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여행-초대받은 사람들 4

게시물ID : panic_100522

작성자 : △ㅣ대유감

추천 : 8

IP : 211.216.***.41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9/07/19 09: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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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여행-초대받은 사람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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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낯선 환경에 무방비로 내몰린 날이었다. </div> <div>몸보다 큰 교복을 어색하게 걸치고 삼삼오오 떠들고 있는 애들을 피해 교실 구석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div> <div>중학교의 첫인상은 두려움 이었다.</div> <div>낯가림도 심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공포감까지 더해져 숨쉬기도 벅찬 시간이었다.</div> <div>‘괜찮다. 괜찮다. 괜찮다.’</div> <div>속으로 자기 암시를 하며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뜨는데 포니테일을 한 하얀 얼굴의 아이가 있었다.</div> <div>6학년 2학기도 한참 지나 전학 온 탓에 변변한 친구 하나 없이 중학교진학을 했던 나의 옆자리는 계속 비어있었다.</div> <div>선생님이 들어와 다시 자리배치를 해주기 전까지는 아마도 가장 늦게 등교한 어떤 아이가 내 옆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div> <div>그런데 아직 교실에 빈자리가 반이나 남았는데 내 옆에 앉은 것이다.</div> <div>놀라서 계속 하얀 얼굴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도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치고 황급히 고개를 돌린 순간에야 알았다.</div> <div>‘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이름을 물어봐야하나? 반갑다고 악수를 할까?’</div> <div>갑자기 바보가 된 것처럼 뒤죽박죽이 된 머리로 마땅한 말을 못 찾고 헤매다 종이 울렸다.</div> <div>알이 두꺼운 금테안경을 쓴 생머리의 젊은 여자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아이들을 복도에 세웠다.</div> <div>스스로 작은 키라 생각했던 나는 앞쪽에서 서성이다 밀리고 밀려 중간의 어디 즈음에 멈췄다.</div> <div>“야, 너랑 나랑 짝꿍 되려나 보다. 너 어느 초등학교 나왔어?”</div> <div>몸을 휙 돌려 내게 말을 거는 아이의 말에 또 당황하고 말았다.</div> <div>“어? 음...그게...전학을 와서...”</div> <div>“아~아! 그래서 아는 애가 없었구나. 반가워 난 강시연이라고 해. 너는?” </div> <div>옅은 주근깨를 드리운 볼에 깊이 패인 볼우물이 웃는 얼굴을 더 환하게 만들어 주었다.</div> <div>“난 유강이야. 반가워.”</div> <div>“유강? 성이 유씨야?”</div> <div>“응...”</div> <div>“특이한 이름이네. 암튼 반가워.”</div> <div>시연이가 덥석 손을 잡는 바람에 주춤 물러서다 뒤 친구의 발을 밟았다.</div> <div>“어...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div> <div>몸을 돌려 급히 사과를 하며 얼굴을 들어보니 예의 하얀 얼굴 아이였다.</div> <div>“괜찮아.”</div> <div>“어? 어! 반갑다.”</div> <div>얼떨결에 이상한 인사까지 해버리니 얼굴부터 목까지 뜨끈하게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div> <div>“둘이 아는 사이야? 안녕! 난 시연이야. 근데 유강이 너 얼굴이 왜케 빨게 진거야? 하하하하!! 너 진짜 소심하구나.”</div> <div>시연이의 놀림을 받으니 귀까지 후끈거리는 게 살색이 온통 핏빛이 되었을 게 분명했다.</div> <div>“후훗~ 난 주아야. 김주아. 유강이랑 시연이라고? 반갑다. 나도 별로 친구가 없어서.”</div> <div>말끝에 미소를 띠는 주아의 눈은 깊고 진한 반달을 닮았다.</div> <div>그렇게 우리는 중학생이 된 첫날 단짝이 되었다.</div> <div>시연이 생각과는 다르게 시연이는 우리 앞줄에 앉게 되었고 난 주아와 짝꿍이 되었다.</div> <div>늘 시끌벅적한 시연이는 주아와 나 말고도 반친구 전체와 친구였고, 주아는 우리 말고는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었다.</div> <div>그럼에도 주아의 주위엔 친구들이 끊임없었고, 모두가 주아를 좋아했다.</div> <div>하얗고 아기 같은 피부, 깊고 큰 눈과 오똑한 코는 서구적인 동양미를 내뿜었고, 마른 듯 늘씬한 몸매와 긴 다리는 교복 안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div> <div>무심한 듯한 눈빛으로 마주하다가 한 번의 미소로 반달이 되는 눈을 보면 누구라도 반하게 되는 듯 했다.</div> <div>그럼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아의 모습은 멍하게 무언가를 생각하는 순간이었다.</div> <div>그럴 때의 쌍꺼풀 없는 주아의 눈은 더 깊어지고 까맣게 빛났다.</div> <div>나서기를 좋아하는 시연이와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모으는 주아 덕에 내 주위에도 친구들이 많아 졌지만 단짝 세 명의 사이는 범접할 수 없는 것이었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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