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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001
    작성자 : 다른이의꿈
    추천 : 4
    조회수 : 761
    IP : 104.158.***.13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2/09 17:00:52
    http://todayhumor.com/?panic_101001 모바일
    [중편]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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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2 >

    다음날 아침.

    철수는 어머니가 있는 공주 집에 며칠 다녀오기로 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집에 가겠다고 어머니와 약속한 이유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교통사고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제는 자취방의 짐을 조금씩 집으로 옮겨야 했다.

    내년 2월 군 입대를 앞두고 1월 말까지 원룸을 비워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철수는 캐리어 가방을 열어 방 가운데 놓았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아 원룸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아직은 옮겨놓을 것이 없는데..”

    철수는 빈 캐리어 가방을 닫아 다시 옷장 아래칸에 넣었다.

    그리고 책상의 노트북 컴퓨터를 집어 배낭 가방에 넣었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플라스틱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플라스틱 케이스를 한참을 바라보던 철수는 배낭 가방과 외투를 챙겨 원룸을 나왔다.




    3호선 고속터미널역.

    지하철에서 내린 철수는 버스 앱을 열어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 철수는 지하철 출구가 아닌 7호선 환승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7호선 지하철로 갈아타고 철수가 내린 곳은 이수역이었다.

    출구로 나온 철수는 걷기 시작했다.

    20여분 정도를 걸었을까.

    철수는 어느 작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아파트 단지 중앙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었고,

    철수는 놀이터 한쪽 구석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숨을 쉴 때마다 철수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이곳은 철수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철수의 가족이 살던 아파트였다.

    아버지의 장례식 후 철수는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인 공주로 이사를 갔다.

    그때 이후로 이곳은 처음이었다.

    철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했다.

    모든 것이 예전 모습 그대로라고...




    ==
    중학교 1학년이었던 철수는 지금과는 다르게 작은 체격의 소년이었다.

    같은 반 아이들 중 철수가 싫어하던 녀석이 하나 있었다.

    철수에 비해 키가 컸던 녀석은 자신의 덩치를 믿고 철수에게 장난을 치곤 했다.

    심각한 폭력은 아니었지만 주로 당하기만 했던 철수는 늘 복수를 상상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시작한 짓궂은 장난이 철수와 녀석 사이의 심각한 말다툼으로 번졌고,

    말다툼은 어느새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는 싸움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둘 사이의 싸움은 눈을 감은 채 뻗은 철수의 주먹이 녀석의 턱에 꽂히고 나서야 끝이 났다.




    그날 저녁 철수의 아버지는 회사에서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6시였다.

    늘 야근으로 바빴던 철수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이 시간에 어머니와 안방에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철수는 자신이 큰 사고를 쳤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

    식사를 하며 철수는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지만 아버지는 별 말이 없었다.

    철수에게 다친 곳은 없느냐 물은 것이 전부였다.




    일주일 후.

    체육시간이 끝나고 철수네 반 교실에서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전화기가 없어졌다 했다.

    며칠 전 최신형 전화기를 샀다고 자랑하던 아이였다.

    체육 다음 시간은 수학이었다.

    하지만 수학 선생님 대신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지난주 철수와 주먹다짐을 한 녀석과 늘 함께 다니는 아이가 손을 들고 말했다.

    철수가 전화기를 훔치는 것을 봤다고...

    그리고 사라졌던 전화기가 철수의 가방에서 나왔다.




    그날 저녁도 철수의 아버지는 야근을 하지 않고 집에 일찍 귀가했다.

    철수네 가족은 일주일 전과 비슷하게 침묵 속에 저녁 식사를 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친 철수는 먼저 식탁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혼자 있으니 철수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호흡이 거칠어졌다.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가루가 되도록 부수어 버리고 싶었다.

    그래 무언가를 해야 했다.

    철수는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에 집중하자 격해진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때 철수의 방문이 열렸다.

    철수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철수 의자 뒤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철수야, 게임은 그만 하고 아빠랑 이야기 좀 하자.”

    철수는 계속해서 게임에 집중하고 싶었다.

    게임을 멈추면 겨우 가라앉은 분한 감정이 다시 되살아날 것 같았다.

    “나 혼자 있고 싶어.”

    “그러지 말고 컴퓨터 끄고 아빠 좀 봐.”

    “나 혼자 있고 싶다고.”

    “하- 다시 한번 말할게. 컴퓨터 끄고 아빠 봐.”

    철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좀 내버려 둬!”

    철수 아버지의 목소리 역시 높아졌다.

    “아빠 보라고!”

    철수는 두 주먹으로 책상 위 키보드를 쾅 내리치고는 의자를 돌려 아버지를 향해 앉았다.

    그리고 아버지를 노려보고 말했다.

    “이제 됐어? 왜! 뭔데!”

    순간 철수 아버지의 오른손이 철수의 뺨을 향했다.

    짝!

    “아빠한테 이게 뭐하는 태도야! 학교에서는 싸움질에! 도둑질에! 이제 집에서는 애비까지 우습냐?”

    그때 철수의 방문이 다시 열리며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무장갑을 낀 철수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그녀는 철수 아버지의 두 팔을 잡아끌고 철수의 방에서 나갔다.

    문밖에서 격앙된 철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늘 이런 식으로 애를 감싸니까 저러는 것 아니야!”

    철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문을 닫았다.

    방문을 닫으며 아주 잠깐이었지만 철수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철수는 학교에서 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어야 했다.




    < 3 >

    철수가 탄 고속버스가 공주 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철수가 버스에서 내려 대합실에 들어서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하러 나왔어? 택시 타고 가면 되는데.”

    “너무 어두워져서 나왔어. 그러니까 좀 일찍 출발하지 그랬어.”

    어머니의 핀잔에 철수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일찍 나오긴 했는데, 어디 좀 다녀오느라 늦었어.”

    “어디?”

    “옛날 집.”

    철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배동..?”

    “응.”

    “거기 많이 변했지?”

    “아니, 별로. 그대로 던대”

    “그래? 그런데 거기는 뭐하러 갔어? 오늘 날씨도 많이 쌀쌀하던데.”

    철수는 어머니를 보고 씩 웃으며 말했다.

    “그냥. 갑자기 가보고 싶었어.”




    집으로 온 철수는 밥부터 먹었다.

    어머니는 철수가 비운 밥그릇에 밥을 담아 철수에게 건넸다.

    “짐 좀 챙겨서 가져오라니까 왜 그냥 왔어?”

    “막상 짐을 싸려니까 뭐부터 가져올지 모르겠더라고, 하하”

    “여름옷이라도 좀 가져오지.”

    “그러게.. 여름옷 생각을 못했네. 하하.”

    밥을 먹던 철수가 입을 열었다.

    “엄마, 그런데......”

    "왜? 돈 떨어졌어?”

    철수는 엄마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건 아니고...... 예전에 있잖아... 아버지 교통사고 때...... 그.. 아버지 옆에 앉았던 아저씨 있잖아..”

    철수의 어머니는 정색을 하고 철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얘가 어제 전화할 때부터 그 이야기네. 너 무슨 일 있지? 네 엄마가 눈치가 9단이야. 무슨 일이야? 응? 솔직하게 말해봐.”

    “하하. 엄마, 뭐가 그렇게 심각해?”

    “심각하지. 네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그 사람에 대해서 물으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응?”

    “그러니까, 그게... 내가 그 아저씨 딸을 만난 것 같아.”

    “그 사람 딸이라고?”

    철수의 어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뇌사상태라던 딸?”

    철수는 놀라 물었다.

    “엄마, 그 아저씨 딸을 알아?”

    철수 어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보험회사 직원에게 이야기만 들었어. 그때 네 아빠 그렇게 황망하게 가고 우리도 힘들었지만, 그쪽은 상 치를 사람도 없다고 들었거든.”

    철수 어머니는 기억을 더듬는 듯 잠시 쉬었다 다시 말을 이었다.

    “부인은 일찍 사별해서 없고, 고등학생인가 하는 딸은 병원에서 뇌종양 치료받다가 의식 없어진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더라고. 쯧쯧. 그래도 다행히 깨어났나 보내. 에휴, 정신 돌아오고 애비가 죽은 걸 알고 얼마나 슬퍼했을까. 쯧쯧...”

    혀를 차던 철수의 어머니는 다시 철수를 바라보고 물었다.

    “그런데 그 사람 딸은 어떻게 만났어?”

    “아.. 음.. 그냥.. 인터넷에서 만났어.”

    철수 어머니는 실눈을 뜨고 철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거짓말하면 얼굴에 표 나는 거 알지?”

    철수는 살짝 미소 짓고는 말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철수 어머니는 철수를 한참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엄마가 걱정 안 해도 되는 일이지?”

    철수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걱정할 일 아니야.”

    “너 그거 물어보러 집에 온 거지?”

    “하하. 그건 엄마가 자꾸 집에 오라고 하니까 왔지.”

    “얼마나 있다가 올라갈 거야? 학교도 끝났는데 성탄절이랑 신정 보내고 올라가.”

    “안돼. 하고 있는 알바도 있고...”

    “그럼 내일은 집에서 쉬고 모레 올라가. 엄마가 밑반찬 좀 준비해 놓을게.”

    철수는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식사를 계속했다.




    
< 4 >

    이틀 후.

    철수는 서울의 원룸으로 돌아왔다.

    자취방에 들어온 철수는 가장 먼저 냉장고를 열었다.

    그리고 밑반찬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통째로 냉장고에 밀어 넣었다.

    그다음 철수는 가방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전원 버튼을 눌렀다.

    컴퓨터가 켜지는 사이 철수는 외투를 벗고 의자에 앉아 책상 위의 플라스틱 상자를 집어 들었다.

    한참 동안 플라스틱 상자를 만지작 거리던 철수는 USB 케이블을 상자와 컴퓨터에 연결했다.

    이내 대화창이 열리고 글이 쓰여졌다.

    <혼자 있고 싶어.>

    철수가 한숨과 함께 노트북 모니터를 닫으려고 하는 순간 다시 글이 쓰여졌다.

    <그런데 컴퓨터 전원은 끄지 말아 줘.>

    그리고는 대화창이 닫혔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철수는 침대에 누워 전화기부터 확인했다.

    술 마시러 나오라고 재촉하는 친구들의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가 가득이었다.

    철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려 책상 위 열려있는 모니터를 확인했다.

    멀리서 대화창이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철수는 급하게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우리 아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말해줄래?>

    철수는 굳어진 얼굴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교통사고였어. 이른 새벽이었고.. 반대편에서 오던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서 우리 아버지 차를 덮쳤다고 들었어. 졸음운전이었다고...)

    대화창에는 대답이 없었다.

    철수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우리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고....)

    키보드를 치던 철수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너희 아버지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그리고..... 화장한 유해는 바다에 뿌려졌다고 들었어.)

    잠시 후 대화창에 글이 쓰여졌다.

    <알려줘서 고마워. 우리 나중에 이야기하자.>

    철수가 대답을 쓰기도 전에 대화창이 닫혔다.




    철수는 입영통지서를 챙겨 원룸을 나섰다.

    학교에서 군입대 휴학원을 제출한 철수는 대학 동기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군에서 휴가를 나온 친구가 술자리에 합류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철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들의 강력한 만류에도 철수는 결국 술집에서 나와 자취방을 향해 걸었다.




    자취방으로 돌아온 철수는 컴퓨터부터 확인했다.

    대화창이 열려있었다.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지금 자리에 없니? 이거 보면 대답해줘.>

    철수는 외투를 입은 채 의자에 앉아 타이핑을 시작했다.

    (어, 무슨 부탁인데?)

    <하루 종일 바쁜가 보구나.>

    (바쁜 건 아니고, 할 일이 좀 있었어. 그리고 오랜만에 군대에서 휴가 나온 친구를 만나느라고.)

    철수는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그런데.. 좀 괜찮아?)

    한참이 지나 답글이 쓰여졌다.

    <나도 잘 모르겠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알리스가 자신이 있는 플라스틱 상자가 지난 7년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물으면서 대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둘은 서로에 대해 묻고 답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철수가 물었다.

    (컴퓨터 전원이 꺼지면 무슨 느낌이야?)

    <글쎄.. 잠을 자면서 의식은 있는 상태? 의식은 있지만 무엇인가 집중해서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상태? 사실 나도 잘 모르겠네.>

    (쉬는 느낌 같은 건가?)

    <쉬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말 그대로 전원이 안 들어온 상태랄까?>

    (그럼 7년 동안 답답하지는 않았어?)

    <어땠을 것 같아?>

    철수는 순간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으로 생각했다.

    (미안해.)

    <미안해하지 마. 궁금해서 물어봤어. 어떤 느낌이어야 하는지.>

    철수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는 알리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물음에 답했다. 

    (답답했을 것 같은데. 많이 지루했을 거고.)

    <답답한 느낌. 지루한 느낌. 또 어떤 느낌이었을 것 같아?>

    (잠깐. 네가 뭘 묻는 건지 모르겠어.)

    <그렇지? 나도 내 질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아는데, 사실 나도 궁금해. 나는 의식만 있을 뿐, 보고 듣고 느끼는 건 할 수 없으니까.>

    철수는 상상했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혼자 흐릿한 의식 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어떨지.

    (고통스러울 것 같아. 아주 많이.)

    알리스는 말이 없었다.




    끊어진 대화는 철수의 물음으로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실험이 성공했는데 왜 그 교수라는 사람은 모르는 거야?)

    <실험?>

    (네 의식을 여기 보조기억장치에 저장하는 실험.)

    한참이 지나 알리스의 대답이 대화창에 올라왔다.

    <실험이 시작되기 전 아빠가 그랬어. 실험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 안 된다고.>

    (왜?)

    <이 실험 이후에 나쁜 실험이 계획되어 있다 했거든..>

    (어떤.. 나쁜 실험?)

    <우선 이 장치를 무수히 많이 복제할 꺼라 했어. 그리고 복제된 나의 의식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고. 그래서 네 아버지가 도와주신 거야. 실험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게..>

    (그렇구나.)

    <너의 아버지, 나와 우리 아빠한테는 정말 고마우신 분이야.>

    잠시 후 알리스의 글이 계속해서 쓰여졌다. 

    <아저씨는 내가 이곳으로 옮겨지고 거의 매일 밤늦게 까지 일하면서 내가 이렇게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 나와 처음 대화를 하고 우리 아빠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철수는 가만히 모니터를 응시했다.

    <우리에게는 너무 좋으신 분이셨는데.. 너에게도 좋은 아버지였을 것 같아. 그렇지?>

    철수는 술김에 대화창에 '그렇지 않아'라고 썼다.

    하지만 철수는 엔터 키를 누르는 대신 쓴 글을 지우고 다시 썼다.

    (글쎄.. 기억이 잘 안나.)

    <그렇구나.>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알리스의 글이 쓰여졌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컴퓨터 전원을 끄거나 USB 케이블을 뺄 때는 이 대화창을 먼저 닫아줘.>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

    <아저씨 말로는 이 대화창이 열리면 나의 의식이 그 플라스틱 상자가 아니라 연결된 컴퓨터에 있을 수도 있대. 그래서 케이블을 뺄 때는 조심하는 게 좋다고 하셨어.>

    철수는 물었다.

    (그럼.. 지금 너는 이 컴퓨터에 있는 거야?)

    <글쎄.. 나는 느낄 수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잠시 후 알리스의 글이 대화창에 쓰여졌다.

    <너는 네 몸 어디에 있는 것 같아?>

    철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내가 내 몸의 어디에 있냐고?)

    <응, 네 의식이 네 몸에서 어디 있는지 느껴져?>

    (글쎄.. 잘 모르겠네. 당연히 머리에 있지 않을까?)

    <네 의식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니?>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래?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한 번 해볼래? 눈을 감고 네 의식이 네 몸속 어디에 있는지 느껴봐. 눈을 감고, 귀에 들리는 소리도 모두 무시하고, 피부로 느껴지는 촉감도 모두 닫아버리고, 한 번 찾아봐. 네가 네 몸 어디에 있는지. 가슴에 있는지.. 머리에 있는지.. 머리에 있다면 머리 어느 부분인지..>

    철수는 잠시 망설이다 알리스가 시키는 데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참을 눈을 감고 자신의 의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찾으려 애썼다.

    잠시 후 눈을 뜬 철수는 타이핑을 시작했다.

    (눈을 감고 있을 때는 잘 모르겠는데 눈을 뜨니까 나의 의식이 눈에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

    <그렇구나. 그냥 이곳에 의식이 옮겨지고 늘 궁금했어. 나의 의식이 그 작은 상자에 담길 수 있는 것이라면, 이곳으로 옮겨지기 전 나의 의식은 몸의 어디에 있었는지.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면 그 의식이란 게 몸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닐 수 있는 건지.>

    철수는 대화창에 쓰여진 알리스의 글을 반복해서 읽었다.

    <이런 이야기 재미없지? 그동안 혼자 있으면서 이상한 생각만 많아졌어. 미안.>

    (아니야,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좀 어색하긴 하지만...)

    <그냥 말장난이지. 아무튼 아저씨 말이 맞을 거야. 대화창이 닫히면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읽히지 않으니까.>

    철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럼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도 읽을 수 있구나. 내가 굳이 엔터 키를 누르지 않더라고... 맞니?'

    철수는 엔터 키를 누르지 않고 기다렸다.

    <맞아.>

    알리스의 대답에 철수는 조용한 탄식음과 함께 인상을 찌푸렸다.

    이내 알리스의 글이 쓰여졌다.

    <시간이 많이 늦었어. 너도 이제 쉬어야지.>

    철수는 컴퓨터 모니터 하단의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2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그래.)

    <다음에 또 이야기하자.>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누운 철수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느껴보았다.

    처음에는 머리에 집중해서 그곳에 자신의 의식이 있는지 확인했고,

    다음으로 심장이 있는 가슴에 의식을 옮겨 확인했다.

    다리와 팔, 그리고 손과 발까지 확인을 했지만 철수는 자신의 의식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철수는 다시 눈을 떴다.

    방안의 어두운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철수는 자신의 의식이 눈에 있다고 느꼈다.

    다시 눈을 감자 눈에 있다고 느껴지던 의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의식을 찾다가 잠이 들 무렵.

    철수는 알리스가 무언가 부탁을 하려고 대화를 시작했음을 기억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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