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5년 정도 전 이야기다.</div> <div><br></div> <div>대학에 합격하고 드디어 자취를 하게 된 나는, 부모의 눈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며 늦은 밤 산책을 다니는 게 취미가 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우리 부모님은 워낙 과보호라서 같이 살 때는 밤 늦게 돌아다니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으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대학생이 잔뜩 사는 학교 주변이었기에, 한밤 중이라도 술 먹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어서,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div> <div><br></div> <div>나는 겁쟁이였기 때문에 혼자 한산한 심야 주택가, 그것도 낡아빠진 아파트 투성이인 곳을 걷는 건 평소라면 무서워 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한동안 걷고 있으면 몇번 사람과 마주치니, 그럴 때마다 두려움이 누그러지곤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날.</div> <div><br></div> <div>그날은 한동안 사람이 보이질 않아, 완전 쫄아서 오늘은 그만 돌아갈까, 싶던 때였다.</div> <div><br></div> <div>마침 앞에 사람이 보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마음을 좀 놓은 나는, 조금 더 산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그 사람 곁을 지나치는 순간.</div> <div><br></div> <div>갑자기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뭘 찾으시나요?] 라고 그 사람이 물어왔다.</div> <div><br></div> <div>그 녀석이 어떤 복장이었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그 녀석의 얼굴은 엄청 인상에 남아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라는 영화가 있잖아.</div> <div><br></div> <div>거기 나온 칸사이벤 쓰는 아줌마가 더욱 일그러지고 늙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div> <div><br></div> <div>그 녀석은 남자였지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또 엄청 기분 나빴던게, 눈도 안 좋고 야맹증까지 있는데, 어째서인지 그 녀석 얼굴만은 확실하게 보였다는 것.</div> <div><br></div> <div>그 상황에서 뭐 똑바로 대답할 수도 없고, [아, 그, 아뇨.] 정도로 더듬거리며 대답하고는 거기서 멀어졌다.</div> <div><br></div> <div>딱히 그 녀석이 따라오거나 계속 말을 걸어오는 것도 아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무서워서 그 녀석과 만나지 않도록 빙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div> <div><br></div> <div>집 앞 길에서 혹시 그 녀석이 있지는 않나 흠칫거렸지만, 없었기에 안심하고 집에 들어갔다.</div> <div><br></div> <div>문을 닫은 순간, 동시에 초인종이 울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정말 놀라서 신발도 안 벗고, 방으로 뛰쳐들어갔다.</div> <div><br></div> <div>그리고는 문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한동안 그대로 굳어 있었다.</div> <div><br></div> <div>5분인가 10분인가 모르겠지만, 그 정도 지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초인종은 처음 한번만 울렸기에, 이제는 아무도 없겠지 싶어서 문구멍을 내다 봤다.</div> <div><br></div> <div>그 녀석이 있었다.</div> <div><br></div> <div>기분 나쁜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띄운 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허리에 힘이 나갔지만, 신발 벗는 것도 잊은 채 뛰어가 이불을 뒤집어 썼다.</div> <div><br></div> <div>하지만 학생이 사는 아파트는 워낙 작아서 침대에서도 문이 보인다.</div> <div><br></div> <div>문 밖에서는 [뭘 찾으시나요? 뭘 찾으시나요? 뭘 찾으시나요?] 하고 계속 말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너무나도 무서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자, 문에 붙어 있는 신문 구멍이 덜컥하고 열렸다.</div> <div><br></div> <div>낡은 아파트라 거기 가림막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라, 직접 들여다 보는구나 싶었다.</div> <div><br></div> <div>눈이 마주치면 끝이야, 끝이라고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구멍으로 새하얀 팔이 쑥 들어오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 문을 열려는건가?</div> <div><br></div> <div>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기서 손잡이까지는 손이 안 닿을텐데.</div> <div><br></div> <div>패닉에 빠진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무서워서 목소리도 안 나오고 번호도 제대로 누르질 못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는 사이, 그 팔은 그대로 안으로 들어오더니 문 안에 뚝 떨어졌다.</div> <div><br></div> <div>어? 하고 생각한 순간,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div> <div>[이건가요? 이건가요? 이건가요?] 하고 계속 말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것도 무척 즐거운 듯,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히힛!], [히히힉!| 하고 웃음이 섞여 든 채.</div> <div><br></div> <div>나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눈을 꼭 감고 그저 버틸 수 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래도 문 쪽에서는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한 툭툭거리는 소리가 이어졌고, 그 녀석의 목소리도 계속 들려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잠에 빠졌다.</div> <div><br></div> <div>아침에 일어나니 아무것도 없었다.</div> <div><br></div> <div>아무 것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이후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밤에 산책하는 취미는 그만 뒀다.</div> <div><br></div> <div>신문 구멍은 이후 막아버렸지만, 이사하려면 돈이 들어서 아파트에는 계속 살았었다.</div> <div><br></div> <div>도쿄 동쪽에서 있었던 이야기.</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1387?category=348476" target="_blank">https://vkepitaph.tistory.com/1387?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