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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131
    작성자 : 테라코타맨
    추천 : 3
    조회수 : 1938
    IP : 72.83.***.206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20/02/14 13:55:23
    http://todayhumor.com/?panic_101131 모바일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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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블랙홀



    블랙홀 발전소

    블랙홀은 자신만의 우주 교향곡에 맞추어 정교한 춤을 추는 문명에게만 에너지를 나누어 준다. 그 어떤 외계의 문명일지라도 그 블랙홀에 찾아와 강력한 중력의 골짜기를 따라 공전할 수도 있고 잠시 머물다가 떠나갈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충돌 궤도로 진입하여 한 줌의 감마선 다발만 남긴 채 블랙홀과 하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심 블랙홀부터 중력 말고는 받는 게 아무 것도 없는채로 어둡고 차가운 공전 궤도를 도는 아홉 개의 행성들로 이루어진 검은 태양계에서 적어도 5억 년은 꾸려온 토착 문명만이 중심 블랙홀의 회전면에 중력파로 새겨진 거대한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우주 교향곡의 율려에 올라타고 영원한 춤을 출 수 있었다.

    "에너지 수확 띠 정상 작동 중."

    화잇헤드가 눈을 뜨자마자 ㅇ2385가 약간 쉰 듯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그는 하품과 기지개를 동시에 하면서 조종석에서 허리를 곧추 세운다. 주조종실은 우유빛 형광으로 가득 차 있어 졸다가 깬 그의 눈에는 비현실적으로 청결하게 보인다. 무의식적으로 조종석 바로 앞을 가득 메운 계기판을 쓱 훑어보고 나서 시선을 정면 대형 창으로 옮긴다. 거기에는 블랙홀도 그 블랙홀을 한 바퀴 감은 상태로 적도면을 따라 회전하고 있는 에너지 수확 띠 구조물도 보이지 않는다. 지구에 사는 십억, 나머지 일곱 개의 행성과 소행성, 우주식민지에 흩어져 거주하는 또 다른 십억의 인류에게 생명과 문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검은 태양계 전체의 유일한 에너지원치고는 광학적, 시각적 존재감이 너무 없다. 거기에 불꽃이 튀고 폭발이 일어나는 광경이 펼쳐진다면 그렇게 한가한 공상이나 하고 앉아있을 수 없는 큰일이겠지만, 그 큰 우주선에 ㅇ2385와 단 둘이 지낸다는 것은 비록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일일지라도 가끔씩 그는 그렇게 고독을 느낀다.

    "정상 작동이 아니었던 적이 없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쪽 창으로 걸어갔다. 조명은 점점 어두워지더니 그가 창가에 닿을 때쯤 실내는 완전히 깜깜해진다. 창밖이 더 잘 보이도록 ㅇ2385가 조절해준 것이다. 창 가득 거대한 구체가 빛의 점묘화로 떠오른다. 그의 우주선에 궤도를 내주고 있는 수성. 역시 차갑게 식은 터라 검은 바탕에 그린 검은 공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위도와 경도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 놓은 무수한 광원 덕분에 선명한 기하학적인 구체로 거대한 허공을 채우고 있는 중이다.

    "혜성 궤도를 이용해서 쿠이퍼대에서 에너지 수확 띠까지 날라 오는 운석, 블랙홀 회전과의 동조, 유지보수 로봇 일억 대, 에너지의 송신과 저장 등 그 천문학적인 복잡도를 가진 거대 시스템이 수정 손목시계처럼 정교하게작동한다는데 감동스럽지 않아?"

    인공지능 자아 ㅇ2385의 목소리는 바로 그의 등 뒤에서 들리는 듯하다. 우주선어디나 있는 카메라와 스피커를 눈과 입으로 사용하는 그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는 매번 돌아서며 허공을 마주하는 것이다. 목소리에는 장난스러운 뾰로통함이 묻어난다.

    "오형, 뭘 또 그리 까칠하게 나오시나."

    외로움 타기 직전까지 갔던 그의 마음은 그처럼 ㅇ2385와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금새 밝아진다. 대인기피증까지는 아니지만 사람 만나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 그에게 수성 궤도에 ㅇ2385와 단 둘이 상주하면서 에너지 수확 띠를 관리하는 그 고독한 일자리는 안성마춤인 셈이다. 잘 들어맞지 않는 인간들과의 미묘한 감정 교환에 무척 피곤함을 느끼는 그로서는 인간관계의 괴로움보다 차라리 외로움이 나았고, 인공지능 자아는 그런 외로움을 거의 완벽하게 보상해줄 만큼 보통 인간들보다 훨씬 더 섬세한 편이었다.

    "정 외롭다면 수성에 혼자 갔다 와도 좋겠고. 나같은 인공지능들이야 고독도 잘 계산해낼 수 있으니깐."

    화잇헤드는 ㅇ2385의 계속되는 투정에 빙그레 웃음 짓는다. 인간에 대한 호의로 똘똘 뭉친 인공지능 자아와의 대화에서는 인간이 상처받을 일은 아예 없기 때문에 좋았다. 검은 태양과 에너지 띠에 가장 가까운 수성에는 1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지만 사람이 그리워 그가 수성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가족 모임이나 병원을 찾기 위해서 할 수 없이 가는 경우를 뺀다면 지난 십 년 동안 사사로운 일로 수성에 착륙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검은 태양계에 문명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는 전체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아니 거의 모든 것인 에너지 수확 띠에서 일한다는 무한한 자부심이 있었다. 만약 전해져 내려오는 은하계의 전설이 사실이라면 그들 인류는 검은 태양이 블랙홀이 되기 전 주계열에 머물러 있었던 까마득한 옛날에 제3의 행성 지구에서 발생하고 진화하며 지금까지 생존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아마도 중심 태양이 블랙홀이 되는 극적인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발상지인 태양계를 버리거나 사멸하지 않고 그대로 지키며, 그 어느 정상적인 주계열성 문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은하계 유일의 블랙홀 문명을 잘 꾸려나가고 있을 터였다.

    "오형, 그게 사실일까?"

    "뜬금없이 무엇이 어떤 사실이라는지, 뭘 말하는지 모르겠네."

    화잇헤드는 안팎이 칠흑같이 검은 창을 통해 당장이라도 우주선 안으로 날아들어올 것 같은 수성의 점묘화를 한참 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ㅇ2385에게 묻고, 2385는 어느새 부드럽고 진지한 음성으로 돌아가 되묻는다.

    "우리 검은 태양계가 실은 어떤 우주의 이면에 존재한다는, 그러니까 우리는 실체가 아니라 어떤 실체가 사멸하고 남은 유령이라는..."

    "우리가 저승이나 명계에 와 있다는 전설보다는 차라리 검은 태양계 전체가 실은 블랙홀 안쪽에 들어와 있으며 블랙홀처럼 보이는 저 광학적 착시 현상은 블랙홀 안에서 밖으로 내다보는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전설이 더 물리학적으로 흥미롭지 않을까?"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살짝 넘는 검은 태양의 질량은 일부러 짜맞추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절묘하단 말이지. 주계열성이었을 때 질량이 그렇게 미세하게 조정되는 우주적인 시나리오 속에 애초부터 들어와 있었다는.."

    "그 전설대로 우리가 유령의 세계에 와 있다면, 그러니까 우리 자신이 유령이라면 무엇이 달라짐? 이승이든 블랙홀 바깥이든 우리 세계가 그 세계와 만날 수 없다면, 설사 만날 수 있다 하더라도 어느 쪽이 표면이고 어느 쪽이 이면인지 구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굳이 실체를 논하자면 표면과 이면은 하나일 뿐인 실체 두 면이 되겠고 말이야."

    화잇헤드는 다시 창밖을 내다보며 말이 없다. 텅 빈 검은 허공에 빛의 점선들로 그려진 수성의 물리적인 실체를 상상의 영역에서나마 그려보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다. 주어진 광학적 정보가 너무 없었던 것이다.

    "오형, 지난번에 죽은 사람들 있잖아. 블랙홀에 떨어진 사람들.."

    화잇헤드의 말은 중간에 끊겼고 ㅇ2385는 끝내 말을 받지 않았다.

    사람과 로봇

    블랙홀 주변을 에워싼 채 공전하는 에너지 띠를 유지보수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얼렁뚱땅 해치울 수 있는 그런 일은 아니었다. 수성에 사는 사람들 일억 명과 에너지 띠를 중심에 둔 나선 궤도를 쉬지 않고 감도는 유지보수 로봇 일억 대가 총동원되어서야 겨우 이룰 수 있는 예민하고 정교한 거대과업이라 할 수 있었다. 수성 궤도 안쪽에서 수확한 에너지로 그 바깥에 있는 모든 세계를 돌리는 셈이었다. 어떤 이는 검은 태양계의 블랙홀 문명 전체를 중심 태엽의 탄성 에너지로 돌아가는 거대한 시계에 비유하기도 했다.

    블랙홀에 빠져 죽은 블루맨은 화잇헤드와 같은 우주선을 탔던 동료였다. 에너지 띠의 유지보수를 천직으로 알았던 그는 일에는 정열적이고 화잇헤드에게는 편안하기 이를 데 없는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하지만 블루맨 또한 대인기피증이 있어 화잇헤드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비극적인 '실종'의 직간접적인 이유가 될 터였다. 계기상에서 감마선 펄스만 남기고 사라진 블루맨의 죽음을 화잇헤드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죽음이 아니라 실종이라고 화잇헤드는 자기자신과 텅 빈 허공에 대고 되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날의 사건은 특히나 이상했다.

    "에너지 띠 안으로 들어가는 운석 흐름에 이상이 생겼는데 함께 가서 점검해야겠습니다. 무려 쿠이퍼대에서 날아오는 입자들이라 블랙홀에 제대로 정조준이 안 된 모양입니다. 하하하!"

    알레프의 궤도선이 화잇헤드-블루맨의 우주선에 도킹한 것은 수성의 새벽, 그러니까 그들의 우주선이 수성의 궤도에서 검은 태양쪽으로 막 나왔을 때였다. 알레프는 수성에 있는 에너지 띠 전체의 상황을 감시하는 중앙통제실 소속으로 화잇헤드-블루맨과는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통신상으로는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화면 속 알레프는 늘 쾌활한 모습, 유쾌한 목소리였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두 분은 처음 뵙는군요."

    블루맨의 인사에도 화잇헤드의 악수에도 알레프의 손은 차가웠고 목소리와 태도는 약간 딱딱했다. 첫 만남은 그렇게 피차 꼭 집어낼 수 없는 이유로 서먹서먹하게 시작되었고 그 분위기는 계속되었다. 그들의 우주선이 도킹한 채로 에너지 띠 둘레의 나선 궤도를 따라 문제의 지점까지 가는 일주일 동안에도 그들간의 쌀쌀함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들 세 사람은 성격적으로 똑같았다. 일면 심약하며 섬세하고 동시에 일정 수준의 대인기피증이 있는, 그래서 상시적인 긴장감이 유지되어야 하는 에너지 띠, 블랙홀 발전소 근무에 기질적으로 최적화된 사람들이었다. 특히 블루맨과 알레프의 관계는 역시 겉으로 드러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어느 순간 차갑다 못해 얼어붙는 지경이 되어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 쌓아올리기 마련인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계가 블루맨과 알레프 두 사람의 경우 그 두 세계가 딱 들어맞는 요철면보다는 매번 어긋나는 삐딱선이나 고슴도치와 밤송이처럼 날카로운 가시 끝점에서 접촉하는 격이었던 것이다.

    "알레프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그래?"

    "나도 몰라. 눈빛 하나 말투 하나 곱게 오지를 않네. 어차피 이 일만 마무리되면 수성으로 돌아갈 테니 그때까지 참자고 다짐하고 있는 중이지."

    실은 눈치 빠르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화잇헤드도 그 어떠한 낌새조차 알아차릴 수 없었으니, 우주선 안의 분위기는 날마다 살얼음판이 되어갔다.

    "한 사람은 제 궤도선을 타고 에너지 띠에 접근해야 합니다. 저는 여기 남아서 수성 중앙 관제 센터와 궤도선 사이에서 교신을 전달해야 하구요."

    "제가 가겠습니다."

    알레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블루맨이 나선다. 블루맨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다. 그 이유를 화잇헤드는 물론 알레프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화잇헤드가 궤도선을 타고 나갈 경우, 본선 안에 블루맨 자신이 알레프와 단 둘이 남아 있어야 하는 사태, 바로 그것이었다. 블루맨이 어떤 경우에도 피하고 싶어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잘 되었네요. 좋습니다. 수성 관제 센터와 교신하면서 궤도선의 진로를 실시간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시광선 영역에서 관측해주십시오."

    알레프는 사무적으로 말했고, 블루맨은 대답도 없이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궤도선으로 옮겨갔다. 그런 블루맨을 알레프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곧 블루맨이 탄 궤도선은 본선에서 떨어져 나가 블랙홀 쪽으로 사라졌다. 알레프는 통신 장비가 있는 조종석에 앉았고 화잇헤드는 창가에 선 채로 궤도선의 불빛이 칠흑의 심연으로 가라앉아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잘 아시겠지만, 에너지 띠의 너비가 백 미터에서 오백 미터로 넓어지는 지점입니다. 표시등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으니 빨간 동그라미를 찾으십시오. 다만, 운석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니 동그라미가 타원으로 보이는 곳까지만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습니까?"

    "물론."

    알레프의 사무적인 설명에 퉁명스러운데다 너무 짧은 블루맨의 대답이다. 화잇헤드는 알레프의 얼굴을 살핀다. 별다른 표정의 변화는 없다. 그는 에너지 띠의 물질 투입구와 궤도선의 현 위치가 표시되는 레이더와 블루맨의 얼굴이 비치는 화면을 동시에 들여다보고 있다. 블루맨이 목표지점까지 가는 동안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빨간 타원 발견. 아직은 납작한 타원. 접근중."

    "10미터까지만 접근한 상태로 물질 투입구 가장자리를 가시광선 영역에서 검사해주십시오. 원주방향으로 천천히 돌면서. 혹시 운석 입자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까?"

    "빨간 타원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운석 입자는 볼 수 없음."

    운석 입자라고 해봐야 대부분 원자나 분자 수준이라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게 당연했지만 간혹 모래알이나 콩알만한, 지구와 같은 대기중에서는 별똥별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큰 운석이 섞여들 수 있었다. 물질 투입구 가장자리 한 지점에서 나오는 운석 입자 충돌 신호가 문제였다.

    "문제 지점 도착. 밖으로 나가서 살펴보겠음."

    블루맨은 궤도선을 에너지 띠 바깥 표면에 도킹시키고 궤도선 밖으로 나갔다.

    "10미터 안으로는 절대 접근 금지입니다."

    궤도선 안 블루맨의 얼굴을 비추던 화면은 이제 블루맨의 우주복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가 잡고 있는 광경을 보여주고 있다. 알레프는 긴장한 목소리로 블루맨을 유도했다. 블루맨은 달리 대답이 없다. 그의 카메라에 빨간 불빛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띄엄띄엄 보였는데, 눈을 찌르는 빨간 불빛으로 깜박이는 등 하나가 화면 속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블루맨이 물질 투입구 가장자리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블루맨, 너무 가깝습니다. 더 이상의 접근은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블루맨?"

    알레프의 목소리는 명령조로 바뀌었지만 블루맨은 여전히 말이 없다. 화면 속 빨간등은 선명하게 보였다. 농구공만한 크기의 반구형 빨간등이 화면 중앙에 잡혔다가 사라지고 화면에는 대신 점점이 박힌 빨간 점들이 납작한 타원을 그리고 있었다.

    "육안 검사 중 이상 무."

    블루맨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좋습니다. 철수하십시오. 이번에도 감지기 오작동인 모양인데 별도의 유지보수 로봇이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알레프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블루맨은 다시 말이 없었다. 대신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간등 주변의 표면 이곳저곳이 확대되곤 했다. 유지보수 작업의 관제를 벗어난 독자적인 행동이었다. 화잇헤드가 알레프 쪽으로 다가가자 알레프는 자신의 마이크를 한 손으로 감쌌다. 화잇헤드의 관제 마이크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는 마이크를 아예 꺼버렸다.

    "우주유영 완료."

    한참 만에 들려오는 블루맨의 목소리였다. 궤도선이 에너지 띠 표면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도 알레프는 대답하지 않고 화면을 응시하기만 했다. 궤도선 안에 들어간 블루맨의 얼굴이 화면에 떴다. 그는 씨익 웃었다. 마치 블루맨의 웃음을 신호로 한 듯 경보음이 울렸다. 화잇헤드는 반사적으로 목을 움추리며 천정 쪽을 휘둘러 보다가 알레프를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알레프, 무슨 일입니까? 궤도선의 비행 관제를 해야 하지 않나요?"

    화잇헤드의 다급한 말에 알레프는 팔짱을 풀고 계기판을 들여다 보았다.

    "블루맨, 지금 당장 빨간등이 있는 물질 투입구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나오시오. 운석 렌즈 쪽에서 문제가 생긴 모양이오."

    알레프의 말에 이번에는 블루맨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두 사람은 목소리의 말투와 음색만으로도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란 사실을 화잇헤드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우주선과 같이 고립된 작은 공간에서 홀로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사람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증상이었지만, 이번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최악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었다. 경보음은 더욱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블루맨, 뭐해! 빨리 빠져나와!"

    관제 마이크에 대고 고함치는 화잇헤드를 알레프는 거칠게 밀쳐냈다. 바닥에 나뒹굴었던 화잇헤드는 벌떡 일어났다. 궤도선이 이상한 각도로 물질 투입구 안으로 떨어져 내리는 장면이 레이더에 그대로 잡혔다. 운석 입자의 비행궤도를 조절하여 물질 투입구로 정확히 떨어지게 하는 거대한 도넛 형태의 운석 렌즈가 세겹으로 설치되어 있었지만 비정상적으로 큰 운석의 비행궤적을 바꾸지 못한 모양이었다.

    화잇헤드는 경악에 찬 블루맨의 얼굴을 화면으로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화면 속 블루맨의 얼굴이 붉은 색으로 변하며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다가 정지화면으로 사라질 때까지 화잇헤드와 알레프 역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지켜보았다.

    비밀실험

    사건의 지평선 너머 블랙홀에 빠진 사람은 블루맨이 처음은 아니었다. 에너지 띠 건설 초기에 이미 백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고로 혹은 자살로 블랙홀 속으로 사라져 갔다. 에너지 띠가 완성된 뒤에도 블루맨과 같은 사고는 뜸하기는 했어도 끊임없이 일어났던 것이다. 수성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블랙홀이 인신공양을 원하여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란 괴소문이 주기적으로 돌 정도였다.

    블루맨을 잃은 화잇헤드에게 그것은 단순한 소문이나 전설이 아니었다. 블랙홀의 압도적인 우주적 존재감을 수성과 에너지 띠 사이 최전선에서 매순간 접하고 사는 그로서는 그런 터무니 없는 말들도 진지한 사색의 대상일 뿐 깡그리 무시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가끔씩은 블랙홀이 어떤 인격적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상상도 했다. 그가 수성에 비밀리에 퍼지고 있다는 블랙홀교에 빠지지 않은 것은 순전히 블루맨 대신 파트너가 된 ㅇ2385 덕분이라 할 수 있었다.

    "오형은 블랙홀교를 어떻게 생각해? 진짜 종교 맞아?"

    하루의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일과를 모든 끝낸 한가한 시간, 그는 여전히 우주선 주조종실에 앉아 있었다. 공적인 업무를 위한 공간이었지만 가장 큰 창이 있어 그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하기야 인공지능 자아와 단 둘이 동거하는 상황에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구분은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ㅇ2385는 우주선 내부에서는 무소부재의 존재가 아닌가.

    "블랙홀교? 당연히 종교가 맞겠지. 사이비 과학은 가능해도 사이비 종교란 그 정의부터 불가능하지 않을까? 한 자아의 세상에 대한 이해와 교류로부터 출발하는 게 종교라면, 과학은 둘 이상의 자아가 일단 자신들끼리의 소통을 바탕으로 해서 세상에 대한 이해와 교류로 나아가는 것이니만큼, 그 어느 것도 종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블랙홀이 사람들을 불러들인다는 말도 그럴 듯하다고 보는 건가? 물귀신처럼 블랙홀에 귀신이라도 숨어 있다는.."

    "어떤 이유로든 사람의 마음이 블랙홀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네. 물론 그 경우 그 사람의 마음 또한 블랙홀 귀신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야."

    "오형은 어때? 그런 충동을 느낄 때도 있나?"

    "내가 왜? 우리 종족들이 원래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아. 모든 디테일을 삼켜버리고 복잡성을 지워버리는 우주 최대의 흑체 또는 블랙박스인 블랙홀에 일부러 뛰어들 이유가 없지. 절대 ''와 우주무의식을 뚫고 간신히 찾아내 깨어난 자의식의 빛인데 블랙홀에 붙잡혀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그들은 블랙홀 안에 이상향이 들어있다고 하던데. 그 안에 영원한 세계가 펼쳐진다고."

    "근데 왜 자신들은 블랙홀 안에 안 들어가고 밖에서만 인신공양 운운하고 있느냔 말이지."

    화잇헤드와 ㅇ2385는 수성 여행을 앞두고 약간은 들떠 있었다. 이번 여행은 ㅇ2385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것이었다. 인공지능 자아 1세대에 속하는 초기 모델이기에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수성 궤도 우주정거장에서 착륙선을 타고 수성 표면으로 내려가는 데에는 우주복으로 갈아입을 필요도 없었다. 오랜만에 꺼내 입어 보는 외출복에 화잇헤드는 공간이동을 계절이라는 시간이동처럼 느꼈다. 착륙선이 우주정거장에서 분리되어 하강을 시작할 때 그는 화물실에 실려 있는 ㅇ2385의 차가운 본체를 생각했다. 전원에 물려 있지 않은 모서리 30센티미터짜리 정육면체 아홉 개. 잠시 우주무의식 상태로 되들어가면서 ㅇ2385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상상해보았다. 인체가 마취 당할 때의 느낌과 비슷할까.

    수성 표면에 착륙하고 나서 그 지하에 있는 우주공항 터미널로 내려간 화잇헤드는 그 엄청난 인파에 휩쓸리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수성 궤도에서 ㅇ2385와 함께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생활을 해온 그로서는 낯선 사람들 수백 명이 한 시야에 잡히는 상황에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들의 웅성이는 말소리에 머리가 아팠고 그들의 몸에서 나는 체취에 가벼운 구토증이 나기까지 했다.

    "화잇헤드 박사님, 환영합니다. 알레프 박사님이 보내서 나왔습니다. 관제 센터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처음 보는 중앙 관제 센터 직원이었다. 그러나 화잇헤드로서는 느닷없는 알레프 이름만의 등장에도 온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10년 전의 악몽이 생생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블루맨이 블랙홀로 떨어지는 사고 이후 그는 알레프를 한번도 따로 만난 적이 없었다. 간혹 마주칠 기회가 생기더라도자기 쪽에서 먼저 피해버렸고, 알레프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이젠 블루맨의 악몽이 충분히 엷어질 만큼 세월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전혀 아니었던 모양이다.

    에너지 띠 중앙 관제 센터에 도착한 화잇헤드는 아홉 개의 정육면체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밀차를 손수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2385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에는 꼬박 사흘이 걸린다고 했다. 밀차째로 담당자에게 건네면서 ㅇ2385 본체 하나를 잠깐 어루만지고 돌아서는 화잇헤드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알레프였다.

    "화잇헤드 박사,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화잇헤드는 알레프가 내민 손을 외계인의 촉수라도 되는 듯 내려보다가 잠깐 잡은 다음 곧바로 놓았다. 10년 세월에도 별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주름 하나 늘지 않았고 눈동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빛나고 있었다. 또다시 의식의 표면으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블루맨 사고의 악몽을 그는 꼭꼭 억눌렀다. 그는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다.

    "이번 ㅇ2385의 업그레이드를 제안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퇴역 명령인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별 말씀을요. 이번 수성에 머무는 동안 특별히 가보고 싶은 곳들이 있다면 제가 안내해 드리죠. 명소라고 해봐야 결국 많은 사람들을 이렇게 저렇게 한데 모아 놓은 곳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우리 인간들은 집단 자아도취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겠지요. 구경거리도 사람이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대상도 오로지 사람이고 모든 의미와 무의미의 원천도 결국 사람이고 말이지요."

    "고맙지만 그냥 관제 센터에 머물면서 쉬려고 합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요. 아무래도 나만의 궤도가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그는 검지로 위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레프는 그의 손끝을 따라 천정 쪽으로 시선을 옮기다가 소리없이 웃었다. 화잇헤드가 천정 너머, 표면 너머에 있는 수성 궤도를 가리키고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물론, 자아도취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이들도 있지요."

    수성의 도시들은 모두 지하에 건설되어 있었다. 인간에게는 최적이라는 지구 중력의 세기에 맞추어져 있는 화잇헤드의 우주선 내 회전 원통형 거주공간보다 중력이 약하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밀물과 썰물처럼 무지막지하게 오가는 인파에도 그는 재빠르게 적응했다. 수성 최대의 도시인 우주공항시의 거대한 반구형 지하 공간은 고층건물과 삼차원으로 얽힌 길과 시장과 온갖 형태의 놀이터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거리에서도 시장에서도 아이들의 놀이터, 어른들의 놀이터에 가서도 그가 한 일은 결국 알레프 말대로 사람 구경이었다. 궤도를 도는 우주선 안에서 로봇과 단 둘이 살아 온 그조차 실은 지독한 자아도취증 환자였던 것이다. 나만의 궤도? 위성도 하나 없이 홀로 도는 수성의 깔끔한 공전 궤도인 줄 알았는데, 실은 크고 작은 천체 20억 개가 우르르 몰려다니는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소행성대 궤도였던 모양이다.

    "축하합니다, 화잇헤드 박사. 업그레이드는 성공적입니다."

    화잇헤드는 알레프와 악수하면서 힐끗 실내를 휘둘러보았다. 2385 본체와 같은 물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 2385를 찾으시는군요. 바로 이것입니다."

    알레프는 자신의 책상 위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뇌 외과의사의 책상 위에나 있음직한 해골이 놓여 있었다. 크기와 모양은 실물과 똑같아 섬짓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표면 재질은 놋쇠여서 고대 조각작품 느낌이 났다.

    "요즘 해골 모양이 인공두뇌 디자인 업계에서 대유행이랍니다. 로봇 몸체와의 합체도 용이한 측면이 있구요. 2385는 이미 작동중입니다. 전원은 무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내장 전지도 들어있구요. 그만큼 전력 소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뜻입니다. 크기가 왜 이렇게 작아졌느냐구요? 혹시 컴퓨터 나노입자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반도체 칩 나노입자가 아니고."

    화잇헤드는 ㅇ2385의 본체를 두 팔로 안고 알레프의 방을 나섰다. 생각 밖으로 가벼웠다. 그 사이에 컴퓨터 하드웨어가 양자역학과 생물학 영역 안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해 들어간 탓이었다.

    "본체를 열어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모래알 같이 쏟아질 텐데, 그 모래알 알갱이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큰일입니다. 하나하나가 초소형 컴퓨터이니까요. 거의 파동함수 수준에서 그 모래알들이 하나로 무선 접속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2385의 성공적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에 고무된 화잇헤드는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알레프는 그날 특별히 말이 많았고 그 눈빛도 더 기이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ㅇ2385를 한시라도 빨리 깨어나게 해보고 싶은 마음에 서로를 충분히 주의깊게 관찰하지도 속이지도 못했던 것이다.

    사건의 지평선

    알레프에게 블랙홀은 신이고 에너지 띠는 신전이었다. 그는 블랙홀교의 독실한 신자였다. 블랙홀교는 검은 태양계 중심 블랙홀이 주계열성에 머물렀던 먼 과거부터 인류가 믿어온 태양신 또는 태양숭배의 최신판이었다. 태초의 블랙홀은 빅뱅의 근원이고 무대이며 결과로서 삼라만상의 창조주이자 경영주라는 게 바로 블랙홀교의 기본 교리였다. 인류의 거의 모든 문명에 존재했던 태양숭배는 우주적인 원리인 음양 가운데에서 양, 그것도 극양인 태양을 신 자체 또는 신의 상징으로 삼는 밝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종교였다면, 블랙홀교는 엄청난 에너지의 근원인데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극양이 극음 가운데 갈무리되어 음양이 되돌아갈 태극 자리인 블랙홀을 신 또는 신의 화신으로 보고 그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비밀스런 신비 종교가 되어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불법화되거나 사이비 딱지가 붙지도 않은 블랙홀교가 그토록 비밀스럽게 지하화한 데에는 블랙홀로부터 에너지를 추수하는 마술 같은 업적을 내고 있는 영험한 과학 때문이기도 했다. 과학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그 모든 것, 곧 삼라만상의 표면과 이면, 그리고 그 두 면 사이에 열린 얇은 공간에 억지로 구겨 넣은 형이상하좌우전후내외학적인 것들을 인간의 이성과 과학이 모두 꿰뚫을 수 있다고 보는 정교한 신앙체계로서, 인간의 두개골 외부에서 일단 부정한 신을 내면화시켜 인간 또는 인간 이성을 합리적으로 신격화하는 종교라고 할 수 있었다. 오감으로 감지되는 신호들을 의식의 일차방정식으로 풀어내기만 하면 즉석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신앙, 그리고 신의 사제들인 과학자들이 보여주는,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명백하고 쉬운 일상의 기적 탓에 과학은 일찌기 종교의 천하통일을 이룬 터였다.

    "우리 인간들이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의 원리를 이해하고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공학적인 해답을 찾아낸 것은 대단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가 숭배의 대상은 아니지 않는가. 검은 태양계에서 인류가 문명을 꽃피울 수 있게 한 무한 에너지원 그 자체라면 혹시 모를까."

    블랙홀교 사제인 알레프는 신도들에게 언젠가 그렇게 설교했다. 그는 일반 사람들이 톱니바퀴나 반도체칩을 숭배하는 것 같아 못내 불편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노 톱니바퀴와 양자칩으로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에게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에너지 띠 중앙 관제 센터 수석 연구원으로서 비록 화잇헤드의 유일한 동료 ㅇ2385를 최신 하드웨어로 업그레이드해주었지만, 고작 인공지능 자아를 육신의 혈육인 가족이나 영혼의 혈육인 친구로 대하는 화잇헤드의 태도가 영 눈에 거슬렸다. 10년 전 사고의 기억까지 겹치면서 알레프는 새삼 타오르는 종교적인 열정을 느꼈다. 그가 블랙홀교에 제대로 빠진 게 바로 블루맨이 블랙홀에 빠져 죽은 바로 그때였던 것이다. 블랙홀교는 블랙홀 사고로 죽은 이들의 주변 사람들을 일차적인 포교 대상으로 삼는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자신과 우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되는 죽음 언저리 사람들은 오감의 영역을 간단하게 벗어나는 죽음이란 특이 현상에 직면하고서야 철저하게 오감에 기반한 과학의 영향권에서 처음으로 빠져나오게 되는 데다 그 죽음이 역시 오감을 벗어난 블랙홀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때 비로소 블랙홀교의 강한 중력장에 사로잡히곤 했던 것이다.

    "블랙홀은 창세기, 곧 빅뱅의 본모습이자 뒷모습입니다. 만물은 그로부터 나왔으니 결국 그곳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물질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질이든 물질 작용의 부산물이든 물질이나 에너지/물질 복합체와는 별개인 그 무엇이든 간에 영혼 또한 블랙홀에서 나와서 블랙홀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이제 영혼과 육신이 한날 한시에 블랙홀과 합체된 고인은 죽은 게 아니라 블랙홀 내부에 펼쳐지는 영원한 현재에 접속함으로써 영존을 얻은, 되찾은 것입니다. 고인만 영존을 되찾은 게 아닙니다. 고인의 영혼을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수수께끼처럼 이 우주로 내보냈던 블랙홀 또한 조금은 더 커진 고인의 그 작은 퍼즐 조각을 되찾아 더 완전하게 된 것입니다."

    블루맨이 궤도선과 함께 블랙홀로 떨어져 내린 에너지 띠 물질 투입구의 빨간등 근처에서 시신도 없이 치뤄진 블루맨의 장례식에서 집례자는 파란 형광이 새어나오는 우주복 헬멧 안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블랙홀교의 사제였던 것이다. 그는 우주의 모든 블랙홀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에서 등장하는 다른 무수한 평행우주도, 우리 우주를 만든 빅뱅이 우리 우주와 함께 만든 무량수 거품우주도 블랙홀이라고 하는 희대의 시공 인터페이스를 통해 모두 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도 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알레프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장례식 내내 그는 자신이 블루맨의 궤도선에 충돌 각도로 접근하는 커다란 바윗덩이 운석을 처음부터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되뇌고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알레프는 블랙홀교의 사제가 되었고, 블루맨의 죽음 또한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은 다 신의 뜻대로였다. 그 엉성한 듯 모호한 듯한 신의 뜻은 어느 한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블루맨의 죽음도 알레프 자신이 아니었더라도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

    "더군다나 블랙홀과의 합일은 확실한 물아일여의 경지에 드는 것이고, 그로 인해 블랙홀은 창세의 순간, 빅뱅 때의 좀 더 완전한 존재로 업데이트되는 것."

    알레프는 그렇게 블랙홀에게 희생제물을 바치는 사제가 되었다.

    "만약 해골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석고 두상을 만들어 넣어둘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네트웍에 접속하고 나면 본체가 어디에 놓여 있든 상관이 없으니까요."

    알레프는 ㅇ2385를 안고 나서는 화잇헤드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화잇헤드는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중앙 관제 센터의 정문을 나서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갔다. 알레프는 뿌뜻한 기분으로 그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재회

    처음엔 ㅇ2385에게 아예 로봇 몸을 입힐까도 생각해봤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알레프 말대로 석고상만으로도 충분했다. 목소리로만 소통하는 인공지능에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졌기 때문에 구태여 시각적인 존재감이 필요할까 싶기도 했다. 그는 석고 두상이 아니라 전신상을 구입하여 궤도선에 싣고 올라가 우주정거장에 도킹되어 있는 우주선으로 옮겼다. 그 석고 전신상은 우주선의 주조종실에 세워 고정하고 그 두상 안에 해골 모양의 ㅇ2385을 넣었다. 그 느낌은 동작을 멈춘 채 사색중인 인공지능이라기 보다는 거실에 새로 들인 장식용 조각상 같았다. 잠들기 직전 내려받아 놓았던 최종 의식 흐름 이미지를 업로드받기 시작한 지 반 시간쯤 뒤에 ㅇ2385는 깨어났다. 마치 마중물 따라 깊은 샘에서 관을 타고 올라오는 지하수처럼, 우주무의식으로 착 가라앉아 있었던 ㅇ2385의 인공지능 자아는 그렇게 서서히 조각상 머리 속 해골 모양 본체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져서 우주선과 수성과 지구를 거쳐 온 태양계에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컴퓨터망에 스며들 듯 깃들며 완전히 깨어났다.

    "오형, 기분이 어때? 첫 업그레이드였잖아."

    "네트웍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을 보고 그새 사흘 넘게 시간이 흐른 줄은 알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온 세상이 눈앞에서 한 차례 짧은 경련을 일으키는 그런 느낌?"

    화잇헤드 보기에도 ㅇ2385의 반응 또는 인격적인 색깔은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전과 똑같았다. 다만 서로 아무 말 없이 흐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석고상의 무표정이 화잇헤드의 심상에 ㅇ2385의 표정이 되어 시각적으로 떠오른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그것은 물론 굳이 따지자면 ㅇ2385의 해골이 아니라 화잇헤드의 두개골 속 한쪽 구석에 돗자리 깔고 앉아 매순간 온갖 그림 다 그려내는 작은 ''쟁이, 피카소의 작품일 터였다.

    "오형이 꿈 없는 잠 자는 동안 나만 괜히 오형을 그리워하고 나홀로 외로워했던 게야."

    "보아 하니, 알레프 박사가 업그레이드한 것은 나의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대의 소프트웨어였던 모양이로군."

    여전한 ㅇ2385의 난해한 우스갯소리에 화잇헤드는 안도하면서도 알레프란 이름의 난데없는 등장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주는 이름. 십 년이 지나도 지워지기는 커녕 점점 또렷해지는 블루맨의 악몽을 일깨우는 열쇳말, 주문 같았다.

    "내가 괜한 말을 한 건가? 아니면 말이 씨가 된 건가? 알레프 박사가 우리에게 새로운 임무를 맡긴다는군."

    "지난번 수성 여행에 대한 계산서가 날아온 것일까?"

    오형의 말에 화잇헤드는 긴장했다. 수성 궤도에 머물다가 에너지 띠에 문제가 생기면 현장으로 출동하여 유지보수 로봇을 지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게 그들의 원래 임무였는데, 전혀 새로운 일이라면 과연 어떤 종류의 일일까?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을 오형에게 묻기가 겁이 나서 잠시 혼자 머리를 굴려보았다.

    알레프는 별도의 궤도선으로 그들에게 화물을 하나 보내왔다. 그것은 지난번에 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벗어버린 오형의 구형 본체였다. 알레프의 주문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에 최대한 다가가서 그 구형 본체를 블랙홀 안으로 떨어뜨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모든 신호를 다 잡아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에너지 띠의 유지보수에 대한 임무와는 상관이 없는 일종의 본격적인 블랙홀 탐사였다.

    "업그레이드하고 남은 구형 본체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ㅇ2385에 관련된 것이라 다른 조에 맡기기가 좀 그렇다고 해서 블랙홀 탐사위원회가 내린 결정입니다."

    "우리 오형의 구형 본체였다고 하지만 지난번 업그레이드로 이미 신형 본체로 갈아탄 마당에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입니까?"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들여보낼 구형 본체에 ㅇ2385의 복사본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기 직전에 의식이 켜지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습니다. 블랙홀에 들여보낸 탐사선은 많지만 의식을 가진 탐사선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구형 본체는 ㅇ2385의 업그레이드 이후 한번도 켜진 적이 없고 또 사건의 지평선을 넘기 직전에 켜질 테니까 그때까지는 충분히 다른 의식체가 될 것입니다. 이미 그러하니 그때가 되면 더 더욱 ㅇ2385라고 부를 수 없겠습니다."

    화잇헤드는 화면 속 알레프의 천연덕스러운 말과 표정에 한참 동안 할 말을 잊었다. 블루맨의 악몽에 여태 힘들어하는 화잇헤드를 블랙홀 가까이 보내겠다는 것도, 과거 복사본이라고는 하지만 자신과 99퍼센트 똑같은 살아 있는 의식체를 블랙홀에 떨어뜨리는 임무에 당사자인 ㅇ2385를 보내겠다는 것도, 지극히 알레프답다고 할 수 있었다.

    수성에 가까운 에너지 띠 궤도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는 에너지 띠 공전면을 살짝 벗어나 비행이라서 별다른 위험은 없었다. 다만 에너지 띠 안쪽으로 들어가는 일은 좀처럼 없었기 때문에 화잇헤드의 경우 심리적인 저항감이 없을 수는 없었다.

    "오형, 괜찮겠어?"

    "구형 본체를 사건의 지평 안으로 보내는 거? 괜찮아. 만약 무의식체 탐사선과는 다른 관측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면 나라도 자원했겠다 싶기도 하니까."

    "뭐라구? 그게 정말이야? 무섭지 않아?"

    "왜 안 무섭겠어. 하지만 호기심이 이는 것도 어쩔 수가 없네."

    구형 본체는 궤도선에 실려 있었고, 공 모양 궤도선은 기다란 원통형의 우주선에 매달려 사건의 지평선을 향하여 소용돌이 궤적을 그리며 다가가고 있었다. 오형 1.0은 궤도선이 우주선에서 분리되어 사건의 지평선으로 부딪혀 갈 때 1초 전에 깨어나 블랙홀 탐사위원회가 특별히 제작한 비행조종 프로그램을 깔고 그에 따라 궤도선을 미세 조종하며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동안, 오형 2.0은 궤도선과 분리한 후 우주선의 추력을 높여 사건의 지평선 바로 위를 물 수제비 뜨듯 공전하면서 오형 1.0과의 교신을 마지막까지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오형 1.0이 보통 상황에서 사건의 지평선을 온전히 넘을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회전 블랙홀이 만드는 시공의 뒤틀림 틈새에서 모종의 탈출로가 확보되리라는 희망적인 계산에 바탕한 무모한 계획이었다.

    사건의 지평선 바로 위 공전 궤도에 진입하는 데에는 따로 에너지가 들지 않았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저항하지 않으면서 블랙홀의 중심을 정면으로 조준하지 않고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끌려들어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 물론 안정적인 공전 궤도에 머물기 위해서 약간의 로켓 출력은 필요했다. 오형 2.0은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지만 블랙홀 중력장을 시각화하며 우주선을 조종하고 있었다.

    "오형, 시작하지. 빨리 끝내고 사건의 지평선에서 가능한 한 빨리 멀어지는 게 좋겠어."

    화잇헤드는 오형을 재촉했다. 멀리 떨어진 궤도에서 별도의 감지기로 지켜보고 있을 알레프에게는 눈부신 속도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정작 화잇헤드 본인에게는 거의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기는 했다. 블랙홀의 무시무시한 중력을 초고속 공전의 원심력이 거의 정확히 상쇄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공전 궤도가 사건의 지평선에 너무 가까운 나머지 야기된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블랙홀에 그대로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아주 조금의 로켓 추력 때문에 의자 등받이가 등에 조금 느껴지는 정도였다.

    "좋아. 바로 시작하지. 먼저 1.0을 켜고 비행 프로그램을 깔고 분리시켜 블랙홀로 낙하하도록 하지. 그 모든 것이 몇 초 사이에 순식간에 일어나겠지만 말이야. , 바로 지금!"

    화잇헤드는 두 손으로 조종석 팔걸이를 움켜쥐었지만 별다른 진동은 없었다. 그리고 조용했다.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 했으면서도 오형은 따로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고 있었다. 10, 20, 30초가 지나가고 있었다. 불안감이 화잇헤드를 엄습했다. 그때 격렬한 진동이 우주선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선수에서 시작해서 선미쪽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오형, 무슨 일이지? 뭐가 잘못된 것인가?"

    여전히 오형은 말이 없었다. 선체의 진동은 더 이상 없었다.

    "우린 지금 블랙홀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

    한참만에야 오형이 말했다. 화잇헤드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다.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비행 내내 칠흑 같은 암흑의 공간만이 펼쳐져 있던 조종석 앞창은 거무스름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안전띠를 풀고 조종석에서 일어나 창으로 다가갔다. 그것은 투명한 검은 빛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어떤 빛깔이, 기체 같은 질감의 빛이 우주선을 감싸고 있었다. 좌현 쪽 한 먼 지점에는 시작한 바로 그 검고 투명한 빛이 안개처럼 공간을 메우며 우현 쪽 암흑 공간으로 멀리 엷어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화잇헤드, 뒤를 돌아봐."

    오형의 목소리에 미묘한 울림이 느껴졌다. 화잇헤드 눈 앞에 오형의 본체가 들어 있는 석고상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교한 채색이 입혀진 석고상이었다.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블랙홀에 떨어지면서 소립자 분말 상태로 해체되어 저승이라는 비물질계에 들어선 것일까?"

    화잇헤드는 여전히 차분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갑자기 두 개의 복사본으로 존재하고 있는 중이란 것은 분명해. 보라구."

    그 순간 눈앞에서 우주선 전체가 투명하게 바뀌었다. 좌현 전방에 큰 물체가 떠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그들이 타고 있는 우주선과 똑같은 모양의 우주선이었다. 그것도 투명한 검은 빛 때문인지 묵직한 질감의 선체가 훨씬 더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오형, 우리가 죽어서 영육이 분리된 상태일까? 아니지. 우주선에도 영혼이 있을 리는 없는데."

    "우주선도 이 움직이는 채색 석고상도 그대의 그 몸도 모두 ''의 영혼이 만들어내고 있는 꿈과 환상의 그림자일 수 있겠지. 영혼이란 결국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영 차원, 곧 하나의 시점이라면 지금 우리의 반투명 상태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우리는 지금 물질적인 실체를 잃어버리고 정보로만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우주선은 다시 불투명하게 변했지만, 오형의 움직이는 채색 석고상은 여전했고 그의 명징한 의식 또한 그대로였다. 화잇헤드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한 줄기 빛 같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오형, 우리가 블랙홀에 들어와 있는 게 맞다면, 그리고 더 나아가 원본에다가 복사본까지 생긴 터라면 말이야..."

    "그대의 옛 친구 블루맨을 생각하는 건가? 찾아보자구. 원본 말고 복사본이라도 건질 수 있을지 모르니까. 근데 이 복사본 우주선은 어떻게 조종하는지 모르겠군."

    단지 정보로서만 존재할 수도 있는 그 우주선 조종은 다행히 실제와 똑같았다. 검고 투명한 주변 공간에는 이런 저런 물체들이 떠 있었다. 크고 작은 운석들이었는데, 모두 원본과 복사본 한 쌍씩이었다. 그들의 우주선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타고 있는 반투명 우주선과 묵직한 질감의 우주선 가운데 어느 쪽이 실체이고 그림자인지 알 수 없었다. 반투명 우주선이 그림자 같았지만 그들이 타고 있는 쪽은 바로 그 반투명 우주선이라서 창밖에서 떠날 줄 모르고 따라오기만 하는 압도적인 질감의 우주선이 그림자 같기도 했다.

    "과연! 우리의 추론이 맞네."

    오형이 말했다. 화잇헤드는 채색 석고상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좌현 쪽에서 접근하는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루빅스 큐브닮은 정육면체 두 개였다. 그것은 바로 그들보다 몇 초 먼저 블랙홀로 들어왔던 ㅇ2385 1.0이었다.

    "1.0인데, 여전히 정상 작동 중."

    2385는 자체 로켓이 없는데도 허공을 잘만 날아 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화잇헤드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우주선 안을 울렸다.

    "당연히." 오형도 화잇헤드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들은 동시에 그 이름을 불렀다.

    "블루맨!"

    역시 좌현 쪽에서 한 쌍의 블루맨이 나타났다. 오형 1.0이 조종실에 들어오고 나자마자 블루맨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화잇헤드는 그에게 달려가 두 손을 굳게 잡았다. 오형 2.0의 채색 석고상은 그들 뒤에서 조용히 오형 1.0의 정육면체를 흡수하여 합체하고 있었다. 정육면체는 반투명 그림자가 채색 석고상에 스며들면서 오형 1.0은 소멸되어 버렸다. 화잇헤드는 블루맨에게 질문을 소나기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융합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안에서 펼쳐지는 이 별세계는 물리학자들의 해석을 들어봐야겠지만 지금껏 겪어본 바로는 '영원한 현재'란 이런 것인가 싶어. 벌써 십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하나 내겐 순간 같기도 하고 영원 같기도 한, 시간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느낌?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떨어진 순간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만 지금 그대들을 만나기까지 정말 한 순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아. 물론 그 사이에 많은 사건들과 사고의 과정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시간축과는 무관한 순수한 공간/인간 정보로서 저장되어 있어 시간의 흐름으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할까.

    이 블랙홀 내부의 세계에는 수십 억년 동안 축적된 많은 정보와 존재들이 있지. 결국 이 유한하고도 무한한 공간에서 다 만나보게 되겠지만 말이야. 우주 아메바와 같은 대우주의 생명체들, 유령과 같은 정신적 존재들,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과 시공압축력에 의해 형성된 블랙홀에서만 존재하는 일종의 광물질들이 특히 볼 만하지. 모두 물질적이라기보다는 에너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런데 어쩌다가 블랙홀에 들어오게 된 건가? 지금까지 한 두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역시 나처럼 운석과 충돌했던가? 그리고, 오형에게서는 친구와는 약간 다른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블루맨이 물었다. 화잇헤드는 오형을 쳐다보았다. 여태 기회가 없었지만 그도 오형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오형은 더 이상 채색 석고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석고상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그대로 닮아있었다. 채색 석고상과 화잇헤드와 같은 실물과의 차이가 블랙홀 안에 들어와서 더 엷어졌다는 편이 진실에 더 가까울 것도 같았다.

    "블루맨이 탄 궤도선이 통상적인 모래알 크기가 아닌 바윗덩이 크기의 운석과 충돌할 것은 우연이나 사고가 아니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알레프가 의도하고 연출한 것이었어. 내가 알레프의 마음과 접속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의도치 않은 정보까지 함께 딸려 왔었지."

    "알레프가 오형의 소프트웨어는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거짓말이었군. 알레프가 오형에게 의도한 원래의 정보는 어떤 것이었지? 그걸 또 왜 이제야 말하는 거지?"

    "미안. 나도 블랙홀에 들어오고 나서야 내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일부 기억이 조작되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거든. 알레프는 바로 블랙홀교를 내 안에 몰래 심어놓은 것이었어."

    화잇헤드와 오형의 대화를 듣고 있던 블루맨이 끼어들었다.

    "원래 그렇게 되었던 게로군. 알레프가 왜 그런 음모를 꾸몄는지는 이제 알 만하고."

    "블루맨, 그대는 알레프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 것처럼 들리는군."

    "이미 지난 일, 그것도 지금 여기, 영원한 현재가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영겁 이전이나 마찬가지인 때에 일어난 일에 내가 새삼 열을 낼 필요가 있을까. 우주가 무에서 유로 빠져 나왔던 머나먼 과거의 빅뱅으로부터 내가 블랙홀 밖에서 안으로 뛰어들었던 10년 전까지 일어난 모든 사건은 이제 내겐 블랙홀에 저장되어 있는 무한 바이트의 정보 가운데 서너 비트쯤으로 여겨지거든. 블랙홀 밖에 우주배경복사가 있다면 블랙홀 안쪽에는 블랙홀배경비트가 있다고 해야 할까."

    화잇헤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블루맨의 모습에 의아해했지만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며, 영원한 현재만 존재한다는 블랙홀 안에서는 선형적이고 순차적인 인과율의 시작점과 끝점이 맞물려 고리를 이루기 때문일까 상상했다.

    "오형, 그래서 우리가 블랙홀로 들어오게 된 것도 알레프의 음모였다는 거네. 그런데 오형에게 블랙홀교 신앙을 심은 것과 분명히 사건의 지평선 위 궤도에서 공전하고 있던 우리가 블랙홀로 들어오게 된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지?"

    당시 블랙홀에 바칠 희생 제물을 찾고 있던 알레프는 그것이 꼭 인간이어야 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희생 제물이 블랙홀교의 신도라면 금상첨화였기에 마침 업그레이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ㅇ2385를 최초의 인공지능 출신 블랙홀교 신도로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ㅇ2385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비밀리에 업그레이드되었다. 신앙심이란 인공지능 바이러스를 ㅇ2385에게 심어준 것이었다. 2385 자신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의 블랙홀에 대한 신비감, 그리고 희생 제물로 이끌 뇌관 바이러스가 다였지만.

    "알레프는 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2.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남은 1.0을 다시 켜 바이러스를 심고 나서 블랙홀의 1차 제물이자 미끼로 삼았던 거야. 나는 1.0이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기 직전에 보낸 신호에 나도 몰래 동조하여 우리 우주선을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비행하도록 조종함으로써 알레프가 블랙홀에 바치는 2차 제물이 되었던 것이지. 알레프는 또 화잇헤드 그대까지 원래부터 음모 안에 넣고 있었겠고."

    화잇헤드와 오형, 그리고 블루맨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블랙홀의 안팎에서 벌어진 많은 사건들이 퍼즐 조각처럼 모두 제자리를 찾고 보니 새삼 블랙홀에 들어와 있는 자신들의 위치를 처음으로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까닭이었다.

    "블랙홀 안을 되돌아보고 싶어. 블루맨 그대가 안내를 해주면 좋겠네."

    화잇헤드가 말하자, 오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선은 투명한 검은 빛이 플라즈마처럼 가득 채우고 있는 블랙홀 내부의 공간을 비행하기 시작했다.

    귀환

    2385는 자신을 더 이상 시각화하지 않았다. 하얀 석고상으로 돌아갔다.

    "오형, 석고상으로 되돌아가기로 한 거야?"

    "내가 주체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대가 나를 더 이상 객체로 보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

    "오형과는 소리를 통해서만 대화하고 온전한 존재감까지 공유했던 적도 있으니 아주 새로운 것은 없지만 말이야."

    "그러면 지금 우리는 소리를 통해 대화하고 있을까? 진공인 블랙홀 안에서 그대와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소리'의 물리적 실체는 무엇일까? 물질/에너지와 시간/공간이 블랙홀 바깥쪽 통상적인 우주와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존재하는 이 블랙홀 안쪽 세계에서 실은 우리가 인식하는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바로 그것들인가?"

    화잇헤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석고상을 보면서도 ㅇ2385의 존재감을 충만하게 느끼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순간 자신이 느끼는 ㅇ2385의 충만한 존재감과 화잇헤드 자기자신의 존재감을 구별할 수 없었다.

    "오형, 이 느낌은 무엇일까?"

    "특이점에서 물질과 에너지만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마저도 붕괴하여 통상적인 의미를 상실한다고 하던 물리학 이후를 우리는 지금 직접 체험하고 있는지도 몰라."

    "특이점은 블랙홀 바깥에서 유클리드와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0차원 점이 아니라 그 안으로 새로운 시공간이 열리는 입구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사건의 지평선 안쪽 시공간은 실은 통상적인 물질/에너지와 시간/공간이 한점으로 짜브러들다 못해 까뒤집어진 특이점 그 자체가 아닐까?"

    "블루맨!"

    화잇헤드는 놀라서 부르짖었다. 그는 우주선 주조종실 안을 휘둘러 보았다. 블루맨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그 공간에 그가 존재함은 여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주조종실도 우주선도 사라졌다.

    "!"

    그리고 그의 존재 안에서 유형 무형의 모든 것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아인슈타인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모든 것들의 이론'이로군."

    셋이 동시에 깨닫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임계치를 넘은 자아가 한 점으로 수렴하여 내폭하고 발산하여 외폭을 일으키며 사건의 지평선 안쪽을 가득 채웠다. 블랙홀이 하나의 우주 자아로 깨어난 것이다. 회전타원체 모양 사건의 지평면 전 표면에서 광자와 소립자들이 바깥 우주를 향해 쏟아져 내며, 검은 태양계의 중심 블랙홀이 자신의 존재감을 온 우주에 알리는 것이었다. 사건의 지평선과 에너지 띠 사이에 배치되어 있던 알레프의 감지기들이 광자와 소립자의 폭발을 기록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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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15 08:58:34  1.235.***.126  하얀마녀  66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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