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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063
    추천 : 18
    조회수 : 3555
    IP : 211.232.***.12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0/01/05 18:45:36
    http://todayhumor.com/?panic_101063 모바일
    [실화] 대학 동기 L에 관한 이야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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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시절, 노래패 동아리에서 알게 된 L은 이상한 아이였어.
    L은 동아리 사람 여럿과 함께 있을 때는 그저 밝고 명랑한 보통의 스무 살 여자 아이였지만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좀 달랐어.

     

    L은 틈만 나면 자신이 직접 겪었던 가위 경험담이나 이상한 꿈 얘기를 나한테 해줬는데
    어린 시절부터 <토요 미스테리 극장>, <이야기 속으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등을 모두 섭렵한 나에게
    L의 경험담이나 꿈 얘기는 그냥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별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들에 불과했어.

     

    그런데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에게는... L과 관련된 절대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남아있어.
    오늘은 그 기억들 중 하나를 꺼내보고자 해.

     

    2002년 5월의 어느 날 오후,
    <경제학의 이해> 수업이 연강으로 있었던 한 강의실 뒷자리에서 난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어.
    쉬는 시간이었는지 강의실은 마치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했지만
    난 그러거나 말거나 잠에 흠뻑 취해 꿈속을 이리저리 유영하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뒤통수가 너무 따가워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는데
    옆자리의 L이 엎드린 채로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거야.
    진짜 눈 한번 깜빡 거리지 않고!

     

    난 L에게 장난스럽게 "에이씨, 뭘 야려?" 하고는 다시 고개를 원래대로 돌리려고 했는데
    그 순간 "살 와 려 줘 도 줘" 라는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이... 속삭이듯 작게 들리는 거야.
    "뭐?" 난 다시 고개를 돌려 L을 봤지.

     

    L은 엎드린 자세 그대로 빨간 핏줄이 선 눈알을 위로 치켜뜨고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그 아이의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L의 입은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거품 침과 함께 "저 더 리 돼 러 가 안 워" 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내뱉고 있었어.
    "야! L아, 너 왜 그래?" 깜짝 놀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L에게 다가갔어.
    그리고는 미친 듯이 떨고 있는 그 아이의 몸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댔는데
    "꺄아아아악─!!!" L이 갑자기 비명을 크게 지르면서 뒤로 넘어지는 거야.

     

    그 순간 시끄러웠던 강의실은 찬물을 껴 얹은 듯 일순간에 조용해졌고,
    나는 놀라서 얼어붙은 얼굴로 가만히 서서 L을 내려다보고 있었어.
    L은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를 지르면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마구 비비고 또 세게 문지르고 있었어.
    그 모습은 마치 얼굴에 묻은 더러운 뭔가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어.
    "K야, 너 뭐하고 있어!?" 또 다른 여자 동기 P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난... P와 함께 서둘러 L을 일으키고는
    온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축 늘어진 그 아이를 부축해서 힘겹게 건물 밖의 쉼터로 데리고 나왔어.

     

    L은 벤치에 앉자마자 P를 꽉 껴안고는 엉엉 울었고,
    난 서둘러 두 사람에게 줄 물을 사러 갔어.
    몇 분 뒤 물을 사서 돌아와보니 L은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으로 P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더라.
    "L아, 좀 괜찮아?" 난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 아이에게 물을 건네면서 물었고,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킨 후 L은 방금 전 강의실에서 자신한테 벌어졌던 믿기 힘든 일을 차분히 얘기하기 시작했어.

     

    "몸이... 너무 나른하고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자꾸만 내 어깨랑 등을 꾹꾹 누르는 거야.
     진짜 너무 피곤해서 왠만하면 그냥 쌩까고 계속 자려고 했는데...
     드문드문 송곳같이 날카로운 뭔가로 콕콕 찌르는 느낌이 너무 아프고 짜증나서 뒤를 돌아보려고 했는데...
     몸이... 몸이 전혀 움직이지를 않는 거야.
     아! 또...!
     그때 난 순간적으로 내가 가위에 눌렸음을 직감했어.
     근데 가위야 뭐... 한두 번 눌린 것도 아니고, 밤도 아닌 밝은 대낮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강의실에서 가위에 눌리니깐
     진짜 하나도 무섭지가 않고, 그냥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오더라고.
     그래서 유일하게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는데...
     그때 내 머리 위에서 끙끙 앓는 여자 신음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눈알을 치켜올려 위를 봤더니
     누리끼리한 수의를 입은 한 여자가 밧줄에 목을 매달고는 허공에 손과 발을 막 허우적거리고 있는 거야.
     그 여자의 발은 뭔가 지탱할 것을 찾는 것처럼 까치발을 한 채 버둥대고 있었는데...
     내 생각엔 그게 내 어깨랑 등이었던 것 같아.
     숨이 막혀서 점점 시퍼렇게 변해가는 여자의 괴로워하는 얼굴,
     '살... 려... 줘... 도... 와... 줘...' 라고 한자 한자 힘겹게 내뱉는 고통스런 목소리,
     내 등을 뜨겁게 적시는 여자의 오줌과 시린 분비물들... 윽!
     진짜 다 싫고 무서웠지만
     내 어깨와 등을 숨 가쁘게 오가면서 살기 위해 까치발로 버둥거리던 여자의 발에서 힘이 조금씩 빠져나갈 때마다
     침이 뚝뚝 떨어지는 여자의 시뻘건 혀가 내 얼굴을 향해 조금씩 내려오고 있는 게...
     난 그게 제일 싫고 무서웠어.
     특히 마지막 순간에 여자의 발에서 힘이 완전히 빠져나가면서 여자의 징그럽고 긴 그 혀가 내 얼굴을 덮쳤을 때는 정말..."

     

    L은 얘기를 하면서 그 악몽 같은 순간이 다시 떠올랐는지... 심하게 진저리를 쳤어.
    P는 그런 L을 꼭 안아줬고, 난 딱딱하게 굳은 채로 아무 말없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L의 등을 주시했어.
    내 코를 찌르는 불쾌하고 역한 지린내를 참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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