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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덩치가 참 컸었지.
고딩때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 중 가장 체격이 좋았잖아.
같이 다니면 무서울 것이 없었기에 우리들은 언제나 함께였는데.
졸업 후, 얼굴 볼 기회는 줄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했었다.
얼굴 한 번 보자는 말에 누구든 어디서든 달려왔으니까.
그럴때마다 술자리는 해가 뜰때까지 이어졌고, 다들 새파랗게 취하고.
말술인 너는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일어날 줄 몰랐어.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널 이겨본 적이 없었기에 언제나 마무리는 너의 몫이었지.
어느날 무리 중 한명에게 연락이 왔어.
너가 병원에 있단다.
장례식장으로 오라는 친구의 목소리가 떨리더라.
상복을 입어야 하냐는 애들한테 쌍욕을 퍼붓고
병원에 가기위해 준비를 하면서도
내내 정신이 없었다.
솔직히 눈으로 보기 전까지 믿을 수 없었으니까.
안내판에 보이는 고인의 이름. 니 이름이 있더라.
눈으로 보고도 이해되지 않던 상황.
사인은 심장마비란다.
원인은 술.
난 그 날 빈소에서 아이처럼 울었다.
한 줌 재가 된 너를 놔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세월이 가면' 이라는 노래가
가슴을 후볐던 25살의 여름 날.
참말로 세월이 가면서 그리운 마음이 잊혀지더라.
그래서 날 자꾸 찾아오는거냐.
꿈에서 본 너는 예전처럼 건강해 보이더라.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안부를 확인하면서도 난 알고 있었어.
너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널 집에 들이려는데 어머니가 화를 내시더라.
죽은 놈을 데려와서 뭘 할 작정이냐고
문 밖에 서 있던 너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
핏기 하나 없는 표정에 나를 노려보던 무서운 눈빛.
너가 나에게 했던 말도 잊을 수 없어.
너의 빈소에서 '나중에 내가 너 만나게 되면 너가 그렇게 좋아했던 술 마음껏 줄꾸마' 했던 약속.
왜 그 약속을 지키지 않냐며 소리치는 너를 난 일부러 외면했어.
너가 여전히 꿈에 나올때마다 술 한 잔하러 같이 가자는 그 곳.
아직 나는 가고 싶지 않다.
그래 나는 솔직히 너가 없더라도 이 곳이 좋다.
매번 꿈에서 널 차가운 밖에 세워두고 등을 돌리는 나는 이 곳에서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많이 있어.
친구들도 이 곳에 미련이 많은갑다.
그 날 이후 다 들 치열하게 사는 걸 보니 나처럼 너 몫까지 더 잘살려고 바둥거리는것 같아서 마음이 짠하다.
우리가 널 잊고 사는게 서운해서 우리와 함께 가려는 거냐.
아니면 미련이 남아서 주위를 맴도는 거냐.
난 종교가 있기에 너가 좋은 곳에서 행복할거라 믿고 있다. 그리고 가끔이지만 널 위해 기도도 해.
그러니 너도 어여 미련을 접어두는 편이 좋겠다.
다만
매번 꿈에 나올때마다 십자가를 거꾸로 들고 서있는 니 모습이
난 자꾸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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