV받침대 밑에 이 푸르딩딩한게 뭐야!! 도... 돈아냐!!! 그것도 무려 7천원이나!!”


    [박병춘 시점]

    “시공간 워프 장치에 들어갈 우라늄 구하기도 힘든데, 그냥 이 돈으로 택시타고 집에 갈까?”


    [처남 이청연 시점]

    “에라 지루하게 저 아저씨 일기 쓰는거나 보고 있을 거 있나? 나도 간만에 영화나 보러가자”


    [박병춘 시점]

    “택시비가 지금 얼마 나온거죠?”
    “30만원입니다.”


    [아내 이춘자 시점]

    “이 화상아 어디 갔다 왔어! 돈 받으러 간다더니 왜 빈손이야! 으이구! 저 TV 고쳐 놓을때까지 밥 먹을 생각 하지마!!”


    [처남 이청연 시점]

    “매형... 제가 누나 몰래 찬밥하고 김치 좀 가져왔어요. 울지 말고 좀 드셔보세요”


    [박병춘 시점]

    “흐엉... 내... 내가.. 도... 돈을 받았는데... 우라늄이... 시공간 워프...장치가...흑흑... 마누라가... 막 밥도 안주고... 흐헝헝헝헝”


    [처남 이청연 시점]

    매형이 안쓰럽다. 하지만 매형이 고장 내 놓은 TV꼴을 보니, 그래도 싸다 싶다. 누나는 매형의 어디가 좋아서 결혼한 걸까? 난 절대 매형처럼은 되지 말아야 겠다. 그나저나 명량 그닥 재미 없드만... 왜들 그렇게 난리들이었던 거야? 난 액션신도 왠지 별로였고, 전투장면도 어쩐지 맥아리가 없어 뵈던데... 뭔가 팡팡 터졌어야 했을꺼 같기도 하고... 뭐랄까? 좀 더 팍팍 튀어오르는 생동감이랄까? 그런게 없드라고 난... 음... 난 그렇더라고...



    [박병춘 시점]

    고장났다는 TV를 보니 왠지 머리가 멍하다. 장치 하나가 빠져 있는 듯 싶다. 뭐랄까? 빛보다 작은 광자 입자를 통해 빛을 집진하여 전송할 수 있는 장치 같은게 있다면 뭔가 될 것 도 같은데... 난 왜 그런 것도 없이 렌즈에다 시공간 좌표 측정기를 연결해 놓은걸까?
    아니다... 이참에 다시 한 번 만들어 볼까?
    광자 입자 전송기! 캬아!! 괜찮은데? 머릿속에서 뭔가 막 떠오른다. 와 좋다! 만들어봐야지! 그리고 다시 연결해야지!!!


    [시간여행 사무국 수석요원 A의 시점]

    “네... 네... 또 장애요? 죄송합니다. 세계 학력평가 시험이 코앞인데... 돌아온지 며칠 안되서 또군요... 어휴... 알죠. 그 인간이예요 그 인간! 박.병.춘!!! 바로 출장 다녀오겠습니다. 참... 그거 좀 더 복제해서 가져가도 될까요?”


    [박병춘 시점]

    머리가 멍하다. 분명 택시비조로 택시기사가 30만원을 받아간 거 같은데, 주머니를 뒤져보니 또 30만원이 들어 있다. 깜빡하고 안준 건가? 하아... 아무렴 어떤가? 이걸 아내에게 주면 왠지 밥을 줄 것 같다.
    밥. 밥. 밥...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산다.
    나는 박병춘이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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