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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2255
    작성자 : 깜지 (가입일자:2007-05-12 방문횟수:1118)
    추천 : 24
    조회수 : 4188
    IP : 114.201.***.1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3/12/28 17:52:47
    http://todayhumor.com/?panic_62255 모바일
    뼈속까지 내려가 써라
    얼마 전부터 발신자를 알 수 없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번호를 착각한 것 아니냐며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특유의 음침함을 간직한 여성이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메시지는 그 후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날아들었다. 불편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점차 호기심이 생겨 나는 그 메시지들을 진지하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소설의 도입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점차 나는 그 소설의 내용에 매료되었고, 다음 메시지는 언제 올까 하는 기대감마저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메시지는 그 후 4개월간 이어졌고 결국 결말을 맞이했다. 한없이 긴 마라톤을 끝낸 기분이었다. 나는 그 소설을 출판사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그것을 편집장에게 가져갔고, 이내 곧 소설이 출판되었다. 그리고 무려 한 달만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각종 문학상의 후보에도 올랐으나, 수상자는 없었다.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나와 친구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우리 역시 그것이 궁금했기에.

    친구와 나는 그 소설을 쓴 작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아는 통신사 직원의 힘을 빌어 신호가 발신된 곳을 찾아보았다. 신호는 충청도 어느 야산 부근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곧장 그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없어 부근을 돌아다니기만 할 뿐 명확한 단서는 잡을 수 없었다.



    삼일 째 되던 날 큰 비가 내렸다. 우리는 꼼짝 없이 민박집에 갇혀 하루를 허비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날, 서울에 있는 통신사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명확한 신호가 잡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날로 산을 올랐다. 신호가 발신되었던 곳은 이전 휴대전화 기지국이 있던 곳 근처로 지금은 버려진 곳이라 했다. 산사태로 무너진 길에서 몇 번이고 미끄러졌지만 계속 걸었다. 그만큼 우리는 이 미지의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비틀어져 그물처럼 얽힌 소나무 숲 틈새로 달빛이 희미하게 비칠 때 쯤에야 우리는 기지국에 다다랐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허탈감에 주변을 빙빙 맴돌았다. 그러다 친구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찢어진 누군가의 옷가지였다.



    우리는 어느새 야삽을 꺼내 홀린 듯 삽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을 무렵, 구덩이는 어느새 우리의 목 근처까지 파여있었다. 그리곤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꺼졌다. 우리가 떨어진 곳은 커다란 공동이었다. 어느 동굴의 일부분인 듯 한데 산사태 때문인지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플래시를 꺼내 비추었다. 친구가 억, 하고 소리를 질렀다. 바닥에 남아 있는, 누군가 기어간 듯한 선명한 자국. 어디서 그런 힘이 났던 것일까. 우리는 다시 자국을 따라 삽으로 굴을 파기 시작했다.



    이미 파 놓았던 듯 길을 쉽게 뚫렸다. 주변에 흩어진 뼛조각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불안한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싸늘해졌지만 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그리고 통로의 끝에서 우리는 보고 말았다. 상반신만 남은 해골이 송신탑의 뿌리 부근을 감싸쥐고 있는 것을. 삭아서 부서져버린 해골의 손바닥에는 펜촉이 우그러진 볼펜 하나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사방이 막힌 굴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착각일까. 해골의 손이 움직인듯 보인 것은.



    우웅- 하고 휴대폰이 울렸다.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확인했다. 프롤로그 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나는 해골을 바라보았다. 바깥에서, 아득히 먼 지상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바탕 쏟아질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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