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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1565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5
    조회수 : 1034
    IP : 221.167.***.6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0/06/21 12:25:13
    http://todayhumor.com/?panic_101565 모바일
    [짧은] 외투
    옵션
    • 창작글



    외투



    창밖에서 스며드는 서슬 퍼런 달빛에

    벽에 걸린 남자의 외투가

    바닥까지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습니다.

    침대에 걸터앉아

    외투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남자는

    이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자

    외투를 걸쳐 입고

    어슴푸레한 밤거리를 향해 문밖을 나섰습니다.

    달이 내뿜는 광기를 등에 업고

    자정이 넘은 거리를 누비는 남자…

    최근에 들리는 흉흉한 소문 때문에

    거리에는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빛이 닫지 않는 어두운 골목에서 들리던

    창부들의 달콤한 유혹 또한 없었습니다.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든 남자는

    옷깃을 세우고 몸을 움츠렸지만

    겨울 끝자락의 냉랭한 바람이

    더욱 남자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때

    거리에 울려 퍼지는 여인의 웃음소리를 들은 남자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주위를 살폈습니다.

    창백한 달빛 아래

    호숫가로 향하는 두 연인을 발견한 남자…

    남자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발소리를 죽이고 연인을 따라간 남자는

    그들과의 거리가 좁아질 때마다

    참을 수 없는 흥분에 심장이 터질 듯했고

    검은 하늘에 높이 떠오른 달은

    남자의 광기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호숫가에 도착한 연인을

    남자는 수풀에 숨어 지켜보았습니다.

    호수의 수면에 비친 별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연인의 대화를 엿들으며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순간을 기다리던 남자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당황했습니다.

    자정이 넘은 이 시간에

    붉게 상기된 얼굴로 외간 남자와 속닥이는 여자는

    다름 아닌

    자신의 어린 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저런…

    쌍년을 봤나…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남자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고함을 지르며 수풀에서 뛰쳐나왔습니다.

    남자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남자의 딸과 그녀의 연인은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았고

    별이 빛나는 조용한 호숫가에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바람에 펄럭이는 남자의 외투와

    외투 안으로 훤히 드러난 남자의 맨몸…

    그렇습니다.

    최근 마을에 돌던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남자였습니다.

    밤마다 맨몸에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밤거리를 서성이며 행인들을 놀라게 하는 남자 때문에

    딸을 가진 마을의 아버지들은

    밤마다 늘 불안에 떨었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야심한 밤에 어린 딸과 마주칠거라곤

    예상치 못했던 남자는

    자신의 한심한 꼬락서니는 잊은 채

    딸과 그녀의 연인 앞에 나타났고

    자신이 나체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얼어붙은 딸과 그녀의 연인을 뒤로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시작한 남자…

    혼신을 다해 달리는 남자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닥칠 수많은 멸시와 조롱으로 가득했고

    그의 사타구니에 달린 성기는

    실없이 덜렁거렸습니다.

    집에 도착한 남자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습니다.

    순간

    눈물을 닦으려는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까칠한 촉감…

    복면이었습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신이 복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이었습니다.

    오…

    달의 여신이시여…

    그대는 정말이지… 얄궂다…

    다음날 밤

    벽에 걸린 외투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남자는

    창밖의 어두운 하늘 위로 새하얀 광기를 내뿜는 달을 보았습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밤이어라…

    맨몸에 외투를 걸쳐 입은 남자는

    어슴푸레한 밤거리를 향해 문밖을 나섰고

    자신을 마중 나온 달과 별들을

    두 팔 벌려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jwlee2717/222002188186 칼리나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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