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우리 동네는 시골이라, 철이 되면 뒷산에 버섯을 따러 간다.</div> <div><br></div> <div>초등학생 무렵에는, 버섯이 많이 나는 곳을 할아버지에게 배우며 둘이 함께 다녔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중학생이 되고서는 혼자 다니거나 친구랑 다니거나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날은 일요일이라, 친구랑 둘이서 같이 뒷산을 찾았다.</div> <div><br></div> <div>순조롭게 이것저것 딴 뒤, 슬슬 돌아갈까 싶던 때.</div> <div><br></div> <div>친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뭇가지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보니, 그때도 그런 줄 알았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친구는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도 따라서 위를 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목을 맨 사람이 있었다.</div> <div><br></div> <div>그것도 둘이나.</div> <div><br></div> <div>너무 놀라면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다는 걸 그때 느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뒷걸음질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패닉에 빠져 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한동안 보고 있자니, 그게 진짜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라는 걸 깨달았다.</div> <div><br></div> <div>[장난치고는 너무 심하네!] 하고 화를 내며, 친구와 산을 내려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와 친구는 우리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우리가 본 것을 전했다.</div> <div><br></div> <div>곧 접사다리와 손도끼, 전지가위를 가지고, 셋이서 다시 마네킹을 치우러 갔다.</div> <div><br></div> <div>아버지가 접사다리에 오르고, 나와 친구는 접사다리를 붙잡고 지탱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버지는 솜씨 좋게 마네킹의 목에 감긴 로프를 잘라서 아래로 떨어트렸다.</div> <div><br></div> <div>이런 건 어서 버려버리자고, 셋이서 우리집 헛간으로 옮겨왔다.</div> <div><br></div> <div>그대로 버렸다가는 또 누가 오해할지도 모르니까, 가능한 한 사람 같이 안 보이도록, 산산조각나게 부숴버릴 생각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마네킹이 입은 허름한 옷을 벗겼다.</div> <div><br></div> <div>마네킹의 배에는 빨간 페인트로 글씨가 써 있었다.</div> <div><br></div> <div>"이 마네킹을 내린 사람은 죽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걸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아버지가 또 하나, 여자 원피스를 입혀놓은 마네킹의 옷을 벗겼다.</div> <div><br></div> <div>역시나 그 마네킹의 배에도 글씨가 써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마네킹을 내린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이가 죽는다"</div> <div><br></div> <div>아버지는 굳어버린 나와 친구를 달래며, [가서 쥬스라도 좀 사오거라.] 하며 헛간에서 내보내셨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사이, 혼자 마네킹 둘을 산산조각 낸 뒤 버려버리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이후, 나와 아버지, 친구에게 그 사건은 입에 올리면 안되는 것이 되었다.</div> <div><br></div> <div>말을 꺼내기조차 꺼름칙해서 여기 글로 남기는 것이지만, "가장 사랑하는 이가 죽는다" 라고 써 있는 걸 보자 너무나도 괴로웠었다.</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1403?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1403?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