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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158
    작성자 : 테라코타맨
    추천 : 4
    조회수 : 1124
    IP : 72.83.***.20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0/02/28 10: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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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령

    얼굴 가진 것은 먹지 않는다. 채령이 세운 채식의 기준이었다.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는 당연히 먹지 않는다. 아무리 작을지언정 얼굴이 엄연한 곤충 등 절지류, 연체류도 먹지 않는다. 얼굴 없는 지렁이와 조개, 해삼, 멍게는 먹을 수 있지만, 지렁이와 비슷한 뱀은 먹을 수 없다. 심지어 플라나리아도 안 된다. 두 눈으로 자신을 똑바로 그리고 호소하듯 쳐다보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천은 기준보다 더 엄격했다. 얼굴이 없어도 꿈틀대는 것은 먹지 않는다. 그래서 지렁이, 조개, 해삼, 멍게 등도 채령의 식탁에서 결국 탈락이다. 동물성은 아니지만 먹으려고 하면 빤히 맞쳐다보는 생강빵도 먹지 않는다.

    식물처럼 살고 싶기 때문이다. 햇빛과 공기와 물, 그리고 무기물을 빨아들여 유기물을 만드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다른 생명체의 죽음에 기대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죽음을 먹는 삶, 너 죽고 나 살기가 아니라, 꽃과 나비처럼 서로 살리는 살림의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자기, 이것 좀 먹어봐!"

    주방장이 긴 집게로 뭔가를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채령은 반사적으로 반 걸음 물러서면서 자기도 모르게 상체를 약간 뒤로 젖혔다. 고기 가마에서 막 끄집어낸 두툼한 스테이크에서 잘라낸 고깃덩이다. 한 손으로 입을 가리는 동작과 스텐레스 식판이 콘크리트 바닥 위에 떨어지는 굉음이 동시였다. 카페테리아 안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모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채령은 식판을 주워들며 주방장에게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사과했다. 굉음에 이은 정적이 찾아왔다. 쏟아진 음식을 대충 식판에 주워담고 일어선 채령의 눈에 기괴하게 얼어붙은 주방장의 얼굴이 들어왔다. 카페테리아에 부임한 지 며칠 안 되는 주방장은 쾌활하고 붙임성 좋은, 그야말로 이모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사람 좋아 보이는 푸근한 미소는 온데간데 없고 그 대신 두 눈이 기이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하 카페테리아에서 자신의 아파트로 올라온 그는 아직도 벌떡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작은 분무기를 들고 창가로 갔다. 명월초와 작은 다육식물 화분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도 그의 마음은 어느새 카페테리아에서 조금 전에 일어난 작은 소란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집게째로 고깃덩이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우적우적 씹던 주방장의 입 모양이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고깃덩이에서 배어나온 빨간 핏물이 주방장의 흰 이를 배경으로 돋보였다. 주방장이 바르고 있는 입술연지에 비해 훨씬 더 선명한 빨간 색인 핏물은 그의 기억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멀리 달아나버린 그의 식욕도 쉽게 되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그 순간 그는 허기를 느꼈다. 입안에 신물이 고이며 가벼운 욕지기가 났다. 주방장이 제 딴에는 채령에게 호의를 보이려고 그랬던 것인데, 자기도 모르게 격렬한 거부반응을, 그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이고 말았으니 주방장에게 미안했다.

    명월초는 두툼한 잎사귀가 무척 건강해 보였고, 다육식물 하나에는 새빨간 작은 꽃이 피어 있어 보기 좋았다. 그는 조심조심 물을 뿌리며 벌과 나비가 꽃 찾아 날아들 수 있도록 방충망을 열어놓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물과 공기만 마시고 해바라기하면서 살 수 없을까?"

    채령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끼니 때마다 무엇인가를 챙겨 먹어줘야 하는 자신이 싫은 느낌이었다. 좀 더 깔끔하게 살 수 없을까. 좀 더 고고하게 살 순 없을까.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그의 하얗고 가는 팔뚝 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따뜻하다 못해 햇빛 속 빛의 알갱이 하나하나 느껴질 것만 같았다. 빛은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에너지가 아닐까. 종잡을 수 없는 생각이 햇살 따라 나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주방장

    추이옥은 음식의 모든 면을 사랑했다. 내가 만들기, 내가 먹기, 다른 사람 먹이기, 그리고 내가 만든 음식 먹고 있는 사람들 보기. 의식주 중 제일은 ''임은 만고의 진리인 만큼 그만큼 그는 자신이 요리사임을 지극히 자랑스러워했다.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일이잖아요."

    그는 누구에게라도 그렇게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심성이 고운, 좋은 사람이었다.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자명하지 않은데다 주당 당사자의 말이라 믿음이 덜 가는 주장에 비한다면, 음식 만들어서 남 먹이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좋은 사람 아니기 힘들다는 말은 훨씬 그럴 듯했고 그 표본이 바로 추이옥 같은 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나 그가 좋아하는 일이 바로 많은,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 먹이기였다. 그의 기쁨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수에 정비례했다. 대형 기숙사 아파트 단지의 카페테리아 주방장은 천직이었다.

    그런 그에게 그날 아침 카페테리아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사건일 수 없었다. 채령이란 묘한 분위기의 젊은이는 처음 봤을 때 그에게 딱 딸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에게는 한번도 없었을 것 같은, 몇 생을 지나도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젊음과 호리호리함이 그랬다. 불과 며칠 동안이었지만 늘 혼자 앉아서 밥 먹는 채령을 볼 때마다 이름도 모르면서 아무 이유도 없이, "저 아이를 좀 더 잘 먹여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날 아침 스테이크는 그가 골라놓은 가장 좋은 품질의 것을 특별히 신경써서 작은 고기 가마에 굽고, 그 스테이크 가운데에서도 가장 맛있는 부위를 잘라낸 것이었다.

    아침 시간을 뒷정리까지 모두 끝내고 나서 추이옥은 주방에 홀로 스테이크 접시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다 식어빠진 두툼한 스테이크가 한 가운데에서 반으로 잘려 있고 그 한쪽 절반의 안쪽 가장자리는 이 빠진 것처럼 네모로 잘려나가 있었다. 바로 그가 채령에게 잘라서 준 부분이었다. 그는 커다란 포크와 나이프를 양손에 나눠 들고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크기가 고객용에 비해 두 배 정도 되는 그 포크와 나이프는 주방에서 요리할 때 쓰는 것들로 나이프의 경우 칼날이 날카롭게 벼려져 있어 원래 두툼한데다 차갑게 식어서 보통 칼로는 썰기 힘들었을 스테이크도 칼질 한번으로 싹뚝싹뚝 잘도 잘려나갔다. 그는 그 차가운 고깃덩이를 하나하나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접시가 깨끗하게 비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 표정은 더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주방장 자신의 호의를 무시한 것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요리를 거부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순간에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듯했다. 그는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칼날에는 하얀 기름기와 빨간 핏물이 뭍어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칼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취옥. 바로 주방장 추이옥의 별명이었다. 에메랄드. 사람들이 주방장을 부르는 애칭이었다. 추이옥 자신은 자기의 요리 철학과 자신이 요리한 음식 그 자체가 보석 같기 때문에 얻은 별명과 애칭이라고 여겼다. 모든 음식은 먹을 수 있는 보석이다. 눈요기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는 금강석, 청옥, 취옥 등 진짜 보석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요리사는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보석을 가공해내는 보석세공사로서 그 역시 보석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었다.

    채령을 향한 증오가 마음 깊은 곳에서 붉은 용암처럼 끓어 올랐다. 선짓국이 팔팔 끓어오르는 모양새와도 같았다. 채식주의자들이 미웠다. 목숨 같은 음식을 거부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이었다. 생명을 모독하는 자들처럼 느껴졌다. 취옥 주방장은 다시 나이프를 내려다 보았다. 물결무늬가 들어가 있는 칼날은 하얗게 빛을 내고 있었고 칼끝은 날카롭게 그지없어 쳐다보기만 해도 눈이 시큼거리고 눈물이 났다.

    "그래도 그렇지, 요리사가 백정이 될 수는 없잖아."

    도살업자의 살풍경으로 치닫던 취옥의 정신세계에 섬세한 요리연구가, 음식예술가, 생명을 먹여살리는 이의 풍모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추이옥은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에 담아 식기세척기에 넣고 앞치마는 반듯하게 접어 서랍에 넣었다. 주방장의 긴 하루가 그렇게 끝났다.

    쿼터

    채령은 아파트에 들어서서 싸늘한 기운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난방기가 작동하지 않는 날이란 사실을 기억해냈다. 입으로 숨을 불어내 보았다. 다행히 입김이 서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깨를 옹송그려 보아도 추위는 어쩔 수 없었다. 전기 배급제. 에너지 절약은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정책들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세기에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환경과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구상되었고, 무엇보다도 곧바로 실천되고 있었다. 환경파괴와 생태계 위기는 그 누구도 그 어떤 이유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전 인류의 과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맨 먼저 옷장으로 가서 두툼한 옷을 꺼내 외출복 위에 덧입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목욕은 상상할 수 없는 저녁, 뜨거운 물 한 바가지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는 한 시간에 한번 꼴로 습관적으로 셀폰에서 날씨를 확인했다. 바깥 기온은 영하로 내려가 있었다. 실내에서는 입김이 서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철저한 단열시공을 의무화한 정책 덕분이었다. 초단기 사적인 이익을 향해 각개약진하던 지난 세기에는 시늉만 내던 일들이었다. 공적인 이익, 전지구적이고 전인류적이며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그깟 추위쯤은 일도 아니었다. 채령은 오히려 즐겁고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바깥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 난방기로 실내 기온을 여름처럼 올린 다음, 그 안에 들여놓은 냉장고 온도를 영하로 다시 내려서 얼린 얼음으로 냉면 만들어 먹는 에너지 바보들의 사치를 누리면서 지구의 북극과 남극이 통째로 녹아내릴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보다, 차라리 옷을 잔뜩 껴입고 마음 편하게 지내는 편이 훨씬 좋았던 것이다.

    "엄마!"

    몸이나 마음이 추울 때, 기분이 좋을 때, 기분이 나쁠 때, 특히 그날처럼 카페테리아 사건 같은 일이 있을 때 그는 엄마의 눈빛과 목소리가 필요했다. 화면 속에 엄마가 나타나자 마자 그의 얼굴 표정은 아이처럼 밝아졌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참았다. 엄마와의 영상 통화에서 긍정 에너지를 얻는 것까지는 좋겠지만 부정 에너지마저 나누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또 난방기 안 켜지는 날이구나. 설마 일부러 끄고 궁상떨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지는 말아라. 다 알아서 정해놓았을 테니 정부를 믿어보는 것도 좋지 않겠니."

    엄마의 얼굴은 우려의 빛을 띠고 있었으나 온기와 신뢰의 광선을 화면 밖에까지 쏟아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에 따뜻함을 느끼듯, 채령은 엄마의 미소가 따스한 햇살 같다고 생각했다.

    "얼굴에 뭐가 난 거니? 예쁜 우리 딸 피부는 백만불짜리인데 조심하지 않고선."

    "아니에요. 그냥 조금 전에 좀 문지른 것뿐인데."

    서른이 다 되어가는 딸을 아직도 어린아이로 생각하는 것인지, 전형적인 엄마의 걱정 반응이 몇 가지 계속되었다. 채령은 별 것 아니라고 엄마를 안심시키면서 자신도 안정되어 감을 느꼈다.

    패시브 하우스가 일반화된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전열기에 소비되는 에너지는 극도로 제한되었다. 전기 같은 고급 에너지를 가장 저급한 열 에너지로 바꾸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형태의 에너지 변환으로 간주되었다. 안 그래도 무질서한 세상의 엔트로피를 이중으로 높이지 않고도 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느냐는 거였다. 정부의 에너지 차별은 철저하고 섬세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에너지 소비를 차별했다. 전기에서 열로의 에너지 변환이 차별받는 동안 전기 에너지를 정보의 생성, 저장, 관리에 쓰는 에너지 변환은 최우선순위를 부여받았다. 우주도 물질도 생명도 정보화된 에너지 그 자체와 다르지 않다고 보는 현대 철학의 영향도 있었지만 에너지 변환의 효율성이 가장 높다는 과학의 설명에 모두 수긍하는 셈이었다. 그 대목에 있어서 채령은 전적으로 동감했다. 난방기가 켜지지 않는 아파트에서 엄마와 화상통화하는 상황이 따뜻한 아파트에서 엄마의 실시간 영상, 음성 정보에서 완전히 차단되는 상황보다 백만 배쯤 낫다는 생각이었다. 적외선 광자 하나보다 디지털 정보 한 비트가 더 소중했다. 광자가 원석이라면 비트는 보석이라고 해야 할까.

    모바일 탈핵

    채령은 자신이 그렇게 친정부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줄 몰랐다. 특히나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그는 반대 투표를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최근에 있었던 조기 완전탈핵 투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치열했던 여론전에서 정부를 비롯한 반핵 진영의 여론전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핵방사능 오염, 방사성 동위원소들의 반감기, 핵폐기물 저장고의 안전성, 생태계와 인간의 방사능 피폭과 같이 크고 넓은 시야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있는 반핵 진영의 논리가 값싼 에너지, 깨끗한 에너지, 안전한 에너지와 같은 초단기적 효과에만 집중하는 기업을 필두로 한 찬핵 진영의 논리에 비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다.

    우주의 근간이자 인간 세상의 척추에 해당하는 중요한 문제, 에너지에 관한 한, 에너지 생산에서 환경과 인체를 오염시키는 방사능의 제거까지 짧게는 수만 년 동안 두고두고 인류가 지불해야 하는 종합적인 비용을 따지자는 정부를 더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에너지의 생산에서 판매까지 드는 비용만 계산에 넣을 뿐,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도 속수무책이라 1만 년을 단위로 째깍거리는 할아버지 크로노스의 시계만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는 핵방사능 오염과 핵폐기물 처리는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아무 근거 없이 빡빡 우기는 걸로 대신하는, 당장의 이윤만을 지상과제로 삼아 수익은 턱없이 부풀리고 비용은 수만 분의 일로 줄여버리는 기업의 이중장부를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때 999 기까지 늘어났던 핵발전소는 임박한 '1000' 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에 위기감을 느낀 반핵 진영을 분발하게 만들었다.

    "따뜻한 물로 값싸고 깨끗하게 샤워한 후 거치는 필수코스 핵방사능 태닝, 과연 무료인가?"

    "1. 스리마일.. 2. 체르노빌.. 3. 후쿠시마.. 4. 내 갑상선."

    "전기는 내가 대출, 핵쓰레기는 1천대손까지 분할상환."

    이런 표어들이 뇌세포를 자극하는 논리보다는 피부에 닿는 촉감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소위 '만물의 영장'들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24기의 핵발전소를 일거에 가동중단에 이은 폐로의 수순을 밟을 수 있게 한 묘수는 정부가 반핵론자들의 주장 대신 찬핵론자들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데에서 나왔다.

    값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찬핵론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핵발전소 사고? 다중 안전장치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핵쓰레기? 그것은 충분히 관리가능하며 일반 산업 쓰레기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방사능의 살균작용 ''에 일반 음식 쓰레기보다 더 위생적"이라고 했다. 수만 년 동안 위험한 방사능을 뿜어내는 핵쓰레기도 적절한 최신 밀폐용기에 저장하면 반영구적인 보관이 가능하다고 했다. '적절' 또는 '최신' 이란 단어에서 엿보이는 인간들의 주먹구구와 '영구' 란 단어의 남용에서 드러나는, 백년짜리 인간들의 과대망상 호연지기가 그득했다.

    그래서 정부는 '최신'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모든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저장소를 고정형에서 이동형으로 바꾸었다. 핵반응로와 발전설비는 두 개의 트럭에 각각 탑재가능한 크기의 이동식으로 설계/제작되었고, 고준위/저준위 핵폐기물 저장고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과거의 고정형 거대 핵발전소는 기껏해야 트럭 네 대에 분리되어 어디로든 실려다닐 수 있었으며, 어지간한 크기의 주차장만 나타나면 트럭을 나란히 주차해놓고 곧바로 핵발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하에 묻혀 있는 송전선에 무선 송전하는 시스템은 워낙 감쪽같아서 자기 뒷마당에서 임시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귀신도 모를 지경이었다. 핵폐기물 트럭도 도심 한 가운데는 물론이고 고급 주택가의 한 모퉁이나 초호화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에 얌전히 주차해놓을 수 있었다. 최신 밀폐용기는 워낙 안전하기 때문에 고준위 핵폐기물 트럭이라도 그 자리에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핵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비정상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인권마저도 존중해줄 필요는 있었다. 정부란 자고로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공복들의 집단이기 때문에, 그게 사리에 합당하든 안 하든 간에,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존재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으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어쨌든 핵발전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달에 한번씩 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이동식 핵발전 트럭과 이동식 핵폐기물 저장 트럭을 어느 지역에 주차할지를 결정했다. 찬핵여론이 20퍼센트인 지역에는 365일 가운데 73일을, 찬핵여론이 80퍼센트인 지역에는 365일 가운데 292일을 주차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해당 지역에는 핵발전으로부터 나온 전기를 주차 일수에 반비례하는 가격으로 공급해서, 그 누구도 불평하는 사태를 원천봉쇄했다.

    입으로만 찬핵하고 말로만 탈핵하는 시대는 지났다. 찬핵도 온몸으로 반핵도 온몸으로 해야 하는, 전면적인 에너지 민주주의가 실현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조기 완전탈핵. 값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핵발전도 모든 게 떠도는 신유목 시대, 모바일 세상에는 적응하지 못한 셈이었다.

    표면적 & 홀로그래피

    "노출금지라니! 엄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흥분한 채령이 화면 속 엄마에게 퍼붓고 있었다. 가슴이 깊게 파이고 어깨는 끈만 남아 있는 배꼽티에 짧은 치마 차림으로 씩씩대고 있었다. 엄마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엄마 잘못은 아니었다.

    정부의 새 에너지 정책이 문제였다. 전면적인 태양발전법. 모든 '표면'은 국유화되었다. 사방 한 치의 작은 정사각형 표면이라도 태양전지가 깔려야 했다. 개인의 신체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발목까지 내려가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거였다. 모든 옷은 유연한 태양전지 섬유로 만들어질 참이었다. 채령의 정부 지지는 모바일 탈핵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패션모델인 그가 몸의 모든 굴곡을 감싸서 삭제해 버리는 수도승의 긴 옷만 입으라는 태양발전법을 지지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의 직업이 아니라 패션 그 자체를 없애버리는 폭거였다. 특히나 노출이 직업이자 취미인 그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더운 여름에! , 햇빛 좋은 이때야말로 온 몸을 태양전지 옷으로 덮어야 하는 거겠군요."

    채령은 생각할수록 열을 받았다.

    "실내에서는 마음대로 입을 수 있지 않니."

    엄마가 위로하고 나섰다.

    "그럼 온 세상을 실내로 만들면 되겠네요. 도시 전체에 지붕을 덮어버리고 그 중요하다는 태양전지는 지붕 위에 설치하면 되구요."

    "그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겠구나. 어쨌든 정부의 정책이 결정된 이상 그에 반한다면 결국 가용 에너지가 더 줄어들게 될 터이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

    그것은 마치 에너지 계엄령 같았다. 악마의 유혹이 아니라 악마의 직접적인 저주인 핵발전으로 되돌아가는 정책에 다시 투표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모든 게 곧이곧대로인 정부의 태양발전법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가 인류의 얼굴 표면적을 계산하고 있다던데, 나중에는 우리 모두 구멍 두 개 뚫린 두건까지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날마다 가면무도회, 나쁘지 않은데. 겉보기에는 맨 얼굴이라도 이미 보이지 않는 가면을 늘 쓰고 사는 게 인간인데, 그 투명가면을 불투명 태양전지 가면으로 바꾸면, 오히려 가면 아래에서만이라도 진면목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엄마의 말은 그럴 듯했지만, 채령은 아무래도 눈만 내놓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자기 자신마저도 볼 수 없는 가면 속 진면목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얼굴이 무기란 말은 들어보았지만 얼굴이 태양전지판 노릇을 해야 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듣도보도 못했다.

    "화장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겠니. 기초 화장 위에 하는 색조 화장 같은 것? 피부나 색조 화장의 색깔이라는 게 원래 빛을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반사하는 광학 작용의 결과인데 태양전지판 가면도 특정한 파장의 빛만을 흡수하는 비슷한 작용을 하잖니. 투박한 가면보다는 색조화장 입자 자체에 태양전지 셀을 심을 수 있다면 딱딱하고 기괴한 모양의 가면으로 굳이 얼굴을 가릴 필요도 없고 말이야."

    엄마의 말은 점점 설득력을 더하고 있었지만 한번 틀어진 채령의 마음은 쉽사리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깟 에너지 좀 얻겠다고 얼굴을 태양전지 가면으로 가려야 한다는 발상이, 물론 아직 추측의 영역이지만, 끔찍했다.

    "피부는 이를테면 안쪽의 정보를 밖으로 드러내거나 내보낸다고 할 수 있지. 피부의 굴곡도 질감이나 색깔도 표면 포함한 피부의 내부 정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맨 얼굴이나 화장한 얼굴이든 말이야.

    "정부가 전면적인 태양발전법으로 개인의 얼굴마저 어떤 식으로든 태양 에너지를 수확채집하는 표면으로, 전략물자로 징발하고 공유화한다면, 그것은 얼굴을 외부의 에너지를 내부로 끌어들이는 창구로 쓰겠다는 것이야.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정보'만으로 얼굴, 피부, 표면 치장하기를 화장법이라고 한다면, 자기 자신의 얼굴, 피부, 표면으로 들여오는 '에너지'만으로 살아가기는 섭생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 그렇게 보면 섭생법이 화장법보다 더 중요하고 더 일차적이기도 할 것 같다. 일단 외부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내가, 내부가 살아나야 그게 무엇이 되었든 외부로 발산할 수 있지 않겠니.

    우주의 참모습이라는 홀로그래피 원리가 얼굴에도 적용된다고 해야겠다."

    물리학자 엄마를 둔 딸로서 정부의 태양발전법에 상처받은 영혼을 홀로그래피 원리로 위로받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가면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정부의 전면적인 태양발전법은 그야말로 전''적이었다. 얼굴마저 태양발전을 위한 표면으로 작동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정부가 채령에게 부여한 새로운 임무는 성배 찾기와 비슷했다. 온전한 형태가 아니라면 어딘가에 파편의 형태로나마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 조각난 파편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그 파편들을 어떻게 짜맞출 것인가가 문제란 점에서 그랬다.

    개인용 에너지 수확 장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에너지를 수확하고 저장할 수 있는 별도의 원리와 기술과 장치는 이미 개발되어 있었다. 그 기술들을 정확한 조합의 한 꾸러미 구슬로 꿰어내고 그것을 인체,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장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리하여 외출할 때마다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의 해법이 필요했다.

    비행기 조종사 헬멧은 답이 아니었다. 그것은 초음속 비행이란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출렁거리는 젤리를 담은 두개골이란 연약한 내부를 보호하겠다는 기본적인 목적에 충실할 뿐, 그 겉에 태양전지판을 덕지덕지 깔 수는 있을지언정 채령의 아름다운 용모를 무지막지한 정부의 태양발전법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순 없었다.

    눈 부위만 내놓고 얼굴과 머리카락을 가리는 두건이나 부르카 역시 채령이 찾는 답이 아니었다. 물론 피하고 싶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외부의 지수화풍과 함께 차단하는 목적은 훌륭하게 달성할 수 있고 태양전지 섬유로 직조하면 태양발전법도 충족시킬 수 있지만, 역시 자신의 얼굴에 드러나는 홀로그래피 원리에 입각한 채령의 내부적 진실마저 가려진다는 게 맹점이었다.

    "맨 얼굴에 드러나는 홀로그래피는 얼굴 안쪽에 든 모든 것, 그러니까 뇌는 물론이고 두개골, 근육, 핏줄과 신경 다발, 피하조직 등등의 3차원 정보를 2차원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얇은 부르카 겉에 나타나는 홀로그래피는 얼굴 피부 겉표면을 마저 포함하는 것이니, 맨 얼굴과 부르카는 얇은 피부 한 장 차이라고 할 수 있지. 물론 그 모든 게 플랑크 단위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말이야."

    채령은 엄마의 말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다.

    부르카에서 가져와야 할 요소는 얼굴과 머리에 덮어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얇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착용가능한 발전장치. 피부에 매달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눈으로 바깥을 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통과시키면서 햇빛의 일부는 통과시키지 않고 붙잡아 전기로 변환시킬 수 있는 유연한 평면 재질이 필요했다. 종이나 옷감처럼 구부러지며 구겨지는 태양전지판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었다. 다만 그런 태양전지판은 피부에 달라붙어 바람이 통하지 않을 뿐더러 자신의 눈길도 타인의 시선도 통과시켜주지 않는 꽉 막힌 재질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의 태양발전법이 너의 채식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 에너지 수확을 극대화해서 에너지 자급자족에 좀 더 가까이 가자는 것이니, 채식에 비해 에너지 낭비가 격심한 육식을 그만두자는 채식주의와 얼추 같은 길을 가는 것으로 보인다."

    엄마의 그 말에는 채령도 동의했다. 채령은 새로운 기분으로 성배를 찾아 나섰다.

    미인

    미인대회는 가면무도회로 시작되었다. 동서고금 의복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없는 민족 의상이 없었고 그 어떤 옷도 완전히 고립된 디자인이 없었다. 태초에 단 하나의 옷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옷들은 대자연의 공간에 따라 수백 수천 서로 다른 독특한 모양과 색깔로 분화되었고 다시 그 옷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신을 거듭했고, 자기만의 독특한 시공에 처한 개개 인간 기질에 따라 또다시 천갈래 만갈래 잔가지를 쳤던 것인데, 그 시간, 공간, 인간이 합주하고 변주하여 만들어낸 온갖 스펙트럼의 옷들을 미인대회 기간 내내 볼 수 있었다.

    채령은 가장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고집했다. 목에서 발목까지 수직선으로 떨어지는 펑퍼짐한 하얀 통짜옷이었다. 위아래로도 옆으로도 몸매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옷. 유이하게 곡선으로 드러날 수도 있었을 양 어깨선마저 커다란 주름을 이루며 수직낙하중인 하얀 천에 묻혀 버렸다. 장신구라곤 머리를 말아올려 꽂은 비녀가 전부였다.

    "노출이 취미라는 네가 웬일이냐? 이런 옷을 고르다니. 정부시책에 백기 항복한 거니?"

    미인대회에 함께 참가한 엄마의 놀라움 섞인 질책이었다. 엄마의 선택은 착 달라붙어 몸매를 다 드러내는 만주족 전통의상이었다. 화려한 색상에 보석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자까지 완벽하게 갖춘 청나라 공주 차림이었다.

    "헐벗고 다니는 것보다는 낫지 않소."

    채령의 아빠도 미인대회에 참석중이었다. 아빠의 선택 역시 엄마처럼 만주족 쪽이었다. 미인대회가 천안문 광장에 면한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까닭에 동아시아 전통의상들이 대세였다. 참가자는 1만 명이 넘는 남녀노소였다. 수많은 참가자들이 드넓은 대회당 여기저기에 자유로이 휩쓸리고 흩어지고 모여드는 미인대회 예선은 놀이공원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참가자 한명 한명에 배정된 개인 지정 드론과 크고작은 모임들을 추적하는 단체 드론, 그리고 전체를 조망하는 자유 드론들로 높은 천정 아래 허공은 수많은 꿀벌들이 날아다니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15천을 헤아리는 드론 카메라들은 모두 미인대회 주최측의 수퍼컴퓨터로 조종되고 있었다. 참가자 하나 하나의 용모와 말과 행동들은 드론을 통해 실시간 수집되고 수퍼컴퓨터로 분석되어 본선 참가자, 그리고 결국에는 미인대회 입상자까지 자동으로 골라낼 참이었다.

    가면무도회는 태양발전법이 적용되지 않는 실내 행사였지만 나중에 천안문 광장으로 나가는 외부 행사가 있어서인지 다들 벌써부터 노출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였다. 열대에서 온 참가들마저 엷은 초록색 천들을 걸치고 있었다. 태양전지 섬유로 짠 것들이었다. 다만 이름만 가면무도회였지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어차피 가면을 써야 하는 바깥 행사를 위해 모두들 가면을 달고 다녔다.

    채령이네 가족은 온갖 전통음식들이 차려져 있는 탁자에 갔다가 각종 전통놀이가 진행되고 있는 구역으로 발을 옮겼다. 처음에는 개인지정 드론이 신경쓰였지만 어느새 채령마저도 드론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을 구경하고 만나고 먹고 마시고 노는 시간이었다. 한 나절 동안 어떠한 중앙집중식 일정 없이 자유롭게 진행된 예선 대회였다.

    둘째 날, 대회는 아침부터 천안문 광장에서 시작되었다. 모두들 가면이나 두건을 쓰고 나섰기에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된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모양새이었지만, 오늘 모임의 제목은 "진실의 시간"이었다.

    "진실의 시간? 이거야말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구만. 실외에서는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데, 얼굴도 감추고 어떻게 진실의시간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채령 아빠의 말이었다. 천안문 광장의 봄날은 어디에선가 피어있을 봄꽃들에서 풍겨나오는 달콤한 향기와 따스한 햇살로 가득 차 있었다. 일만 명이 갖가지 가면과 복면과 탈을 쓰고 돌아다니는 광경은 그 자체로는 장관이었다. 형형색색으로 꾸민 가짜 얼굴, 뒤집히는 얼굴, 덧붙이는 얼굴들이 실은 맨 얼굴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편이었다. 자세히 봐야 구별되는 밋밋한 맨 얼굴과는 달리 거짓 얼굴들은 그 요란한 모양과 색깔 때문에 척 보면 구별되었다. 탈 바가지가 맨 얼굴이라면 맨 얼굴은 달걀 귀신 같다고나 할까.

    "엄마 말대로 가면의 장점이 있네요. 남의 표정 읽지 못해 답답하긴 해도 나의 표정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말이에요."

    "그렇다니까. 용모와 표정으로 상대를 잘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정반대로 오해할 여지도 그만큼 크다고 봐야지. 지난번 얘기했듯이 홀로그래피 원리에 따라 가면에 오히려 더 많은 그 사람 정보가 들어있다잖니. 시각으로는 얻을 수 없는 얼굴 '표면 그 자체'의 정보까지."

    "그나저나 정부 사람들 참 영리해. 미인대회 속 가면무도회로 전면적인 태양발전법 시행의 최대 난관이라 할 수 있는 피부와 얼굴 표면 공유제를 이렇 예술적으로 넘어가다니 말이야. 그런 면에서도 아주 성공적이야. 아주 지능적이야."

    "하긴 자외선에 피부 상할까봐 눈만 내놓고 얼굴을 꽁꽁 싸매고 다니는 사람들이 벌써 많긴 했네요."

    "이 참에 태양전지 가면 만드는 사업을 시작해볼까?"

    그들은 가면의 바다 속을 헤치고 돌아다녔다. 가면의 또다른 장점은 목소리에 더 민감해진다는 점이었다. 수퍼컴퓨터도 읽어내기 힘든 사람들 표정 읽어내겠다고 온 정신이 팔려 놓쳤던 정보들이었다. 얼굴이란 표면을 오해의 소지가 많은 정보의 통로로 쓰는 대신 정직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현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점에 예선에서 뽑은 백 명이 미인대회 본선으로 진출했다. 본선 진출자 하나 하나가 쟁쟁한 선남선녀였다. 아름다운 용모도 있는가 하면 멋진 몸매도 있었고 꼭 집어낼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도 있었다. 하루 아침에 제2의 얼굴, 아니 제2의 자아로 격상된 가면이 목소리 또는 전통의상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이들도 보였다. 본선진출자 백 명에는 남녀노소가 적절하게 안배되었다.

    "우리 채령이가 본선에 나가지 못한 게 도대체 이해가 안 되네."

    아빠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난스러운 표정은 가면 위로도 드러나는 듯했다.

    "글쎄 말이야. 옷이 너무 얌전하고 가면도 수수해서 그런 거 같아. 통짜옷에 허리띠도 안 맨 건 정말 너무 했지."

    엄마는 진심으로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녹색인간

    대신 채령은 무대 위에서 본선대회 행사 진행을 도와주는 도우미로 뽑혔다. 20여명에 이르는 남녀노소 도우미들은 본선대회가 시작되기 전 무대 뒤에서 간단한 교육을 받고 본선진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도우미들은 전반적으로 화려한 본선진출자들에 비해 채령처럼 옷과 가면이 무채색 계열로 단순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당신 말이 맞나 보네. 옷이 날개이고 가면이 진면목을 대신하는 게 맞아. 미인대회가 아니라 패션쇼이고 가면무도회야."

    "얘가 어제 갑자기 사라지지만 않았어도 함께 의상이랑 가면을 챙기는 건데, 안타깝네."

    두 사람은 무대가 빤히 보이는 곳에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이미 전체 참가자 절반 이상이 무대 앞으로 몰려든 상태였다. 어쨌든 무대에 오른 채령을 잘 보기 위해 그들은 일찌감치 채령을 따라 무대 앞에 갔던 것이다.

    "어제뿐 아니라 요새 통 채령이 얘를 볼 수가 없던데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었던가?"

    "채식주의네 뭐네 하고 돌아다니더니 지난 한 달 동안에는 또 태양발전법을 피할 수 있는 개인 에너지 수확 기술을 찾아다닌다고 난리를 피우더라고. 통짜옷도 싫고 가면도 싫대나."

    "정부가 저렇게 작정하고 밀어붙이는데 그걸 피할 방법이 있을까. 저렇게 난리를 죽이는데 말이야. 가면 쓰지 않는 게 적발되면 두 번 경고 후 대회장에서 추방. 정말 대단들 하셔."

    채령 아빠가 턱짓으로 공중을 가리켰다. 주최측의 공개정보에 따르면 본선대회가 열리는 천안문 광장의 하늘에는 십만 대의 드론이 떠 있었다. 대부분의 드론은 무광택 반투명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약 1할에 해당하는 1만 대의 드론은 붉은 색깔이었다. 바로 공안 드론들이었다. 공중에 뜬 채 천안문 광장 전체를 뒤덮는 반구형 측지선 격자를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무광택 반투명 드론들은 제자리 정지비행을 하는 동안, 붉은 드론들은 반구형 대형 안쪽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언뜻 보기에 붉은 꽃송이들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십만 드론의 낮은 주파수 비행음은 군중들의 소음에 묻혀 귀 기울이지 않는 한, 현란한 기타와 요란한 드럼 소리를 밑에서 떠받치며 멀리 에워싸는 베이스처럼 잘 들리지도 않았다. 어떤 경우에도 미인대회 또한 합법적이어야 하니까.

    본선 무대는 천안문을 배경으로 해서 정남향으로 설치되었다. 자오선을 막 지난 오월의 태양은 작열하며 기온이 점점 올라갔다. 백 명의 본선진출자들은 무대 중앙에 서고 남녀 한 쌍의 사회자가 앞으로 나오면서 본선대회가 시작되었다. 도우미 스무 명도 무대 양옆에 나타났다. 채령의 위치는 무대 왼쪽이어서 그늘이 졌다.

    "법을 준수하는 미인대회!"

    "인류문명에 무한재생 에너지의 빛을 비춰주는 태양신 축제의 한 마당!"

    사회자들의 말에 채령의 부모는 마주보고 웃었다. 미인을 뽑자는 건지 법을 지키자는 건지 해바라기를 하자는 건지.

    "그런데 무척 무덥군요."

    사회자 하나가 말을 하면서 다른 사회자를 손을 끌어 그늘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남중을 막 지난 태양은 무대의 동쪽에 서 있는 본선 참가자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재생가능 에너지로 무차별 공격하는 중이었다.

    그늘로 들어간 사회자들의 다음 행동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준법정신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들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그리고 전신을 감싸고 있던 겉옷을 벗어버렸다.

    "이제야 좀 살 것 같군요. 모든 표면을 덮어버리는 전면적인 태양발전법에도 솟아날 구멍이 있었네요!"

    얼굴과 반팔을 내놓은 사회자들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것을 신호라도 한 듯이 그늘에 서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가면을 벗고 겉옷을 벗어부쳤다. 무대 왼쪽에 서 있는 도우미들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자 두 사람은 그들을 돌아다 보며 말했다.

    "잘 하셨습니다. 훨씬 시원해 보이네요."

    "저쪽 분들은 좀 더 기다리셔야겠지만요."

    무대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가면과 겉옷에 손을 안 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저 분은 웬일인가요? 덥지 않다는 건가요?"

    한 사회자가 무대 왼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대 아래 위의 모든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십여 명의 도우미 남녀노소 가운데 채령만이 가면과 겉옷을 그대로 입은 채 서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과장되게 놀라는 소리가 들려오고 무대 앞 상공에 더 많은 붉은 드론들이 몰려들었다. 무대 양옆에 설치된 거대한 세로 화면에 채령의 전신이 잡혔다. 광장 남쪽 끝에 있던 사람들도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스크린 속 채령을 볼 수 있었다. 군중들의 반응에 고무되었는지 두 사회자는 그의 손목을 하나씩 부여잡고 채령을 무대 중앙으로 데리고 나갔다. 백 명으로 시작되는 본선 무대가 갑자기 채령의 단독 무대가 되어버렸다.

    "그늘 속에서도 태양발전법을 존중하겠다는 건가요?"

    채령의 부모는 무대 바로 아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천안문 광장을 너머 온 세계의 이목이 딸에게 집중된 순간이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숙한 표정의 가면을 쓴 채령은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두 사회자에게 끌려나가듯 선 무대 중앙에서 채령은 그냥 서 있었다.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그늘에서는 가면을 벗어도 되는데 말이죠."

    "어떤 분인지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사회자가 은근히 재촉하는 바람에 무대 앞 군중들도 덩달아 가면 속 진면목이 궁금해지지 시작한 모양이었다. 여기저기에서 가면을 벗어달라는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곧 합창이 되어갔다.

    채령 자신은 엉겁결에 무대 중앙으로 끌려나가기는 했지만 그 모든 상황의 전개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큰 군중 앞에서도 떨리지 않았다. 가면의 힘이었다. 오히려 은근히 그 순간의 적당한 긴장과 많은 사람들의 집중된 시선 속에 담긴 집단적인 기대감이 갑자기 그의 직업적인 프로 근성과 개인적인 취미를 자극했다. 그것은 바로 노출이었다. 오로지 그 한 사람을 위해서 막이 오르고 자리가 깔리고 무수한 드론들의 줌 렌즈가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단독 패션 모델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가 기다리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무대를 독차지할 줄은 몰랐지만.

    채령이 오른손을 들어 집게 손가락으로 하늘을 향해 세우자 무대 위 아래는 고요해졌다. 사회자들도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몽환적인 테크노 전자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대 앞쪽 가장자리를 따라 채령의 단독 패션쇼 무대가 펼쳐졌다. 중앙에서 왼쪽 끝으로, 다시 중앙으로, 중앙에서 오르쪽 끝으로, 또다시 중앙으로 이어진 캣웍이 끝났을 때, 하얀 민소매 배꼽티와 하얀 핫팬츠 차림의 채령은 가면만 남겨둔 상태였다. 음악은 이미 멈춰 있었다. 그리고 채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면을 벗었다. 대놓고 겉모습을 떠받드는 미인대회의 무대 중앙에, 햇빛 닿는 표면에 병적으로 법적으로 집착하는 태양발전법의 사법권 관할 구역에서, 한 줌도 안 되는 옷으로 최소 면적의 피부만 가린 패션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채령은 무대 중앙에서 다시 무대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 !"

    사회자가 장난스럽게 호들갑을 떨었다. 채령이 막 그늘을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적인 장소에서 정부의 태양발전법에 대놓고 도전한다는 것은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반정부 시위나 범죄 현장과 같은 심각함은 물론 없었다.

    채령의 피부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뽀얀 색이 서서히 초록색으로 짙어졌다. 햇빛 아래에 녹색인간이 서 있었다.

    "채식도 모자라 이제 자기가 직접 광합성을 하기로 한 모양이네!"

    채령 엄마가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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