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나라가 신종코로나로 온통 난린데 마침 케이블 티비에 무료로 떳길래 감기를 봤다.</div> <div>영화에서 신종 전염병으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어떻게 연출했을까 궁금해서 본 것인데</div> <div>감기에서는 기대하지도 않은 멜로나 가족애, 정치비판 같은 것들도 다 썩어서 짬뽕이 되어 있었다.</div> <div>안타깝게도 감독은 어떻게든 장면을 극적으로 만들어 보려고만 하다보니 영화의 개연성이나 짜임새를 포기한듯 했다. </div> <div>그나마 건질만 했던게 간간히 나오는 차인표의 화끈하고 박력있는 연기..</div> <div><br></div> <div>영화가 그렇게 막판으로 치닿을때 쯤에</div> <div>감염지역 쪽에 있던 여자가 대치하던 전투병력들 앞에 자신이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div> <div>상의를 벗어 재끼는 장면이 나오면서 문득 뭔가가 떠오른다.</div> <div>요즘 관련서적 몇권을 읽으면서 인류학에 심취해 있는데 </div> <div>저 장면은 인류가 왜 털이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암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 </span></div> <div>그러니까 우리의 조상들이 털이 있던 먼 옛날 어느 시점에</div> <div>인류에게 눈에 띄는 피부병을 동반한 치명적인 괴질 전염병이 오랫동안 돌았다면,</div> <div>조상들은 상대방이 피부병에 걸린 자를 멀리해야 했기 때문에</div> <div>이왕이면 자신의 건강한 상태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마치 감기에서의 저 여자처럼)</div> <div>털이 옅거나 적은 개체가 공동체 생활을 포함한 존속에 유리했을 것이다.</div> <div><br></div> <div>인류의 고향이 아프리카이니, 우리의 조상도 흑인이라고 친다면</div> <div>그 병을 흑사병이 아니라 백사병이라고 치자.</div> <div>그렇게 백사병에 걸린 사람은 물론 모두 죽어 나가고</div> <div>백사병에 안걸렸지만 털로 덮혀 있어서 그것을 쉽게 증명하지 못한 사람도 </div> <div>공동체에서 외톨이가 되어 존속에 어려워 지면서 서서히 도퇴될 것이다.</div> <div><br></div> <div>그런데 털없는 인류가 나올때 까지도 지속되던 그 백사병은</div> <div>어느순간 항체가 생긴 인류에 의해 정복 된다.</div> <div>그러나 그럼에도 사람들은 피부가 하얀 그들을 여전히 위험존재로 인식하였고</div> <div>털없는 항체 백사병에 걸린 하얀 피부의 조상들은 </div> <div>공동체에서 쫓겨 다니다가 그렇게</div> <div>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에 정착하게 되는데...</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