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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2653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32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12/08 17:56:01
    http://todayhumor.com/?lovestory_92653 모바일
    [BGM] 나의 빈 손은 떨린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구재기, 목마르다




    우물이 깊을수록

    두레박의 끈은 길다

    심한 목마름에

    한 두레박의 물을 길어 올려도

    목마름을 위해서는

    한 모금의 물만 필요할 뿐


    하늘의 구름 사이

    밝은 달이 우물에 빠지면

    그때마다 나는 급히 목마르다

    서둘러 두레박을 내리지만

    끈이 긴 두레박의 물은

    쉽게 내 입술에 닿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가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리 들려주어도, 쉽게

    나의 목마름은 가시지 않는다

    차라리 깊이 빠져드는

    한 덩이 달이 되고 싶다

     

     

     

     

     

     

    2.jpg

     

    김영재, 내 안의 당신




    강을 건넜으면 나룻배를 버려야 하듯

    당신을 만났으니 나를 버려야 했습니다

    내 안에 자리한 당신

    바로 나이기 때문입니다

     

     

     

     

     

     

    3.jpg

     

    허형만, 참 좋은 곳




    이곳은 풀벌레 소리가

    어둠을 물어 나른다

    한낮 소나기

    몇 차례 다녀가신

    사이사이 맑은 이파리가

    햇살에 반짝 빛나기도 하지만

    때가 이르러

    어둠이 도둑고양이처럼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기어들라치면

    풀벌레 소리들이

    하나 둘 순식간에 달라들어 물어간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평화라든가 적요라든가 명상 같은

    그런 어려운 말 대신

    내가 나인 줄도 모르고

    그냥 거닐기 참 좋은 곳이다

     

     

     

     

     

     

    4.jpg

     

    문덕수, 선물(膳物)




    누가 몰래 두고 간 포장(包裝)

    달빛의 초점(焦點)이다

    뜻밖에도 숲속에서 마주친

    당신의 놀란 얼굴 같구나

    무엇이 들었을까

    설레임은 꽃의 꿈으로 익어

    나의 빈 손은 떨린다

    한 겹 한 겹 풀면서 나는 늙어 가나니

    마치 한 아름의 저주(詛呪)인 듯

     

     

     

     

     

     

    5.jpg

     

    이면우,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무언가 용서를 청해야 할 저녁이 있다

    맑은 물 한 대야 그 발밑에 놓아

    무릎 꿇고 누군가의 발을 씻겨줘야 할 저녁이 있다

    흰 발과 떨리는 손의 물살 울림에 실어

    나지막이, 무언가 고백해야 할 어떤 저녁이 있다

    그러나 그 저녁이 다 가도록

    나는 첫 한마디를 시작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발을 차고 맑은 물로 씻어주지 못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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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2/08 19:42:33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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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21/12/13 21:09:01  183.103.***.68  갓작남  259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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