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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0753
    작성자 : neptunuse (가입일자:2015-03-21 방문횟수:696)
    추천 : 7
    조회수 : 848
    IP : 49.174.***.7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9/15 14:39:48
    http://todayhumor.com/?panic_100753 모바일
    흔적
    옵션
    • 창작글




    도시 외곽에 위치한 낡은 2층 건물.

    사정이 있어 직장을 그만두고 요양차 혼자 살게 된 곳이다.

    제일 가까운 편의점도 걸어서 10여분은 걸릴 정도로 뚝 떨어진 을씨년스러운 곳이지만

    조용하게 쉬면서 몸을 추스르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한동안 말그대로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는데 최근 조금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니 그전까진 그냥 기분탓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기억력이 그리 좋은 편도 아니었고 최근 들어선 건망증이 심해졌으니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단순히 내 착각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 안에 무언가가 있다.



    처음 이상하다고 느낀건 5일 정도 전이었다.

    밤에 잠을 자려고 하면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거나 물건이 원래 자리에 없기도 했고

    사다놓은 식재료가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가족도, 찾아올 친구도 심지어 가정부 따위도 두지 않았기에 이런일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작은 일이었지만 명백하게 음식이 줄어든 냉장고를 확인한 지금, 난 확신했다.

    이것들은 흔적이다.

    단순한 착각이나 기분탓이 아닌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

    그렇게 생각하니 의외로 빠르게 또다른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뒷문을 누가 억지로 열려한 듯한 흔적이 있었고

    이층 작은방에서 흙이 떨어져 있는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 방 창문틀에 찍힌 사람의 발자국을 찾을 수 있었다.

    신발자국이 아닌 맨발이었다.




    이 집은 외딴곳이었기에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

    게다가 요양차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을 없애려다 보니

    서재 서랍에 있는 비상 휴대폰 외에는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난 즉시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았다.

    이곳엔 쓸모없는 잡동사니들 뿐 그럴싸한것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 나는 주변에서 나는 소리에 최대한 집중하며 조심스레 부엌으로 내려갔다.

    부엌으로 갈 때까지 특별히 눈에 띄는것은 없었다.

    일층으로 내려와서 기억을 더듬어 보기 시작했다.

    이 집안에 사람이 숨어있을 만한 곳이 어디가 있을까?

    지하실이 제일 먼저 생각났지만 그곳은 숨을 만한 곳이 없어서 제외했다.

    그 다음으로 떠올린 곳은 응접실.

    손님을 맞을일이 없었기에 사실상 창고처럼 방치해 놓고 들어가 보질 않았다.

    하지만 그곳은 확실히 잠겨있는걸 오늘도 확인 했기에 마찬가지로 제외했다.

    난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만약 내가 이 집안에 숨어든다면 어디로 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을 내릴 수 있었다.

    부엌 옆에 붙어있는 가사도우미 방.

    부엌과 가까워서 먹을걸 구하기도 쉽고 문도 잠겨있지 않다.

    숨어서 지내기엔 이곳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부엌에서 커다란 식칼을 꺼내든 나는 냉장고 옆에 있는 작은 문을 바라보았다.

    지금 저안에 웅크린 채 귀를 기울이고 있는 걸까?

    발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레 문으로 향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긴장감으로 인해 칼을 쥔 손에 땀이 베어들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한다.

    까딱 잘못했다간 내가 위험해 질수 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쓰지 않는 가구와 장식물들이 제멋대로 쌓여 있는곳.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지 오래 되어 보였지만

    먼지가 쌓인 바닥에는 어지럽게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2층 창틀에 있던것과 같은 맨발.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 뒤에서 째지는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과도를 든 채 식탁 밑에서 튀어나와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난 발악적으로 휘두르는 그녀의 칼을 왼손으로 막고는 오른손에 든 칼을 그녀의 목 깊숙히 박아 넣었다.

    야위고 힘이 없던 그녀는 억센 내 팔을 뿌리치지 못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기습을 당했지만 다행히 문제없이 처리 한 것이다.

    크게 안도한 난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쓰러진 여자의 발목을 붙잡고는 뒷마당으로 끌고 갔다.

    역시나 뒷마당 한켠에는 사람이 흙을 헤집고 나온 흔적이 뚜렷하게 보였다.

    확실히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마무리가 어설펐는지 흙속에서 기어나온 모양이었다.

    그나마 높고 단단한 울타리 덕에 탈출을 못하고 집에 숨어든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난 다시 삽으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만약 누군가 내게 살인의 이유를 묻는다면 그냥 그러고 싶다 정도밖에 대답할 수 없다.

    억제해 보려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고 결국 직장까지 그만두고 이 모양 이꼴인 것이다.

    그냥 운명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몇 번 흔든 뒤, 여자를 묻고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녀처럼 어설프게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말이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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