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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0311
    작성자 : 은기에 (가입일자:2016-01-29 방문횟수:171)
    추천 : 11
    조회수 : 997
    IP : 116.121.***.59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9/06/09 23:43:24
    http://todayhumor.com/?panic_100311 모바일
    [단편] 그날의 시골마을 中
    옵션
    • 창작글

     

     

     

     

    천호는 그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노인들은 얼마든지 오고가며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야. 한 시간 전에 나가면 이곳에서 완전히 갇혀버리게 된다네.”

     

    “..전 믿을 수 없어요. 애초에 그런건 미신아니에요?”

     

     

     

    천호는 의심을 풀지 않았다. 어째서 기석이 할아버지의 말을 믿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개방적인 말에는 항상 함정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기석이 거들었다.

     

     

     

    나도 처음엔 안 믿었는데 이 어르신 신통력을 갖고 계셔.”

     

    “..신통력이라면?”

     

     

     

    할아버지는 몇 번 헛기침을 하더니 눈을 감았다. 곧 그는 입을 열며 느릿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 올해로.. 25살이 되었구만. 아버지는 초등학교 4학년때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현재 암으로 투병중이야. 하나 뿐인 동생은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고. 대학진로는.. 포기한 상태구만.”

     

    그 말에 천호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었다. 친한친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단박에. 그것도 정확히 꿰뚫어 본다는 것은 할아버지가 가진 힘이 예사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 어르신. 그 비밀을.. 어떻게. 아무한테도 말.. 말 안한건데.”

     

     

     

    얼떨떨해 하는 천호를 보며 기석이 다급히 말했다.

     

     

     

    아무튼 그 입구에 있던 노인들. 사이비 사람들이래. 그런 식으로 해서 매번 사람들을 납치해서 장기를 털어간다고 한다더군.”

     

     

     

    천호는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것 같았다. 뉴스나 다큐에서나 있었던 일들이 자신에게 일어난다고 상상을 하니 두려움이 온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는 바들바들 떨며 기석에게 물었다.

     

     

     

    팀장님.. 그럼 우리, 우리 어떡해요? 여기 통화도 안되는 지역이란 말이에요. 팀장님.”

     

     

     

    기석은 떨고 있는 천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침착해. 다행히 저들은 마을 안으로 들어오진 못한다고 했어.”

     

    “..정말요?”

     

     

     

    천호는 확인을 위해 할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그렇다네. 어째서인지 저들은 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아. 그러니 여기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가게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저들도 자리를 비울 때가 올거야. 그럼 그 때 가게나. 아쉽게도 우리 마을은 다른 길이 없어.”

     

    , 산을 타면 되잖아요.”

     

     

     

    그 말에 할아버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어느 지역을 통해서 가던지 간에 이미 그들은 모든 지역을 포위했을거야. 그러니까 여기서 자고 가게나. 이런 식으로 해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네.”

     

     

     

    천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니 어르신 말에 일리가 있어. 왜 이런 지역을 재개발한다고 돈을 쏟아붓겠어. 인구도 적지 있는거라고는 밭과 산 뿐이야. 갈아엎는다고 해도 족히 20~30년은 걸릴거야. 그런데 그 사전작업을 미리 한다고? 말이 이상해.”

     

     

     

    기석의 말에 천호는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되물었다.

     

     

     

    , 그럼 팀장님. 우리는 파.. 팔린거에요? 사장님한테? 이사님한테?”

     

     

     

    기석은 단단히 굳은 얼굴로 말했다.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 둘에게 물 먹이려는 수작임은 분명해. 내 돌아가서 그 영감탱이들아주 아작을 내줄테니까..”

     

     

     

    그렇게 말한 기석은 대자로 누워 분을 삭히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천호는 물끄러미 기석을 보고는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서비스 지역이 아니라는 문구만 뜰 뿐이었다.

     

     

     

    다행이야. 자네들이 무사해서.”

     

     

    그렇게 말한 할아버지는 방과 연결된 쪽문으로 나가버렸다. 천호는 멍하니 액정 화면을 보다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시간을 보았다.

     

     

     

    “!!”

     

     

     

    곧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확인할 때와 지금 시각이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목시계를 보니 완전히 바늘이 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뭐야..”

     

     

     

    천호는 이상함을 느꼈다. 뭔가가 수상했다. 이곳은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팀장님. 팀장님.”

     

     

     

    천호는 작은 목소리로 기석을 불렀지만 어째서인지 그새 잠들어버린 기석은 일어나지 못했다. 천호는 입술을 바르르 떨며 기석을 좀 더 세차게 흔들었지만 약이라도 취한 듯 기석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두근두근두근.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 천호는 무겁게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몸 속 어딘가에서 빨리 벗어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천호는 거기에 따르기로 했다. 비록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장기밀매 업자들이 두렵기는 했으나 지금은 여기를 벗어나야한다는 일념으로 가득찼다.

     

     

     

    팀장님..”

     

     

     

    마지막으로 기석을 흔들며 애타게 부르는 천호의 귀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나?”

     

     

     

    작은 쪽문 사이로 얼굴만을 드러낸 할아버지는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방안에서 얘기를 나눌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 아니에요. 팀장님이 많이 피곤한가 보네요.”

     

     

     

    그 말에 할아버지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좀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말야. 몸에 잘 듣는 약초를 달여주었다네.”

     

    “.., .”

     

     

     

    천호는 직감적으로 기석이 일어날 수 없을거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기석을 엎고 이곳을 빠져나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천호는 결정을 해야만 했다.

     

     

     

    자네 혹시..”

     

    ?”

     

     

     

    끼익- 작은 쪽문을 완전히 열어제낀 할아버지가 상체를 걸치며 말했다.

     

     

     

    혹시 나가려는건 아니겠지?”

     

     

     

    확답을 원하려는 듯한 말에 천호는 마른침을 삼키며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할아버지는 좋아. 좋아.’ 라고 말한 뒤 문을 닫아버렸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던지간에 천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미칠 듯한 초조함에 기석과 작은 쪽문에서 번갈아 보던 중 이상한 냄새가 그의 후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뭐야.. 뭐지?’

     

     

     

    달콤한 냄새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쾌한 냄새였다. 천호는 다시 한 번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이상해.. 이상해.’

     

     

     

    같은 화면의 액정이었다. 천호는 바닥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기석을 뒤로 하고 문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유일하게 살아남는 방법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자네!”

     

     

     

    다급한 목소리. 그 소리에 살짝 뒤를 돌아본 선호는 기겁했다.

     

     

     

    어딜가는가? ?”

     

     

     

    어느새 모인건지 그동안 동의서를 얻기 위해 만났던 노인들이 느릿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작은 미소를 띄고 있었는데 그것이 천호를 안심시키려는 억지 웃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아아아!”

     

     

     

    천호는 헛바람을 삼키며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그의 뒤로 노인들의 말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지만 천호는 멈추지 않았다.

     

     

     

    허억. .. !”

     

     

     

    미친 듯이 달리고 달려서 마을 입구에 도착할 때쯤. 자연스럽게 정자에 시선을 가져간 천호는 아무렇게나 잘려진 장승 네 개를 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 , 왠 장승이..”

     

     

     

    곧 천호는 두 눈을 부릅떴다. 네 개의 장승에 입혀져 있는 낡은 옷이 아까 전 할아버지가 말했던 옷과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헛것을 본 것일까. 귀신에게 놀아나기라도 한 것일까. 천호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취조실 안. 천호는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그를 감흥없는 눈으로 보던 형사는 파일철을 펴며 물었다.

     

     

     

    박천호씨. 조기석씨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죠?”

     

    “720.. 그 마을에서 본게 마지막이에요.”

     

     

     

    탕탕. 책상을 가볍게 두드린 형사는 기가 차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아니, 박천호씨. 그러니까 그 마을은 지도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니까요.”

     

    “..거긴 원래 지도에 안떠요. 내비에도 안뜬단 말이에요. 그 식당.. 그 식당 아주머니가 위치를 알고 있을거에요.”

     

     

     

    고개를 숙이며 울먹거리는 천호를 보며 형사는 답답하다는 듯 물을 마셨다.

     

     

     

    ~ 그러니까. 천호씨가 진술한대로 그 주소에 있는 식당도 없고요. 그 마을도 없었어요. 그 뭐야. 이사님인가. 사장님이라는 분도 없었고요. 저희가 진짜 쥐 잡듯이 해서 수색한거라니까요. 진짜 끝까지 거짓말 하실겁니까?”

     

    아니.. 아닌데.. 분명히 있는데..”

     

     

     

    일관적인 태도에 형사는 깊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박천호씨. 이런 식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곤란합니다. 이러면 용의자 선상에서 천호씨가 내려오질 못해요.”

     

     

     

    그 말에 천호는 한참이나 망설이더니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그럼.. 제가 안내할게요.”

     

     

     

    다음날 박천호와 담당 형사는 빠르게 이동했다. 천호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채 몸을 달달 떨기 시작했고 남은 형사들은 감흥없는 얼굴로 창 밖을 주시할 뿐이었다. 이번에는 9인승의 스타렉스가 비좁을 정도로 따라가는 형사들이 제법 있었다.

     

     

     

    여기서. 어디에요?”

     

     

    운전대를 붙잡은 형사가 천호에게 물었다. 천호는 그 때의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 안내하기 시작했고, 곧 마을 입구 쪽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 이런데가 있었네.”

     

     

     

    형사들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저마다 작은 소감을 내뱉으며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천호는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었다.

     

     

     

    , 전 못가요. 전 못가요. 저기.. 저기 못가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천호를 보며 담당 형사는 입맛을 다시며 다른 형사에게 말했다.

     

     

     

    . 저 분 모시고 서로 돌아가. 그리고 이쪽에서 연락 끊기면 지원요청해.”

     

    .”

     

     

     

    담당 형사는 바보처럼 울고 있는 천호를 가만히 보다가 마을 입구로 거침 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 니네 똑바로 조사 안하냐? 이런데 있다고 왜 보고 안했어? ?”

     

     

     

    그는 후배 형사들을 갈구는 것을 잊지 않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 그들에게 작은 정자와 마을회관으로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그 정자에는 노인 네 명이 형사들을 말 없이 보고 있었는데 천호가 진술한 것과 일치했다.

     

     

     

    담당형사는 큰 건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노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들.”

     

     

     

    그 말에 백발의 할아버지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자네들은 또 여길 어찌 왔는가.”

     

    어찌 왔긴요. 발이 닿아서 왔죠. 일단은 마을을 좀 둘러보고 싶습니다만. 상관 없으시죠?”

     

     

     

    그 말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가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 하지만 니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이야.”

     

     

     

    그 말에 담당 형사는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금방갑니다. 가자.”

     

    .”

     

     

     

    마을 안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하는 형사들. 그런 형사들을 보는 노인들의 얼굴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

     

     

     

    아니,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그러세요.”

     

     

     

    우형사는 실소를 머금으며 천호에게 물었다. 그것은 명백히 무시의 태도였지만 천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천호는 앞뒤로 몸을 움직이며 양손으로 어깨를 강하게 잡고는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진짜로 있을 줄이야. 팀장님.. 우리 팀장님은 어떻게 된거지? 죽은건가? 사라진건가? 한시간을 넘기면 안되는건가? 어째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거지?

     

     

     

    바르르 몸을 떨며 조수석에서 중얼거리고 있는 천호를 보며 우형사는 고속도로 휴게소로 차를 몰았다.

     

     

     

    좀 진정하세요. 마실 것좀 사올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우형사는 한심하다는 듯 천호를 보며 말했다. 가볍게 자동차 문을 닫은 우형사는 휴게소 쪽으로 걸으며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13:13] 분을 가리키고 있는 액정을 보며 대충 아무거나 주워 담은 우형사는 바로 차로 돌아왔다.

     

     

     

    천호씨.”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 같은 천호는 멍한 얼굴로 창 밖을 보고 있었다. 우형사는 뜨거운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전 천호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은기에의 꼬릿말입니다
    출판작 [녹색도시] 잘 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84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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