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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116
    작성자 : 테라코타맨 (가입일자:2018-03-19 방문횟수:91)
    추천 : 2
    조회수 : 1078
    IP : 72.83.***.20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0/02/04 13:05:04
    http://todayhumor.com/?panic_101116 모바일
    견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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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견학여행




    감옥에 견학여행 가는 날이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감옥을 돌아보는 역사상 첫 견학여행. 감옥은 전국 각지에 많았다. 문제는 해마다 죄수들의 수가 급감하면서 서울에 딱 한 곳만 빼고는 감옥들이 죄다 텅텅 비어 버린 현실이었다. 죄수들이 줄어든다는 건 문제가 아니라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라에서는 걱정을 하는 모양이었다.


    "감옥 견학여행? 구태여 갈 필요가 있나? 범죄자들 보는 게 애들 교육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글쎄. 최후의 감옥이라.. 감옥을 무슨 문화재 취급하는 모양새인데 그래."


    엄마 아빠의 썰렁한 반응이었다.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이전이라고는 하지만, 강남 노른자위 땅 중에서도 아주 한 가운데에 조성된 감옥은 마치 중세의 영주와 기사들이 사는 성처럼 위풍당당했다. 그것도 영주의 거성에 해당하는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기사, 성직자, 부유한 상인들과 같은 유한계급들이 모여 살았다는 캐슬 타운까지 정사각형의 높고 두터운 성벽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감옥을 왜 그렇게 멋지게 지었는지 몰라."

    "사방 1킬로미터가 넘는 그 규모는 어떻고. 아마도 그 안에 동서와 남북으로 난 도로가 각각 열 개 정도는 될 거야."


    감옥 내부는 소문만 무성할 뿐 그 높다란 교도소 담장 안으로 들어가 본 일반인들은 하나도 없었고 그 내부구조나 모습 등이 외부로 알려진 적 또한 한번도 없었다.


    "감옥 견학여행, 우리 때는 그런 거 전혀 없었는데."

    "견학여행은 이번에 처음 생긴 거래요? 감옥이 곧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대요."


    맹정민은 고등학교 졸업반이다. 긴긴 12년 동안의 의무교육을 마치기 직전, 감옥 견학여행이 잡힌 것이다. 별일이 없다면 내년 봄, 그는 직장을 잡고 부모를 떠날 참이었다.


    온 가족이 다함께 집을 나서 지하철역에서 헤어졌다. 엄마와 아빠는 직장으로, 중학생인 동생은 학교로, 그리고 그는 감옥으로 향했다. 일주일이나 집을 떠나 있을 그를 가장 아쉬워하고 부러워 하는 동생은 몇 번이나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었다. 출근 시간의 인파로 가득 찬 지하철역에는 단 한 순간도 가만히 서있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지하철 역사의 콘크리트 내벽 말고는 제 자리에 붙박여 있는 사물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도착과 출발을 무한반복하는 지하철이 일으키는 바람에 철썩이는 밀물 썰물처럼 무수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광경은 영낙없이 액체의 흐름으로 보였다.


    서울성.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마지막 감옥인 서울 교도소의 별칭이자 지하철역 이름이기도 했다. 서울성의 입구에 모인 맹정민 반 아이들 열 두 명은 담임선생님을 만나 함께 들어갔다.


    "연못도 구름다리도 성벽도 모두 멋진 걸."


    한강에서 끌어온 물이 그득한 해자에는 물새들이 있어 홍예교 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그만이었다. 양쪽에서 원기둥처럼 육중하게 부풀어 오른 성벽 사이에 난 홍예문은 십 미터는 될 것 같은 두터운 석벽 중간 중간에 길로틴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떨어지는 내리닫이 창살문용 틈이 있어 섬뜩했다.


    ", 감옥이 아니라 성채가 맞네. 괜히 서울성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야."

    "저건 화강암일까? 두부모처럼 반듯하기도 하네."

    "이 정도면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는 걸."


    담임선생님이 홍예문 안 석벽 속 초소에서 정문을 지키는 군인들과 방문 수속을 밟는 동안 맹정민과 친구들은 목소리를 낮춰 수군댔다. 군인들의 군장과 무장은 엄중해서 왠지 함부로 떠들어서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삼엄한 입구와는 달리 교도소의 안쪽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가까운 교도소장실에서 열린 간단한 환영식에 참석하고 배정된 숙소로 가는 길 양쪽으로는 고급 주택가가 펼쳐지고 있었다. 주택가를 지나 나타난 중심가는 쭉쭉 뻗은 직선 도로가 시원시원했고 도로를 따라서는 높아봐야 오층 정도 되는 고풍스러운 깔끔한 건물들이 끊이지 않았다. 숙소도 그와 같은 대로 바로 뒤에 난 작은 길에 면한 작은 호텔 같은 느낌의 건물이었다. 어디에도 군인이나 경찰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견학 기간 동안 그들을 안내한다는 길잡이는 심지어 맹정민 또래의 여학생이었다.


    "여기가 감방인가요? 감방이라기 보다는 무슨 오피스 빌딩 같은데. 창살이나 밖에서 잠그는 자물쇠가 있는 것 같기도 않은데.."


    맹정민은 그 예쁘장한 길잡이 여학생에게 이것 저것 끊임없이 물어대서 친구들의 놀림을 받기도 했다.


    "죄수들은 몇 명이나 되나요? 아니면 서울성 안의 인구라고 해야 하나요?"


    이런저런 질문에 한번도 막힘이 없던 길잡이 여학생은 맹정민의 그 질문에는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글쎄요. 그건 참 어려운 질문이군요. 현재 대한민국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수감된 죄수의 수는 많다고도 할 수 없고 적다고도 할 수 없는데 말이죠.. 정확한 통계는 나중에 수비대 대장, 아니 교도소 소장님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겠네요."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죄수들 아닌가요?"

    "그건 아니죠!"


    맹정민은 상대의 약간은 단호한 대답에 내심 놀랐지만, 워낙 볼거리가 넘치는 터라 그 어색한 순간을 어물쩍 넘겨버렸다.


    첫날은 그렇게 서울성 내부의 관광으로 보냈다. 대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교통지옥인 바깥 세상과는 딴판으로 조용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입성이나 몸가짐도 하나같이 기품이 넘친다는 생각이었다.


    "감옥이 아니라 무슨 부자 동네에 놀러온 거 같지 않니?"

    "어른들이 가는 디즈니랜드 같은 느낌?"

    "근데 너무 조용하고 깨끗해서 재미는 좀 없겠다."


    친구들은 쑥덕거리기까지 했다.


    둘째날은 대학교를 구경했다. 길잡이 여학생의 설명에 그들은 의혹에 가득찬 시선을 몰래 교환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와 최대의 도서관, 그리고 최강의 슈퍼컴퓨터 센터가 서울성 안에, 그러니까 교도소 안에 있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었던 것이다.


    "서울성 안에서 제일 안돼 보이는 사람들인 걸. 공부와 책과 인공지능에 완전히 찌든 모습들이지 않아?"

    "혹시.. 저 사람들이 바로 죄수들 아냐? 강제 노역 대신 강제로 뇌에 쥐나게 만드는 그런 지옥 같은 수감 생활?"


    그들은 길잡이 여학생과 담임선생님이 앞장서서 갈 때, 담임선생님의 총애를 받는 모범생 친구를 하나 그 두 사람에게 붙여 놓고 자기들은 서너 걸음 뒤에서 따라가며 그렇게 수군대곤 했다.


    셋째날에는 탁아소,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시설을 돌아보고, 넷째날에는 박물관, 영화관, 극장 등의 문화시설, 마지막 날에는 시장과 일반 가정집 등을 골고루 돌아보았다.


    "서울성 돌아본 소감을 들어볼까요?"


    토요일 아침, 홍예문에 붙어 있는 게이트 하우스 내, 교도소 소장실에서 간단한 아침식사와 함께 환송회 겸 퇴소식이 열렸다.


    "수감되어 있는 죄수의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 뉴스를 보면 사건사고와 범죄도 적지 않아서 우리나라가 그렇게 안전한 나라는 아닌 듯한데 왜 그렇게 죄수가 적다고 하는지, 감옥이 없어진다고 하는지 모르겠거든요. 1억의 1퍼센트만 해도 1백만인데요."

    ", 그 질문의 답은 맨 나중에 해도 될까요?"


    담임선생님의 질문을 뒤로 미룬 소장은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길잡이 여학생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맹정민과 친구들은 교도소 소장과 길잡이 여학생, 그 두 사람의 똑같은 반응에 궁금증이 증폭되는 느낌이었다.


    "만약 서울성 대학교에 입학하면 이 안에 들어와서 살아야 하나요?"

    "그거야 학생 마음이겠지요. 더 좋은 거주 여건을 두고 구태여 밖에 나가서 살 필요는 없겠지요. 아무래도 강의실, 연구실, 도서관이 가까운 곳이 유리하지 않을까요. 공부 양이 많기로는 세계에서 으뜸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감옥에 들어와서 산다는 게 좀.. 남들에게 오해받을 수도 있구요."

    "그건 그렇겠네요, 하하하! 실은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게 싫은 것은 아니고?"


    교도소 소장의 유쾌한 웃음과 농담에 다들 따라 웃었다.


    "서울성 안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죄수인가요? 감옥 견학여행인데 죄수처럼 보이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어서요."

    "죄수도 있고 간수도 있지만, 겉으로 크게 표시가 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 또는 제약이 처벌의 주요 요소일 수 있고, 또 죄수들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있으니까요."

    "황제 노역 시비도 적지 않은데, 자칫 어디가 감옥 안이고 어디가 감옥 아닌지 헷갈릴 수도 있으니, 얼른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보다는 죄수복, 쇠창살, 삼엄한 교도소 담장과 같은 눈에 확 띄는 장치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표현도 좋구요. 저 학생은 서울성 대학교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오늘 바로 입학시키는 게 좋겠습니다, 선생님!"

    ".. 안돼요! 이런 재미없는 곳에서 살 수는.."


    맹정민은 잘난 척하다가 노련한 소장의 맞주먹에 제대로 걸려서 순식간에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토요일 저녁. 맹정민이 엄마 아빠와 동생을 다시 만나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간. 소장실에 이번 견학여행을 조직했던 팀이 모였다.


    "고등학생들은 안 되겠어. 오늘 그 친구들만 해도 그래. 그들은 이미 완전한 성인이야. 그 시각의 발랄함과 신랄함은 웬만한 어른들보다 훨씬 윗길이야. 천국과 지옥의 묘미까지도 다 알고.."

    "천국과 지옥의 묘미.. 어떤 말씀이신지..?"

    "재미없고 싱겁기 짝이 없는 천국보다 지지고 볶아 맵고 짠 지옥의 맛을 더 좋아하는 거 말이야. 날개 달고 꽃 향기 신의 은총 가득한 허공에서 맴도는 천사로 사느니, 차라리 똥더미 속에서 뒹구는 한이 있어도 온갖 정결치 못한 피조물들과 뒤엉켜 뒹구는 쇠똥구리, 타락천사로 살겠다는.."

    ".."

    "앞으로는 중학생들을 불러야겠어. 중학들이 견학여행에 더 적합할 것 같아."


    게이트 하우스를 이루고 있는 두 원기둥 구조물 가운데 한쪽인 성루에서 바로 내려다 보는 해자와 멀리 보이는 강남의 시가지와 한강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서울이 화려한 빛 단장을 시작했다. 뒷짐을 지고 창가에 선 그의 군복 입은 뒷모습이 몹시 다부져 보였다.


    "지금 서울성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의 숫자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그는 여전히 한 송이의 꽃처럼 피어난 서울, 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서울성 앞 사거리를 내려다 보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질문을 던졌다.


    "후후후.."


    서울성 수비대 대장의 질문에 그의 부하들은 물론이고 법무부에서 파견된 요원들까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일억 대 십만의 불균형을 해소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그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고. 이 안팎의 실상이 밖에 새어나가지 않게 하면서 가급적인 많은 청소년들을 우리쪽으로 끌어들이는 것. 물론 쉽진 않겠지. 그래도 애들이 무슨 죄야? 더군다나 우리가 지도에서 사라질 판이니.. 특히 게이트 하우스 근처에 병력을 증원하라구."


    역시 아무도 말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억을 가두어 놓기에 서울성은 너무 작아.."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서울이 밤의 꽃을 화려하게 피워내는 동안, 서울성은 고요하게 잠들어 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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