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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415
    작성자 : song
    추천 : 9
    조회수 : 864
    IP : 211.221.***.8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5/16 19:53:19
    http://todayhumor.com/?panic_101415 모바일
    도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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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br></div> <div><br></div> <div>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무렵의 이야기이다.</div> <div><br></div> <div>내 고향에서는 저녁이 되면 아이들에게 집에 돌아가라는 동네 방송이 나온다.</div> <div><br></div> <div>방송이라고는 해도 [빨리 집에 돌아가거라.] 라는 무미건조한 것이 아니라, [저녁 노을 작은 노을]의 멜로디가 스피커에서 지지직거리며 울려 퍼지는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지만 한참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런 방송은 잡음일 뿐이었고, 방송이 울려퍼져도 날이 저물 때까지 노는 것이 일상이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방송은 어른들의 경고였을 것이다.</div> <div><br></div> <div>나는 그 날 혼자서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 마을에는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산이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산은 아이들에게 거대한 놀이터와 같았다.</div> <div><br></div> <div>바삭거리는 낙엽을 밟으면서, 나는 예쁜 도토리를 찾아 걷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나를 찾으면 주저 앉아 그것을 줍고, 근처에서 또 도토리를 찾아낸다.</div> <div><br></div> <div>그런 식으로 나는 계속 깊은 산 속으로 돌어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그 때 도토리를 줍는 것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들은 종종 하나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주변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곤 한다.</div> <div><br></div> <div>그 날 나도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div> <div><br></div> <div>멀리서 저녁 노을의 멜로디가 들려오기 시작했을 때도,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싶으면서도, 조금 더 주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도토리를 계속 줍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얼마나 되었을까, 손에 든 비닐 봉지에는 도토리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만족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는 그제야 주변이 어두워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div> <div><br></div> <div>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내 겨드랑이를 스치고 지나갔다.</div> <div><br></div> <div>나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집에 돌아갈래...]</div> <div><br></div> <div>무서움을 떨쳐내려고 나는 소리내서 말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발을 내딛었을 때, 나는 내가 산의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div> <div><br></div> <div>도토리를 줍는 것에 열중한 나머지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그것은 나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켰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따로 어디에 표시를 해둔 것도 아니다.</div> <div><br></div> <div>산을 올라왔는지 내려왔는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나는 한참을 생각하다 어느 동화를 떠올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였다.</div> <div><br></div> <div>빵을 뜯어서 표시를 하고 그것을 따라 돌아왔다는 이야기.</div> <div><br></div> <div>나는 거꾸로 도토리를 주워서 왔으니까 도토리가 없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대단히 괜찮은 생각 같았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div> <div><br></div> <div>도토리는 어디에나 떨어져 있었고, 해가 진 상황에서 도토리가 없는 쪽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옆에 있는 바위에 걸터 앉아 어찌할 바를 모른채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때때로 멀리서 들려 오는 정체 모를 짐승의 울음 소리에 겁을 먹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점차 어둠 속에서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옛날 이야기에서 들었던 산에 사는 거대한 짐승.</div> <div><br></div> <div>산에서 조난당해 죽은 사람들의 귀신.</div> <div><br></div> <div>차례로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환각을 보며, 내 정신은 점점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이대로 죽는 것일까?</div> <div><br></div> <div>공복과 추위, 환각에 시달리던 나는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저벅...저벅...</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벅...저벅...</div> <div><br></div> <div>몽롱한 와중에, 나는 무엇인가가 낙엽을 밟으며 걷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모든 신경을 귀에 집중해 소리를 들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벅...저벅...</div> <div><br></div> <div>...저벅...저벅...</div> <div><br></div> <div>역시 무엇인가가 걷고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소리에서 그것이 네 발 달린 짐승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렇다면 인간인 것일까?</div> <div><br></div> <div>소리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div> <div><br></div> <div>사람일까?</div> <div><br></div> <div>만약 사람이라면 등불 하나 없이 이 시간에 산길을 걸어다닐 수 있을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도대체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div> <div><br></div> <div>소리는 내가 있는 곳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가왔다.</div> <div><br></div> <div>나는 정체 모를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소리는 나는데 모습은 안 보인다.</div> <div><br></div> <div>나는 두려워서 반대편으로 도토리를 던져 그것의 주의를 끌기로 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비닐 봉지에 손을 댄 순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div> <div><br></div> <div>방금 전까지 들려오던 발소리가 분명히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발소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눈앞까지 도착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내 주변을 빙글빙글 뛰며 돌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주변의 풀들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거기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풀이 흔들리고 발소리가 들리는데, 정체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나는 소리도 못 내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div> <div><br></div> <div>발소리는 점점 다가와서, 흔들리는 풀이 내 몸에 부딪힐 정도가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여기서 죽는다.</div> <div><br></div> <div>막연히 드는 그 생각에 눈물은 점점 더 넘쳐 흘렀다.</div> <div><br></div> <div>나는 눈을 감고 이빨을 악문 채,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얼마나 지났을까?</div> <div><br></div> <div>어째서인지 발소리는 사라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풀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나는 살았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을 떴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는 한순간 숨을 멈췄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 코 앞에 주름 투성이의 추악한 얼굴이 있었다.</div> <div><br></div> <div>마치 고대 유적에서 발굴된 미라 같은 모습이었다.</div> <div><br></div> <div>그것과 시선이 그대로 마주쳤던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안니모왓테기이타.]</div> <div><br></div> <div>기분 나쁜 목소리로 그것이 말했다.</div> <div><br></div> <div>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살던 지방의 사투리와도 전혀 다른 독특한 분위기의 말이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것은 몇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div> <div><br></div> <div>나는 공포에 질려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눈 앞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현실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소리는 분명히 들려오고 있었고, 점점 목소리가 험악해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뭐라고 말하는 것인지 나는 열심히 생각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안니모왓테기이타.]</div> <div><br></div> <div>생각하는 동안에도 소리는 계속 커져서 고막이 터질 것만 같았다.</div> <div><br></div> <div>점점 그것의 눈이 데굴데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얼굴 전체가 덜덜 흔들리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때 내가 왜 그렇게 한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div> <div><br></div> <div>나는 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도토리가 가득한 비닐 봉지를 그것에게 내밀었다.</div> <div><br></div> <div>순간 흔들리던 얼굴이 멈추고, 눈의 초점이 내가 내민 비닐 봉지로 향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큰 소리와 함께 그것은 내가 내민 봉지를 들고 크게 웃으면서 사라졌다.</div> <div><br></div> <div>그대로 나는 공포에 잠도 이루지 못하고 그대로 아침까지 떨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내가 그 곳에서 움직인 것은 아침 해가 뜨고 나서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밤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기 때문에 다리가 저려서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한동안 산 속을 걷자 나를 찾고 있던 어른들을 발견했다.</div> <div><br></div> <div>나는 안심한 나머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펑펑 울면서 어른들을 불렀다.</div> <div><br></div> <div>어른들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오자, 어머니는 밤새 울고 있었던 것인지 눈가가 부어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버지는 내 머리를 한 대 때린 뒤 울면서 나를 껴안았다.</div> <div><br></div> <div>머리는 아팠지만,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느껴졌다.</div> <div><br></div> <div>나는 산에서 봤던 것을 부모님에게 이야기했지만,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면 한 대 더 맞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나중에 내가 산에서 봤던 게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마을 안에 소문이 돌면서 어떤 할아버지가 나를 찾아 왔었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마을에 사시던 분으로, 우리 마을의 역사에 관한 책을 쓰고 계신 분이었다.</div> <div><br></div> <div>나는 할아버지에게 내가 봤던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여쭤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생긋 웃으면서 그것은 산신이라고 대답해주셨다.</div> <div><br></div> <div>[안니모왓테기이타.] 라는 것은 무엇을 가져왔냐는 질문이라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이 마을에서는 먼 옛날 가을에 수확을 거두면, 산신에게 감사와 함께 내년의 풍년을 기원하며 공물을 바쳤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그 때, 도토리를 내밀었었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만약 그 때 내가 도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나를 공물로 데려갔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셨다.</div> <div><br></div> <div>오래된 일이지만, 지금도 가을이 되서 해가 빨리 저물 때가 되면 그 때 그 산신의 모습이 생각나곤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486?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486?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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