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계모의 등쌀에 견디다 못한 엄마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뛰쳐나왔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러고는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 나이 열여덟 살의 일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발길 닿는 대로 떠돌다가 들어간 곳은</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남대문에 있는 갈치조림집이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다행히 동향의 사장님이 배려해 준 덕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식당 한켠에서 먹고 잘 수 있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는 그곳에서 장사의 기본을 배웠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반찬을 만들고 재료 사는 법도 배웠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요령을 익히고 방법만 그르치지 않는다면</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언젠가 독립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남대문 갈치조림집 사장님은 엄마에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저 동정의 눈길만 보내진 않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평소에 일하는 모습, 거래처를 대하는 태도</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손님을 배려하는 자세를 눈여겨봐둔 것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어쩌면 처음부터 점찍어 뒀을지도 모른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이야기는 단숨에 기세가 붙어 혼담이 이루어졌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6개월쯤 지나 엄마는 갈치조림집 사장님의 아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러니까 지금의 내 아버지와 부부가 되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사장님이 돌아가신 건 그로부터 오 년 뒤의 일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좋아하는 술을 마시고 기분 좋게 잠든 사이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저쪽으로 건너가셨으니 호상이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는 갈치조림집을 물려받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이제 요리의 가짓수를 늘려보면 어떨까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의 의견에 아버지는 적극적으로 찬성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는 갈치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 싶어 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래서 장사를 마친 후에 밤마다 늦게까지</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책을 보고 연구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볕이 좋아 가게 앞을 쓸던 엄마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림자가 두 개였기 때문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자세히 말하자면 발치에 드리워진</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머리 모양의 그림자가 두 개였던 것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마치 엄마가 누군가를 업고 있고</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 누군가의 머리가 왼쪽 어깨 너머로</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튀어나와 있는 것처럼 보였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놀라서 아버지를 부르려는 찰나,</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림자는 다시 하나로 돌아가 있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하지만 이튿날 가게 앞에 나가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문득 발치를 내려다보니</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드리워진 머리의 그림자가</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또 두 개가 되어 있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뭘까, 이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러고 보니 요 며칠 동안 꿈자리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갈치조림집 사장님의 모습이 나타났는데.</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뭔가 하고픈 말이 있으신 게 아닐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대담하게도 엄마는 그림자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혹시 어머님이세요?” 하고.</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믿기 어려운 일이지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림자의 머리가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였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저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러자 그림자가 또 끄덕끄덕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말도 안 된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니라</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자신을 보살펴줬던 사장님이라고 생각하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마음은 편해졌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세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물었지만 그림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아무래도 예, 아니요로</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면 곤란한 듯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대관절 어머님은 왜 이런 식으로 자신을 찾아왔을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 궁금증은 이내 해결되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가 틈틈이 없는 시간을 쪼개어</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자신만의 요리를 개발하고 밤늦게 방으로 돌아오면</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베개 위에 바둑알이 일렬로 죽 놓여 있었던 것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마치 누군가 배게 위에서 오목을 둔 것처럼.</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아버지는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럼 누굴까, 하다가 깨달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이것은 그림자가 놓은 바둑알이구나.</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자신의 요리를 평가한 것이로구나.</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가 요리를 개발했을 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 요리가 정말 맛있으면 바둑알이 다섯 개,</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맛이 평범하면 바둑알이 세 개,</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별로면 바둑알이 한 개, 하는 식으로.</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절대미각을 가진 그림자 덕분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의 요리 실력은 나날이 발전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는 그림자에게 바둑알 다섯 개를 받은</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요리만 식당에 선을 보였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특히 뼈를 발라낸 갈치구이를 잘게 썰어</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뜨거운 밥에 양념장과 함께 섞은 후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다진 김을 뿌린 갈치덮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대기자들이 골목에서 북적거리는 통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이웃 식당들로부터 싫을 소리를 들어야 할 정도였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큰 가게로 옮기자, 지금이라면 해 나갈 수 있어”</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라는 말을 꺼낸 사람은 아버지였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다행히 가까운 곳에 적당한 빈 가게도 있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러나 엄마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지금 이렇게 팔리는 건 일시적인 유행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유행이란 반드시 끝날 때가 온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지금은 오지 않겠지, 아직 잘 되겠지,</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렇게 생각할 때면 반드시 딱 오는 법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손님이 질릴 때는 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리고 ‘질리는’ 데 이유는 없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고 누구의 탓도 아닌데</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손님은 지겨워지면 그냥 지겨워한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이것은 엄마가 처음 이곳에서 식당 일을 배울 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사장님이 자주 입에 담곤 했던 말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하지만 치고 나가야 할 때를 놓치는 신중한 처사도</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장사를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된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망설이고 고민하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의 등을 떠밀어 준 것은 역시 그림자였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가게를 옮겨도 괜찮을지 엄마가 물었을 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고개를 끄덕여주었던 것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감사하게도</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새로 오픈한 가게는 시작부터 순조로웠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산초나무 순을 으깨어 넣은 된장을 갈치에 발라</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산초 가루를 뿌리고 여기에 채소절임을 곁들인</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새 요리 덕분에 단골손님도 금방 늘어서</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곧 직원들을 더 고용해야 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돈도 남부럽지 않게 잔뜩 벌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는 부지런히 일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게 조금도 고생스럽지 않았다고 한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맛있는 것을 만들고</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손님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진심으로 좋아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다만 그즈음부터 묘한 일이 일어났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가게가 조금 기울었다고 할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나무로 짠 바닥의 특정 부분이 꺼져 있었던 거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바닥이 꺼진 모양은</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뭔가 무거운 물건을 그 위에 올려놓은 듯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의 가게에 그 정도로 무거운 물건은 없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급한 대로 동네 목수에게 수리를 부탁하기 위해</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는 집을 나섰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마침 해가 질 무렵이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집을 나선 엄마는 우연히 자신의 그림자를</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힐끔 보았다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의 그림자는 그대로인데 자신의 머리 옆에 있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또 다른 그림자가 엄청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잠시 생각에 잠겼던 엄마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트렸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어머님의 그림자가 살이 쪘구나.</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매일 매일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으니</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 무거운 몸을 끌고 돌아다녔으니 집도 파였고.</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러나 우스운 와중에도 엄마는 걱정이 되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제아무리 귀신이라도 비만이 좋을 리 없으니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뚱뚱해지는 게 문제라면 할 일은 하나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살을 빼게 해야 한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먹는 것을 줄여야겠어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가 눈을 부릅뜨고 아버지에게 말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아니, 장사를 쉽시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렇잖아도 피로가 쌓여 쉬려던 참이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단골손님들에게는 엄마가 아파서</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요양을 한다는 구실로 양해를 구하고</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가게는 휴업에 들어갔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동안 분에 넘치게 많이 벌어둔 돈으로</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미뤄두었던 신혼여행도 다녀왔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참으로 긴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가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것은</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갈치조림집 사장님, 어머님의 그림자였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하지만 엄마의 발치 그림자의 왼쪽 어깨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늘 있던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해질녘이라 햇빛이 약하기 때문일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서 있는 곳이 좋지 않아서</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림자가 잘 보이지 않는 걸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장소를 바꾸어도 펄쩍펄쩍 뛰어도</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무슨 짓을 해도 엄마의 그림자는 외톨이였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아버지에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가 눈물을 터트리며 말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봐 주세요, 여보.</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내 그림자를 봐 주세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어머님이 있지요? 그렇죠?</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내 왼쪽 어깨에서 머리를 쑥 내밀고 있지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예전 건강한 모습의 그림자로 다시 돌아와 있지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맞지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하지만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아무리 불러도,</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발을 굴러도,</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사정을 짐작한 아버지가</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의 손을 꼭 잡고 조용히 말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여보, 어머님은 이제 좋은 곳으로 가신 것 같아.”</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는 인정할 수 없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이제 와서 돌아가면 어쩌겠다는 건가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지금껏 우리에게 의지하셨잖아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여기처럼 좋은 곳이 또 어디 있나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앞으로도 그렇게 생활하면 되잖아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렇잖아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이야기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필사적인 기색을 띠고,</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러다가 갑자기 힘이 빠졌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우두커니 서 있는 엄마의 주위를</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겨울바람만이 쓸쓸하게 지나갔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둠이 내릴 때까지</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는 마당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결국 그게 끝이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훗날 엄마는,</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나중에 진정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짚이는 대목이 있더라고 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두 사람의 신혼여행.</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어쩌면 그것이 갈치조림집 사장님,</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즉, 내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게 아닐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이승에서의 걱정이 사라졌기 때문에</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미련 없이 떠나신 걸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그런 법이니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br></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어젯밤에 엄마한테</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우리 장남, 내년에는 결혼해, 엄마 소원이야”</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라는 문자를 받고 문득 흥이 나서</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삼귀>와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를 엮어 한자락 길게 읊조려 보았다.</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그런데 다 끼적이고 나니 왜 내가 눈물이 나. </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엄마한테 갈치조림 먹으러 가자고 </font></div> <div><font color="#1d2129" size="4">전화 한번 드려야겠다...</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