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발신자를 알 수 없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번호를 착각한 것 아니냐며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특유의 음침함을 간직한 여성이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메시지는 그 후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날아들었다. 불편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점차 호기심이 생겨 나는 그 메시지들을 진지하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소설의 도입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점차 나는 그 소설의 내용에 매료되었고, 다음 메시지는 언제 올까 하는 기대감마저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br /><br /><br /><br />메시지는 그 후 4개월간 이어졌고 결국 결말을 맞이했다. 한없이 긴 마라톤을 끝낸 기분이었다. 나는 그 소설을 출판사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그것을 편집장에게 가져갔고, 이내 곧 소설이 출판되었다. 그리고 무려 한 달만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각종 문학상의 후보에도 올랐으나, 수상자는 없었다.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나와 친구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우리 역시 그것이 궁금했기에. <br /><br />친구와 나는 그 소설을 쓴 작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아는 통신사 직원의 힘을 빌어 신호가 발신된 곳을 찾아보았다. 신호는 충청도 어느 야산 부근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곧장 그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없어 부근을 돌아다니기만 할 뿐 명확한 단서는 잡을 수 없었다. <br /><br /><br /><br />삼일 째 되던 날 큰 비가 내렸다. 우리는 꼼짝 없이 민박집에 갇혀 하루를 허비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날, 서울에 있는 통신사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명확한 신호가 잡혔다는 것이었다. <br /><br /><br /><br />우리는 그 날로 산을 올랐다. 신호가 발신되었던 곳은 이전 휴대전화 기지국이 있던 곳 근처로 지금은 버려진 곳이라 했다. 산사태로 무너진 길에서 몇 번이고 미끄러졌지만 계속 걸었다. 그만큼 우리는 이 미지의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br /><br /><br /><br />비틀어져 그물처럼 얽힌 소나무 숲 틈새로 달빛이 희미하게 비칠 때 쯤에야 우리는 기지국에 다다랐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허탈감에 주변을 빙빙 맴돌았다. 그러다 친구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찢어진 누군가의 옷가지였다. <br /><br /><br /><br />우리는 어느새 야삽을 꺼내 홀린 듯 삽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을 무렵, 구덩이는 어느새 우리의 목 근처까지 파여있었다. 그리곤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꺼졌다. 우리가 떨어진 곳은 커다란 공동이었다. 어느 동굴의 일부분인 듯 한데 산사태 때문인지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br /><br /><br /><br />플래시를 꺼내 비추었다. 친구가 억, 하고 소리를 질렀다. 바닥에 남아 있는, 누군가 기어간 듯한 선명한 자국. 어디서 그런 힘이 났던 것일까. 우리는 다시 자국을 따라 삽으로 굴을 파기 시작했다.<br /><br /><br /><br />이미 파 놓았던 듯 길을 쉽게 뚫렸다. 주변에 흩어진 뼛조각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불안한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싸늘해졌지만 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그리고 통로의 끝에서 우리는 보고 말았다. 상반신만 남은 해골이 송신탑의 뿌리 부근을 감싸쥐고 있는 것을. 삭아서 부서져버린 해골의 손바닥에는 펜촉이 우그러진 볼펜 하나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br /><br /><br /><br />사방이 막힌 굴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착각일까. 해골의 손이 움직인듯 보인 것은. <br /><br /><br /><br />우웅- 하고 휴대폰이 울렸다.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확인했다. 프롤로그 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나는 해골을 바라보았다. 바깥에서, 아득히 먼 지상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바탕 쏟아질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