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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056
    작성자 : 마포김사장
    추천 : 16
    조회수 : 3318
    IP : 124.49.***.2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0/01/02 14:16:15
    http://todayhumor.com/?panic_101056 모바일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한 생각이 달라 여자친구와 크게 다투었다
    옵션
    • 창작글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얼마 전 여자친구와 크게 다투었다.</font></div> <div><font size="3">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한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font></div> <div><font size="3">우리는 각자 자신이 보는 방향만이 정면임을</font></div> <div><font size="3">철썩같이 믿으며 서로를 비난했다.</font></div> <div><font size="3">가시 돋은 말들이 사납게 오갔다.</font></div> <div><font size="3">지금껏 만나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 여자친구는</font></div> <div><font size="3">심지가 꺼진 촛불 같은 표정을 지었다.</font></div> <div><font size="3">그러고는 말없이 앉아 있다가</font></div> <div><font size="3">말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더니</font></div> <div><font size="3">말없이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font></div> <div><font size="3">말없이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이틀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font></div> <div><font size="3">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font></div> <div><font size="3">하지만 사흘이 지나자 슬슬 흥분도 가라앉아</font></div> <div><font size="3">내가 했던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font></div> <div><font size="3">뭐가 더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font></div> <div><font size="3">그래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한데 전화를 받은 여자친구가</font></div> <div><font size="3">지금 자신은 휴가를 내고 부산에 와 있다는 거다.</font></div> <div><font size="3">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서점에서 일을 도와준다며.</font></div> <div><font size="3">그녀는, 아귀가 맞지 않는 문틈으로 스며드는</font></div> <div><font size="3">한밤중의 겨울바람처럼 냉기가 흐르는 목소리로</font></div> <div><font size="3">“당분간 떨어져 있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하지만 서점을 운영한다는 사람이 누구인지</font></div> <div><font size="3">당분간이 며칠을 말하는 건지에 대해서는</font></div> <div><font size="3">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font></div> <div><font size="3">나는 당연히 걱정이 되었다.</font></div> <div><font size="3">그래서 겨우 서점 이름만 알아낸 채로</font></div> <div><font size="3">부랴부랴 열차표를 끊고 부산으로 향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여자친구가 일한다는 서점 이름은 ‘야행’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나는 부산역 개찰구를 빠져나와 검색해 보았다.</font></div> <div><font size="3">그곳은 시내에서 떨어진 변두리 산자락에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택시를 타고도 한참을 헤매다가 내려서</font></div> <div><font size="3">고지대로 향하는 급한 언덕길을 올라야 했다.</font></div> <div><font size="3">얼마나 가파른지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어렵게 마주한 서점은 마치 폐가 같은 모습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스무 평 남짓한 파란 기와지붕의 단독주택으로</font></div> <div><font size="3">뿌연 유리문 옆에 ‘야행’이라는 간판이 보였다.</font></div> <div><font size="3">발밑에는 무너져 내린 기와 조각이 흩어져 있고</font></div> <div><font size="3">백설공주가 먹다버린 사과처럼 바싹 마른 화분이</font></div> <div><font size="3">현관 앞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어슴푸레한 복도와 계단이 보였지만</font></div> <div><font size="3">책을 파는 서점이라기보다</font></div> <div><font size="3">동굴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듯했다.</font></div> <div><font size="3">이런 곳에 여자친구가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font></div> <div><font size="3">나는 문을 열며 “계세요?” 하고 불러보았다.</font></div> <div><font size="3">깊은 연못에 돌멩이를 툭 던지는 느낌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잠시 후.</font></div> <div><font size="3">계단 뒤 어둠 속에서 “네”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font></div> <div><font size="3">이내 낯익은 얼굴이 계단 중간쯤에 나타났다.</font></div> <div><font size="3">여자친구였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font></div> <div><font size="3">그녀는 고개를 갸웃 하더니 물었다.</font></div> <div><font size="3">“누구세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여자와 나는 현관 앞에서 한참 말을 주고받았다.</font></div> <div><font size="3">그런데 말투가 묘하게 낯설었다.</font></div> <div><font size="3">여자친구와는 확실히 달랐지만,</font></div> <div><font size="3">(얼굴에 점이 있는 것만 빼면)</font></div> <div><font size="3">두 사람은 쌍둥이 자매가 아닌가 싶을 만큼</font></div> <div><font size="3">닮아도 너무 닮았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게다가 이 서점은 이제 운영하지 않는다는 거다.</font></div> <div><font size="3">“지난주에 문을 닫았다”고 여자는 말했다.</font></div> <div><font size="3">책을 워낙 좋아해서 무작정 시작했는데</font></div> <div><font size="3">유동인구가 없어 매출이 별로였던 모양이다.</font></div> <div><font size="3">이 말을 들은 나는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font></div> <div><font size="3">무슨 몰래카메라 같은 건가 싶기도 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그 자리에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font></div> <div><font size="3">전원이 꺼져 있다는 응답만 돌아왔다.</font></div> <div><font size="3">하는 수 없이 미안하다 인사하고 돌아서려는데</font></div> <div><font size="3">여자가 내 팔을 붙들더니 말했다.</font></div> <div><font size="3">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 구경이라도 하면 어떻겠냐고.</font></div> <div><font size="3">팔던 책이 아직 잔뜩 남아 있다면서.</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시원시원하게 말하는 모습이 여자친구와 똑같았다.</font></div> <div><font size="3">어, 어, 하다가 나는 서점 안으로 들어서고 말았다.</font></div> <div><font size="3">여자는 세 권의 책을 꺼내 오더니 죽 늘어놓았다.</font></div> <div><font size="3">그 책을 마주한 나는, 월급이 입금되자마자</font></div> <div><font size="3">눈 깜짝할 사이에 카드값으로 빠져나간 통장을</font></div> <div><font size="3">확인한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출간된 </font></div> <div><font size="3"><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였기 때문이다.</font></div> <div><font size="3">여자는 지난주에 마지막으로 입고했다며 말했다.</font></div> <div><font size="3">“이 책은 맨해튼의 명물 ‘미스터리 서점’을 만든 출판업자이며 </font></div> <div><font size="3">에드거 상을 받은 걸출한 에디터인 </font></div> <div><font size="3">오토 펜즐러가 기획한 최고의 크리스마스 앤솔로지예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기가 막힐 지경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내가 만든 책을 여기서 마주할 줄이야.</font></div> <div><font size="3">바로 그때.</font></div> <div><font size="3">그녀의 별 쓸따리없이 자세한 설명이 끝나자마자</font></div> <div><font size="3">여자친구로부터 기다리던 문자가 도착했다.</font></div> <div><font size="3">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자기야, 이 사진 좀 봐. </font></div> <div><font size="3">초대 공수처장님이래.</font></div> <div><font size="3">처음 보는 분이지만 무척 신뢰가 가!</font></div> <div><font size="3">고민 끝에 나도 생각을 바꿨어.</font></div> <div><font size="3">토요일 아침 기차로 올라갈게.”</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나는 서점 여자에게 인사하고</font></div> <div><font size="3">가파른 언덕을 천천히 내려오며</font></div> <div><font size="3">여자친구가 보내준 사진을</font></div> <div><font size="3">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font></div> <div><font size="3">근데 두 사람이 닮긴 많이 닮았네.</font></div> <div><font size="3">아까 그 여자와 여자친구만큼이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언덕을 다 내려오니</font></div> <div><font size="3">기분 좋은 가을 바람이 살랑, 분다.</font></div> <div><font size="3">나는 문자 창을 열고 답장을 적었다.</font></div> <div><font size="3">“고맙고 미안해. 곧 만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보고 싶네, 벌써...</font></div> <div><br></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001/15779419022576abf9d86b4092ad26fddd0b1ebb66__mn789474__w670__h939__f66286__Ym202001.jpg" alt="150184_746353465440610_5297106583383887070_n.jpg" style="border:none;width:320px;height:448px;" filesize="66286"></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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