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span style="font-size:13px;color:#333333;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6층 "일반적으로 지구에서 볼 수 없는 것들" 전시관에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구 모양의 "검은 구슬"이 있습니다.</span></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이것을 저흰 관람객분들께 꼭 설명해야 합니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검은 구슬"이라서 왜 여기 있는가 싶으실 테니까요.</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한 손에 움켜쥘만한 크기의 이 작은 구슬은 극도로 정교하게 깎인 완벽한 구 형태며</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X선 사진으로 그 안을 촬영한 결과 수억개 이상의 미세한 톱니바퀴들이 맞물려있음이 확인됐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수억개란 건 식별된 부분만큼만 밝힌 설명일 뿐 실제 톱니바퀴는 그보다 월등히 많다고 확실시되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지금 기술력의 기준에서 봐도 첨단을 능가한 가공품인 이 "오파츠"는 안데스 고원의 신전으로 추정되는 터에서 출토되었는데</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그 터가 보존한 건축 흔적은 세계 4대 문명의 종교적 건축물 특징이 골고루 반영된, 마치 모체 문명의 것으로 보였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여러 종교적 모티브가 흡사하게 얽혀있음을 볼 때 새로이 발견된 초고대 문명이라는 방향으로 학계의 연구가 활발하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이 "검은 구슬"을 이곳 전시관에 보관한 후로 5번 메뉴얼에서 소개해드린 요한 하인리히 베스퍼 씨가 모습을 나타냈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저흰 J.H.V 씨에게 결례가 되는 추측은 자제하고 있습니다만, J.H.V 씨가 먼저 구슬에 대해 자신과의 관계를 표명했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검은 구슬"은 J.H.V 씨가 "인류가 보편적으로 아는 지구의 아무 장소"로 올 때 작동되게 만든 발명품이자 일종의 문고리였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그것을 안데스 고원에 놔두고 신경을 못 쓴 상태였지만, 출토되면서 주변 변화를 감지한 J.H.V 씨가 전시관을 보러오게 된 것이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J.H.V 씨는 이곳 전시관에 흥미를 느끼며 "검은 구슬"을 6층에 보관해줬으면 함을 요구했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그 당시 그가 보여준 지식에 경이로움을 느낀 전시관 측은 그를 더 잘 알고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J.H.V 씨 말에 따르면 "검은 구슬"은 가장 완벽한 구가 아닐 뿐더러 구 자체도 아니라</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그저 "인간의 통찰력"으론 완벽한 구로 보일만 하게 내각을 가진 다각형이라고 했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현 인류가 다루는 학문에서 수학적 가치가 있는 수 중 가장 큰 수보다 더 많은 유한 개의 꼭지점을 가진 도형이라서</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다시 강요하자면 "인간의 통찰력"으론 "구"로 보인다는 것이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그점에 대해 저흰 더 자세히 알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검은 구슬"은 내부의 동력부를 알 순 없지만 이따끔 작동하며 그때마다 J.H.V 씨는</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인류가 보편적으로 아는 지구의 아무 장소"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br></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4층 고대 문명 전시관에는 "환생을 믿게 만드는 석조유물"이 있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동양에서 "다르마챠크라" 또는 "법륜"이라 불리는 이 석조 유물은</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전시관에 직접 찾아온 의문의 고승으로부터 건네받았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그 고승은 스승의 스승 대대로 이 유물을 지켜왔으나</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이 유물이 가진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한다는 뜻이 있어 이곳 전시관 측에 양도했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고승이 말한 뜻이란 이 유물은 교감한 이로 하여금 환생을 믿게 만들며</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여러 연구 분야의 인재들이나 대기업 임원진, 각국 고위 관료가 주가 되는 이곳 전시관의 관람객이 영향받게끔 하잔 취지였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만약 "나"라는 것이 죽어서 "나의 역사"가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육체로 지구에 잔류함을 믿는다면</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무엇으로 태어날지 모르니 그 인간은 자신이 다시 생존하게 될 지구의 오염에 대해 "이번 생"을 초월한 장기적인 경각심을 가질 것이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자연과 동물과의 공존에 대해서도 한차원 더 고결해진 철학적 이해를 갖게 될 거란 게 그 고승의 주장이었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그러한 마음가짐이 널리 퍼지기 위해 현대문명 전반에 걸친 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을 끌어내야 한단 점에서</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국가의 수장, 힘 있는 기업인,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개발자 등등이 환생을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이 강력한 유물은 이곳 전시관에서 보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font> <div><span style="font-size:13px;">실로 이 "환생을 믿게 만드는 석조유물"과 교감했다고 확신한 이들은 놀라운 가치관 변화를 보였습니다.</span></div></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그 변화에 대해 의학적으로 봤을 때 뇌나 신경계에 입각한 어떤 징후도 정신질환이라 할 만한 게 없이 아주 온건한 심리상태였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교감을 거쳐 간 공인들은 사회에서 보여주는 행보가 될 수 있는 한 비살생적 친환경적 기반으로 바뀌었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그렇다고 극단성 짙은 환경보호만을 추구하는 게 아닌,</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더 많은 공존을 위한 일부 희생의 필요를 인지한 선에서 타협적인 사고가 가능했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그 파급효과는 외교적인 판세에도 미쳐 20년 넘게 이어져온 전쟁의 평화협약이 맺어지기도 했습니다.</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font> <div><span style="font-size:13px;">저흰 이 석조유물이 암시하는 환생 시스템을 유전공학적으로 풀이하려고 연구 중입니다.</span></div></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물론, 고승의 말이 전부 사실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어난 일들은 분명하고</span></font></div> <div><font color="#333333"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13px;">모두가 교감되는 건 아니지만, 일부러 이 유물만은 가까히 가지조차 않는 관람객들도 생겼죠.<br></span></font></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