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초대받은 사람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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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101219

작성자 : △ㅣ대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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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12.22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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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20/03/17 11: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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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초대받은 사람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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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eaker. 하진</div> <div> <div></div></div> <div>이렇게 오래 헤어져 있는 건 만나고 처음 인 것 같다.</div> <div>친구들과의 첫 여행이라며 어찌나 들떠 있던지 서운해 하는 내 얼굴은 눈치도 못 채는 것 같았다.</div> <div>“여행 동안 비나 계~~속 내려라.”</div> <div>괜히 심술이 나서 볼멘소리를 하니 나의 강이가 뒤에서 허리를 꼬옥 안아준다.</div> <div>“나도 오빠를 5일 동안이나 못 본다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캄캄해. 보고 싶어서 어쩌나 걱정되고. 그래도 친구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오빠도 알지? 재밌는 여행 되도록 기도해줘. 돌아오면 오빠에 대한 맘이 더 깊어져서 매일 오빠 껌딱지 할지도 몰라.”</div> <div>“오빠가 나이 값도 못했네. 강이한테 유일한 어릴 적 친구들인데..... 고등학교 다닐 동안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알면서..... 미안해. 내가 나빴다. 어머님은 내가 연락도 매일하고 무슨 일 있나 챙겨 드릴 테니 걱정 말고 다녀와. 결혼하면 나랑도 자주 여행 다니자. 사랑해.”</div> <div>몸을 돌려 품에 꼭 안으며 말했지만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놓고 싶지 않았다.</div> <div>그렇게 어렵게 보낸 강이가, 들떠서 행복을 감추지 못하던 강이가 일정을 남겨두고 귀국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div> <div>그것도 강이에게 직접 들은 게 아닌, 강이와 연락이 안 닿아 답답한 마음에 어머니께 전활 드리니 그제야 강이가 돌아와 있다는 말을 하신 것이다.</div> <div>바로 달려가려 했지만 절대로 안정을 취하라는 병원의 지시로 면회조차 안 된다며 와도 볼 수 없다고 못을 박으시는 어머님의 말씀에 마음이 졸아 드는 것 같았다.</div> <div>“어디가 아픈 건가요? 다친 건가요? 많이 안 좋나요? 어머님?”</div> <div>“……. 아직은..........모르겠어. 병원에선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 하니 걱정은 말고, 기다려 보자고.”</div> <div>사랑하는 사람이 병원에 있는데,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미칠 것 같았다. </div> <div>까무룩 잠이 들었던지 놀라 깨어보니 끌어안은 베개가 축축하다.</div> <div>“오빠, 미안해. 오빠, 정말 미안해......”</div> <div>꿈속의 강이는 눈물을 흘리며 점점 내게서 멀어져 갔다. 강이를 쫓으며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좁히려 숨도 쉬지 못하고 뛰어갔다.</div> <div>눈물이, 콧물이, 침이 뒤범벅 된 얼굴은 꿈에서 깬 뒤에도 그대로였다.</div> <div>화장실로 가 후다닥 얼굴을 씻어내고 새벽녘의 거리로 내달렸다.</div> <div>강이를 이대로 보낼 것 같은 두려움에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다.</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speaker. 연무</div> <div> <div></div></div> <div>강이는 착한 딸이었다.</div> <div>한 번도 속 썩인 적 없는 그런 아이였다.</div> <div>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다. 어린 속을 숨기고 어른인 척 하는 게 속상했다.</div> <div>강이가 다섯 살 때 강이 아빠와 이혼을 했다.</div> <div>강이 아빠는 착실하고 밝은 사람이었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만나 서로 의지하다 정들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div> <div>강이 아빠는 회사세미나로 갔던 강원도에서 동료들과 재미로 들른 카지노에 흠뻑 빠져 일주일에 삼일이 멀다하고 퇴근 후 직행하는 생활을 했다.</div> <div>처음엔 말려도 보고 울며 매달려도 보았지만 그의 눈은 이미 예전의 빛을 잃고 충혈 되어 아이와 난 안중에도 없었다.</div> <div>기어코 힘들게 장만했던 전셋집을 날리고 내 앞으로도 빚 오천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된 후에야 그를 떠날 결심을 했다.</div> <div>강이의 양육권과 친권을 모두 포기하고 홀가분하게 그는 떠나갔고, 단 한 번도 우릴 찾지 않았다.</div> <div>가난한 친정에 더부살이 하며 강이 만큼은 잘 키워보고자 이 악물고 버둥거렸다.</div> <div>세상에 던져진 우린 서로가 안쓰러워 항상 괜찮다고 했다.</div> <div>그래서인지 습관처럼 서로의 표정, 말, 몸짓이 보이는 껍데기 이면의 의미를 알아내려 애쓰고 있다.</div> <div>고등학교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온 강이의 얼굴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div> <div>예의 ‘괜찮다’는 강이에게 더는 묻지 않고 다음 날 학교에 갔다.</div> <div>선생님을 만나고 ‘별일 없다’는 대답을 듣고도 난 한참을 학교 한켠 벤치에 앉아 있었다.</div> <div>그 곳에서 강이 욕을 하고 무시하는 또래들의 대화를 들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div> <div>강이의 낯빛이 점점 흙빛으로 변해갈 때 강이를 품에 안으며 그만 애써도 괜찮다고 말해줬다.</div> <div>강이는 내 옷이 흠씬 젖도록 울고 나서야 학교를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div> <div>강이를 왕따 시키던 아이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나에게 강이는 ‘괜찮다’고 했다.</div> <div>어린 시절부터 낯선 사람을 극도로 무서워하던 강이의 낯가림은 그 때 이후로 훨씬 더 심해져 학교 다니기도 힘들어 했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좋아졌다.</div> <div>그렇게 강이는 주변을 철저히 배제하고 학교만 간신히 다니며 졸업을 하고 대학엘 갔다.</div> <div>대학 입학식엔 나더러 오지 말라며 스무 살에 엄마와 학교 가는 사람은 없다고 정색을 했다.</div> <div>학교생활에 제법 적응하며 만족하던 강이에게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생기고 내 걱정은 조금씩 덜어졌다.</div> <div>웃는 얼굴이 몹시 선한 하진이는 남자 없는 우리 집에 와서 전등도 갈아주고 화분도 나르며 듬직한 존재가 되어갔다.</div> <div>강이가 어릴 적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강이가 그 친구에게 속아 큰일이 생길 뻔했던 기억이 떠올라 말리고 싶었지만, 환한 웃음에 그럴 수가 없었다.</div> <div>후회하고 후회한다.</div> <div>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생살을 찢어내는 고통이라도 참을 수 있다.</div> <div>이틀 만에 돌아온다는 연락을 받고 그길로 공항으로 가서 강이를 기다렸다.</div> <div>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렸지만 열려지는 문 저 안쪽에 점처럼 보이는 강이가 위태로운 걸음을 걷는다.</div> <div>내 강아지, 내 목숨, 내가 살아있는 이유인 내 아이가 휘청거리고 있었다.</div> <div>이틀사이 피폐해진 아이의 몸을 부축하며 아이 친구들을 찾았지만 그녀들은 어디에도 없었다.</div> <div>말없는 강이를 데리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div> <div>검사를 마치고 병실로 옮겨진 아이가 잠드는 걸 확인하고 담당의사 호출을 받았다.</div> <div>심한 폭행과 함께 성폭행이 의심된다고 했다. 그리고 무슨 검사를 추가로 더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삐! 소리만 길게 들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div> <div> <div></div></div> <div>강이는 깨어나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div> <div>그저 멍한 눈으로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내다가 강이가 문득 말했다.</div> <div>“엄마, 지금 몇 시지?”</div> <div>“시간은 왜? 7시네. 근데 강아, 하진이한테 연락 오는 것 같은데…….”</div> <div>“그게 누군데? 엄마, 눈은 언제와?”</div> <div>눈물이 나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시련이 오려거든 내게 오지..... 아이의 세상이 휘어지고 있었다. 바로 잡아줄 사람은 나뿐이었다.</div> <div>“눈은....아직 더 있어야 해. 강아, 엄마랑 바람 쐬러 나갈까?”</div> <div>“아니 엄마, 난 그냥 여기가 좋아. 엄마, 어디 가지 말고 꼭 여기 있어.”</div> <div>“그럼, 엄마가 어딜 가겠어. 우리 강이가 여기 있는데.”</div> <div> <div></div></div> <div>하진이에게 전화가 왔지만 오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진이를 기억도 못하는 강이에게 충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강이 모습을 보여 줄 수가 없다.</div> <div>하진이가 힘들어 할게 보이지만 더 이상 해줄 말도 없었다. 미안하다…….</div> <div> <div></div></div> <div>진정제를 맞고 잠이든 강이 얼굴은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차라리 기억이 없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잠든 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div> <div> <div></div></div> <div>강이가 사라졌다.</div> <div>이상한 기운에 눈을 뜨니 침대위 잠들어 있어야 할 강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div> <div>온 층을 다 돌고 다른 층까지 모두 돌아보았지만 강이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div> <div>그러다 병원의 술렁임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병원로비에 두리번거리는 하진이가 보인다.</div> <div>난 하진이를 지나쳐 사람들이 몰려가는 밖으로 나왔다.</div> <div>나를 발견한 하진이도 나를 뒤따랐고, 우린 피를 흘리고 있는, 너무 많은 피를 흘리고 있는 강이를 보았다.</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speaker. 하진</div> <div> <div></div></div> <div>정신없이 달려가 닿은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했다.</div> <div>꿈속에서 멀어져가던 강이를 보며 눈물을 그렇게 흘렸는데, 눈물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div> <div>날 버리고 간 그녀가 원망스러워 화는 불쑥불쑥 올라오는데, 눈물은 나지 않았다.</div> <div>그녀의 장례식장에서 그녀의 친구들을 볼 수 없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다.</div> <div>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쉽게도 떠든다. 소중한 그녀의 얘기는 소문이 건너 건너서 입에 담기도 더럽게 퍼졌지만, 난 그런 말 따윈 믿지 않는다. 내가 아는 강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div> <div>오늘도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으신다. 벌써 며칠 째 전화를 안 받으시는 걸 보면 일부러 내 연락을 피하고 계신 걸지도 모른다. </div> <div>하지만 내일은 찾아가 봬야겠다. 강이도 없는데 내가 해야지..... 강이도 없는데.......</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비실에 연락해 문을 열었다.</div> <div>완벽하게 정리된 집안은 여느 때보다 훨씬 더 정갈한 느낌이었다.</div> <div>어머님의 성격이 워낙 깔끔하셔서 강이는 결벽증이라며 놀리기도 했었다. 늘 깔끔한 집이었지만 오늘따라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div> <div>동행한 경찰과 경비원도 모델하우스보다 더 말끔하게 정돈된 집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div> <div>“이정도면 무균실보다 더 먼지가 없을 것 같네요. 허 참... 집주인은 없는 것 같은데, 집 상태를 보니 별일은 없어 보입니다. 어디 확인해볼 곳은 없나요? 가족이나…….”</div> <div>“얼마 전에 딸을 여의셨어요. 집 말고는 가실만한 곳이 없으신데……. 며칠 연락이 안 되어 걱정돼서 찾아뵌 겁니다. 혹시 실종신고 할 수 있나요?”</div> <div>“그냥 가출 일수도 있고, 며칠 기다려보시다가 하세요. 뭐 기대하기는 어렵지만요. 성인 가출은 늘 그래서…….”</div> <div>경찰이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으나 순간 화가 났다. 사람의 행방이 묘연한데 무작정 기다리라니. 더구나 신고를 해도 해줄게 없다고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닌가.</div> <div>강이에게 약속을 했었다. 강이와 마지막 얘길 나누며 그녀 없는 동안 어머님을 잘 살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div> <div>눈물이 났다. 강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div> <div>“아니,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 왜 울고 그러세요. 나쁜 일은 없을 겁니다. 저랑 같이 서로 가셔서 실종신고서 작성하시고 기다려보세요. 저희도 최선을 다해 찾겠습니다.”</div> <div>어머님이 사라지셨는데, 연락할 곳이 없었다. 이혼 후 연락이 끊어진 강이 아버지나 몇 년 전 한 해 사이로 돌아가신 강이 외조부모님도 안 계신 지금 어머님을 찾을 사람은 나뿐이었다.</div> <div>약속을 했다. 잘 살펴드리겠다고.....강이와 약속을 했었다.</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speaker. 연무</div> <div> <div></div></div> <div>아이를 보내고 49재를 지내고도 계속 절에 머물렀다.</div> <div>아파하는 아이 맘을 몰라준 죄가 너무 커서 용서를 빌고 또 빌었다. </div> <div>마지막 순간 아이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슬프고 외로웠을까……. 죽어서도 아이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div> <div>눈 떠있는 시간을 온통 법당에서 보내는 내게 보살한 분이 말을 건넸다.</div> <div>“그렇게 애쓰면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가 없답니다. 가는 길 편안히 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요.”</div> <div>정신이 번뜩 났다. 내가 아이 발목을 또 잡고 있었던가. </div> <div>“안수로 가시면 맘 다스리고 수양하기 좋은 곳이 있습니다. 가신 분 잘 보내드리고 보살님께서도 평안을 찾으시기엔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제가 말해 놓을 테니 거처를 옮기세요.”</div> <div>무언가에 이끌리듯 그날로 짐을 쌌다.</div> <div>떠나기 전 집에 들러 청소를 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집 청소를 하자니 구석구석에 강이와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다.</div> <div>이마저도 아이를 붙드는 원인이 될까 두려워 깨끗이 닦아냈다.</div> <div>해가 저물고 날이 새도록 계속된 청소는 아침 해가 높이 올라서야 끝이 났다. </div> <div>집을 휘둘러보고 대충 짐을 챙겨 안수로 떠났다. 어쩐지 그곳에 가면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div> <div>세상에 날 기다릴 사람하나 남아있지 않았지만, 막연한 기대감으로 버스에 올랐다.</div> <div>버스가 출발하며 기절하듯 잠이 들었는지, 얼마의 시간이 흐른 지도 알 수 없었다.</div> <div>이미 멈춰있던 버스엔 마지막 승객이 막 내리고 있었다. 급히 짐을 챙겨 대합실로 나오니 막막했다.</div> <div>주머니를 뒤적여 적어준 쪽지를 찾으려는데 누군가 조심스레 다가왔다.</div> <div>“저, 자미산에서 오신 보살님 맞으시죠?”</div> <div>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궁색한 내짐을 받아 든 사람은 자신을 펜션주인이라 소개하며 자신의 펜션으로 안내했다.</div> <div>그렇게 펜션구석방에 기거하며 빨래, 청소를 도우며 지내게 되었다.</div> <div>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펜션이 적막한 절보다 더 마음이 편안했다.</div> <div>밤낮없이 법당에 머물던 시간보다 방 하나하나를 정리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경건하게 느껴지고 죄를 덜어내는 기분이 들었다.</div> <div>시간도 날짜도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마음이 죽을 만큼 괴롭진 않아 졌다는 걸 깨달을 뿐이었다.</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마음의 짐은 많이 가벼워지셨는가?”</div> <div>일과를 마치고 그네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div> <div>자미산에서 만난 보살님이었다.</div> <div>“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는 있네요.”</div> <div>“아이를 위해서라도 견뎌보시게. 곧 아이가 온다네.”</div> <div>“네? 우리 강이가 온다고요?”</div> <div>선뜻 알아듣지 못해 눈을 굴리니 희미하게 웃으신다.</div> <div>“아이가 초대한 사람이 많은가 보이.”</div> <div>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그녀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div> <div>강이가 온다고 했다. 내 딸이 이곳으로 온다는 것인가?</div> <div>“신어머니께서 다녀가셨네요.”</div> <div>생각에 잠겨 발소리를 듣지 못한 건지 사장님이 옆에 서서 바다를 보고 있었다.</div> <div>“네, 우리 강이가 온다네요.”</div> <div>“전해 들었습니다. 따님과 일행 분들을 위해 준비할게 많겠어요.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div> <div>“아, 그럼요! 뭣부터 하면 좋을까요? 아휴...정신이 하나도 없네요.”</div> <div>오랜만에 보는 아이를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갈비찜도 하고 잡채도하고 아...그리고 뭐가 있었더라?</div> <div>바쁜 마음과 달리 자꾸만 멍해지는 정신을 잡으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div> <div>앞서 사라지는 사장님의 뒤를 잰걸음으로 쫓으며 따라갔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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