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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9154
    작성자 : 건전만화
    추천 : 47
    조회수 : 5437
    IP : 175.212.***.174
    댓글 : 36개
    등록시간 : 2013/10/21 22:53:49
    http://todayhumor.com/?panic_59154 모바일
    (꿈)저승사자의 논리
    <div>안녕하세요. 아직은 인생이 버거운 28살 솔로입니다.</div> <div> </div> <div>요즘 팍팍한 삶을 공포게시판을 통해 위로받고 있습니다. </div> <div> </div> <div>사실 귀신보다 더 무서운게 인생사가 아닐런지... 그래서 현실을 잊기 위해 이곳에 오는걸지도 모르겠네요.</div> <div> </div> <div> </div> <div>각설하고</div> <div> </div> <div>예전에 꿨던 쌈빡한 꿈 몇가지가 기억나서 </div> <div> </div> <div>그 중에서도 좀 신기했던 꿈 이야기를 하나 풀어 보려고 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한창 불타오르던 20대 중반, 그래봐야 3년 전이네요.</div> <div> </div> <div>그 때는 이틀에 한 번꼴로 술을 먹었던것 같습니다. </div> <div> </div> <div>또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새벽 한 두시가 평균 귀가 시간이었죠.</div> <div> </div> <div> </div> <div>그 날도 부어라 마셔라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술자리를 가졌습니다.</div> <div> </div> <div>사실 그 당시 오랜시간 짝사랑하던 그 분과 ㅜㅡ 관계가 발전되던 시기라 마냥 옆에 있고 싶은 마음에 자리를 뜨지 못했던것 같습니다.</div> <div> </div> <div>그래서 술도 좀 과하게 먹었던 것 같고... </div> <div> </div> <div>어느 순간 시게는 새벽 3시.</div> <div> </div> <div>아쉽지만 늦었기 때문에 자리를 파했습니다. </div> <div> </div> <div>암튼 집까지 오는 10분은 필름이 끊긴 상태였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힘겹게 도착한 집.</div> <div> </div> <div>몇 번의 도어락 실패끝에 힘겹게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와 바로 마루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div> <div> </div> <div>집에 들어오니 정말 꼼짝을 못하겠더라구요. </div> <div> </div> <div>그래도 다행히 마루에 이불이 깔려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어느날부터 아버지께서는 마루에서 어머니께서 주무실때까지 기다리다가 새벽쯤에 안방으로 들어가셨거든요. (왜 그러시는 걸까요..ㅎㅎ;;)</div> <div> </div> <div>저는 방에 갈 힘도 없이 애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겨우 마루에 깔려있는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환복도 못한상태로 바로 취침을 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꿀잠에 빠져들 무렵,</div> <div> </div> <div>현관에서 기척이 들렀습니다. </div> <div> </div> <div>순간 머리만 빼꼼히 들고 현관을 처다보니</div> <div> </div> <div>검은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할아버지 한 분이 서 계시더군요.</div> <div> </div> <div>갓을 썼는지 안썻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전형적인 저승사지의 포스였습니다.</div> <div> </div> <div>할아버지는 저를 스윽 처다보시더니 이윽고 제 머리맡으로 오셨습니다.</div> <div> </div> <div>얼굴은 분칠을 해서 하얗고 보라색입술은 볼까지 쭉 찢어져있는게 가까이서 보니 좀 쫄리긴 하더군요.</div> <div> </div> <div>하지만 평소 루시드드림에 심취해있던 저는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문제는 제가 꿈에서도 술에 취해있었는지 몸을 꿈쩍할 수 없었다는거였죠. (정확히 표현하면 그냥 귀찮았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저에게 다가선 할아버지께서는 다짜고자 저에게 가자고 하셨습니다.</div> <div> </div> <div>하지만 정황상 여기서 따라가면 문 밖에 지옥의 스틱스강이 펼쳐있을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div> <div> </div> <div>저는 기지를 발휘해... 지금 술이 너무 취해서 못가니까 담에 오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div> <div> </div> <div>그러니까 좀 화가나셨는지 양반다리로 왼쪽 머리맡에 털썩 앉으시더라구요.  </div> <div> </div> <div>그 때부터 입니다. 저와 할아버지와의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가느냐 마느냐... 지금 생각해보니 목숨을 건 매치였네요.</div> <div> </div> <div>정확한 대화내용은 기억안나지만 꿈 속에서의 대화는 꽤나 길었습니다.</div> <div> </div> <div>그래도 요지만 적어보자면</div> <div> </div> <div>1. 사실 이 곳에 태어날 사람이 아니었다. </div> <div>2. 그래도 불쌍한 마음에 삶을 경험해 볼 기회를 충분히 줬고 이제 누릴만큼 누렸다.</div> <div>3. 요즘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는건 이 곳과의 인연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div> <div>4. 여기서 나를 따라가면 진짜 인연이 닿는 곳으로 갈 수 있다.</div> <div> </div> <div>대충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div> <div> </div> <div>사실 정리한다고 저렇게 적었지만 그냥 너는 여기서 잉여에 노답이다, 걍 다시 태어나라 이런 말투였어요.</div> <div> </div> <div>솔직히 엄청 서운하더라구요. </div> <div> </div> <div>그래서 저도 따박따박 말대꾸를 했습니다.</div> <div> </div> <div>나는 지금 가고 싶은 생각이 없고 아직 시작도 안한 창창한 20대인데 기회가 얼마나 많은데 아직 결혼도 못해봐서 억울해서 못간다.</div> <div> </div> <div>이런 말을 속사포처럼 쏴댔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갑론을박을 하길 한참... 할아버지는 참고있던 화가 폭발했는지 </div> <div> </div> <div>그럼 죽여서라도 데려가주마 고함을 치며 주방으로 뛰어갔습니다.</div> <div> </div> <div>그 때 아뿔사했던게 얼마전에 산 신상 부엌칼 세트가 싱크대 위에 꽂혀있는게 생각난겁니다. </div> <div> </div> <div>아니나 다를까 할아버지는 오른손에 식칼을 들고 두발과 한 손을 이용해서 개처럼 저에게 뛰어왔습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제 목덜미에 칼을 쑤셔넣었는데 그 서늘한 느낌과 통증에 놀라서 잠을 깼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일어나보니 이미 해는 중천</div> <div> </div> <div>머리는 쑤셨지만 꿈은 너무나 생생했습니다.</div> <div> </div> <div>일어나서도 몸이 으스스 할 정도로 소름이 돋는 참 개떡같은 꿈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그렇게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div> <div> </div> <div> </div> <div>제 배게 뒤 탁자위에 아까 그 식칼이 놓여져 있는걸 봤습니다.</div> <div> </div> <div>정말 너무 깜짝 놀라서 때마침 거실로 나오신 어머니께 이런걸 아들 머리맡이 놓으면 어떡하냐고 다짜고짜 따졌죠.</div> <div> </div> <div>근데 알고보니 어제 아버지께서 사과 깎아드실려고 꺼내놨다가 그냥 두신 모양입니다.</div> <div> </div> <div>어머니께서 너무 쿨하게 말하고 방으로 다시 들어가시길래 저도 어쩔수없이 방으로 들어왔지만</div> <div> </div> <div>목덜미의 그 서늘한 기운은 여전히 남아있었죠.</div> <div> </div> <div> </div> <div>누워서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div> <div> </div> <div>제가 잠자기전에 칼을 보고 무의식중에 그런꿈을 꾼 건 아닐까?</div> <div> </div> <div>하지만 만취상태에서 머리맡에 칼을 보고 잘 정신은 없었던거 같습니다.</div> <div> </div> <div>어디서 듣기로는 칼에는 혼이 있어서 칼을 머리맡에 두고 자거나 하면 좋든 나쁘든 영향을 준다던데</div> <div> </div> <div>그래서 제 나름대로 내린 잠정적 결론은... 닭과 생선과 돼지의 혼령이 칼에 깃들어있는게 아닐까라는 겁니다.</div> <div> </div> <div>농담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암튼 그 후로 일이 안 풀릴때 종종 그 꿈이 생각납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그럴때마다 그냥 따라갈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하는 스스로에 섬뜩함을 느끼곤 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사실 그보다 쫌 무서운 게</div> <div> </div> <div>그런 꿈을 만들어낸건 다름아닌 제 무의식이라는 사실입니다.</div> <div> </div> <div>꿈은 무의식의 산물이라는데 저는 스스로를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여기고 있던게 아닐까요. </div> <div> </div> <div>스스로를 필요없다고 여기는 생각들이 꿈에서 할아버지의 형상으로 나타나 저를 설득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div> <div> </div> <div>의식과 무의식의 논쟁. </div> <div> </div> <div>다행히 그 때의 저는 스스로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고 느꼈나봅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다음에 같은 꿈을 꾼다면 저의 무의식을 이길 자신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ㅡㅜ</div> <div> </div> <div>앞으로는 좀더 자신을 사랑해야겠네요. ㅎㅎ</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결론은 스스로를 더 사랑하자! 칼을 머리맡에 두지말자. 고기와 생선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자. </div> <div> </div> <div>별로 재미없을지도 모르니까 이것만 쓸게욤.</div> <div> </div> <div>감사합니다. 피쓰~</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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