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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2776
    작성자 : 다른이의꿈
    추천 : 5
    조회수 : 1364
    IP : 104.158.***.132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2/04/18 05:07:14
    http://todayhumor.com/?panic_102776 모바일
    [단편] 금강굴 (재업)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p>(예전에 올렸다가 삭제했던 글인데 다듬어서 다시 올려봅니다.)</p> <p> </p> <p> </p> <p>==</p> <p>여자 친구의 철학자 병이 도졌다.</p> <p><br></p> <p>“정말 모르겠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나는 왜 사는 건지...”</p> <p><br></p> <p>대학시절 술 먹고 이런 소리 하는 친구들은 종종 봐왔다. </p> <p> </p> <p>하지만 나의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는 진심으로 이런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이다. </p> <p> </p> <p>여자 친구는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였지만 삶을 진중하게 살고 싶어 했다.</p> <p><br></p> <p>그녀의 말에 나는 입을 열었다.</p> <p><br></p> <p>“사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과 같단 말이야.”</p> <p><br></p> <p>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p> <p> </p> <p>그녀 특유의 그 맑은 눈빛. </p> <p> </p> <p>순간 그녀와 진한 키스를 나누고 싶은 욕망이 나의 머리속에 차 올랐다. </p> <p> </p> <p>이곳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형 서점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미 그녀를 품에 안았을 것이다.</p> <p><br></p> <p>“그래서? 동전의 양면 같아서.. 뭐?”</p> <p><br></p> <p>“아- 그러니까.. 내 말은 질문을 좀 바꿔 보자는 말인데…”</p> <p><br></p> <p>“어떻게?”</p> <p><br></p> <p>“내가 지금 죽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게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만약에..”</p> <p><br></p> <p>그녀는 나의 말이 흥미롭다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p> <p> </p> <p>가지런히 정돈된 그녀의 눈썹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p> <p> </p> <p>그러고 보니 그녀는 오늘 눈썹 화장을 하지 않았다.</p> <p><br></p> <p>갑자기 궁금해졌다. </p> <p> </p> <p>그녀는 원래 눈썹 화장을 안 하는 것일까? </p> <p> </p> <p>아니면 오늘만 눈썹을 그리지 않은 것일까? </p> <p> </p> <p>그런데... 그녀와 3년을 사귀었는데, 나는 왜 아직도 그녀가 평소에 눈썹 화장을 하는지 모르는 것일까? </p> <p> </p> <p>지금 화제를 돌려 그녀에게 눈썹 화장에 대해 물어보면 화를 내겠지?</p> <p><br></p> <p>“만약에 뭐? 왜 자꾸 말을 하다 마는데?”</p> <p><br></p> <p>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p> <p><br></p> <p>“아--! 잠깐 생각을 하느라고. 자, 내가 물어볼게. 지금 네 앞에 저승사자가 와 있어. 저승사자가 내일 이 시간에 너를 데리러 올 테니 준비를 하고 있으래. 그럼 넌 하루 동안 뭘 할 거야?”</p> <p><br></p> <p>여자 친구는 나의 의도를 알겠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p> <p> </p> <p>나는 말했다.</p> <p><br></p> <p>“웃지 말고, 빨리 대답해. 생각하지 말고 머리에 막 떠오르는 것들을 얘기해야 해.”</p> <p><br></p> <p>그녀의 표정이 진지해진다.</p> <p><br></p> <p>“글쎄.. 먼저 엄마 아빠와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음식도 먹고.. 음.. 음악도 들을 거고.. 그동안 못 본 친구들이랑 전화도 하고.. 뭐, 이 정도?”</p> <p><br></p> <p>“만약 저승사자가 1년 후에 온다고 하면?”</p> <p><br></p> <p>“1년 후에? 음.. 그럼 회사 그만두고 여행 다니고 싶어. 울릉도는 꼭 다시 가보고 싶고. 독도에도 갈 거야.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도 봐야 하고. 뭐.. 그런 거?”</p> <p><br></p> <p>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p> <p><br></p> <p>“이렇게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삶의 이유가 아닐까? 거창한 목표는 아니어도 애매하지 않고 확실하잖아, 안 그래?”</p> <p><br></p> <p>여자 친구는 얼굴을 살짝 찡그려 내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p> <p><br></p> <p>“왜? 내 말이 틀렸어?”</p> <p><br></p> <p>“글쎄.. 내가 말하는 삶의 이유는 그런 게 아닌데.. 흠--! 잘 모르겠다. 그런데 자기는 뭐가 하고 싶어? 저승사자가 내일 자기를 데리러 오면?”</p> <p><br></p> <p>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p> <p><br></p> <p>“나는 딱 하나야. 난 삶의 목표가 분명한 사람이거든.”</p> <p><br></p> <p>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p> <p><br></p> <p>“뭔데?”</p> <p><br></p> <p>“난 너랑 사랑을 할 거야. 24시간 내내. 저승사자가 오는 순간까지. 그리고 만약에 저승사자가 1년 뒤에 온다면, 나는 매일 너와 사랑을 할 거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날마다. 그게 내 삶의 목표거든.”</p> <p><br></p> <p>그녀는 피식 웃었다.</p> <p><br></p> <p>“아주 본능에 충실한 삶이네. 에휴--! 내가 이런 짐승이랑 삶의 이유가 어쩌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니....”</p> <p><br></p> <p><br></p> <p><br></p> <p>그녀의 바람대로—그리고 또 나의 바람대로—우리는 여행을 많이 다녔다. </p> <p> </p> <p>연애시절 우리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더랬다. </p> <p> </p> <p>한번은 그녀와 설악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p> <p> </p> <p>짧은 일정의 여행이어서 천왕봉까지 올라가는 것은 무리였고, </p> <p> </p> <p>바다도 보고 올 겸 우리는 외설악으로 행선지를 정했다.</p> <p><br></p> <p>여행 첫날은 속초에서 하루를 보냈고, </p> <p> </p> <p>다음날 이른 아침 우리는 버스를 타고 설악동 소공원에 도착했다. </p> <p> </p> <p>소공원에서 식사를 마치고 비선대로 향해 걸었다. </p> <p> </p> <p>그리고 비선대를 지나 우리는 여자 친구의 의견대로 금강굴로 향했다.</p> <p><br></p> <p>경사가 가파른 길을 오르던 중 짙어진 안개와 함께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p> <p> </p> <p>산길을 따라 설치된 로프가 아니었다면 짙은 안개로 길을 잃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 <p> </p> <p>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종종 있었지만 궂은 날씨 때문인지 금강굴을 향해 위로 올라가는 사람은 우리뿐이었다.</p> <p><br></p> <p>여자 친구가 말했다.</p> <p><br></p> <p>“비선대까지는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여기는 한 명도 없는 것 같아.”</p> <p><br></p> <p>“그러게... 금강굴이 별로 유명한 곳은 아닌가 봐. 우리 그냥 돌아갈까?”</p> <p><br></p> <p>나의 물음에 그녀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p> <p><br></p> <p>“아니, 나 금강굴 꼭 가보고 싶어.”</p> <p><br></p> <p>우리는 다시 산을 올랐다. </p> <p> </p> <p>바닥의 바위가 비에 젖어 길이 미끄러웠다. </p> <p> </p> <p>산을 오를수록 경사가 급해졌고, 여자 친구는 두 번을 연달아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p> <p><br></p> <p>나는 그녀에게 그만 내려가자고 말했지만 여자 친구는 단호했다.</p> <p><br></p> <p>나는 그녀와 자리를 바꿔 그녀 뒤에서 산을 올랐다. </p> <p> </p> <p>그녀가 머뭇거리면 나는 뒤에서 그녀가 어느 곳에 발을 디뎌야 할지 말해주었다. </p> <p> </p> <p>그렇게 산을 오르던 중 여자 친구는 다시 미끄러졌고, </p> <p> </p> <p>미끄러지는 그녀를 잡으면서 나도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p> <p><br></p> <p>그녀는 몸을 일으켜 옷에 묻은 흙을 털어냈고, </p> <p> </p> <p>고개를 들어 안개 사이로 흐릿한 바위 봉우리를 바라보았다. </p> <p> </p> <p>한참을 바라보던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에게 말했다.</p> <p><br></p> <p>“자기야, 우리 그만 돌아가자. 오늘은 너무 위험한 것 같다. 사람도 없고....”</p> <p><br></p> <p>그녀의 맑은 눈망울에 짙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p> <p> </p> <p>나는 말했다.</p> <p><br></p> <p>“그런데 이제는 내가 가고 싶은 걸. 오기도 좀 생기고 말이야. 내가 너 들쳐매고서라도 갈 거니까. 앞장서.”</p> <p><br></p> <p>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p> <p><br></p> <p>한참을 더 올라가자 바위로 된 산길은 끝났고, </p> <p> </p> <p>거대한 암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p> <p> </p> <p>이제는 내가 앞서 올랐다. </p> <p> </p> <p>암벽에 설치된 계단을 오르며 발을 딛는 곳이 미끄러운지 하나하나 확인을 해야 했다. </p> <p> </p> <p>그리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그녀가 오를 수 있게 도왔다.</p> <p><br></p> <p>금강굴에 도착하자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p> <p> </p> <p>우리는 비가 그칠 때까지 금강굴에서 기다려야 했다.</p> <p><br></p> <p>동굴 안 작은 법당을 구경한 후 우리는 동굴의 입구가 보이는 벽에 기대 나란히 앉았다. </p> <p> </p> <p>여자 친구는 흘러가는 안개를 감상하듯 바라보았고, </p> <p> </p> <p>나는 그런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p> <p><br></p> <p>허공을 가로질러 흐르는 짙은 안개 사이로 맞은편 바위 봉우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숨었다를 반복했다. </p> <p> </p> <p>금강굴을 지키는 승려는 암벽에서 흐르는 물을 작은 바가지에 담아 나에게 건넸다. </p> <p> </p> <p>물을 받아 마시는 사이 승려가 말했다.</p> <p><br></p> <p>“오랜만에 오신 것 같습니다.”</p> <p><br></p> <p>마시던 물을 마저 넘겼고, 금강굴은 처음이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여자 친구가 말했다.</p> <p><br></p> <p>“네.”</p> <p><br></p> <p>나는 고개를 돌려 여자 친구 쪽을 돌아보았다. </p> <p> </p> <p>그녀는 여전히 흘러가는 안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p> <p> </p> <p> </p> <p> </p> <p>비가 그치고 금강굴에서 내려오는 길.</p> <p><br></p> <p>나는 여자 친구에게 물었다.</p> <p><br></p> <p>“여기 금강굴에 온 적 있어?”</p> <p><br></p> <p>앞서가는 여자 친구는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p> <p><br></p> <p>“아니, 처음인데.”</p> <p><br></p> <p>“그런데 아까 스님에게 왜 오랜만에 왔다고 한거야?”</p> <p><br></p> <p>여자 친구는 내려가던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p> <p> </p> <p>그리고 활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p> <p><br></p> <p>“나도 몰라. 나 정말 웃기지?”</p> <p><br></p> <p><br></p> <p><br></p> <p>여행을 다녀오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p> <p> </p> <p>여자 친구와 나는 각자의 직장에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p> <p> </p> <p>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오고 2주가 지난 어느 날, </p> <p> </p> <p>퇴근 시간 즈음해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p> <p><br></p> <p>여자친구였다. </p> <p> </p> <p>그녀는 내가 일하는 회사 앞이라며 퇴근하고 잠깐 얼굴을 보자고 했다. </p> <p> </p> <p>나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늘 만나던 회사 앞 카페로 나갔다.</p> <p> </p> <p> </p> <p> </p> <p>그녀의 굳어진 표정. </p> <p> </p> <p>나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p> <p> </p> <p>그녀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p> <p> </p> <p>잠시 후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짧게 말했다.</p> <p><br></p> <p>“우리 이제 그만 끝내자.”</p> <p><br></p> <p>나는 당황했다. </p> <p> </p> <p>말문이 막혀 ‘뭐...? 뭐?’라는 짧은 단어만 되풀이하며 내뱉었고, </p> <p> </p> <p>그녀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다시 말했다.</p> <p><br></p> <p>"나 이제 그만 정리하고 싶어."</p> <p><br></p> <p>말을 마친 그녀는 가만히 찻잔을 응시했다.</p> <p><br></p> <p>화가 났다. </p> <p> </p> <p>그녀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다. </p> <p> </p> <p>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p> <p><br></p> <p>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p> <p> </p> <p>그렇게 일어선 채 한참 동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p> <p> </p> <p>그녀는 여전히 커피 잔을 응시했고, 카페에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p> <p> </p> <p>목구멍은 여전히 무언가에 틀어 막힌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p> <p> </p> <p>나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p> <p> </p> <p>결국 나는 그녀를 뒤로하고 카페를 걸어 나왔다.</p> <p> </p> <p> </p> <p> </p> <p>밤새 잠을 잘 수 없었다. </p> <p> </p> <p>내가 그녀에게 잘못한 것이 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p> <p> </p> <p>여자 친구가 나에게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p> <p> </p> <p>하지만 이런 장난을 칠 그녀가 아님을 나는 알고 있었다. </p> <p> </p> <p>나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날 그런 그녀도 아니었다.</p> <p><br></p> <p>창밖이 밝아지며 새벽이 되었을 때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전화기를 찾았다. </p> <p> </p> <p>한참 동안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p> <p> </p> <p>왜 헤어지자는 말을 했는지 따질 계획이었다. </p> <p> </p> <p>우리가 만나 온 3년의 시간이 그렇게 가볍냐고 화를 낼 생각이었다. </p> <p> </p> <p>아니, 솔직히 말하면....... </p> <p> </p> <p>그녀에게 무조건 빌 생각이었다.</p> <p><br></p> <p>없는 번호라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p> <p> </p> <p>통화 버튼을 누르며 요동치기 시작하던 심장이 뚝 하고 멈춰버린 것 같았다.</p> <p> </p> <p> </p> <p> </p> <p>일단 회사로 출근을 했고, 점심시간에 맞춰 반차를 냈다. </p> <p> </p> <p>그녀의 회사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여자 친구가 지난주 돌연 퇴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p> <p> </p> <p>나는 당황했다. </p> <p> </p> <p>어제 그녀가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을 때보다 더 당황했다. </p> <p> </p> <p>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p> <p> </p> <p>그녀의 직장 동료에게 인사도 없이 도망치듯 그녀의 회사를 나왔다.</p> <p><br></p> <p>그녀가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 </p> <p> </p> <p>그리고 그녀가 늘 들어가던 아파트 건물 입구 앞에 나는 멈추어 섰다. </p> <p> </p> <p>깊은 후회가 밀려왔다. </p> <p> </p> <p>매번 그녀를 바래다주면서도 그녀의 집이 몇 호인지 알지 못함을 후회했고, </p> <p> </p> <p>두 달 전 그녀가 부모님이 여행을 가셨다며 집으로 불렀을 때 가지 않았음을 후회했고, </p> <p> </p> <p>그리고 어제 그녀가 헤어지자 할 때 그녀를 잡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p> <p> </p> <p>어제 카페에서 무릎을 꿇고 빌어서라도 그녀를 잡았어야 했는데... </p> <p> </p> <p>하루 종일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버렸다.</p> <p><br></p> <p>그녀의 아파트 앞에서 늦은 밤까지 기다렸다. </p> <p> </p> <p>하지만 나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p> <p> </p> <p>다음날부터 회사를 마치면, 나는 그녀의 아파트로 향했다. </p> <p> </p> <p>처음 일주일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녀의 아파트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p> <p> </p> <p>그다음 일주일은 4번 그녀의 아파트를 찾았고, </p> <p> </p> <p>그다음 일주일은 2번, </p> <p> </p> <p>그리고 그다음 일주일은 1번 그녀의 아파트를 찾았다. </p> <p> </p> <p>그렇게 그녀는 내 삶에서 사라지고 말았다.</p> <p><br></p> <p><br></p> <p><br></p> <p><br></p> <p><br></p> <p>7개월 후.</p> <p><br></p> <p>나는 퇴근길 버스에 앉아 창밖에 쏟아지는 함박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p> <p> </p> <p>하루 종일 눈 내리는 것을 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 <p> </p> <p>잠시 후 버스는 정류장에 멈추어 섰고, 나는 버스에서 내려 오피스텔 건물을 향해 걸었다. </p> <p> </p> <p>거리에 쌓인 눈이 구둣발에 밟혀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p> <p> </p> <p>밤공기가 상쾌하다. </p> <p> </p> <p>상쾌한 느낌 정말 오랜만이다.</p> <p><br></p> <p>문득 오피스텔 건물 입구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p> <p> </p> <p>멀리서도 그 사람의 모자와 어깨에 눈이 꽤 쌓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p> <p> </p> <p>흩날리는 눈발이 나의 시야를 가렸고, 나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p> <p> </p> <p>그리고 건물을 들어서며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p> <p><br></p> <p>나를 바라보는 맑은 눈망울.</p> <p><br></p> <p>“미.. 민경아...”</p> <p><br></p> <p>그녀가 사라지고 처음 한 달 동안 나는 그녀가 내 앞에 짠--!하고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p> <p> </p> <p>골목 모퉁이를 돌면 그녀가 서있을 것 같았고, </p> <p> </p> <p>자주 가던 식당 문을 열면 한쪽 자리에 앉아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맞아줄 것만 같았고, </p> <p> </p> <p>그리고 퇴근길 회사 건물 앞에서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p> <p><br></p> <p>그렇게 그녀가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나는 그녀에게 해줄 말을 생각했다. </p> <p> </p> <p>그녀가 미안하다 말하면 나는 그냥 별말 없이 괜찮다고... 돌아와줘 고맙다고... 그녀를 꼬옥 안아주겠다 생각하곤 했다.</p> <p><br></p> <p>그런데 막상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나자 준비했던 말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p> <p> </p> <p>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p> <p><br></p> <p>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두 손은 그녀의 옷에 쌓인 눈을 털고 있었다. </p> <p> </p> <p>그리고 나의 입은 생각지도 않았던 말들을 뱉어내고 있었다.</p> <p><br></p> <p>“눈이 이렇게 오는데! 건물 안에서 있어야지! 왜 밖에서 기다리는데? 왜? 비밀번호를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응? 나한테 불쌍하게 보이려고? 그러면 내가 봐줄지 알았어? 응? 넌 오늘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도대체 왜 밖에서 기다리는데! 감기라도 걸려서 열나고, 아프고, 그러면 내가 봐줄 것 같았어? 응? 너 오늘 각오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정말로 가만 안 둘 거야. 너 오늘 각오해. 진짜 각오해.”</p> <p><br></p> <p>그녀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p> <p><br></p> <p>오피스텔 방으로 들어온 나는 그녀의 외투를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p> <p> </p> <p>그녀에게 모자를 달라했을 때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p> <p><br></p> <p>나는 그녀 옆에 앉았다. </p> <p> </p> <p>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p> <p> </p> <p>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p> <p> </p> <p>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p> <p><br></p> <p>“나 이제 너 안 놔줄 거야.... 안 놔줄 거야! 절대로 안 놔줄 거야. 안 놔줄 거야. 안 놔준다고....”</p> <p><br></p> <p>안 놔준다는 말을 반복하는 나의 두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p> <p><br></p> <p>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p> <p> </p> <p>그동안 응어리진 아픔과 답답한 마음이 따뜻한 봄날 눈 녹듯 녹아내려 눈물로 다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p> <p> </p> <p>그렇게 내 삶의 봄날 같은 그녀가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p> <p><br></p> <p>그녀는 나와 금강굴을 다녀오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p> <p> </p> <p>말로는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그런 느낌. </p> <p> </p> <p>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했다.</p> <p><br></p> <p>그녀가 말했다.</p> <p><br></p> <p>“나도 시원하게 설명하기 어려운데... 마치 머리속에 맴도는 멜로디가 있는데, 그 노래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잖아.”</p> <p><br></p> <p>나는 고개를 끄덕였다.</p> <p><br></p> <p>“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늘 그렇게 답답한 느낌이었어. 조용히 혼자 있으면 그런 멜로디 같은 무언가가 느껴져.... 알 듯 말 듯.... 그게 나를 얼마나 답답하게 하는지 몰라.”</p> <p><br></p> <p>나는 말했다.</p> <p><br></p> <p>“네가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알아? 그건 말이야. 너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 네가 우리 강 부장, 정 차장 같은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면 그분들이 그런 고민은 한방에 싹 날려주실 텐데.”</p> <p><br></p> <p>그녀는 옅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p> <p><br></p> <p>“그런데... 우리 그때 금강굴에 갔을 때 자리에 앉아서 동굴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기억 속 깊이 묻혀있던 그 멜로디의 선율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어.”</p> <p><br></p> <p>그렇게 나와 여행을 다녀오고 이틀 후, 그녀는 혼자서 금강굴을 찾았다고 말했다. </p> <p> </p> <p>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승려와 그녀가 답답하게 느끼고 있는 그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했다. </p> <p> </p> <p>승려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는 출가를 결심했다고. </p> <p> </p> <p>그녀는 그렇게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이상했지만, </p> <p> </p> <p>출가 결심을 하자 마음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p> <p><br></p> <p>그녀의 부모님이 심하게 반대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p> <p> </p> <p>하지만 내가 마음에 가장 많이 걸렸다고.... </p> <p> </p> <p>나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일주일 내내 고민을 하고서야 나를 회사 앞 카페로 불러낸 것이었다. </p> <p> </p> <p>그렇게 나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그녀는 그 길로 절로 들어갔다고 했다.</p> <p><br></p> <p>왜 다시 돌아왔냐는 나의 물음에 그녀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아주었다.</p> <p> </p> <p> </p> <p> </p> <p>그녀가 새로 구한 직장은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과 가까웠다. </p> <p> </p> <p>그래서 야근이 있는 날이면 그녀는 퇴근 후 나의 오피스텔에서 자고 가곤 했다.</p> <p><br></p> <p>어느 이른 새벽. </p> <p> </p> <p>그녀가 흐느껴 우는 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다. </p> <p> </p> <p>그녀는 침대에 앉아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소리 죽여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p> <p> </p> <p>그녀를 만나고 한번도 그녀의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p> <p> </p> <p>나는 놀라서 몸을 일으켜 앉아 그녀를 끌어안았다.</p> <p><br></p> <p>“괜찮아? 왜 그래? 응? 무슨 일 있어?”</p> <p><br></p> <p>그녀는 말없이 계속해서 흐느꼈고, </p> <p> </p> <p>나는 그녀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그녀를 안은 채 그녀의 짧은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p> <p><br></p> <p><br></p> <p><br></p> <p>그 날 저녁. </p> <p> </p> <p>퇴근하고 오피스텔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화사한 옷을 입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p> <p><br></p> <p>그녀는 나에게 씻고 오라며 말했다.</p> <p><br></p> <p>“멋있게 차려입고 나와.”</p> <p><br></p> <p>“왜? 오늘 무슨 날이야?”</p> <p><br></p> <p>“저녁 먹고 알려줄게.”</p> <p><br></p> <p>식사를 마치고 그녀는 나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p> <p> </p> <p>언뜻 보기에도 반지 케이스였다.</p> <p><br></p> <p>나는 그녀의 두눈을 바라보았다. </p> <p> </p> <p>그녀는 맑은 두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p> <p><br></p> <p>“열어 봐.”</p> <p><br></p> <p>케이스를 열자 반지 하나와 작은 쪽지가 있었다. </p> <p> </p> <p>접힌 쪽지를 펼쳤다.</p> <p><br></p> <p><나에게 결혼해 달라고 물어 봐 줄래?></p> <p><br></p> <p>나는 다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p> <p> </p> <p>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녀의 맑은 눈망울을....</p> <p><br></p> <p> </p> <p> </p> <p>오랜 시간이 흘러 그녀는 나에게 고백하듯 이야기했다. </p> <p> </p> <p>그날 새벽... 그녀는 나의 잠꼬대를 들었다고.</p> <p><br></p> <p>그녀가 돌아오고 나는 그녀가 다시 사라지는 악몽에 시달리곤 했다. </p> <p> </p> <p>꿈속에서 나는 그녀가 다니던 회사와 그녀의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p> <p> </p> <p>하지만 아무도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했다. </p> <p> </p> <p>그럼 나는 그녀의 본가가 있는 아파트 건물로 갔다. </p> <p> </p> <p>그곳에서 울면서 수십 세대의 아파트 문을 하나씩 두드리며 그녀가 사는 집을 찾아 헤맸다.</p> <p> </p> <p> </p> <p> </p> <p>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했고, 우리의 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흘러 지나갔다.</p> <p><br></p> <p><br></p> <p> </p> <p> </p> <p> </p> <p>10년 후.</p> <p> </p> <p>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나는 방황을 하고 있었다.</p> <p><br></p> <p>아내의 눈망울은 더 이상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 않았고, </p> <p> </p> <p>침대에서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p> <p> </p> <p>아내를 향한 마음이 식어가는 것 같아 괴로웠다.</p> <p><br></p> <p>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p> <p><br></p> <p>아내가 변한 것일까?</p> <p><br></p> <p>아니면... 내가 변한 것일까?</p> <p><br></p> <p>무엇이 잘못된 것일까?</p> <p><br></p> <p>나이를 먹으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인지, </p> <p> </p> <p>아니면 아내와 나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p> <p> </p> <p>이런 고민으로 1년을 넘게 방황했다.</p> <p><br></p> <p>하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내에게 말했다. </p> <p> </p> <p>혼자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p> <p><br></p> <p><br></p> <p><br></p> <p>홀로 산을 오르면 생각이 차분해지고 마음이 정리가 된다.</p> <p><br></p> <p>이제 방황하는 이유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p> <p> </p> <p>그동안 나의 마음과 머리는 서로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었고, </p> <p> </p> <p>나의 머리는 마음이 가려는 길을 되돌리려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p> <p> </p> <p>하지만 머릿속 생각은 뒤집을 수 있어도 돌아선 마음은 되돌릴 수가 없는 법.</p> <p><br></p> <p>내 앞에 남겨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 스스로에게 물었고, </p> <p> </p> <p>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왔다.</p> <p><br></p> <p>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고백했다. </p> <p> </p> <p>더 이상 아내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다고.</p> <p><br></p> <p>침묵이 흘렀다. </p> <p> </p> <p>한참이 지나 아내는 자기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물었다.</p> <p><br></p> <p>나는 감히 그녀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p> <p> </p> <p>식탁에 놓인 찻잔을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p> <p><br></p> <p>“우리 결혼 생활... 여기에서 그만 정리하고 싶어.”</p> <p><br></p> <p><br></p> <p><br></p> <p>이혼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p> <p><br></p> <p>한 달간의 숙려기간이 지났고 법원으로부터 <이혼 의사 확인서>를 수령했다. </p> <p> </p> <p><이혼 의사 확인서>를 받고 나니 가슴에 커다란 구멍 하나가 뻥하고 뚫린 느낌이었다.</p> <p><br></p> <p><이혼 의사 확인서>를 구청에 제출하면 이혼이 확정된다. </p> <p> </p> <p>일주일을 기다렸다. </p> <p> </p> <p>무엇을 기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일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p> <p> </p> <p>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혼 의사 확인서>를 제출하기 전에 아내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p> <p><br></p> <p>잠시 고민을 하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고......</p> <p><br></p> <p>전화기에서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p> <p><br></p> <p>처남에게 연락을 했고, 아내가 절에 들어갔다는 대답을 들었다.</p> <p><br></p> <p> </p> <p> </p> <p> </p> <p><br></p> <p>일 년 후.</p> <p><br></p> <p>나는 홀로 금강굴을 찾았다.</p> <p><br></p> <p>금강굴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p> <p> </p> <p>나는 아내가 오래전 앉았던 자리에 앉아 굴 밖을 바라보았다.</p> <p><br></p> <p>그때 아내는 맞은편 봉우리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p> <p><br></p> <p>그녀는 삶의 어떤 멜로디를 듣고 있던 것일까?</p> <p><br></p> <p>누군가 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p> <p><br></p> <p>“보이소!”</p> <p><br></p> <p>나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p> <p><br></p> <p>“미안한데, 우리 사진 좀 찍어줄랍니꺼?”</p> <p><br></p> <p>그는 나에게 전화기를 내밀었다. </p> <p> </p> <p>내가 그의 전화기를 받아들자 그는 동굴 밖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자신의 일행에게 돌아갔다. </p> <p> </p> <p>나는 사진을 찍으려다 말고 그에게 말했다.</p> <p><br></p> <p>“역광 때문에 뒤에 배경이 흐릿한데요.”</p> <p><br></p> <p>“괘안심더. 마 대충 찍어주이소.”</p> <p><br></p> <p>그의 대답에 그의 일행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p> <p><br></p> <p>“이리 멋드러진 풍경이 사진 한 장에 다 들어가믄 안 되재.”</p> <p><br></p> <p>“여기 경치가 너무 좋아가 내는 해탈한 기분이라 안 하나. 안 그렇심니꺼, 스님?”</p> <p><br></p> <p>금강굴을 지키는 승려는 말없이 미소를 지어보였다.</p> <p><br></p> <p>사람들이 내려가고 북적이던 좁은 굴 안이 조금은 한산해졌다. </p> <p> </p> <p>나는 금강굴을 지키는 승려에게 물었다.</p> <p><br></p> <p>“스님은 여기서 생활하시는 건가요?”</p> <p><br></p> <p>승려는 웃으며 답했다.</p> <p><br></p> <p>“허허--. 아닙니다. 저는 저 아래 신흥사에서 지냅니다.”</p> <p><br></p> <p>나는 잠시 주저하다 승려에게 물었다.</p> <p><br></p> <p>“그런데... 스님은 왜 출가를 하셨습니까?”</p> <p><br></p> <p>승려는 대답 대신 '허허--' 하고 웃을 뿐이었다.</p> <p><br></p> <p>“초면에 너무 무례한 질문을 했네요. 죄송합니다."</p> <p><br></p> <p>나의 사과에 승려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p> <p><br></p> <p>"사실 저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출가를 했어요. 그래서 그게 궁금해서 스님에게 물어봤습니다.”</p> <p><br></p> <p>승려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는 입을 열었다.</p> <p><br></p> <p>“글쎄요. 다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살고 싶어서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지요.”</p> <p><br></p> <p>승려는 오랜 기억을 회상하는 듯 맞은편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p> <p><br></p> <p><br></p> <p><br></p> <p>< 끝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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