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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ovie_34486
    작성자 : GRD
    추천 : 4
    조회수 : 1205
    IP : 218.51.***.3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4/10/11 02:01:55
    http://todayhumor.com/?movie_34486 모바일
    [리뷰][스포 엄청 많음 주의]김기덕, 일대일
    기덕이형한테 낚여서 리뷰 써가지고 다음 영화 리뷰 쓰는 데다 올렸는데
    사흘 지났는데 조회수 27이네여 ㅋㅋㅋㅋㅋ....
    베오베에 일대일 리뷰 있던데......
    나도 그냥 여기다 올릴 걸... 그럼 백 명이라도 읽어줬을텐데....
    ㅜㅜ








    오오 친구여, 내겐 친구가 없다네







    그림자 대장



    일단 이 이야기의 굵직한 두 축을 이루는 사람 중 그림자들의 대장 마동석의 인생을 따라가 보자. 대장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멍키스패너로 깨작거리며 살인도 할 수 있다고 깝치는 양아치 조동인과는 다른 차원에서 실제 맨손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급소를 꿰고 있는 사람. 무시무시한 체격에다가 장난감이 아닌 진짜 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 정확히 꽂혀 들어가곤 하는 주먹과 손에 맞게 닳은 칼. 말하자면 대장은 거의 생애 내내 폭력을 행사하며 살아온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던 그가 소중한 사람(딸, 동생 혹은 연인, 뭐 아무래도 좋다)을 잃는다. 지독한 폭력을 행사하며 살아왔을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짓밟힌 사람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복수를 결심한다.



    그는 해병대 시절 후임을 많이 때렸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고문의 강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의 괴롭힘이었으리라. 그리고 대장은 지금 그것을 후회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라는 것은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복잡한 내용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대장의 옛 후임 김영민은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맞고만 있었기 때문에 대장의 괴물성과 죄책감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대장은 안지혜와의 대화에서 그런 과거를 암시하는 듯하다. "무시당하고 맞으면서도 참고 사는 너 같은 인간들 역겨워, 참을수록 그 새끼들이 미쳐 날뛰는 거야." 만약 후임 김영민이 그에게 저항하고 설령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해도 어찌됐든 그와 맞붙어 싸워 볼 마음이라도 먹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그는 더 이상 때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괴물이 되어갔던 과정이 멈춰졌거나 지연되었거나 되돌려졌을지도 모른다. 선임과 후임의 관계가 더 이상 변태적인 폭력을 매개로 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상명하복의 질서가 지배하는 곳에서 후임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말하지 말라. 이것은 불쌍한 사람에게 과도한 것을 요구하는 그런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 부당한 폭력을 당하고 있는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된 문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이느냐에 따라 자기자신을 다른 방식으로 구축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은, 인간에게 과연 고정불변의 주체성이라는 것이 있는지를 묻는다. 간수의 역할을 맡은 사람은 점점 더 악랄한 간수로 자기자신을 구축하고 죄수의 역할을 맡은 사람은 점점 더 굴종하는 죄수의 모습으로 자기자신을 구축하는데, 그것은 죄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실제로 죄를 지었느냐의 문제와는 하등 관계가 없었던 것이다. 주어진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의문을 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기가 입은 옷에 순식간에 먹혀 버리고 만다. 이 영화에서 그림자들이 갖가지 옷을 매번 갈아 입는 것은 그것이 단지 옷일 뿐임을 잊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역할에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옷을 갈아 입어가며 연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어떤 위치에 선다는 것은 그저 옷에 불과하고 역할에 불과하다. 옷을 벗고 나오는 순간 역할도 끝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간수의 옷에 불과한 간수의 역할이 죄수의 옷에 불과한 죄수의 역할을 고문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었듯이. 그리고 대장의 경우에는 해병대에서 선임이라는 역할에 함몰되어 버린 것이다. 대장에게는 한 번쯤 자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야만 했다.



    그러므로 소녀 살해에 연루된 자들을 납치하고 고문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복수이고 부당한 권력행사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지만, 그림자들에게는 스스로 약자라 여기고 굴종하는 데 익숙해져 버린 자기자신으로부터 해방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함이요, 살인사건 연루자들에게는 '한 번쯤 자문할 기회'를 주고자 함이다.



    그래서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낸 후에는 언제나 질문이 이어진다. 왜 그랬느냐고, 자기가 한 짓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그런 의미에서 대장은 참 순진한 사람이고, 그래서 슬픈 사람이다. 그는 사회의 괴물들을 처단하고자 하면서도 그들에게 '양심'이나 '죄책감', '후회', '부끄러움'을 요구한다. "느네 새끼들 중에 한 놈이라도 양심이 있는 새끼가 있으면 좋겠다." 물론 어떤 괴물에게는 그런 것이 먹힌다. 양심에 대한 촉구에 공명하는 영혼들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곧 한계에 부딪친다. 자기가 한 짓은 모두 다 잘 살자고 한 짓이니 정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대장은 자신의 신념과 상대의 신념이 아무런 공명 없이 대치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장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애초에 자신이 죽인 것이 무고한 한 소녀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군인답게도, 그에겐 다만 피아식별만이 중요하다. 그에게는 '무고한' '소녀'의 죽음은 보이지 않고 다만 '사회의 쓰레기'인 '빨갱이'만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아군의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그림자들을 회유하려 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떤 식으로든 상대가 변화하리라 기대했던 대장은 희망이 없음을 깨닫고 장군을 죽인다. 피아식별만이 중요한 상대에게는 똑같은 논리로 대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죄책감이라는 것을 요구할 수 없는 사회에서 대장은 여전히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대장은 옛날 사람이기도 하다. 대장의 죄책감의 원인인 옛 후임은 해병대에서의 서열이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는 사회 속에서 다시 만났음에도, 대장을 향해 복수의 주먹을 휘두르지도 않고 아니면 적어도 "그 때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는 한 마디조차도 하지 않은 채 끝내 조용히 합장을 하고 사라진다. 마치 나는 당신을 동정한다는 듯이. 당신을 용서한다는 듯이. 이것은 독수리를 향한 양들의 말이다. "우리 약자는 어차피 약하다. 우리는 우리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거니와, 이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것도 아니고 용서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조용한 합장은 다만 자기 마음의 거짓 평화, 영혼의 무기력한 평정을 위해 상대방을 비참한 상태로 내버려 두는 짓이고 대장에게는 저주일 뿐이다.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는 그만큼, 그런 것에 저항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가만히 참고 있는 양떼들에게 대장은 더욱 더 화가 난다. 자기가 사람들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사과를 요구했듯이, 자기가 괴롭힌 사람들도 자기를 잡아다가 고문하고 사과를 요구하기를 바랐을 텐데, 아마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작정인가보다.



    그래서 마지막 타깃을 잡아다 놓고 대장은, 적과 정면으로 맞붙을 용기도 없는데다가 심지어는 자기자신에게 솔직할 용기도 없고 속물근성을 버리지도 못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깊이 실망한 상태에서, 변오구를 죽이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는 게 지옥일 수도 있다고, 대대손손 편안하게, 그러나 추악한 모습으로 살아가며 점점 더 지옥의 괴물이 되어가라고 내버려 두는 것은, 조용한 합장의 모방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후회하며 그러한 삶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노예로 살지 말 것을 촉구하는 한편으로 갖은 방법을 동원해 괴물들과 직접 부딪쳐 온 대장에게 그것은 작전이 시작된 이래 첫 번째 비겁이었고, 분노가 아닌 냉소적 증오였다.



    대장은 악플에 일일이 댓글을 달아가며 동료들을 모았다. 이번 일만 끝나면 흩어지는 거라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그는 동료들의 삶을 함께 고민하려 하고 그들을 이해하려 하고 그들을 변화시켜 보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그리고 그들 또한 자신과 함께 고민해주기를, 자기를 변화시켜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대장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오 친구여, 내겐 친구가 없다네.





    오현



    이제는 이 영화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오현에게로 넘어가 보자. 그는 권력의 시종 역할을 하는 어떤 조직의 말단직원인 듯하다. 그는 상부의 지시로 한 여고생을 살해했지만 그냥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자기위안하며 지내는 사람이다. 평소에는 딱히 '나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자상한 남자친구이고 실수한 웨이터에게도 특별히 상냥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가혹하게 굴지도 않는다. 어쩌면 결혼을 위해 돈을 모으느라고 나쁜 짓을 시키는 직장에라도 억지로 붙어 있는지 모른다. 그는 그냥 적당히 타협하고 사는 소시민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킬러라는 그의 직업은 사실상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돈은 종종 사람을 파멸시키지만 그 돈을 다루는 은행이나 증권사나 보험사 직원들은 돈이 파멸시킨 삶에 대해 딱히 책임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공권력을 이루는 개인들도 상부의 지시에 따를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말려 죽인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다들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하고 대기업 직원들은 중소기업의 고사에 대해 별다른 느낌이 없을 것이다. 조직에 속해있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비슷하다. 그들은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행동하라는 요구를 내면화한다. 오현의 선배들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사랑하고 직장에서 성공하고 싶어하는, 그래서 내심 켕기면서도 애써 무시해가며 지시에 따르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바로 그들이 이 사회를 미친 사회로서 구성하는 사람들이다. 누군가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것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별다른 가책도 없이 빼앗아가는 괴물들로 넘쳐나는 사회. 그 와중에 지시 받은 것 이상으로 은근슬쩍 폭력을 덧붙이며 권력을 행사하는 쾌락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자신 역시 괴물의 삶을 산 적이 있었을 대장은, 자신에게 저항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점점 더 미쳐 날뛰도록 놔두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또 동시에 그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기 위해, 사회의 괴물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저항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거센 저항에 부딪혀 고생해 본 적이 있는 괴물들은 적어도 사람을 대할 때에 조금 더 신중해질 것이고,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그 신중함이 언젠가 '관용'이라든지 '인간적인 대우'라는 식의 말랑말랑한 말로 포장된다 한들, 그 또한 나쁘지 않잖은가.



    그렇게 평범하고 성실한 괴물들이 차례로 소환되고 그림자들은 그들의 실존을 뒤흔든다. 오현은 그들 중 맨 처음으로 그림자들에게 납치되어 고문을 당하고 억울해하며 분노한다. 그는 왜 조직의 말단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자신이 이렇게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고, 복수의 의지가 그로 하여금 그림자들의 주위를 맴돌게 했다. 그런데 복수를 위해 그들의 뒤를 밟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선배 조직원들은, 부끄러움은 느끼게 되었을지언정 비겁함으로부터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폐인이 되어 숨거나 자살하고 만다. 그림자 대장 역시 괴물이었던 적이 있지만 자기자신에 대한 증오에 빠지는 대신 자신의 수치스러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행동하기를 선택했다. 심지어는 오현도 가만히 주저앉아 억울해하고 괴로워하기보다는 그림자들에게 복수하겠다며 분주히 돌아다니는 쪽을 선택했다. 적어도 오현은 자기 머리 위에 떨어진 큰 물음표에 반응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키는 대로 하는 삶으로부터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으로 나아간다. 대장이나 오현이 그저 폐인이 되거나 자살해 버렸다면 어땠을까? 그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



    살인에 직접 가담했던 킬러 오현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에는 대장을 이해하는 유일한 친구로서 대장에게 응답한다. 그는 대장이 남겨 놓고 간 변오구를 죽임으로써, 조직에서 시킨 일이니 자기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던 스스로의 비겁함과 정면으로 승부한다. 그것은 또한 마지막까지 어떤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으나 끝내 냉소하고 말았던 대장이 저지른 실수, 즉 변오구에게 지옥에서 사는 저주를 내리고 떠나는 실수를, 친구로서 바로잡아주는 행위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너무 쉽게 변오구를 죽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온갖 기술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외딴 장소에서 온몸이 단단히 묶인 사람의 얼굴에 테이프를 감는 정도는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그는 변오구를 죽이는 데 대단한 완력도, 자신의 살인기술도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결심했을 뿐이다. 그는 전문 킬러로서 변오구를 죽인 것이 아니라 정면승부를 결심한 사람으로서 변오구를 죽였다.



    이어서 그는 대장에게 복수하러 와 주지 않는 옛 후임을 대신하여 그의 복장을 하고 대장의 참회를 완성시켜 주러 간다. 대장의 소중한 사람을 직접 죽인 당사자, 제일 처음 끌려와 고문 당했고 이를 갈며 복수를 결심했던 사람.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만이 대장을 진정으로 이해했다. 친구를 찾는 대장의 울부짖음은 엉뚱한 곳에서 응답을 받았다. 그의 마지막 울음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노예의 처지에 만족하는 사람,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돈 때문에 비참한 처지에 처했으면서도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 와중에도 자기합리화에 열중하는 사람 등, 스스로 바뀌려 하지 않으면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절망하는 사람들. 괴물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때리고 고문해서라도 더 나은 상태로 변화시켜보려는 노력조차 해보지 않고 다만 자기 마음의 평화만을 위해서 기도나 하고 있는 사람. 광기 어린 신념의 철갑을 두른 사람이나, 그저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남들을 죽이는 사람에게 양심이나 죄책감 따위를 요구했던 순진한 나. 그리고 마지막 순간 절망에 빠져 비겁하게도 분노가 아닌 냉소적 증오에 몸을 맡겨 버린 나. 이 모든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과 분노. 그리고 어쩌면 그 와중에 자기를 죽이러 누군가 와 주었다는 데 대한 안도감까지. 그렇게 대장은 친구의 손에 죽는다.



    이제 오현은 아주 큰 사람이 되어 있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는 엄청난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작다고 느끼는 추장이 등장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전두엽 제거수술을 받은 맥을 죽이고 정신병원을 탈출하기 전, 맥에게 이렇게 말한다. "I feel big as a damn mountain" 오현은 처음에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조직의 말단직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나서는 직접 변오구를 죽이고 대장도 죽인다. 그는 친구로서 대장을 죽여준 것이기도 하겠지만, 여전히 '양심'과 '죄책감'에 호소하는 순진한 옛날 사람을 죽인 것이기도 하다. 대장의 신념은 한계에 이르렀고, 대장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대장의 뜻과 슬픔과 그의 한계까지도 고스란히 목격한 그는 이제 분명 친구의 뒤를 이어, 그리고 친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남은 이야기



    이전의 싸움에도 그랬고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문제가 될 큰 걸림돌이 있다. 변오구는 죽음에 직면해서까지도 기꺼이 가물치의 역할을 맡겠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런데 우리는 왜 미꾸라지의 역할을 자처하려 할까? 내게는 이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왜 우리는 일말의 고민이나 망설임 없이 우리 자신을 미꾸라지로 여길까? '괴롭히는 가물치가 있어야 미꾸라지들이 건강하다'는 이야기 자체는 우리에게 '너희는 미꾸라지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미꾸라지가 되겠다는 것이다. 천적이 없어 나태해진 미꾸라지는 오히려 그들이 아닌가? 적어도 미꾸라지가 되기를 스스로 선택하지는 말자. 우리는 서로에게 가물치가 되어야 하고 서로에게 귀찮은 등에가 되어야 한다. 당신의 부당한 폭력은 우리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고 외쳐야 한다. 부당함에 저항하고 맞서 되갚아주되 다만 어줍잖은 용서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용서가 아니라 용기내지 못하는 자기자신에 대한 체념이며, 상대방이 점점 더 끔찍한 괴물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방조다.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사람들 간의 관계다. 상대방에게 굴종하며 얻어맞는 것과, 저항하며 얻어맞는 것은, 얻어맞는다는 것 자체에서는 큰 차이 없을지라도 질적으로 다른 관계를 만들어 낸다.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혹 어떤 사람들은 똑같이 복수해 주면 상대와 똑같이 저열한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싶은가? 그건 그냥 정신승리일 뿐이다. 폭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폭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살해당한 아이의 이름이 민주라 하여 굳이 민주주의를 떠올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그저 우리에게 소중했던 어떤 것이었다. 그녀는 누구에게는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였을 것이고 누구에게는 얼굴 자주 보지 못하던 딸이었을 것이며 또 누군가에겐 자신의 삶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소중한 것을 빼앗겼다는 사실 자체다. 그런데 우리는 소중한 것을 빼앗기고도 분노할 줄을 모른다. 오히려 과연 내게 분노할 자격이 있는지 묻는다. 소중한 것을 빼앗겼다는 것 자체가 분노의 이유인데도 등신같이 그러고 있다.



    마지막에 대장을 배신하는 두 사람은 다른 그림자들이 하나 둘 떠나는 와중에도 대장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회의 썩은 부분을 도려 내자는 뜻에 참여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들이 흔들리고 만 것은 세상의 썩은 부분을 도려 내는 데에는 열심이었으면서도 자기 안의 썩은 부분을 미처 도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대단한 활동을 한다 하더라도 자기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바닥이 드러나고 만다. 그러니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변하지 않았으므로. 내가 변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나름대로 구성원들을 아끼는 것처럼 보이는 대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칼을 품고 찾아갔던 사람이 안지혜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폭력은 참아내면서도 자기가 다른 사람을 때린다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그녀가 대장의 폭력적인 방식에 반대하는 것은, '폭력은 안 돼'라는 생각 때문이라기보다는, 자기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그녀는 차라리 얻어 맞는 쪽을 택한다. 계속 얻어맞으면서도, 때리는 놈에게 개자식이라고 욕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자기는 그냥 참아버리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물론 놓지 못하는 달콤함도 있다. 집착하고 때리는 남자와 지내면서도 그가 주는 편리와 쾌락에 그냥 그럭저럭 만족해 버린다. 그러나 그녀를 대장은 끝까지 설득하고자 했다. 그녀가 끝까지 놓지 못하는 작은 달콤함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선물 받은 아이폰과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육체가 아직은 욕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데서 오는 쾌락 정도. 그녀는 가장 가까운 자기 애인과 관계를 맺는 데서 그렇게 편리와 쾌락을 대가로 부당함을 참아버리는 데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에 아마도 이 사회와도 그런 식으로밖에는 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 "견딜 만 해", 그녀는 말한다.



    그래도 카센타에서 일하는 조동인은 나은 편이다. 그는 사장에게 노상 얻어맞지만 또 그만큼 바로바로 사장에게 복수해 준다. 등 뒤에서라도 마음껏 욕하고 비싼 자동차 부품은 엿 바꿔 먹어버린다. 사장이 어떻게 해보지 못해 안달하는 다방 아가씨의 숨은 연인이기도 하다. 웃음 파는 일을 한다고 연인에게 철없이 화를 낼 법도 한데, 그는 분노의 방향을 착각하지 않는다. 그녀 역시 자기 딴에는 최선을 다해서 연인에게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다. 조동인은 사장에게 자발적으로 순종하기보다는 그와의 갈등관계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는 그림자 대장에게도 너 무섭다 하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팀에 가담하거나 떠날 때에도 거창한 이유를 들먹이지 않는다. 재미있어 보여 왔고 재미가 없으니 떠난다고 말할 뿐이다.



    대장 곁에 끝까지 남아 그의 뜻을 함께하고자 했던 그림자 이이경 역시, 조롱하는 손님을 한 대 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의 자존심으로 저항하고, 서빙할 음식에 침이라도 뱉는다. 그는 장난감 총을 조롱하는 장군에게 비비탄을 갈겼고 대장을 배신하려는 다른 그림자들의 뒤를 후려쳤으며 변오구를 직접 죽이고자 했다. 남들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그는 참을 만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계란으로라도 바위를 쳐보는 사람이다. 이유 없는 분노라도 어쨌든 그는 적어도 분노할 줄은 안다. 그는 점점 더 제대로 분노하는 법을 배워갈 것이고 훨씬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샌님 테오 유는 대장의 폭력적인 방식에는 찬동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와 함께한 경험으로부터 자기자신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그 전까지는 형과 사회가 시키는 대로 별다른 고민 없이 공부만 해 왔지만 그렇게 공부를 하고도 멸시 당하는 현실에 반기를 들기에 이른다. 그는 이제부턴 알아서 하겠다고 대들면서 유학비를 대 준 형에게 예속된 관계를 다르게 변화시키고자 시도한다. 그의 반항은 테오 유 자신뿐만 아니라 동생에게 소위 한풀이 교육을 시켰던 형에게도 영향을 준다. 테오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처박혀 컴퓨터나 하고 형의 잔소리를 견디는 대신, 갑자기 형의 가게 일을 돕기 시작하고, 형도 동생을 대하던 자신의 태도를 뒤돌아 보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는 현명한 형수의 도움이 있었다. 대장의 폭력적인 방식은 아니더라도 자기 나름의 온건한 방식으로 변화를 꾀해 보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던 삶으로부터 알아서 하는 삶으로의 이행은 그와 형의 관계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와 사회의 관계 또한 변화시킬 것이다.





    '오오 친구여, 내겐 친구가 없다네…' 이 리뷰 공모는 내게 이렇게 들렸다. 오죽했으면 현상금을 걸고 친구를 찾고 있을까. 그리고 난 미끼를 덥석 물고 납치 당하다시피 하여 고문 당하는 장면을 봐야 하는 고문을 당했다. 원래 잔인한 장면이 많은 영화를 잘 못 본다. 아마도 잔인함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고통으로부터의 거리두기를 쉬이 허락하지 않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견뎌낼 체력이 부족한 탓이리라.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할 일도 많아 죽겠는데 이 리뷰를 깎고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 깎아놓고 보니 홀가분하긴 하다. 나름대로는 나 자신의 비겁함을 조금쯤 떨쳐 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것이 어떤 특정한 하나의 사건으로 딱 떠오르지는 않았다. 사건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더불어서 독수리에게 동정표를 몰아준 양떼들, 돈 쪼개먹고 강을 죽인 일에 가깝게는 세월호 사건까지… 그녀는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몇 번이나 죽었고 지금도 매일매일 죽고 있다. 그리고 그 사건들 자체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런 현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였을 것이다. 우리의 비겁함을 얌전하고 착한 것으로 위장하고, 정면승부를 회피하고, 용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으면서 용서한다고 우기고. 상대를 괴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항해야 하는 것인데, 위선도 아닌 위선을 떨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매일매일 뉴스 속에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과 우리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어쨌든 친구를 찾는 부름에 화답하는 말로 이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오오 친구여, 내게도 친구가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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