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다른이의꿈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12-31
    방문 : 1839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100224
    작성자 : 다른이의꿈
    추천 : 13
    조회수 : 1521
    IP : 59.7.***.15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9/05/21 18:12:59
    http://todayhumor.com/?panic_100224 모바일
    [단편] 머리속 들려오는 목소리
    옵션
    • 창작글
    <div>==</div> <div>"그때로 돌아가고 싶어?"</div> <div><br></div> <div>머리속에 목소리가 울렸다.</div> <div><br></div> <div>울음으로 목이 잠긴 듯한 젊은 여성의 목소리.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div> <div><br></div> <div>약 먹는 것을 깜빡했다.</div> <div><br></div> <div>식탁 위의 약병을 집어들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조현병 초기 증상이라 했다.</div> <div><br></div> <div>의사는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이 마음의 병이 아님을 강조했다.</div> <div><br></div> <div>나이를 먹으며 뇌 기능에 이상에 생긴 것이 이유라 설명했다.</div> <div><br></div> <div>50이 넘어 갱년기가 시작되고 호르몬 분비가 변하며 생길 수 있는 증상이라고. </div> <div><br></div> <div>일찍 병원을 찾아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약을 처방 받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약을 복용하고 한 달여.</div> <div><br></div> <div>증상이 많이 좋아졌고, 목소리가 들려오는 빈도 역시 줄었다.</div> <div><br></div> <div>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약처방을 조금 바꾸었다며 새로운 약의 부작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div> <div><br></div> <div>설명이 끝나고 혹시 궁금한 것이 있냐는 의사의 물음에 나는 말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그 목소리는 누구일까요?"</div> <div><br></div> <div>당황한 듯 의사의 양 눈썹이 올라갔다. </div> <div><br></div> <div>순간 멍청한 질문이었음을 깨달았다.</div> <div><br></div> <div>머리속 목소리의 주인을 왜 의사가 안다고 생각했을까?</div> <div><br></div> <div>의사가 입을 열었다.</div> <div><br></div> <div>"음... 글쎄요... 환청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마세요."</div> <div><br></div> <div>"네. 알겠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새로운 약을 먹으면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빈도는 점점 줄어들었다.</div> <div><br></div> <div>그럴수록 더욱 궁금해졌다.</div> <div><br></div> <div>생각이 날 듯 말 듯 답답했다.</div> <div><br></div> <div>아는 사람인 듯하면서도 곰곰히 생각하면 처음 듣는 목소리. </div> <div><br></div> <div>누구의 목소리일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퇴근 길 편의점에 들렀다.</div> <div><br></div> <div>만원에 수입맥주 4캔.</div> <div><br></div> <div>약 때문에 한동안 술을 못마셨다.</div> <div><br></div> <div>증상도 많이 좋아졌고, 맥주 정도는 괜찮겠지.</div> <div><br></div> <div>집에 도착해서 치킨 한마리를 배달 주문했다. </div> <div><br></div> <div>샤워를 하고 맥주를 한 캔 땄다. </div> <div><br></div> <div>얼근히 취기가 오르며 배가 불러온다.</div> <div><br></div> <div>치킨 상자를 정리하며 남은 치킨 조각을 용기에 담았다.</div> <div><br></div> <div>냉장고를 열며 식탁 한쪽 구석에 놓인 약병이 보였다.</div> <div><br></div> <div>오늘 저녁은 약을 건너뛰기로 했다.</div> <div><br></div> <div>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하나 더 꺼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랜만이었다.</div> <div><br></div> <div>이토록 취하도록 마신게... </div> <div><br></div> <div>맥주 4캔을 모두 비우고 나서야 침대에 누웠다.</div> <div><br></div> <div>내일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날 수 있을까?</div> <div><br></div> <div>손을 뻗어 전화기를 찾았다.</div> <div><br></div> <div>전화기의 알람을 맞춰놓고 눈을 감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잠이 들었을까?</div> <div><br></div> <div>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div> <div>"그때로 돌아가고 싶어?"</div> <div><br></div> <div>환청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알딸딸한 취기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대답했다.</div> <div><br></div> <div>"물론 돌아가고 싶지... 그때 그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div> <div><br></div> <div>대답과 함께 잠이 들었고, </div> <div><br></div> <div>나는 꿈을 꾸었다.</div> <div><br></div> <div>그때로 돌아가는 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젊은 모습의 은우.</div> <div><br></div> <div>은우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오히려 내가 목이 메여 하던 말을 잇지 못했다.</div> <div><br></div> <div>울컥거리는 울음을 뱉어내며 그녀에게 말했다.</div> <div><br></div> <div>미안하다고. </div> <div><br></div> <div>은우는 이해한다 말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머니의 반대를 거스르고 결혼을 밀어부칠 수도 있었다.</div> <div><br></div> <div>안정적인 직장이 있었고, </div> <div><br></div> <div>전세로 구한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어서 따로 신혼집을 구할 필요도 없었다.</div> <div><br></div> <div>은우 역시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어머니를 등지고 내가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오래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오신 어머니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은우와 헤어지고, 헤어짐의 아픔으로 어머니를 많이 원망했었다.</div> <div><br></div> <div>오랜시간 어머니를 만나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어머니의 욕심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어머니, 모두를 잃었다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지난 20여년의 시간 동안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후회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마법처럼... 정말 마법처럼 그날로 돌아왔을 때.</div> <div><br></div> <div>처음에는 생생한 꿈이라 생각했다.</div> <div><br></div> <div>은우와 헤어지는 날의 악몽인 줄 알았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은우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나는 그녀를 붙잡았다. </div> <div><br></div> <div>가지 말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div> <div><br></div> <div>목덜미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체취에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div> <div><br></div> <div>나의 오피스텔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그곳에서 사랑을 나누었다.</div> <div><br></div> <div>그녀의 머리칼, 그녀의 입술, 그리고 그녀의 몸.</div> <div><br></div> <div>20여년을 그리워하던 그녀였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날 이른 새벽.</div> <div><br></div> <div>눈을 떴을 때 고개를 돌려 옆에 잠들어있는 은우를 확인했다. </div> <div><br></div> <div>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왔구나!</div> <div><br></div> <div>잠든 은우의 이마에 입을 맟추고 속삭였다.</div> <div><br></div> <div>다시는 너를 놓치지 않겠다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어머니는 끝내 결혼식에 오지 않으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난삶 은우와 헤어지고 어머니를 무척 원망했었다. </div> <div><br></div> <div>자연스럽게 어머니와 연락이 뜸해졌고,</div> <div><br></div> <div>나중에는 명절에도 어머니를 찾지 않았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어머니의 죽음.</div> <div><br></div> <div>빈말이라도 어머니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은우와 헤어지기 전으로 돌아와서 은우 다음으로 찾은 사람은 어머니였다.</div> <div><br></div> <div>보고 싶었던 어머니.</div> <div><br></div> <div>나를 보자마자 끼니는 챙겨먹고 다니느냐며 잔소리부터 시작하는 어머니를 꼭 안아드렸다.</div> <div><br></div> <div>나의 시간으로 꼭 10년만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번에는 어머니를 설득시킬 자신이 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어머니는 잠깐 은우를 만나는 것 조차 거절하셨다.</div> <div><br></div> <div>결혼식이 끝나고 장모님이 나를 불렀다.</div> <div><br></div> <div>어머니가 오시지 않아 서운하다 하셨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은우가 걱정된다며 은우와 어머니 사이에서 내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당부하셨다.</div> <div><br></div> <div>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div> <div><br></div> <div>표현은 완곡했지만 의미는 명확했다.</div> <div><br></div> <div>어머니가 은우에게 상처주지 않게 하라는 말이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날 결혼식 피로연이 끝날 무렵...</div> <div><br></div> <div>은우가 그녀의 친구를 배웅하며 한 말을 나는 우연히 들을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혹시라도 시어머니가 결혼식에 올까봐 걱정했다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은우는 눈매가 나를 꼭 닮은 딸 아이를 출산했다.</div> <div><br></div> <div>결혼식을 올리고 계절이 채 바뀌기 전이었다.</div> <div><br></div> <div>사실 결혼식 당시 은우는 배가 제법 나온 상태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결혼을 준비하며 은우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div> <div><br></div> <div>출산 예정일을 듣고 잠깐 셈을 해보았다.</div> <div><br></div> <div>은우와 헤어지기 직전으로 돌아왔을 때...</div> <div><br></div> <div>그때 은우는 이미 임신을 한 상태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난삶.</div> <div><br></div> <div>은우와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은우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었다.</div> <div><br></div> <div>그때... 우리 딸은 어떻게 되었던 걸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산후조리원에 들어가는 날.</div> <div><br></div> <div>어떻게 아셨는지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div> <div><br></div> <div>축하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눈물이 핑돌았다.</div> <div><br></div> <div>길지 않았던 대화.</div> <div><br></div> <div>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잠 푹 자두라는 말을 남기고 어머니는 전화를 끊으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아이를 얻는다는 것은 큰 축복이지만...</div> <div><br></div> <div>아내와 나는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에는 부족한 사람들이었다.</div> <div><br></div> <div>출산 후 우울증으로 긴 시간 힘들어했던 아내.</div> <div><br></div> <div>그리고 예민했던 아내를 따뜻하게 감싸줄 여유가 없었던 나.</div> <div><br></div> <div>힘든 시간을 보내며 아내와 나는 서로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div> <div><br></div> <div>시간은 흘러 힘들었던 날들은 이제 지난 이야기가 되었지만, </div> <div><br></div> <div>아내와 나 사이의 깊어진 골은 메워지지 않았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비록 좋은 부모는 아니었지만 나와 아내, 모두 딸에 대한 애착은 깊었다.</div> <div><br></div> <div>끝없는 불화와 싸움 속에서 끝내 갈라서지 못했던 것은 딸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자식 때문에 어쩔수 없이 같이 산다는 말.</div> <div><br></div> <div>꼭 우리를 두고 있는 말 같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시간은 빠르게 흘렀다.</div> <div><br></div> <div>딸 아이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취방을 얻어 집을 나왔다.</div> <div><br></div> <div>아내와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혼을 결정했다.</div> <div><br></div> <div>이혼의사확인서를 구청에 제출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은우와 나는 결국 이렇게 되는 인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div> <div><br></div> <div>은우와 헤어지던 시간으로 되돌아갔던 그때...</div> <div><br></div> <div>그때 나는 옳은 선택을 했던 것일까?</div> <div><br></div> <div>만약에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div> <div><br></div> <div>그녀와 헤어지고 한평생 그녀를 그리워하는 삶을 택할까?</div> <div><br></div> <div>아니면 그녀를 늘 옆에 두고 서로 미워하며 반목하는 삶을 선택해야 할까?</div> <div><br></div> <div>옅은 웃음이 얼굴에 스쳐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대학생이긴 했지만 딸은 아직 미성년자였다.</div> <div><br></div> <div>이혼 서류에 딸의 양육권자를 정해야 했다.</div> <div><br></div> <div>딸에게 물었고, 딸은 아빠인 나를 선택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딸과 아내, 둘은 서로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렇다고 아내가 엄마로서 딸에게 큰 실수나 잘못을 한 것은 아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딸은 자라면서 사사건건 엄마와 부딪쳤고,</div> <div><br></div> <div>특별한 이유 없이 엄마에게 적대감을 보이곤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이혼을 하고 나는 회사 근처에 오피스텔을 하나 구해 집에서 나왔다.</div> <div><br></div> <div>이사를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이 침침해지고 두통이 시작됐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오피스텔에 새로 칠한 페인트 냄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통이 심해졌고, </div> <div><br></div> <div>손발이 저리고 구토 증세까지 더해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동네의 작은 의원을 찾았고, 정밀 검진을 받으라며 나를 대학병원으로 보냈다.</div> <div><br></div> <div>검진 결과 머리 속 암세포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div> <div><br></div> <div>의사는 단층 촬영 결과를 보여주며 암세포와 일반세포 사이의 경계가 분명치 않다 했다.</div> <div><br></div> <div>무슨 말이냐는 나의 물음에 의사는 수술을 통해 암세포를 절개하는 것이 어렵다 말했다. </div> <div><br></div> <div>의사는 몇가지 치료법과 함께 각각의 치료에 따른 부작용, 그리고 성공 확률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div> <div><br></div> <div>의사의 긴 설명이 끝나고 나는 물었다.</div> <div><br></div> <div>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살 수 있느냐고.</div> <div><br></div> <div>의사의 표정이 굳어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미 두 번의 삶을 살았다.</div> <div><br></div> <div>삶에 미련은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죽음을 기다리는 시간.</div> <div><br></div> <div>딸은 매주 주말이면 내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div> <div><br></div> <div>하루는 딸이 나에게 물었다.</div> <div><br></div> <div>혹시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가지고 있던 작은 바램 하나.</div> <div><br></div> <div>딸의 손을 잡고 딸의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빈 허공을 향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div> <div><br></div> <div>"네 남자친구 얼굴 한번 보는 게 이 애비 마지막 소원이야."</div> <div><br></div> <div>딸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div> <div><br></div> <div>"없는 남자친구를 지금이라도 만들어와야 할까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시력을 잃은 지 벌써 여러 달이 되었다.</div> <div><br></div> <div>발작이 찾아오는 빈도 역시 점점 빨라졌다.</div> <div><br></div> <div>뇌종양을 진단했던 의사가 알려주었던 삶의 기한 역시 이미 많이 지나있었다.</div> <div><br></div> <div>오늘 발작이 일어나 심장이 멈춘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발작성 경련이 지나가고 의식이 돌아오면...</div> <div><br></div> <div>내가 죽었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div> <div><br></div> <div>시력을 잃어 눈앞은 암흑이었고,</div> <div><br></div> <div>특히 주위에 아무 소리 마저 나지 않을 때면 내가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러면 나는 작은 소리라도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귀에 집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이야기를 들은 의대생 자원봉사자가 내게 말해주었다.</div> <div><br></div> <div>사망에 이른 후에도 한동안 청각이 살아있을 수 있다고.</div> <div><br></div> <div>그래서 소리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숨을 깊게 들어마시고 호흡을 느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어느 이른 아침.</div> <div><br></div> <div>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익숙한 화장품 냄새가 느껴졌다.</div> <div><br></div> <div>이혼한 아내였다.</div> <div><br></div> <div>나의 표정이 굳어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5년이라는 시간 동안 뜨겁게 사랑했고, </div> <div><br></div> <div>20년을 넘게 미워했던 사람.<br></div> <div><br></div> <div>그리고 마지막에는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하나까지 혐오스러웠던 사람.</div> <div><br></div> <div>솔직히 나는 아직 마음 속 앙금이 가라앉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아마 아내 역시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div> <div><br></div> <div>그래도...</div> <div><br></div> <div>마지막 인사 정도는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문이 열린 후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나는 입을 열었다.</div> <div><br></div> <div>"오랜만이네... 그렇게 서있지 말고 들어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내와의 마지막 만남은 길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이렇게 아픈지 몰랐다는 말.</div> <div><br></div> <div>와줘서 고맙다는 말.</div> <div><br></div> <div>그리고 알았다는 대답이 우리의 마지막 대화였다.</div> <div><br></div> <div>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난삶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떠올랐다.</div> <div><br></div> <div>미안하다는 말과 이해한다는 대답.</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그날 저녁 딸이 병실을 찾았다.</div> <div><br></div> <div>엄마에게 말했냐는 나의 물음에 딸은 대답이 없었다.</div> <div><br></div> <div>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을 딸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div> <div><br></div> <div>"잘했다. 마지막 인사하고 나니까 이제 정말 끝이구나 싶어서 속이 다 시원하더라."</div> <div><br></div> <div>딸이 말했다.</div> <div><br></div> <div>"엄마랑 아빠, 두 사람 볼 때마다 참 궁금해. 그렇게까지 사이가 나쁘기도 쉽지 않은데... 언제부터 그렇게 싸우기 시작한거야?"</div> <div><br></div> <div>연애하던 시절부터 많이 싸웠다는 나의 대답에 딸이 다시 물었다. </div> <div><br></div> <div>그런데 도대체 왜 결혼을 했느나고.</div> <div><br></div> <div>"글쎄... 알 수 없는 신기한 일이 있었어. 정말 믿을 수 없는 신기한 일이었지..."</div> <div><br></div> <div>딸은 궁금한 목소리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아내와 헤어지기 직전으로 돌아와 삶을 반복한 이야기를 딸에게 해주었다.</div> <div><br></div> <div>딸은 조용히 나의 이야기를 들었다.</div> <div><br></div> <div>딸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딸이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지는 알 수 없었다. </div> <div><br></div> <div>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딸이 물었다.</div> <div><br></div> <div>지금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고.</div> <div><br></div> <div>그리고 돌아가면 다시 엄마와 결혼을 하겠느냐고.</div> <div><br></div> <div>딸의 물음에 대답하려는 순간 두통이 시작되었다.</div> <div><br></div> <div>두통은 이내 발작과 경련으로 바뀌었고, </div> <div><br></div> <div>딸은 간호사를 찾기 위해 급히 병실 밖으로 나갔다.</div> <div><br></div> <div>밀려오는 통증으로 의식이 흐려졌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시 의식이 돌아왔을 때...</div> <div><br></div> <div>나는 숨을 들어마시려 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숨을 쉴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팔과 다리를 움직이려 했지만, </div> <div><br></div> <div>몸뚱이가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암흑.</div> <div><br></div> <div>그 암흑 속에 나의 의식이 갇혀있는 것 같았다. </div> <div><br></div> <div>아니... 그 암흑의 공간 속에 나의 의식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div> <div><br></div> <div>두려웠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순간 암흑 속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div> <div>"그때로 돌아가고 싶어?"</div> <div><br></div> <div>그리고 울음으로 목이 잠긴 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div> <div><br></div> <div>사랑한다는 말. <br></div> <div><br></div> <div>고맙다는 말.</div> <div><br></div> <div>다시 태어나도 아빠 딸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div> <div><br></div> <div>두려움은 사라지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div> <div><br></div> <div>흐려지는 의식의 끝자락.</div> <div><br></div> <div>나는 생각했다.</div> <div><br></div> <div>그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div> <div><br></div> <div>돌아가서 은우를 다시 잡을 것이라고.</div> <div><br></div> <div>그래야 우리 딸을 만날 수 있을테니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머리속 들려오는 목소리, 끝></div> <div><br></div> <div><br></div>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05/21 20:50:51  220.127.***.43  랑해  417708
    [2] 2019/05/21 22:07:45  223.39.***.101  왜이러세요ㅠ  547534
    [3] 2019/05/22 00:21:25  125.183.***.244  해니  351185
    [4] 2019/05/23 10:46:11  211.253.***.34  미스공  61638
    [5] 2019/05/23 21:42:42  178.165.***.161  오지리  770642
    [6] 2019/05/24 15:44:32  180.230.***.198  공상과망상  562616
    [7] 2019/05/25 16:46:47  175.198.***.70  권이..  645202
    [8] 2019/05/26 06:30:15  182.228.***.199  냥이두마리  416237
    [9] 2019/05/27 02:06:40  220.123.***.59  날아갈꼬야  703470
    [10] 2019/05/27 09:31:31  211.216.***.41  △ㅣ대유감  561293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
    [단편] 금강굴 (재업) [2] 창작글외부펌금지 다른이의꿈 22/04/18 05:07 188 5
    34
    신경림 作 -- 세밑에 오는 눈 다른이의꿈 22/02/01 11:36 114 2
    33
    [단편] 우진(愚盡), 어리석음이 다하다 (2/2) [2] 창작글 다른이의꿈 21/04/26 11:59 103 4
    32
    [단편] 우진(愚盡), 어리석음이 다하다 (1/2) 창작글 다른이의꿈 21/04/26 11:52 120 4
    31
    [엽편] 나의 최후는 이랬다. [4] 창작글 다른이의꿈 20/10/24 09:51 131 5
    30
    [장편] 두 번째 달 - 52화 & 53화(완결) (내용 삭제) [16] 창작글외부펌금지 다른이의꿈 20/09/15 15:50 112 11
    29
    [장편] 두 번째 달 - 1. 두 번째 달이 발견되다. (내용삭제) [2] 창작글외부펌금지 다른이의꿈 20/04/01 14:21 78 3
    28
    [단편] 주마등 [10] 창작글 다른이의꿈 20/02/18 04:21 122 21
    27
    [단편소설] 기억하는 자 창작글 다른이의꿈 20/01/26 13:18 884 5
    26
    [단편] 진언 [4] 창작글 다른이의꿈 20/01/23 13:17 107 10
    25
    [중편]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 (완결) [4] 창작글 다른이의꿈 20/01/04 12:47 61 6
    24
    [중편]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 (7,8,9) 창작글 다른이의꿈 19/12/28 03:47 70 4
    23
    [중편]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 (5,6) 창작글 다른이의꿈 19/12/19 15:28 66 4
    22
    [중편]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 (2,3,4) 창작글 다른이의꿈 19/12/09 17:00 67 4
    21
    [중편]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 (1) [4] 창작글 다른이의꿈 19/12/02 15:08 87 8
    20
    [단편] 저승사자가 되지 말 껄 그랬어 (내용 삭제) [12] 창작글 다른이의꿈 19/09/24 14:05 194 11
    19
    [단편] 덤으로 사는 인생 (내용 삭제) [10] 창작글 다른이의꿈 19/08/26 07:51 191 22
    18
    [단편] 다른이의 꿈 (2/2) (내용 삭제) [4] 창작글 이상과일상 19/07/31 16:13 70 8
    17
    [단편] 다른이의 꿈 (1/2) (내용 삭제) 창작글 다른이의꿈 19/07/09 16:01 141 10
    [단편] 머리속 들려오는 목소리 [4] 창작글 다른이의꿈 19/05/21 18:12 127 13
    15
    고 김진영 철학 아카데미 대표 유고집 <아침의 피아노> [2] 다른이의꿈 18/12/23 19:35 41 1
    14
    [중편] 기억1 [4] 창작글 다른이의꿈 18/12/02 03:06 145 6
    13
    [단편] 외할머니에게 보내는 글 [6] 창작글 다른이의꿈 18/03/26 10:03 139 13
    12
    [단편] 아마폴라 [16] 창작글 다른이의꿈 18/03/05 13:18 186 43
    11
    [단편]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내용삭제) [37] 창작글 다른이의꿈 18/02/28 16:52 228 57
    10
    [단편] 엇갈림 (내용삭제) [6] 창작글 다른이의꿈 18/02/19 13:57 202 48
    9
    [단편] 영혼 존재에 관한 실험 [17] 창작글 다른이의꿈 18/02/05 15:43 140 37
    8
    [단편] 느리게 가는 시계 (3편-완결) (내용삭제) [6] 창작글 다른이의꿈 18/01/28 17:25 86 14
    7
    [단편] 느리게 가는 시계 (2편) (내용삭제) [4] 창작글 다른이의꿈 18/01/24 15:00 90 17
    6
    [단편] 느리게 가는 시계 (1편) (내용삭제) [5] 창작글 다른이의꿈 18/01/22 05:57 147 13
    [1] [2]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