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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ystery_8929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17
    조회수 : 6264
    IP : 1.230.***.22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8/06/07 12:10:24
    http://todayhumor.com/?mystery_8929 모바일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김생원
    옵션
    • 펌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타지 문학인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면, 어떤 내용이든 주인의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신비한 정령인 ‘지니’가 등장합니다. 이 지니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충청남도 논산군에 전해지는 전설에서도 부르기만 하면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비한 존재인 ‘김생원’이 나옵니다. 그 김생원에 얽힌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옛날 충청남도 논산군에 어느 소금장수 한 명이 살았습니다. 그는 소금을 팔러 전국 각지를 떠돌아다녔는데, 도중에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폐허가 된 큰 부잣집 한 채를 발견하고 잠시 쉬기 위해 그리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밤 12시가 지나자, 불연 듯 젊고 아름다운 여자 한 명이 소금장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소금장수한테 “나는 이 마을에 사는 과부입니다. 당신과 함께 살고 싶어서 왔습니다.”라고 유혹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소금장수가 그녀를 자세히 보니, 치마 밑으로 꼬리가 살짝 보였습니다. 순간 소금장수는 그녀가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와 함께 살려면 지게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사주를 보았으니, 그대로 해주시겠소?”라고 제안했고, 그녀는 동의했습니다.


    여자가 순순히 지게에 묶이자, 소금장수는 재빨리 막대기를 들고 여자를 두들겨팼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흔들었는데, 그녀의 치마 밑으로 여우 꼬리 9개가 나타났습니다. 그제야 소금장수는 그녀가 사람으로 둔갑한 구미호(九尾狐), 즉 꼬리 9개가 달리고 사람을 잡아먹는 여우 요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구미호는 소금장수한테 “나를 살려주면,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주는 신비한 책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소금장수는 그 책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구미호는 그 책을 마을 구석의 바위에 숨겨 놓았다고 가르쳐주었고, 소금장수는 그녀가 가르쳐준 대로 바위에 가서 그 책을 꺼내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어떻게 쓰느냐?”라고 묻자, 구미호는 “책을 펼치고 김생원을 부르면, 그가 나와서 당신이 원하는 모든 소원을 들어줍니다. 만약 더 이상 김생원이 필요치 않으면 책을 덮으세요. 그러면 김생원은 책 속으로 들어갑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14070000_10000143BG.jpg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조선 시대 선비의 모습을 재현한 사진. 아마 김생원을 실제로 그려낸다면 저런 모습으로 표현해야 적합할 것입니다.)


    구미호의 말에 소금장수가 한 번 시험 삼아 책을 펼치고 ‘김생원’이라고 부르자, 곧바로 갓과 도포를 쓴 선비 한 명이 나타났습니다. 놀란 소금장수가 누구냐고 묻자, “저는 당신이 부르신 김생원입니다. 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다 가져오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김생원을 완전히 믿지 못했던 소금장수는 김생원더러 “그러면 내가 지금 배가 고프니, 밥을 가져오시오.”라고 말했고, 김생원은 소매 속에서 밥이 든 그릇을 꺼내더니 소금장수한테 바쳤습니다. 놀라운 광경에 소금장수는 신기하게 여겼고, 후환을 없애기 위해 막대기를 들어 구미호를 때려죽인 다음, 책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소금장수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책을 펼치고 김생원을 불러내서, “여기 내 가족들이 먹을 풍성한 음식들을 가져오시오.”라고 말하자 김생원은 스스로의 힘으로 잔칫상을 차려내어 바쳤고, 소금장수의 식구들은 즐거워하며 실컷 포식을 했습니다.


    그 후로도 소금장수는 돈과 재물이 필요할 때마다 김생원을 불러내었고, 김생원은 주인인 소금장수가 원하는 대로 돈과 재물을 갖다 바쳤습니다. 소금장수의 재산은 급기야 수십만 냥으로 불어났고, 그는 부자가 되어 어마어마한 집을 장만하고 가족들과 함께 부귀영화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평소 가난하게 살던 소금장수가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모습을 보고 “혹시 저 자가 어디서 도둑질을 해왔나?”하고 이상하게 여긴 마을의 사또가 왕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왕은 군사들을 소금장수의 집으로 보냈습니다. 


    군사들은 소금장수를 위협하여 일의 자초지정을 물었고, 겁에 질린 소금장수가 김생원 이야기를 털어놓자, 군사들은 김생원을 붙잡아 궁궐로 끌고 왔습니다. 그리고 왕이 김생원에게 심문을 하자 김생원은 자신이 한 일을 다 말했고, 왕은 그가 요망한 도술로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여겨 죽이려 했습니다.


    사형 판결을 받은 김생원은 마지막 소원으로 “그림 하나만 그리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했고, 왕은 붓과 종이를 주어서 그리도록 허락했습니다. 김생원은 종이에 나귀 한 마리를 그렸는데, 믿을 수 없게도 나귀는 종이 밖으로 나오더니 살아서 힘차게 울부짖었습니다. 


    그러자 김생원은 나귀 등에 올라타더니, 재빨리 나귀를 타고 궁궐에서 달아나 금강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나귀가 워낙 빨라서 어떤 말이나 군사들도 잡을 수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책을 가진 주인이 부탁하는 소원은 뭐든지 들어주는 이 김생원이라는 신비한 남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보통 한국의 전설에서 도깨비들은 사람을 ‘김서방’이라고 부르는데, 다분히 ‘김생원’과 통하는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김생원은 어떤 이유로 책 속에 갇힌 도깨비가 아니었을까요? 

    출처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348~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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