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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0453
    작성자 : 다른이의꿈 (가입일자:2012-12-31 방문횟수:739)
    추천 : 10
    조회수 : 950
    IP : 104.158.***.16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7/09 16:01:42
    http://todayhumor.com/?panic_100453 모바일
    [단편] 다른이의 꿈 (1/2)
    옵션
    • 창작글
    ==
    남편이 말했다.

    자신은 저승사자라고.

    죽은 자의 혼을 저승의 문으로 안내하는 저승사자.

    남편의 심각한 표정에 나 역시 사뭇 진지해졌다.

    이 인간이 무슨 큰 사고를 친 건가?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남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출근 시간에 서두르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혹시… 회사에서 짤린 건가?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퇴근 시간 확실하고 급여도 나쁘지 않은 직장인데…

    순간 남아있는 아파트 대출금과 적금 만기일, 그리고 통장 잔고가 나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에이 설마!

    나는 실눈을 뜨고 남편을 응시했다.

    남편은 나의 눈길을 피한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당신이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 내가 당신 살려줬잖아.”

    하—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지…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남편을 불렀다.

    “자기야…”

    남편은 여전히 나의 눈길을 피했다.

    나는 목소리를 높여 남편을 다시 불렀다.

    “자기야?”

    그제서야 남편은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회사에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응?”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교통사고 이야기를 꺼내는 남편을 어르고 달래서 결국 출근을 시켰다.



    4살 연하인 남편은 가끔씩 이렇게 아이 같을 때가 있다.

    연애할 때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뭐랄까…

    ‘한심하다’는 표현은 너무 쎄고,

    음… 그래… ‘피곤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맞장구도 쳐주고, 깜짝 놀라는 리액션도 해줬을텐데…

    그런데 요즘 내 컨디션이 영 아니다.

    특별히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몸도 자꾸 피곤하고,

    몸이 힘드니까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는 것 같다.




    음… 그런데……

    그래, 저승사자 이야기는 농담이라고 치고,

    뜬금없이 교통사고라…

    내가 살면서 겪은 교통사고는 딱 두번이다.

    지난 여름 휴가 때 바닷가 해안도로에서 작은 접촉사고.

    그리고 어릴 적 아버지가 운전하시던 차에 난 사고.

    어릴 적 사고에서는 차가 많이 망가지기는 했어도 우리 가족이 다치지는 않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교통사고와 남편과의 첫만남은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남편을 처음 만난 순간은 무척 묘했다.

    그래서 15년이 넘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나는 자정이 넘기 전에 무언가를 사려고 늦은 저녁 자취방에서 급하게 나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자취집 문 밖에서 서성이던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고등학생 즘 되었을까?

    앳돼 보이는 남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겁이 난다거나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고, 남학생은 나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내 앞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는 마치 내 주변의 모든 공기를 들이키려는 듯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었다.

    나한테 무슨 냄새라도 나느냐고…

    그때 남편이 뭐라고 대답했더라?

    오래된 시간의 향기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

    기다림의 냄새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때 그가 했던 말은 흐릿하지만 그의 얼굴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양 눈썹을 치켜올리고 지어보였던 미소.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이 났던 것 같다.




    ==
    설거지를 마치고 잠시 쉴 겸 소파에 앉았다.

    어젯밤 죽은 듯이 잠을 잤는데도 몸이 피곤했다.

    이제 정말 몸이 늙는구나…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남편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저승사자… 교통사고… 그리고 환생…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인데…

    무슨 이야기지?

    소파에 기댄 채 잠이 드는 듯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맞다.

    로또 꿈!

    오래전 다른 사람의 꿈을 사고 로또에 당첨된 일이 있었다.




    ==
    대학생 시절.

    나는 동아리 선배 언니와 원룸에서 함께 자취를 했었다.

    그 선배 언니는 나와는 다르게 여자여자한 성격에 미모도 출중해서 주변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무척 좋았었다.

    그래서 동아리의 여러 남자 선배들이 나를 통해 언니에 대한 고급? 정보를 알아가곤 했다.

    예를 들면, 언니가 좋아할 만한 선물, 보고 싶어하는 영화, 또는 언니의 주말 스케줄 같은 정보들 말이다.




    하루는 언니가 오전 수업을 들으러 밖으로 나갔다가 바로 자취방으로 되돌아왔다.

    “오늘 생각보다 쌀쌀하네. 너 입는 가디건 좀 빌려입어도 될까?”

    나는 아직 세탁을 못했다고 말했지만,

    언니는 괜찮다며 내 가디건을 걸치고 자취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가 자취방에 돌아왔을 때,

    언니는 자신의 침대 위에 멍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언니는 빌려간 가디건을 아직 입고 있었고,

    내가 방에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언니 이름을 불렀고,

    언니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며 나에게 왔냐며 아는 척을 했다.

    “언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글쎄… 음… 내가 꿈을 꾼 거 같기도 하도… 잘 모르겠네.”

    “무슨 소리야? 언니, 술 한잔 했구나?”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언니는 오늘 수업이 끝나고 자취방으로 오는 길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학교에서 자취방으로 오려면 6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

    마침 신호등의 파란불이 끝나가고 있어서 언니는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단다.

    순간 자동차 타이어 미끌어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바로 뒤에서 쿵 소리가 났다고 했다.

    언니는 고개를 돌렸고…

    사람 몸뚱이가 소리가 난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 몸뚱이가 떨어진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언니는 자신이 본 장면이 너무 끔찍해서 곧장 자취방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방에 돌아온 언니는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한참을 울던 언니는 인기척이 느껴져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낯선 남자가 자신의 머리맡에 서있었다고.

    놀라서 기절을 할 상황인데도 언니는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했다고 했다.

    잠시 후 남자는 언니에게 언니가 지금 죽었고,

    그래서 언니를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때 남자의 눈빛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남자는 언니가 아닌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고…

    언니는 남자에게 물었단다.

    조금전 교통사고가 혹시 자기였냐고.

    남자는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그렇다고 대답을 했고,

    신기하게도 언니는 남자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고 했다.

    그래서 언니는 이제 저승으로 가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앞장을 서라고 말했단다.

    하지만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자기 얼굴을 한번 봐달라고 말했고,

    언니는 아까부터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언니의 대답에 남자는 실망한 표정으로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고…

    남자가 말이 없어서 언니는 궁금한 마음에 남자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고,

    남자는 죽은 영혼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단다.

    잠시 후 남자는 슬픈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고,

    언니는 잠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나가면서 무슨 말을 했는데?”

    언니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계속 캐묻자 언니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나를 만났는데, 이렇게 보낼 수가 없다고…”

    “이야— 언니의 엄청난 미모는 이제 저승에서도 통하는구나.”

    나는 이게 예사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로또를 사야한다고 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나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복권을 사본 적도 없고 살 생각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나는 언니에게 그런 엄청난 꿈을 그렇게 버릴 거면 차라리 나에게 팔라고 제안했다.

    나쁜 꿈이면 어떡하냐며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다며 내가 끈질기게 조르자 언니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꿈을 주는 대신에… 네 가디건… 내가 가져도 될까?”

    “언니가 지금 입고 있는 거?”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빨지도 않은 가디건은 왜?”

    “글쎄… 그냥 느낌인데… 이 가디건 때문에 저승사자가 날 두고 혼자 간 거 같아서...”

    나는 흔쾌히 오케이 했고,

    시간을 확인했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12시가 넘어 날짜가 바뀌면 꿈의 효과가 없어질 것 같았다.

    나는 바로 편의점으로 가서 로또 넉장을 구입했다.




    그래서 로또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구입한 로또 중 하나가 3등에 당첨되었고,

    세금을 제하고 100만원이 살짝 넘는 돈을 수령했었다.

    당첨금의 절반을 룸메이트 언니에게 건내며 말했다.

    언니가 직접 로또를 샀으면 분명 1등이었을 것이라고…




    ==
    남편이 퇴근했고,

    우리는 말없이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불이 꺼진 안방은 어두웠다.

    남편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남편 옆에 나란히 누웠다.

    낮은 목소리를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자기야… 벌써 자는 거야?”

    “아니… 아직…”

    “아침에… 저승사자 이야기…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던데… 자기 혹시 무슨 일 있어? 혹시… 어디… 아프다거나……”

    남편은 누운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그런 이야기를 한거야?”

    남편은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돌아누웠다.

    그리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었어. 하하.”

    나는 남편의 팔뚝을 꼬집었다.

    “으이구! 내가 오늘 내내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미안하다 말했다.

    어둠 속에서 남편의 얼굴은 빛이 나는 것 같았다.




    ==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거실로 나왔다.

    남편은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혼자 아침을 먹고 있었다.

    “미안. 내가 아침 챙겨줘야 하는데.”

    “미안하긴. 누나 많이 피곤한 것 같던데, 들어가서 좀 더 누워있어.”

    남편 말대로 더 자고 싶었지만 나는 남편을 마주보고 식탁에 앉았다.

    남편 혼자 밥먹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턱을 괴고 남편이 밥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그런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빤히 봐? 밥먹기 민망하게…”

    나는 손을 뻗어 남편의 입술에 붙은 밥풀을 떼어냈다.

    “에구에구, 우리 애기 밥먹으면서 흘리지 않고 잘 먹나 보려고 그러지~”

    남편은 나를 보고 씩 웃어보이고는 말했다.

    “누나, 우리 여행갈까?”

    “뜬금없이 갑자기 왜? 나야 좋은데… 자기 여행 싫어하잖아. 집 나가면 고생이라며?”

    “하하.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남편은 식사를 마치고 식탁을 치우는 나를 향해 말했다.

    “우리 신혼여행 갔던 곳 있잖아. 거기는 어때? 누나 종종 거기 다시 가고 싶다고 했잖아.”

    “글쎄… 마음이야 가고 싶지. 그런데 문제는 돈이지. 그리고 자기 회사에서 휴가를 길게 줄지도 모르고…”




    ==
    태국 크라비.

    우리가 신혼여행을 간 곳이다.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시간 참 빠르다.




    크라비 주변 섬 투어.

    배를 타고 이동하는 중간 중간 바다 가운데에서 하는 스노쿨링.

    카약을 타고 하는 정글 투어, 그리고 야시장과 타이 음식들.

    남편이 뜬금없이 꺼낸 여행 이야기에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런데 신혼여행에서 남편은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을 했었다.

    남편은 향신료 냄새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자기가 먹는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식당의 다른 테이블에서 향신료 냄새가 넘어오기만 해도 음식은 고사하고 물 한모금 넘기지를 못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시댁에 인사를 갔을 때…

    헬쑥해진 남편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시댁 식구들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비록 음식 때문에 힘들긴 했어도, 남편은 신혼여행이 자기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그 행복이 끝나는 시간을 미리부터 걱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신혼여행 중에 죽음에 관련된 질문을 나에게 던진 게 아니었을까?

    남편은 재미로 하는 심리 테스트라며 나에게 물었지만, 남편의 표정에는 심각함이 느껴졌었다.




    남편이 물은 심리테스트 질문.

    당신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이 생겼다고 하자.

    그래서 당신의 가까운 친구가 죽는 날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그 친구에게 죽음을 미리 알릴 것인가?

    만약 알려준다면, 당신은 친구가 죽기 얼마 전에 알려줄 것인가?




    그때 나는 알려줄 것이라 답했고,

    한달이면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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