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초대받은사람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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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101216

작성자 : △ㅣ대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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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12.22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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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20/03/17 11: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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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초대받은사람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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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eaker. 주아</div> <div> <div></div></div> <div>옥상계단을 내려와 부엌뒷문을 열면 재래식부엌과 입식부엌의 중간쯤 되는 부엌이 나온다. </div> <div>바닥과 벽면은 5백 원짜리 동전만한 네모난 타일이 촘촘히 열을 맞춰있고, 입식부엌모양의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역할을 하는 연탄보일러도 예외 없이 타일을 두르고 있다. </div> <div>어슴푸레한 백열등이 부엌의 쓰임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앞문을 열면 사람 두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나갈 만큼의 복도에 부엌보다 더 짙은 어둠이 차있다. </div> <div>서늘하지만 음산하진 않은 복도를 따라 십여 걸음을 옮기면 양쪽으로 방들이 나온다. </div> <div>몇 번째인지 모를 방 앞에 연등이 걸려있다.</div> <div>한쪽 미닫이문이 열려진 채 앉아있는 뒷모습이 익숙하다.</div> <div>옷 위로 드러난 어깨의 뾰족한 뼈가 안쓰러워 조용히 신을 벗고 들어가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div> <div>“아빠…….” </div> <div>눈이라도 마주치면 왈칵 울음이 쏟아질 것 같아 힘없는 등에 고개를 묻었다.</div> <div>“아프지마……. 아빠가 약도 못 사주는데 아프지마...아프...지...마......”</div> <div>아빠의 등이 눈물로 젖어가고 있었다. 아빠의 어깨도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div> <div>손을 뻗어 아빠 손을 잡으려는 순간 눈이 시려웠다. 퀭한 엄마의 두 눈이 빨갛다.</div> <div>며칠을 앓았는지 수능이 끝나고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div> <div>수능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의 차안에서 잠든 기억이 마지막 이었다.</div> <div>엄마말로는 주차장에서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살펴보니 열이 펄펄 끓고 있어 그길로 바로 응급실로 갔다고 한다.</div> <div>응급실에서 여러 검사를 거쳤지만 특별히 이상이 없어 입원을 해야 하나 집으로 가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살풋 깨어나 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말했다고 한다.</div> <div>“엄마, 집에....집에 가자.”</div> <div>집에 온 뒤에도 내리 잠만 자는 바람에 사흘을 꼬박 침대에서 보낸 거라고 들었다.</div> <div>그렇게 걱정을 시킨 것이 거짓말처럼, 개운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샤워를 하러 들어가는 내 뒤통수를 보는 엄마는 기가 막혔나 보다.</div> <div>“엄마 속 시커멓게 된 거 네가 책임져!”</div> <div>샤워를 하려고 고개를 드니 빙글 하고 욕실이 돌았다.</div> <div>아무래도 몸이 전 같진 않은 모양이었다. </div> <div>최대한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보니 식탁에 죽 한 그릇이 올려져 있었다.</div> <div>“일단 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먹어. 언제 일어날지 몰라 매일 끓여 뒀는데 다행이다.”</div> <div>엄마는 말끝에 울음을 삼키셨다.</div> <div>“엄마, 미안해. 걱정 많이 했지?”</div> <div>“네가 미안할 게 뭐 있어. 그동안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그랬던 건데...끝까지 잘 견뎌줘서 고맙고 일어나줘서 더 고마워.”</div> <div>말없이 엄마 손을 꼭 쥐니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div> <div>누워있는 동안 아빠를 만나고 왔단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div> <div>황망하게 아빠를 보내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채무자들에게 시달리며 해결하려고 애쓰던 엄마에게 아픈 기억을 되돌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div> <div>내가 삼촌이라 부르고 큰아버지라 부르던 타인들은 아빠 장례식장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div> <div>좋은 관계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거라는 걸 알아버렸다.</div> <div>어린 주원이가 자세히 알지도 못한 채 이른 철이 들은 게 속상해서, 아빠 그늘에서 성당봉사만 하시던 엄마가 억척스럽게 변하는 게 안타까워서, 이 악물고 공부했다. </div> <div>자는 시간도 아껴서, 먹는 시간도 아껴서, 지독하게 공부했다. 나의 수능시험은 그렇게 처절했다.</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speaker. 시연</div> <div> <div></div></div> <div>기회가 좀처럼 오질 않는다.</div> <div>원하던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운이 좋게도 CF에 섭외 되었다.</div> <div>여대생컨셉으로 여성용품을 광고하는 거였는데, 양쪽으로 땋아 내린 머리와 보조개가 이미지와 잘 맞는다며 단박에 캐스팅되어 동기들과 선배들의 부러움을 샀었다.</div> <div>CF가 방송을 타며 주변에서 축하전화를 엄청 받았다. 이미 스타가 된 듯 했다.</div> <div>그 후 시트콤에서 주인공 친구로 섭외를 받았다.</div> <div>당시 가장 인기 있던 시트콤이었기에 학교에서 나의 콧대는 꺾일 줄을 몰랐다.</div> <div>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자격지심도 자신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div> <div>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대사가 급하게 줄었다. 뭔가 불길했다.</div> <div>“야! 발음이 그게 뭐야! 혀 잘렸냐!”</div> <div>입시연기학원 선생님께도 지적받던 발음이 문제였다.</div> <div>그렇게 단 네 번의 출연으로 방송국과는 이별을 했다.</div> <div>아무리 연습을 해도 안 되는 발음을 어쩌란 말인가.</div> <div>발음이 좋았다면 아나운서를 했겠지.</div> <div>대학로에서의 작은 연극 몇 편을 끝으로 대학생활이 끝나가고 있었다.</div> <div>“선배니임~~이번에 딸 역할 저 주세요.”</div> <div>연출부 선배의 팔짱을 끼며 자연스레 몸을 밀착했다.</div> <div>이 선배가 날 몰래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div> <div>“그게...벌써 역할이 정해져 있어서…….”</div> <div>“선배님이 다시 결정하시면 되잖아요. 네? 저 정말 잘할 자신 있어요. 저 아시잖아요~오. 어떻게 저녁 먹으며 한 잔 할까요?” </div> <div>“아이 곤란한데…….그래도 시연이가 술 마시자는데 맘 변하기 전에 얼른 가야지.”</div> <div>덥수룩한 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 올리며 선배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div> <div>이제 그 역할은 내 것이 된 거다.</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speaker. 강</div> <div> <div></div></div> <div>“응, 방학동안 기숙사달린 공장에서 알바 한다니까. 심심해 죽겠다. 시연이 데리고 함 놀러와.”</div> <div>“그래? 그럼 시연이랑 시간 상의해 볼게. 거긴 언제까지 있는 건데?”</div> <div>“방학 내내 있어야지. 한 푼이라도 벌어야 다음 학기 버티지.”</div> <div>오랜만에 주아에게 연락이 왔다.</div> <div>방학동안 일하는 공장에서 주말엔 할 일없어 심심하다고 한번 놀러오라고 한다.</div> <div>그래도 친구라고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가 보다.</div> <div>단짝이니까. 우린 둘도 없는 단짝이니까 말이다.</div> <div>“나 이번 주말엔 약속 있는데~ PD님이랑 골프미팅이 있어서 말이야. 어쩌나~ 근데 몇 달 만에 우리를 찾고 어쩐 일이래?”</div> <div>역시 유명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div> <div>아르바이트 구하느라 발품 파는 우리 평범한 대학생들과는 급이 다른 것이다.</div> <div>“친구니까 제일 먼저 생각나서 그랬겠지. 그럼 언제 가능해? 쭈 많이 심심한 거 같던데…….그리고 방학 내내 일만 한다고 하니까 가서 좀 재밌게 해주고 오자. 응?” </div> <div>“그럼 다음 주말에 가자. 그땐 시간 비워둘게.” </div> <div>약속에도 불구하고 당일 아침에 전화가 걸려왔다.</div> <div>“강아, 나 오늘도 못가겠다. 다음 주 예정이던 연극 리허설이 오늘로 변경됐어. 미안하지만 혼자 다녀오든지 다음으로 미루든지 해야겠어.”</div> <div>안될 말이었다. 주아가 몇 번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기다리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 미룰 수는 없었다.</div> <div>“그럼 이번엔 그냥 나 혼자 다녀올게. 다음에 한번 또 가지 뭐.”</div> <div>“그럴래? 대신 안부 좀 전해주고.”</div> <div>그렇게 혼자 고속버스를 탔다.</div> <div>하룻밤 자고 오는 거라 짐이 많지 않아 백팩 하나를 끌어안고 있을 뿐이었다.</div> <div>휴대폰시간을 체크하고 이어폰을 꺼내 휴대폰에 연결한 뒤 최신곡을 플레이한 후 눈을 감았다.</div> <div>얼마나 지났을까, 요란한 소음에 눈을 뜨니 버스가 톨게이트로 진입하며 도로가 울고 있었다. </div> <div>기사아저씨의 도착 안내를 들으며 가방을 챙겨들고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 뒤 대합실로 나와 주위를 살폈다.</div> <div>출입구 쪽에서 하얀 얼굴의 주아가 반달눈을 하고 손을 힘차게 흔들고 있었다.</div> <div>“꺅~! 주아야~ 얼마만이야. 기지배 연락도 뜸하고 얼마나 궁금했는지 알아?”</div> <div>“유강아, 잘 지냈어? 얼굴 이뻐진거 봐. 연애한다더니 남친이 잘해주나 봐.” </div> <div>“잘 해주기야 하지. 그보다 우리 얘기하자. 넌 어떻게 지냈어? 괜히 부담될까봐 연락도 못하고……. 그래도 네 생각 많이 했어.”</div> <div>오랜만에 만났어도 어제 본 사이처럼 얘기는 끝이 없었다. </div> <div>“여기서 택시타면 금방이야. 가서 점심먹자.”</div> <div>웃고 있는 주아의 얼굴이 밝지가 않다. 웃고 있는데...분명 웃고 있는데....슬퍼 보인다.</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주아를 따라 들어간 곳은 강당이었다.</div> <div>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하나같이 내 표정과 똑같았다.</div> <div>“주아야, 이게 뭐야? 여기서 뭐하는데?”</div> <div>“공부하는 곳이야. 나랑 같이 공부 잠깐하고 밥 먹으러 가자.”</div> <div>그 말을 전적으로 믿기엔 연단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나 군데군데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div> <div>무엇보다 보안을 이유로 휴대폰까지 입구에서 제출하고 들어온 게 가장 꺼림칙했다.</div> <div>“아, 그러니까 옆에 계신 친구나 지인 분들께 무조건 감사해야 합니다. 오늘로서 인생역전이 되는 거예요. 앞으로 평생…….”</div> <div>말로만 듣던 다단계였다. </div> <div>“주아야, 이거 다단계야. 너 알고…….”</div> <div>“쉿! 공부 중엔 조용히!”</div> <div>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연단의 시선은 거두질 않았다.</div> <div>주아가 잡고 있는 내 손과 주아가 앉겠다며 옆으로 미뤄버린 내 가방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div> <div>“너 날 왜 부른 거야?”</div> <div>화도 나고 서운한 마음도 컸다. 어떻게 나가야할지 생각하느라 머릿속도 복잡했다.</div> <div>“아까 들었잖아. 이게 다단계는 맞는데, 나쁜 게 아니야. 잘 생각해봐. 이건 기회라니까.”</div> <div>주아를 설득해 같이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 같았다.</div> <div>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하지 않았나. 지금은 잘 들어주는 척하면서 빈틈을 찾아야 한다.</div> <div>점심도 건너뛰고 저녁시간이 지나도 밥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div> <div>아침 먹은 뒤로 먹은 거라고는 강당에서 나눠준 생수 500ml뿐이었다.</div> <div>“밥은 언제 먹어? 배고파서 아무 생각이 안나. 공부하려면 밥부터 먹어야겠어.”</div> <div>짐짓 장난스런 표정까지 지어보이는 내게 주아가 난처한 얼굴을 보였다.</div> <div>“미안해, 배고프지? 첫날은 좀 힘들어. 나도 첫 날이 제일 힘들었거든. 곧 도시락 나눠줄 거야. 첫날엔 오해하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감시가 심해. 공부해서 잘 알면 그런 일 없을 텐데……. 꼭 공부 못하는 것들이 사고를 친다니까. 학교나 사회나 똑같아. 강아, 넌 괜찮은 거지?”</div> <div>“그럼~ 하하하 내 친구가 권해주는 건데. 공부 열심히 해서 우리 함께 인생역전 해보자.”</div> <div>“역시 강이는 똑똑해. 그러니 대학도 좋은데 척척 붙고.”</div> <div>“근데 나 휴대폰은 주면 안 될까? 도착하면 전화한다고 엄마랑 약속했는데……. 걱정하고 계실까봐.”</div> <div>“그건 안 돼.”</div> <div>주아의 표정이 다시 엄격해지려 했다.</div> <div>“그래, 내일하지 뭐. 다 큰딸 얼마나 걱정하시겠어. 알아서 하려니 하시겠지. 너한테 온다고 했으니 걱정 안하실 거야.” </div> <div>주아의 표정을 살피며 머리를 재빨리 돌렸다.</div> <div>“근데, 물 좀 더 주면 안 되나? 아까부터 목이 너무 말라서.”</div> <div>“그래, 잠깐만 기다려.”</div> <div>내 가방을 아예 지가 둘러메고 연단의 무리들에게로 다가갔다.</div> <div>난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입구 쪽으로 다가가니 낯선 남자가 다가왔다.</div> <div>“자리로 돌아가세요.”</div> <div>“화장실 가려고 그래요. 휴대폰이랑 가방까지 죄다 저기 있잖아요. 얼른 다녀와서 공부하게 좀 비켜주세요.”</div> <div>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슬쩍 길을 터줬다.</div> <div>화장실문 손잡이를 잡고 활짝 열며 곁눈으로 보니 남자가 돌아서 있었다.</div> <div>발소리를 죽이고 계단을 내려와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div> <div>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무조건 멀리 멀리 달아나도록 뛰어 어느 큰 건물의 4층 화장실로 황급히 들어가니 안에 있던 고등학생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div> <div>사정을 설명하고 전화 좀 빌려 달라 부탁하니 선뜻 내어줬다.</div> <div>“여보세요.”</div> <div>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긴장이 풀리고 눈물이 쏟아져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div> <div>“엄마, 어흐으으흑....엄마.....흐흐흑.......”</div> <div>“유강이니? 너 어디야? 왜 그래? 아니 어디야. 엄마가 당장 갈게.”</div> <div>아무 설명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div> <div>엄만 그랬다. 고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하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div> <div>날 책망하지도 캐 묻지도 않고 그냥 한없이 내 마음을 다 알아주었다. 그리고 항상 내가 필요한 자리에 있어 주었다.</div> <div>“어떻게 하고 싶어?”</div> <div>엄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며 엄마가 묻는다.</div> <div>주아에 대한 얘기였다. 신고할까? 하고 묻는 것이다.</div> <div>1시간 반 거리를 1시간도 안되어 도착한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감히 짐작을 해본다.</div> <div>“그냥....나쁜 맘으로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 우린 친구니까. 나중에.....주아한테 왜 그랬는지 꼭 듣고 싶어. 그 뿐이야.”</div> <div>“그래. 너만 괜찮으면 엄마도 괜찮아.”</div> <div>놀랐던 맘이 금세 진정이 되고 스르르 눈이 감겼다.</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speaker. 시연</div> <div> <div></div></div> <div>이번엔 제주도여행이다.</div> <div>창혁선배가 소개시켜 준 벤처기업 사장이라는 오사장이 이번엔 친구들과 같이 가자고 난리다.</div> <div>40대 중반인 오사장 친구들이 여대생 사귄다는 말에 부러워서 같이 좀 즐기자고 성화라고 한다.</div> <div>누가 지 여친 이라고...참....어이가 없다.</div> <div>그래도 빽도 사야하고, 월세도 내야하니 참는 수밖에…….</div> <div>이번 달엔 팔자주름필러도 맞아야 한다.</div> <div>그나저나 누굴 데려가나…….</div> <div>우리 과 애들에겐 이미 소문이 나서 가려는 사람이 없을 테고...흠…….</div> <div>아! 김주아랑 유강이가 있었지!</div> <div>김주아 고거 똑똑한 척은 혼자 다하더니 몇 달 전 우리까지 다단계로 꾀어내려 하고. 혹시 나도 찾아갈까봐 유강이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끝까지 몰랐을 거다.</div> <div>물론 나 혼자 주아에게 갈일은 없었겠지만.</div> <div>주아도 그 때 입은 손해가 만만치 않다던데 이번에 한 몫 잡으라고 말하면 싫다고는 못하겠지.</div> <div>유강이는 워낙 맹해서 주아랑 내가 가자고 하면 그냥 끌려갈 것이다.</div> <div>유강이는 중학교 때부터 그랬으니까.</div> <div>주아가 다단계에 팔아넘기려 했을 때도 신고도 못하고 그냥 나한테 귀뜸한게 전부였을 정도니 존경스러울 정도다.</div> <div>그럼 주아한테 전화나 걸어볼까?</div> <div>“그래, 요즘엔 어떻게 지내? 아픈 덴 없지?”</div> <div>“연락 줘서 고마워. 정말 너 밖에 없다. 나 휴학하고 등록금 마련하려고 알바중이야. 모아놓은 돈도 다 날리고...빚까지 져서....정말 내가 바보 같다. 강이한텐 전화도 못하겠어.”</div> <div>“괜찮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란 걸 하잖냐. 물론 강이는 아직 화가 났을 테지만…….내가 잘 말해볼게. 근데 알바해서 빚은 갚을 수 있는 거야?”</div> <div>“힘들지…….그래도 힘든 엄마한테 손 벌릴 수는 없으니까…….”</div> <div>“그럼 주아야, 힘들지 않고 큰 돈버는 알바 소개시켜 줄까?”</div> <div>“정말? 그런 게 있어?”</div> <div>주아에게 대충 설명해주니 고민을 하는지 잠시 말이 없다.</div> <div>“깊게 생각할 거 없어. 그냥 아는 오빠들이랑 여행가서 노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 놀다가 싫으면 그냥 비행기타고 돌아와도 괜찮아.”</div> <div>“그런 거지? 이상한 거 시키고 그런 거 아니지?”</div> <div>“무슨 말이야. 그런 걸 내가 소중한 친구한테 소개하겠어? 우리 과에 가겠다는 여자애들 줄을 섰는데 너한테 도움 될 것 같아서 첫 번째로 물어보는 거야. 그리고 네가 좀 예쁘니. 나도 우리 오빠한테 욕먹을 친구를 소개시킬 순 없으니까.”</div> <div>주아의 속물근성까지 건드려주면 게임은 끝이다.</div> <div>“아이, 예쁘긴~ 그럼 같이 갈게. 언제 가는 거야?”</div> <div>역시나 난 주아를 너무 잘 알고 있다. </div> <div>“이번엔 강이 빼고 우리 둘만 가자. 강이는 내가 계속 설득해 볼게. 일단 너랑 강이가 사이가 좋아져야 같이 가든가 하지.”</div> <div>“그래, 그럼 부탁해 시연아. 그리고 너무 고마워.”</div> <div>오사장에게 제일 통 큰 친구로 데려오라고 해야겠다. 그래야 주아가 단박에 넘어갈 테니까.</div> <div style="background:rgb(255,255,255);"> <div></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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