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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0822
    작성자 : 별의갯수만큼 (가입일자:2019-09-17 방문횟수:10)
    추천 : 2
    조회수 : 568
    IP : 175.196.***.3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0/02 12:45:55
    http://todayhumor.com/?panic_100822 모바일
    [단편,재업] 미안해,미안해,미안해
    옵션
    • 창작글
    사내는 말을 잃은 채 사건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해당한 시신의 정체는, 자신의 막내 여동생이었다.

    최근 한달동안, 그에겐 죽고싶을 정도로 힘든 일들이 일어났다.
    한달전에도 그는 둘째 여동생을 잃었다. 범인이 남기고 간 증거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고,
    현장 근처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뒤져봐도 범인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근처 주민들, 여동생의 지인들을 수소문 하면서 범인을 찾기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아냈지만, 수사는 단 한 발자국의 진전도 없었다.

    그렇게 답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에게 또 하나의 비극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자신의 여동생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고,
    현장에 가보니 첫번째 날과 같은 장면이 안재욱 형사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집안 바닥을 흥건히 적신 피와, 피바닥 위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여동생.
    안재욱 형사는 분개했다. 도대채 왜 자신의 가족을 노린걸까, 도대체 어떤 새끼일까!

    그는 어렵게 자신의 여동생에게서 시선을 떼고 현장을 돌아보려고 했다. 한데.

    "..뭐야 이거?"

    시신의 옆에 작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삐뚤삐뚤한 글씨가 쓰여져 있었는데, 마치 안재욱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듯 했다.

    [재욱아 어때? 눈 앞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 기분이? 그것도 두번씩이나? 이 병신아.]

    "이,이 씨발새끼가!"

    포스트잇의 메시지를 읽고 흥분한 안재욱이 곧바로 쥐고 있던 포스트잇을 구겨트렸다.

    구겨진 포스트잇처럼, 안재욱의 표정도 험상궂게 구겨졌다.

    어느새 그의 옆으로 온 후배 형사 송의조, 구겨져있는 포스트잇을 다시 펴서 읽더니, 안재욱을 보며 말했다.

    "뭐,뭐야! 이거 범인이 쓴 거 맞아요? 재욱아 어때 눈 앞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 기분.. 아니, 형 이름은 또 어떻게 알아!"

    "입 안 닥쳐? 그걸 왜 쳐 읽고 있어!"

    "흡! 죄송합니다.."

    어리바리한 송의조가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안재욱은 그 자리에 서서 추리에 잠겼다. 포스트잇에 쓰여진 메시지를 곰곰히 생각했다.

    송의조도 잠시 턱을 만지작하며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안재욱을 보며 말했다.

    "형. 면식범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뭐? 면식범이라고?"

    "아니고서야 형 이름까지 어떻게 알아? 만약 여자 혼자 사는 집 털어서 죽이는 놈이었으면 이런 메시지 안 남기지."

    "음.."

    송의조의 추리에, 안재욱은 깊이 생각에 빠졌다.
    쉽사리 예측 할 수 없다는 듯, 안재욱은 확실한 추리가 나올때까진 쉽게 입을 여는 편이 아니었다.

    "아이, 물론 확실한 건 아닌데. 그럴수도 있을 거 같다는거지 나는. 계획범죄 같기도 하고."

    ".."
    송의조의 말에 안재욱이 침묵했다.

    "내가 여기 좀 더 보고 있을테니까, 의조 너는 딴 곳도 좀 찾아봐라."
    "알겠어요."

    송의조가 그의 곁에서 멀어지자. 안재욱이 혼잣말로 생각을 정리했다.

    "면식범?"

    그는 이내 몸에 소름이 끼쳤다. 정말로 주변 사람이 이런 짓을 저질렀다면?
    끔찍하다. 믿고싶지 않았다.

    그러나 송의조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만은 없었다. 형사로서는 당연히 끊임없이 추리를 해야하고,
    후배인 송의조가 왠만해서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주긴하지만 가끔은 소름끼칠 정도로 직감이 들어맞는 편이었다.

    범인이 남기고 간 포스트잇을 비닐 지퍼랩에 동봉해 주머니에 넣는 안재욱.

    그는 다시 시신 주변을 돌아보며, 근처에 남아있는 범인의 흔적이 있는지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더 이상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떠나려는데.

    "잠깐, 저건 뭐야?"

    잠시 여동생의 시신에 시선이 맞은 안재욱이 시신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집중해서 보니, 시신의 상의에 조금의 머리카락이 피에 엉겨 붙어 있었다.
    안재욱이 곧바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올렸다.

    "재희 머리카락은 아닌 것 같은데... 재희것이라기엔 훨씬 짧고."

    두번째 희생자인 막내 여동생은 가슴까지 내려오는 기장의 긴 생머리였다.
    그러나, 시신의 몸 위에 엉겨 붙어있는 머리카락은 펌을 한 듯이 구부러져 있는데다, 기껏 해야 어깨 정도까지 내려오는 기장이 아닌가?

    무언가 짚이는 느낌이 있는 듯이 뚫어져라 확인하는 안재욱.

    "아!"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의 색깔이 달랐다. 여동생의 검은 머리카락과 다르다.
    안재욱이 잡고 있는 머리카락의 색상은 밝은 자연갈색이었다.

    안재욱이 곧바로 비닐 지퍼백에 머리카락을 챙겨 넣었다.

    "미안해..."
    .차갑게 굳어있는 여동생을 바라보며, 안재욱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포스트잇에 쓰여 있던 내용을 곱씹었다.
    어쩌면, 이 범행의 목적은 여동생들이 아닌 자신이 아닐까 하고.
    .
    .
    .
    두번째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 후,
    저녁 7시에 중식 요리로 조금은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형사과.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 등 일반적인 중화요리 메뉴가 그들의 테이블을 채웠다.

    "맛있게들 먹자."
    "맛있게 드십쇼!"

    이내 모두가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헤치우기 시작했다.
    게걸스레 짜장면 그릇을 비우는 후배 송의조와는 달리, 그의 옆에 앉은 안재욱은 아직까지도 젓가락을 들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본 형사과 반장 이용, 인상을 찌푸리며 안재욱에게 말했다.

    "재욱아, 한시라도 빨리 범인 잡고싶은 네 마음도 이해해. 그래도 일단 밥은 먹어야지 임마. 식사 앞에서 딴 짓 하는 거 그거 예의 아니다?"

    이 반장의 말을 들은 안재욱이 건성으로 젓가락을 잡아 짜장면을 깨작거렸다.



    "승아야 나 왔어."
    힘 없는 목소리가 현관을 채웠다.

    "배고프다.. 승아야 나 밥 좀 해줄래?"

    안재욱이 그녀를 찾았다.
    그러나 되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집을 둘러봤지만, 그의 여자친구 복승아는 집에 없었다.

    "카톡이라도 남기고 가지 어딜 간거야.."
    어쩔 수 없이 안재욱은 식사 대신 샤워를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나온 안재욱이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 앉았다.
    소파에 앉자마자, 다시 지독하게 생각에 빠졌다.

    자신의 두 여동생이 살해당한 첫번째 사건과 두번째 사건을 더듬었다.

    아무런 흔적도 단서도 구하지 못했던 첫번째 사건,

    그와는 달리 두개의 단서가 나온 두번째 사건,

    만일 두 사건의 범인이 동일 인물이라면, 너무나도 행동에 차이를 보인 게 아닌가?

    첫번쨰 사건은 꽤나 놀라웠다. 현장에서 단 하나의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CCTV까지 피해갔으니까.

    그러나, 두번째 사건은 범인이 남기고 간 단서들이 있었다. 대놓고 그를 농락하는 포스트잇. 그리고 시신의 옷 위에 있던 피에 엉겨붙은 몇가닥의 머리카락.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던 안재욱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시계를 보니, 자신이 30분동안 생각에 잠겨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안재욱이 조금은 놀랐다.
    그리고, 그 시간까지도 아직 오지 않는 여자친구가 떠오르자, 괜히 불안해진 안재욱이 핸드폰을 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여자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안방에서 진동벨이 울려왔다.

    "엥?"

    안재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리는 안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보니, 안방 침대 위에 그녀의 핸드폰이 올려져 있는것이 아닌가?

    "얘는 왜 핸드폰을 두고 간거야!"
    극도로 예민해진 안재욱이 인상을 찌푸리며 성질을 냈다.

    안그래도 자신의 두 여동생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여자친구한테까지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면?
    정말, 그때가 되면 자신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지도 몰랐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 나타난 자신의 전화를 거절하자, 화면이 바뀌었다.

    "어?"
    흠칫 놀라는 안재욱.
    전화를 거절한 후 나타난 화면은 인스타그램이었다. 한데,
    인스타그램 화면 속에 나타나있는건 안재욱의 여동생의 계정이었다.

    "승아가 왜 얘네를?"
    의문이 든 안재욱이 자리에 앉아 그녀의 핸드폰을 수색했다.

    그녀의 검색 기록에, 두 사람의 이름이 나타나 있었다.

    [jaeeun.21 안재은]
    [anne9.9 안재희]

    안재은 안재희, 모두 자신의 여동생 이름이었다.

    "뭐지?"
    안재욱이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붙잡았다.

    그때, 손을 헛디딘 안재욱이 실수로 화면 하단의 버튼을 누르자 갤러리가 나오더니.

    "이..이게 뭐야?"
    그녀의 핸드폰 갤러리엔 여동생들의 사진이 하나하나 모두 캡쳐 돼 있었다.

    그 중에는 여동생의 집 근처에서 찍은 사진들도 있었는데, 사진 위로는 동네의 이름까지 표시돼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안재욱의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두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금 이 상황에서, 여동생들의 계정을 둘러보고 일일히 사진까지 캡쳐한 이유가 뭘까?
    남자친구로선 이러면 안되겠지만, 형사로서는 그녀의 이 행동은 미심쩍을 수 밖에 없었다.

    "승아가 왜.. 애들을?"

    불현듯 드는 무서운 생각에, 안재욱은 거칠게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때였다.
    현관문 비밀번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앗!"
    안재욱이 급히 안방에서 빠져나와 아무 일 없었던 듯 거실 소파에 앉았다.

    현관문이 열리자, 그의 여자친구인 복승아가 두 손에 장을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왔다.

    안재욱과 시선이 마주치자, 눈웃음을 짓는 복승아.

    평소라면 너무도 사랑스러웠을 그녀의 눈웃음이 지금은 왠지 소름이 끼쳤다.

    "어? 재욱아 언제왔어?"
    "응? 나도 방금 왔어. 장 보고 오는 길이었나 보네?"

    안재욱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
    그녀가 주방 테이블에 짐들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아우, 짐 들고 오느라 무거워서 혼났어~"

    "많이 사왔네. 뭐 하려고?"

    "응. 요즘 자기 고생하니까 내가 삼계탕 해줄려고!"

    복승아가 웃으며 얘기했다.

    "이 늦은 시간에? 괜찮아. 내일 먹을게."

    짜장면을 몇 입 먹지도 않고 깨작거리기만 한 그는 배가 고팠지만, 왠지 저녁식사를 거르고싶어졌다.

    "안돼~ 닭은 사오고 나서 바로 요리해야 신선하고 맛이 좋단 말야. 혹시 저녁 먹고 왔어?"

    "어? 으,응. 형사과 동료들이랑 먹고 왔거든. 그래서 안 먹어도 돼."

    "에잉.. 알겠어. 그럼 대신 간식이라도 만들어줄게!"

    평소라면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얘기했지만, 지금 안재욱은 전혀 그럴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의심한다는 게 정말 미안하지만, 아까 본 핸드폰에 있던 그 흔적들은 무엇일까?

    "자~ 얼른 먹어요!"
    안재욱에게 팬케이크를 만들어 건네는 복승아.

    "고마워. 잘 먹을게."
    그는 내키지 않지만 팬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맛 어때? 시럽도 뿌려봤는데!"
    "응. 달다. 맛있네."

    복승아의 물음에, 억지로 우물거리던 안재욱이 답했다.

    평소라면 안재욱은 자신의 눈에 그녀의 모습을 쉴 틈 없이 담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너무 소름끼치게 느껴진다. 낯설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진다.

    억지로 팬케이크를 우물거리고 있던 그때.

    '아. 잠깐?'

    그의 머리 속에 한가지 불안한 기억이 떠올랐다.
    일주일 전, 현장에서 발견한 머리카락 한 가닥.

    어깨까지 내려오는 기장에, 자연갈색을 띄고, 펌을 한 듯 구부러진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을 상상하며, 안재욱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팬케이크를 우물거리는 그녀의 모습.

    그녀의 머리스타일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기장에, 자연갈색을 띄고, C컬 펌을 한 단발머리 스타일.

    너무나도 들어맞는다.

    순간, 안재욱의 심장이 주체없이 쿵쾅거렸다.

    자신의 뛰는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무서울 정도로, 그의 심장이 미칠 듯 뛰기 시작했다.

    "우욱!"
    "꺄악! 재,재욱아! 왜 그래?"

    안재욱은 구역질이 올라왔다.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무릎을 꿇은 채 속을 게워냈다.

    아직 확실한건 아니지만,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
    .
    .
    .
    .
    한 침대에 안재욱과 복승아가 누워있다.

    자신의 옆에 누워 새근새근 잠이 든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말했다.

    "설마 승아가? 아니, 어째서 승아가...!"

    안재욱은 어느정도 그녀가 의심스러운 듯 했다. 아까 자신이 본 것들은 전부 뭘까?

    면식범이 범인일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다, 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의 스타일은 그녀와 너무도 일치한다.
    심지어, 포스트잇엔 자신의 이름까지 적혀 있었으니.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할 수 없는 안재욱은 행여나 복승아를 깨울까 조금은 뒤로 물어나서 그녀를 응시했다.

    그냥 지금 바로 그녀를 체포해버릴까?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지금의 알리바이만으로 섣불리 단정지을 순 없다.

    한참을 고민에 잠겨있던 안재욱에게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 머리카락 한 가닥만 떼어내보자."

    잠들어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를 떼어낼 생각이었다.

    그것을 국과수에 의뢰해서 DNA 검사를 한다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테니까.


    떨리는 손이 그녀의 머리로 다가간다.

    숨을 참으며,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히 다가간다.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으려는 순간.


    "으으응!"
    "헙!"

    그녀가 뒤척이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안재욱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윽고, 머리카락 한 가닥을 조심스럽게 잡은 안재욱.

    심호흡을 한 후,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카락을 잡아 당겼다.

    다행히 머리카락 한 가닥이 별 일 없이 떼어졌고, 그녀는 잠깐의 인상만 지을 뿐 다시 잠에 들었다.

    "하... 됐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핸드폰 케이스에 껴놓는 안재욱. 그는 내일 당장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가기로 했다.
    .
    .
    .
    .
    .
    "부탁드립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그는 DNA 검사를 위해 머리카락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이 검사로 그녀가 범인인지 아닌지 판가름이 난다.

    안재욱은 불안했다. 어쩌다간 분노가 솟구쳐오르기도 하고, 어쩌다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왜 자신의 여동생들이 그런 개죽음을 당해야만 한걸까?

    [어때? 눈 앞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 기분이? 이 병신아.]

    거기에다, 계속 불현듯 포스트잇의 메시지가 떠오를때마다, 그를 괴롭게 했다.
    지켜주지 못한 여동생들이, 미안하고 미안했다.

    안재욱은, 얼른 내일이 오기를 바랐다.



    집이 아닌 형사과 사무실에서 밤을 지샌 안재욱은 아침이 되자 급히 국과수에 달려갔다.

    도착하자마자, 안재욱은 곧바로 DNA 검사 결과 용지를 받아들었다.

    봉투를 열기에 앞서, 그는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만약 유전자가 일치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범인이라는 것 이었다.

    결과가 어느 쪽이든, 안재욱은 두려웠다. 그녀가 만약 범인이 아니라면 대체 범인이 누구지?
    만약 그녀가 범인이라면, 도대체 왜, 도대체 왜?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봉투 안에 손을 짚어넣었다.

    그리고 이내, 조심스레 눈을 뜨며 결과를 바라보았다.

    [DNA 검사 결과 99.9% 일치]

    "아...!"

    자리에서 손을 벌벌 떠는 안재욱,

    이내 맨바닥에 무릎을 떨구며 절규했다.

    "으..으아아아아아아! 씨바알! 으아아아아아!"

    사내가 받아든 용지엔, 믿기 어려운 결과가 나타나 있었다.

    그 날, 두번째 살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범인의 머리카락 한 올,
    그것이 여자친구의 머리카락이었을 줄은.

    그의 얼굴이 살의가 가득찬 분노로 일그러졌다.

    너가 범인이었구나. 내가 가장 사랑하던 너가 범인이었구나!

    "너,너가 어째서! 너가 어째서! 씨바알!"

    부정하고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안재욱의 표정이 절망과 괴로움으로 망가졌다.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붙들었다. DNA 검사 결과를 동료들에게 알렸다.

    [지,진짜에요 형? 그럼 당장 잡아야지 시발!]
    [정말이야? 너 지금 어디있어!]

    동료 형사들의 물음에, 안재욱이 대답했다.

    [오늘 밤에.. 내가 직접 잡을거야.]

    6시가 되자, 그는 그녀를 잡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퇴근하고 오면 그녀는 당연히 집에 올 것이었으니, 그녀의 퇴근 시간보다 먼저 집에 가 기다리고 있는다.

    그리고 그녀가 집에 들어오면 자연스레 얘기를 나누는 척 하다가, 그녀를 체포한다!

    그는 집에 들어가기 전, 송의조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내가 1시간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경찰들이랑 문 부숴서라도 들어와서 잡아버려. 알겠어?"
    "알겠어요 형. 조심하고."

    송의조의 걱정에 안재욱은 말 없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뒤돌아서는 안재욱, 그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집에 들어온 안재욱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승아야. 퇴근했어?]

    3분이 채 안되고 그녀에게 답장이 도착했다.

    [응? 이제 곧 갈거야! 왜?]

    그녀는 곧 집에 도착한다.

    [아니야. 나 오늘 일찍 집에 왔는데 너 오면 같이 저녁 먹을까해서.]

    [그래! 금방 갈게!]

    그녀의 답장을 받은 안재욱이 핸드폰 화면을 껐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얜 내 여자친구가 아니야. 얜 살인마야. 내 여동생을 죽인 살인마."
    그의 눈빛이 분노로 일렁였다.

    30분이 지나자,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맞춰, 안재욱의 핸드폰에 동료들의 문자가 도착했다.

    [지금 집으로 들어갔어!]

    [알겠어.]

    현관문이 열리자, 안재욱은 곧바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복승아를 반겼다.

    안재욱이 복승아의 앞에 서서 말 없이 팔을 벌리자, 그녀가 웃으며 그의 품으로 안겼다.

    "오늘 왠 일로 일찍 들어왔대!"
    "너 보고싶어서."

    맞아. 보고싶어서 왔지. 이 살인마새끼야.

    안재욱은 그녀를 끌어안은 채 자연스레 거실로 이동했다.
    어색함없이, 그녀를 거실로 끌고 와 소파에 앉았다.

    안재욱이 먼저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회사 일은 어때?"

    "요즘 엄청 바빠. 이러다 조만간은 야근 할 것 같아! 으휴."

    "힘들겠네."

    "괜찮아~ 재욱이가 있으니까!"
    그녀가 장난스레 웃으며 그를 바라보자, 안재욱이 쓴 웃음을 지었다.

    "재욱이 너는... 많이 힘들지?"

    이번엔 복승아가 먼저 안재욱에게 물었다.
    순간, 표정관리를 하지 못한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많이 힘들기만 하면 다행이지. 죽고싶을 정도야."
    그가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극단적인 말을 내뱉자, 복승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말 하지마!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러냐고? 네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
    그는 마음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왜 그러냐니, 한달 사이에 내 여동생들이 모두 죽었어. 이런 말이 나오는게 정상아냐?"

    그가 정색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지지 않고 말했다.

    "약한 소리 하지마!  범인 잡힐수도 있잖아. 너가 직접 수사하고 있는데 안 잡힐수가 없지!"

    "너도 정말 이상하다. 남자친구의 가족이 죽었는데 그렇게 웃고 다닐 수 있는거 보면."

    "뭐?"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집 안 공기가 무거워졌다.

    안재욱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달 전에 둘째가 죽었을 때 말이야. 그땐 정말 갑갑했어. 범인이 정말 계획을 잘 짜고 죽인 거 같더라고."

    복승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시선도 피하지 않았다.

    "뭐, 남기고 간 지문이나 흔적이 하나도 없어! 안 들키려고 작정을 하고 죽였나봐. 씨발. 독한 새끼더라."

    복승아의 표정 변화를 보기 위해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보며 얘기하는 안재욱.

    "정말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어? 어휴! 어쩜 그런 사이코가 다 있대!"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안재욱에게 말했다.

    어떻게, 남이 한 것 마냥 저렇게 말 할 수 있지?
    안재욱은 속으로 온갖 쌍욕을 내뱉었지만, 어떻게든 억눌렀다.

    "그치? 정말 사이코더라고. 수소문을 다 했는데도 단서 하나 못 찾았어. 막막하더라. 어떻게 잡을지.
    근데 있잖아. 첫번째 사건도 실마리를 잡기도 전에 한달만에 또 살인사건이 터지네?
    근데 또, 피해자가 우리집 막내 여동생이네?"

    복승아는 표정을 일그러트리지 않으며 안재욱에게 시선을 맞췄다.

    "근데 두번째 사건은 달랐어. 범인이 글쎄 단서를 두개나 남기고 간거야?"

    "두개나? 그럼 조금은 수사에 진전이 있을수도 있겠네?"

    "물론이지. 막내 시신 옆에 포스트잇이 붙어있었어. 거기에 이런 메시지가 쓰여 있더라?
    재욱아, 눈 앞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어보니까 어때? 그것도 두 번이나? 이 병신아 라고."

    "헉!"

    "그 포스트잇은 단순히 날 능욕하려고만 쓴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추리에 도움이 되었어.
    내 이름을 써놓은데다, 두번이나 겪어보니 어떻냐고 말한 부분에서, 첫번째 살인도 그 새끼가 저지른 범행이고,
    그 새끼가 면식범일 수도 있겠다라는 걸 유추할 수 있었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복승아는 아랑곳 않고 남의 일인 듯 반응했다.

    "내 여동생들을 죽였지만, 사실 여동생들이 아닌 나를 저격한 범행이나 다름이 없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한 가닥을 발견했어!"

    머리카락을 발견했다는 말을 듣자, 묘하게 복승아의 시선이 바뀌었다.

    "크큭! 그걸 어떻게 했는지 알아? 국과수에 바로 의뢰했지!"

    "그렇지만, 그거 하나로만 범인을 바로 알 수 있는건 아니잖아?"

    "맞아. 그래서 가해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몰래 뽑아서 같이 보냈어!
    그럼, 확실하게 결과를 알 수 있으니까."

    복승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마침내 결과가 나왔지. 결과가 뭐라는 지 알아? 99.9% 일치!
    범인의 머리카락과 그 사람의 머리카락 DNA가! 99.9% 일치한다고!"

    복승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안재욱을 말 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안재욱이 웃음을 터트리더니, 소름이 끼칠 정도의 무서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소리쳤다.

    "그 날 사건 현장에서 나온 머리카락과! 너의 머리카락의 DNA가 똑같아 승아야!
    똑같다고 씨발!"

    "..."

    "눈 앞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어보니까 기분이 어떻냐고 했지? 정말로, 정말로 좆같아!
    차라리 내가 죽었음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좆같아!"

    "..."

    이내 안재욱이 흥분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그녀를 쏘아붙였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이 씨발! 어째서 너가! 어째서 너가 이런 짓을 저지른거냐고! 씨바아아아아알!!"

    안재욱을 쳐다보고 있던 복승아가 이내 입을 열었다.

    "1년 전에, 우리 엄마가 병원에 갔어 재욱아."

    "뭐? 갑자기 뭔 개소리야 씨발!"
    그녀는 갑자기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는 말을 내뱉었다.

    "1년전이었어. 우리 엄마가 큰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실려갔어.
    정말로 무서웠지. 한 시라도 빨리 수술하지 않는다면 죽을 지경이셨으니까."

    "뭐?"

    "병원에 도착했는데, 다행히도 시간이 늦지 않았었어. 곧바로 수술에 들어간다면 우리 엄마 살 수 있대.
    난 안심했어."

    "그게 지금이랑 뭔 상관인데 씨발!"

    안재욱이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보고 소리쳤지만. 복승아는 아랑곳 않고 자신의 애기를 이어나갔다.

    "근데 있잖아. 우리 뒤로 갑자기 다른 환자가 들어오더라. 그 사람도 큰 사고를 당한 듯 했어.
    그 사람도 얼른 수술을 받지 않으면 큰일 날 정도로 사경을 해맬 정도였어."

    "도대체 하고싶은 말이 뭐야 너?"

    "근데, 갑자기 말을 바꾸더라? 수술을 해드릴 수 없다고, 다른 병원으로 가 보시라고. 저희는 지금,
    수술을 해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그녀의 푸념에, 점점 분위기가 달라져갔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그게 무슨 말이냐며 소리쳤어. 환자가 왔으면 당연히 수술을 해줘야지. 왜 갑자기
    수술을 할 수 없다고 그러는거냐고. 돈은 얼마든지 드릴테니 제발 우리 엄마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어."

    복승아의 불안한 눈에 어느새 원망이 맴돌았다.

    "그러더니 뭐라는지 알아? 다른 병원에 연락을 해 주겠대. 잠깐만 기다려보래.
    그 말을 듣고 나는 멍청하게 믿고 기다렸어. 얼른 다른 병원에 연락해주길 바라면서 기다렸어.
    근데 그 새끼들, 어떻게 했는지 알아?"

    "뭐..?"

    "우리보다 늦게 온 얼굴모를 그 새끼를 곧바로 수술실로 데려가더라? 먼저 온 우리 엄마를 버려두고,
    누군지도 모를 그 새끼를 수술하러 가더라? 연락은 커녕, 우리 엄마를 내팽겨치고 갔다고!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

    안재욱은 입을 열 수 없었다.

    "우리 엄마. 골든 타임 놓쳐서 죽었어. 결국에 우리 엄마 그대로 죽었어. 불쌍한 우리엄마.
    행복해야 할 우리엄마 그렇게 불쌍하게 죽었다고! 죽었다고 이 새끼야!"
    복승아가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 죽고나서, 나 혼자 장례식을 치뤄야 했어. 우리 엄마 장례식엔 아무도 오지 않았어.
    오직 나 혼자였어. 나 혼자, 3일동안 우리 엄마 장례식 다 치뤄드렸어.."

    "도대체 그게 지금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그녀는 안재욱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장례식을 치루고 나서, 생각없이 멍 때리면서 지내다가 문득 떠올랐어.
    우리 엄마랑은 다르게 곧바로 치료받은 그 새끼. 그 새끼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는 다시 그 병원에 가보기로 했어."

    "..."

    "병원에 갔는데, 그 새끼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잘 받았더라. 웃으면서 잘 지내고 있더라.
    심지어, 그 병원의 부원장이랑은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멀리서 보고 있는데 정말로 죽이고싶더라.
    그 애는, 부원장을 보고 아빠라 불렀어."

    "어..!"
    순간 안재욱의 눈이 흔들렸다.

    "알고보니까 그 새끼는 그 병원 부원장의 아들이었더라. 그래서 우리 엄마를 내팽겨치고 그렇게 먼저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거구나. 알게 됐어."

    안재욱의 몸이 미친듯이 떨려왔다. 어느새 그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너...너..."


    "그때 먼 발치에서 지켜보면서 난 피눈물을 흘렸지. 원래라면 우리 엄마가 살았어야 하는건데. 저 새끼때문에 우리 엄마가 죽게 되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난 그때 생각했어. 저 새끼는 살 자격이 없다고. 내가 겪은 고통을 그대로 돌려줄 꺼라고. 대신 죽고 싶을 정도로, 가슴 찢어질 정도로 아픈 이 고통을! 그 새끼한테 그대로 돌려줄 거라고!"

    "그..그렇다고! 너가 저지른 살인이 정당화 될 순 없다고! 넌 지금 미친 짓을 하고 있는거라고!!"

    안재욱이 흥분한 톤으로 그녀에게 소리쳤다.

    그럼에도 복승아는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원망 가득 찬 눈빛으로 안재욱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어떻게 해야 복수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 어떻게 해야 저 새끼 근처로 다가갈 수 있을까 수없이 생각했지.
    그때 한가지 방법이 떠오르더라. 먼저 너한테 관심있는 척, 널 좋아하는 척해서 가까워지자고."

    "아!"

    안재욱이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가 퇴원하는 날만 뼈빠지게 기다렸어. 그러고나서 너가 퇴원하는 날에 난 자연스럽게 다가갔어. 마치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것 처럼.
    나는 일부러 부끄러워하는 척 너에게 먼저 말을 걸었고, 다행히도 넌 받아줬지. 그때 바로 너한테 말했잖아?
    초면에 실례지만 너무 제 이상형이시라고. 번호 좀 줄 수 있으시냐고."

    안재욱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지자, 자지러지게 웃는 복승아.
    그녀의 모습은 이미 미쳐버린 사람처럼 소름끼쳤다.

    "그러더니! 곧바로 넌 의심없이 내게 번호를 줬어. 그렇게 우린 연락을 시작했고 지금 이렇게 연인 관계까지 발전했지. 심지어 결혼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말이야!
    아, 1년동안 네 곁에 있느라 정말 힘들었어. 억지로 좋아하는 척 하느라 정말 역겨웠다니까?"

    복승아에겐 어느새 광기가 서려있었다. 안재욱은 범접할 수 없는 그녀의 기운에 공포심을 느꼈다.

    "차라리 날 죽였어야지... 내가 네 어머니의 목숨을 뺏은거였다면, 차라리 날 죽였어야지. 왜...왜 내 동생들을 죽인거야! 도대체 왜!!"

    안재욱이 절규하자, 복승아가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처음엔 널 곧바로 죽이고싶었어. 그런데, 그것만으론 내가 성이 안 찰 거 같아. 용서가 안 될 것 같아."

    "너 진짜 미쳤어?!"

    "너와 깊은 관계가 된 후, 너의 가족들을 알아가기로 했어. 그렇게 자연스럽게 너의 가족들과도 얼굴을 익혔고, 여동생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지!
    그리고, 내가 본 너는 여동생들을 상당히 아끼고 생각해주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이 애들을 죽여버리자! 그러면 이 새끼도
    내가 겪었던 그 고통을 뼈저리게 느낄테니까! 차라리 자신이 죽고싶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느낄테니까! 하하하하하하!"

    복승아가 미친 듯이 웃었다. 광기 섞인 웃음에 안재욱은 분노보다 더욱 큰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정신차려야 했다. 당장 복승아를 체포하는 것이 그의 임무니까.

    안재욱은 복승아를 보며 복잡한 생각에 뒤엉켰다.

    그동안 너의 모습이 모두 거짓이었던거구나. 나를 사랑한다 했던 것도, 날 향해 웃어줬던 그 얼굴도. 내게 몸을 맡겼던 첫날밤도.
    너에게 난, 그저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고깃덩어리밖에 안됐던 것이구나.

    너무도 충격이었다. 그동안 함께 한 집에서 이불을 덮고 체온을 나누던 그녀는, 모두 거짓이었다.
    날 망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었다.

    "..복승아. 널 특수살인 혐의로 체포한!"

    [푸욱.]

    "으..으억..!"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옆구리에 칼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한번도 모자라, 옆구리를 몇번이고 매섭게 칼로 쑤셔댔다.

    "그..그만..으윽..!"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너무 좋아! 재욱아! 너무 좋아! 미칠 거 같아!"

    그녀의 난도질에, 안재욱이 피를 쏟으며 힘없이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그때 마침,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형사들과 경찰들.

    "경찰이다! 멈춰 이 새끼야!"

    "아!"

    "재욱이 형은? 재,재욱이 형!!"

    송의조는 말을 잃은 채 눈 앞에 상황을 바라보았다.

    안재욱이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바닥에 무너져있었고, 옷에 피가 한가득 튄 복승아는 입꼬리를 활짝 올린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복승아! 특수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한다!"
    경찰들이 곧바로 그녀를 체포하였다.

    저항없이 끌려나가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뒤로는, 의식을 잃어가는 안재욱이 있었다.

    그의 후배 형사 송의조가 곧바로 쓰러져 있는 안재욱에게 달려가 그를 깨웠다.

    "혀,형! 저 미친! 형 괜찮아? 형! 정신 좀 차려봐요 제발! 형!! 야! 얼른 구급차 불러!  구급차 부르라고!! 형!"

    안재욱이 힘겹게 고개를 돌려 송의조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바닥이 그의 피로 흥건이 젖어가고 있었다.

    "..해...안...해..."

    "뭐라고요? 형, 정신차려요 제발! 곧 구급차 올거야! 죽지마 형! 정신 붙들으라고 제발!!"

    울먹이는 송의조를 앞에 두고, 안재욱이 숨을 가파르게 내쉬며 말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뱉은 안재욱.
    서서히, 그의 눈이 감겨갔다.
    별의갯수만큼의 꼬릿말입니다
    어색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돼서 수정하고 다시 재업로드 합니다!
    읽어주신 여러분들 감사드리고, 다시 좋은 소설로 찾아뵙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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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2 18:31:41  91.141.***.148  오지리  770642
    [2] 2019/10/03 14:44:56  180.230.***.198  공상과망상  56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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