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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0305
    작성자 : 불안먹는하마 (가입일자:2019-03-29 방문횟수:14)
    추천 : 2
    조회수 : 348
    IP : 14.39.***.5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6/07 22:45:58
    http://todayhumor.com/?panic_100305 모바일
    자살 회고록-윤양(3)
    옵션
    • 창작글
    윤양(3)
     
     
    나와 그녀는 밖으로 나와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베란다에서 그들의 노란색 가방을 집으로 들고 사라지는 부모님들을 봤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재들은 부모만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구역에 발을 들이자 즉시 반응했습니다.
     
    "병자왔다! 병신!"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아이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야단법석 떨었습니다. 주변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아이들도 그녀 주위로 모여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옆집에 살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양복쟁이였고 엄마는 집안 살림만 했습니다. 그들이 내가 아플 때 얼마나 나의 이야기를 한 것일까요?
     
    우리 부모님과 항상 밝게 인사를 하고 나에게 항상 걱정 어린 말을 했는데, 안에서는 본 모습을 드러낸거지요. 저 애 입에서 나온 말이, 부모들이 지껄인 말일테니깐요. 나는 서러워 눈물이 나려고 하였습니다.
     
    윤양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들은 그녀를 처음 보는 듯 했습니다. 각자 다른 시간에 놀이터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아이지만 아이같지 않은, 어른은 아니지만 어른같은 그 부자연스러운 윤양의 형체에 기가 눌렸습니다.
     
    "얘, 미쳤니? 병신은 니들이 병신이고,유치하게."
     
    옆집 아이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쌤통이었습니다. 그녀는 이 무리에서 대장이었기 때문에, 윤양에게 밀려나면 큰일입니다. 하지만 윤양에게 덤비지조차 못 합니다.
     
    "얘, 니가 제일 또라이라며?"
     
    그들은 처음 맛보는 욕질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큰일입니다. 부모들이 들으면 안되니깐요.
     
    "애들아, 쉿!"
     
    윤양의 오른손에는 만원이 들려있었습니다. 하늘위로 쳐들고 살랑살랑 흔들었습니다.
     
    "까까먹자, 배가 터지도록 먹는거야."
     
    그 순간 아이들의 울음은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슈퍼로 향하는 그녀를 따랐습니다. 윤양은 순간 뒤를 돌아 옆집 아이를 밀쳤습니다.
     
    "너는 꺼져."
     
    넘어뜨리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는 크게 놀란 듯 합니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제 나도 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건가요? 윤양은 멋졌습니다. 울음소리에 옆집 아줌마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윤양은 나에게 만원을 지어주고 어느새 아파트 출구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냘 나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실질적인 물리적 공격이 없었기 때문에 단순한 아이들의 싸움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모르겠죠. 어른과 아이와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윤양과 헤어지고 나는 지독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그녀의 존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거든요. 만약, 그녀가 사라진다면? 난 다시 홀로 낙오자가 되지 않을까요? 언제든지 그녀가 내 주위에 있었으면 합니다. 나의 엄마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나의 방문을 열고 소파에 앉아 있는 부모님을 바라봅니다. 미안합니다.
     
     
     
    그 이후로 난 베란다가 아닌 놀이터에서 놀았습니다. 부모님도 기뻐했습니다.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야 했는데, 항상 집에만 있던 나를 걱정스럽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윤양은 항상 어른들이 사라지고 난 뒤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새로운 놀이터의 지배자였습니다. 아이들은 그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항상 돈으로 맛있는 군것질거리를 사다줬거든요. 단, 옆집 아이만 빼고요. 그 아이는 새로운 낙오자였습니다.
     
    며칠뒤, 옆집 아이는 양복입은 중년 남자를 놀이터로 데려왔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옆집 아저씨였습니다. 그녀는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윤양을 쳐다보았죠.  나는 알아챘습니다. 그아저씨의 표정은 좋지 않았습니다. 화가 났다기 보다는 두려움이었죠. 그는 다시 표정을 고쳐잡고 호통을 쳤습니다. 윤양은 아파트 밖으로 쫓겨 났습니다. 아마 그는 그녀를 알고있지 않을까요? 떠나고 난 자리에 그녀의 악취만 남았습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놀이터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슬펐습니다. 그녀가 사라졌고, 나는 다시 낙오자가 되었습니다. 옆집 그녀는 다시 놀이터의 대장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의 손에는 항상 천원이 들려있었습니다. 고작 천원.
     
    놀이터에는 부모님들이 항시 대기하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단지 곳곳에 신원불상의 사람이 돌아다닌다는 전단이 붙었습니다. 다 압니다. 나서기 좋아하던 옆집 아저씨가 붙인 거지요. 베란다에 앉아 밖을 보던 나에게 전단지를 바쁘게 붙이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불안해 보였습니다. 어딘가 쫓기는 걸까요?
     
    나는 윤양이 보고싶었습니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으면 어른들도 없었습니다. 낯선이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을 꺾였습니다. 시간이란 그런겁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의 오지랖에 괜한 공포감만 조성했다고 뒤에서 수군거렸습니다. 자기만 잘났다고 설치고 다닌다고 불만이었죠.
     
    베란다에 앉아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을 때, 그녀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는 초인종이 울리기를 기다렸습니다.
     
    처음에 서늘하고 부자연스러운 표정은 이젠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안아보고 싶었습니다. 역한 냄새때문에 불가능 했지만요. 케케하고 역한 냄새는 어디서 묻혀오는걸까요? 본래 그녀의 냄새일까요? 난 그녀에게서 떨어졌습니다. 붉은 입술과 멜빵 청원피스, 무릎 밑까지 올라온 흰 양말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기야, 오랜만이네. 얼굴 좋아졌다 얘."
     
    "안녕."
     
    난 그녀가 시키지 않아도 물을 가져왔습니다.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녀가 자신이 살고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구경시켜 주고 싶어했습니다. 기뻤습니다. 드디어 그녀도 나를 진짜 친구로 맞아주는 걸까요?  반면 두렵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없이 다른 곳으로 간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얘, 집에 종이하고 가위랑 풀 있니?"
     
    난 그녀 앞에 가위, A4 용지, 풀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윤양은 앞에 놓인 신문에서 필요한 활자를 잘라 종이에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니 년 남편이 창녀와 놀아난다. 잘 감시해.]
     
    윤양은 그 용지를 옆집 현관문 옆에 걸린 우유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녀의 표정에는 감정이 억눌린 듯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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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6/08 10:58:15  220.127.***.43  랑해  417708
    [2] 2019/06/09 20:38:41  122.45.***.76  세상은  53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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