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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0927
    작성자 : song (가입일자:2006-07-27 방문횟수:856)
    추천 : 14
    조회수 : 1075
    IP : 211.221.***.8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9/11/15 11:54:49
    http://todayhumor.com/?panic_100927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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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단지 창 밖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div> <div><br></div> <div>근처의 집을 엿보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잖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언제부터였을까?</div> <div><br></div> <div>이따금씩 밤에 혼자 있을 때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망원경을 통해 강 건너편의 번화가를 바라 보곤 한다.</div> <div><br></div> <div>관음증 같은 것은 전혀 없었지만, 어느덧 이것은 습관이 되었고 지금은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퇴근길의 회사원들.</div> <div><br></div> <div>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대학생들.</div> <div><br></div> <div>열대어처럼 울긋불긋하게 차려입은 여자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기저기서 호객을 해대는 호객꾼에, 어째서인지 깊은 밤 혼자 어슬렁거리는 학생까지.</div> <div><br></div> <div>정말 별 거 없는 어지러운 광경일 뿐이지만, 그것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재미있다.</div> <div><br></div> <div>어쩌면 수족관 속의 물고기를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방의 불을 켜 놓으면 내가 망원경을 들여다 보는 것이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관찰"을 할 때는 방의 불을 꺼놓는다.</div> <div><br></div> <div>어둠 속에서 베란다에 나가 혼자 술을 마시며 망원경을 들여다본다.</div> <div><br></div> <div>다른 사람들이 보면 기분 나빠하겠지만, 지금 나에게 이 취미를 그만 둘 생각은 전혀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날 역시 나는 맥주를 마시면서 한가로이 베란다에서 밤바람을 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어느덧 시간이 꽤 늦어졌지만, 종종 사람들은 지나간다.</div> <div><br></div> <div>오히려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시간대는 대체로 사람들의 왕래가 줄어드는 심야 시간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술에 취해 싸워대는 것은 몇 번씩이나 봤었다.</div> <div><br></div> <div>한 번은 어떤 남녀가 빌딩 틈 사이에서 관계를 가지는 걸 보기도 했다.</div> <div><br></div> <div>멀리서 봐서 확실치는 않지만, 칼 같은 것을 손에 든 늙수그레한 노숙자가 같은 곳을 몇번이고 왕복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날 내가 보고 있던 것은 만취해서 벽에 기댄 채 정신을 잃은 정장 차림의 남자였다.</div> <div><br></div> <div>내가 처음 베란다에 나왔을 때부터 계속 거기 앉아 있었다.</div> <div><br></div> <div>솔직히 보고 있어서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저 정신을 잃고 앉아 있을 뿐이니까.</div> <div><br></div> <div>초가을이니 방치해 둔다고 해도 얼어 죽지는 않을테니, 나는 맥주 한 캔만 더 마시고 들어가 잘 생각이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냉장고에서 맥주를 들고 돌아오자, 주저 앉은 남자 주변에 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언뜻 보고서도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진다.</div> <div><br></div> <div>망원경을 들여다보자 나는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남자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유치원에 다닐 법한 수준의 어린 아이였던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모두 3명.</div> <div><br></div> <div>멀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사내 아이가 두 명이고 여자 아이가 한 명인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아무리 심야라고는 해도 종종 이 시간대에 아이들을 본 적은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보호자도 없이 아이들만 3명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div> <div><br></div> <div>아이들이 술에 취한 아버지를 마중 나왔나 생각도 해 봤지만,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반이다.</div> <div><br></div> <div>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가능성이 희박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묘하게 신경 쓰이는 광경에, 나는 계속 망원경을 들여다 보았다.</div> <div><br></div> <div>아이들은 남자를 둘러싸고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갑자기 사내 아이 한 명과 여자 아이가 남자에게 다가간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간호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짐을 옮기는 것 같이 대충 남자의 양팔을 잡고 엄청난 속도로 질질 끌며 달리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어안이벙벙해진 내 시야에서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건물 틈으로 사라졌다.</div> <div><br></div> <div>두 명이라고 해도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어른을 그렇게 빠르게 끌고 갈 수 있을리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니, 성인이라고 해도 힘들 것이다.</div> <div><br></div> <div>마치 꿈이라도 꾸는 기분이었지만, 망원경 너머로 꿈이 아니라는 듯 한 명 남은 사내 아이가 보인다.</div> <div><br></div> <div>아이는 방금 전까지 남자가 앉아 있던 벽 앞에서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가만히 서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반쯤 무의식적으로 나는 손을 들어 맥주 캔을 입가에 가져가 한숨에 다 마셨다.</div> <div><br></div> <div>입 안에서 튀는 탄산의 감촉과 알코올의 맛.</div> <div><br></div> <div>코 끝에 느껴지는 독특한 향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목을 미끄러져 넘어가는 차가운 액체의 느낌.</div> <div><br></div> <div>모두 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땀에 젖은 손으로 망원경을 다시 잡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남아 있는 아이의 얼굴이라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댔다.</div> <div><br></div> <div>가로등 아래에는 어느새 또 세 명의 아이가 모여 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세 명 모두 이 쪽을 보고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얼굴은 그림자가 져서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세 명 모두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하고 있다.</div> <div><br></div> <div>나는 겁에 질려 반사적으로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일어 선다.</div> <div><br></div> <div>육안으로 보는 강 건너편 가로등 아래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떻게 된 것인지 혼란에 빠져 다시 망원경에 눈을 댄다.</div> <div><br></div> <div>시야 한 구석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인다.</div> <div><br></div> <div>그 쪽으로 망원경을 옮기자, 세 명의 아이가 어느새 강을 건너 와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세 명 모두 내 아파트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div> <div><br></div> <div>걷는 모습이 어쩐지 기묘하다.</div> <div><br></div> <div>마치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사람인 척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이 부자연스럽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오싹할만큼 빠르다...</div> <div><br></div> <div>피가 차가워지는 것 같은 초조함에 나는 망원경을 내버려두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div> <div><br></div> <div>반사적으로 지갑만 들고 방에서 도망치려고 했을 때,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철컹.]</div> <div><br></div> <div>아파트 정문이 닫히는 소리다.</div> <div><br></div> <div>문 앞에서 돌처럼 굳어 버린 내 귀에, 계단을 올라오는 여러 사람의 발소리와 마치 수많은 낙엽을 밟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진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소리는 조금씩 커져서, 마침내 내 방 앞에서 멈췄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초인종이 울린다...</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505?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505?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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