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외래가 끝나면 수납창구가 셔터를 내린다. 하루종일 몇잔의 커피를 뽑아냈는지도 모르는 카페도 정리가 되고, 쫌더지나면 로비의 일일드라마도 끝나고면 병원의 비공식 마지막프로그램 9시 뉴스도 끝나면 진짜 신기하게 병동의 모든불이 다 꺼진다.<br /> </div> <div> 느지막히 퇴원하시는분들의 퇴원수속을 마치고 좀 정리가 되니 12시반, 식사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메뉴를 확인해본다. <br />30분 식사시간의 여유와 궁중떡볶이 생각에 행복한건지 발걸음이 빨라진다. </div> <div>식당가는길은 참 조용하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식당까지 걸어서 3분은 가야하는데.. 진짜 조용하긴하다. 아니, 고요하다. 정신없는 주간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이다. 가끔 아무도 없는 복도를 혼자 가다보면 무서움이 아닌 그 고요함 자체에 무려 소름을 끼쳐본다.<br /></div> <div> </div> <div> 눈뜨고 일어나 먹는 첫끼니라 아침인지, 자정넘는 시각이라, 야식인지 모르는 식사를 마치면, 늦은밤의 식사가 부담스러운 파트너선생님의 통조림 죽한그릇 김치한봉지 챙겨서 복귀한다. 배도 부르고 복귀하기도 싫고 설렁설렁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올라 메인로비에서 멈칫한다. <br />어머니한분이 서계신다. 최소한의 조명만 남아 있는 그곳에 혼자 가만히 서계신다.<br />어두운 조명탓인지 안경을 추켜세워보지만, 그래도 잘 안보여서 그냥 서계신것만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고인이 되신 재단이사장님 흉상 앞에서 기도를 하시는듯,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신다.<br />약간 과장 섞인 어머니들 특유의 고마운얼굴로 다시 한번쯤 고개를 숙이시고한참을 계시는데, 가로등꺼지는것처럼 그냥 못본체, 모른체하고 지나치지만, 어딘가 낯익은.. 아까 내가 퇴원수속했던 어르신의 따님이 확실한것 같다..</div> <div>응.. 사실 확실하다. 젊은 사람도 어려운 야간 퇴원수속을 잘 못알아들으셔서 한참을 눈을 마주쳤었는데 빨간색 카라티를 보니 응.. 레알이다.<br /></div> <div> </div> <div> 얼굴한번 본적없고, 당신과는 어떤 연고도 없는 그냥 성공한 기업가일테지만, 무언가를 고마워하고, 무엇때문에 고개를 숙이시는지 웬지 알것같은 느낌에 이번엔 다른 이유로 한번 소름 돋아본다. </div> <div>어렸을적 훔쳐나온 소한마리 빚을 값는다며 500마리씩 두번, 그것도 상당수는 임신한 소를 직접몰고 판문점을 넘었던 위대한 기업인의 마음씀이에, </div> <div>건강을 찾아 일상에 복귀하는것이 그의 덕이라고 생각하는, 어떤한사람이 보여준 그의 영향력에, </div> <div>결국 그 덕에 먹고살게된 다른 한사람이 감동하는 밤이다.</div> <hr size="1" width="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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