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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카롱사죠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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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7206
    작성자 : 마카롱사죠
    추천 : 32
    조회수 : 8354
    IP : 112.170.***.237
    댓글 : 403개
    등록시간 : 2015/02/06 15: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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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식객(取食客)

    취식객(取食客)

     

    -

    20107월 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번잡한 도쿄의 점심시간.

    오늘 메뉴도 가츠동으로 해결하고 나와 담배하나를 문다. 주위의 흡연 지정구역을 찾아 두리번 거리며 걸었다. 멀리서 마주오던 일본 경찰은 내가 담배물고 흡연구역 찾는걸 피면서 걷는 걸로 알았는지 걸음이 빨라진다. 이내 불붙지 않은 걸 확인하곤 눈인사를 어설프게 하며 지나친다. ‘상놈의 쪽바리 새끼, 니들이 우리나라에 한 짓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알이 뒤집힐거 같다.’ 요즘엔 독도가 지들 것이라고 조잘대는 통에 짜증나는데 회사에서도 쪽바리 애들 상대할 땐 내가 아주 간디가 따로 없다.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내뱉으며 돌아선다. 갑갑해 보이는 썬팅된 유리빌딩을 들여다보면 깊은 바다 한 부분 같지만 이내 목을 죄어오며 내 앞을 덮칠 거 같은 유리 파도가 된다.

    , 들어가자 헬게이트로..’

    나는 일본의 노주라증권의 애널리스트다. 주위 친구들은 잘 나가네, 출세다 뭐다 하지만

    죽을 맛이다. 일본어 전공에 어렸을적 부터 아버지의 일본장기출장으로 1년씩 와서 살아 말은 좀 된다 하지만

    문화 차이라는 게 일에 지친 사람을 완전히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다.

    , 일본은 깔끔한 애들이 종종 있어 우리나라처럼 상관놀이 같은건 없으니 회사생활은 그럭저럭이다. 호흡 크게 들이쉬고 일시작.

    유럽 쪽 시황분석과 리포트를 반쯤 끝내놓으니 퇴근 30분전이다. ‘,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들어갔다가 밥만 먹고 나와야지.’

    매일 일에 찌들어 집에 들어가 밥먹고 티비앞에서 졸다 잠들면 또 다시 아침. 내일 아침도 후회 하기전에 졸려워도 참고 나오기로 작정했다.

    째깍’ 6시 정각. 의자를 책상에 집어넣고 넥타이가 휘날리게 박차고 나왔다.

    퇴근은 한국이나 일본, 전세계 어디나 똑같은 기분일거다. , 노래가 절로 나온다.

    고국이 그립군...

    퇴근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시부야 거리를 지나 내가 사는 원룸빌딩 앞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늘 횡단보도 앞에 서면 층수를 세며 내방 창문을 보는게 습관이다.

    ‘1,2,3,4...,5.....,6.....,7층 오른쪽으로 세칸 내방.’

    ?’

    그 순간 맨 왼쪽 방인 701호 유리에 검은 무언가가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뭔가 반복적인 동작으로 움직이며 좌우로 왔다갔다 분주해 보였다. 701호는 여자가 살고 있지만 가끔 남자친구인지 남동생인지, 남자가 들락거리기도 하고 지나칠 때면 남자목소리가 나곤 했다. “뚜뜨뜨뜨횡단보도의 녹색불이 켜졌다. 701호의 생각은 접어둔 채 횡단보도를 건너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서는데 환기되지 않고 고여 있던 음식냄새가 내 콧속을 자극했다. ‘크흡, 누가 음식을 배달시켰나, 배고파지네.’

    7층에서 문이 열리고 701호를 지나가던 찰나, 남자소리 들렸다.

    남자는 좋아 웃으며 소곤소곤 얘기하고 다소 느끼한 어투가 들렸다.

    아까 그 움직임들은 뭐야? 춤이라도 췄나? 흐흐흐, 사랑을 나누려면 커튼 좀 치고 하던가.

    다 보인다 이 사람들아..’

    엘리베이터 안 냄새 때문인지 배에서 꼬륵소리가 났다. 얼른 내방으로 들어가 집에 사놨던 신라면과 엄니가 보내주신 김치를 같이 끓여 먹곤 티비 앞에 비스듬히 누웠다.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눈을 반쯤 떠 시계를 보니 8시다. 오늘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에 눈이 떠지질 않아 다시 스르륵 잠들어 버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쾅쾅쾅누군가 초인종과 내 방문을 번갈아가며 두들겼다. 그리곤 경찰이라는

    일본말과 함께 더 세게 두들겼다. 밖은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들로 어수선해 보였다. 나는 인기척을 하며 몸과 눈꺼풀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경찰 십여 명이 문 앞을 둥그렇게 에워싸고 앞에 서있는 날카로운 눈매의 남자는 사복형사인지 지갑의 경찰신분증을 들이댔다. 그 뒤의 무리는 언제라도 들어올 기세로 총과 진압봉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 무슨일 입니까?”

    형사가 말했다.

    “701호에서 여자가 살해 되었습니다. 살인사건입니다. 나와서 저희 조사에 협조 해주시기 바랍니다.”

    자다일어나 무슨 말인지 멍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일단 나는 CCTV판독 정황상 범인이 아니라는 결론이 그 자리에서 나왔다. 살인과 연류 되어 집값 떨어지는 게 무서웠던지 건물 주인은 CCTV저장내용을 바로 경찰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형사가 말했다.

    집에 계시면서 어떤 소리나 목격 하신 것이 있다면 모두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말했다.

    그전에 궁금한 게 있는데요 여자 혼자 죽었나요?”

    형사는 미간을 찌뿌리며 말했다.

    . 혼자 죽긴 했습니다만, 보통 사건들과는 다르게 살해되었습니다.”

    ? 어떻게 죽었는데요?”

    일단 저희가 묻는 조사에 응답해주시기 바랍니다.” 형사는 내말을 끊으며 차갑게 말했다.

    , 저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 한국국적이라고 알 권리도 안주시는 겁니까?”

    형사는 또 한번 미간을 찌뿌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변했다.

    머리와 손과 발이 잘린 채 살해 되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선 머릿털이 정수리까지 쭈삣쭈삣 서며 머리속은 새하얘졌다.

    , 사 살인마 인가요? 싸이코패스?”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일본내에선 처음있는 일입니다. 보통 사체를 토막내어 모두 같이 유기시키는게 통상

    적이지만, 이렇게 부분 따로 유기시켜 가져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을 뿐더러 잘린 부분들이 아주 예리한 칼로 깨끗하게 잘려

    나갔습니다. 팔목 부분은 마치 생선목이 잘린 부분처럼 뼈까지 깨끗이 잘렸습니다.

    지금 시체감식반은 조사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써 결과 하나가 나왔습니다.

    자를 때 어떤 두 번의 칼질도 하지 않고 한번에 절단한거죠.

    어떤 칼이라도 이건 쉽지 않습니다.” 형사는 말끝을 흐리며 눈에 흰자를 살짝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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