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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손택수, 탕자의 기도
나무는 종교가 없는데도 늘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여러 종교를 믿어보았지만
단 한 번도 기도다운 기도를 드린 적이 없다
풀잎은 풀잎인 채로, 구름은 구름인 채로
바람은 바람인 채로 이미 자신이 되어 있는데
기도도 없이 기도가 되어 있는데
사람인 나는 내가 까마득하다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타향살이다
제자리걸음으로 천만리를 가는 별이여
떠난 적도 없이 끝없이 떠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바위여
누가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지를 자기 자신이라고 했던가
명소란 명소는 다 돌아다녀봤지만
흔들리는 꽃 한 송이 앞에도 당도한 적이 없는 여행자
하여, 나는 다시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이 부끄러움이나마 잊지 않고 살게 해 달라고
이생에 철들긴 일찌감치 글러먹었으니
애써 철들지 않는 자의 아픔이나마 잊지 않게 해 달라고
정영, 떠간다
사람들은 약수터에서 산을 떠간다
무덤 많은 산이라 물맛도 좋다며
뼈도 떠가고 눈동자도 떠간다
꽃이 피면 호랑이의 뿌리도 떠가고
민들레의 젖도 떠간다
단풍 들면 불타는 내장도 떠가고
금세 바스러질 듯한 세월의 손바닥도 떠간다
눈이 오면 시퍼런 몸, 최후의 숨결도 떠간다
줄을 서서 차례로 빈 통을 들이밀며
우리는 갸륵하게
산 뒤에 차려놓은 구름 한 덩이도 마저 떠간다
또 누군가는 나를 떠갈 것이다
이성부, 허수아비
아무리 헤매어 불러 보아도
내가 찾는 사람 드러나지 않네
그리움에 발만 더렵혔을 뿐
그 이름 세상에 묻혀 나서기를 참네
누더기인 몸 깊은 하늘에 담그고
두 손을 휘저어 잡아 보네
손아귀에 잡히는 것 숨막히는 가을일 뿐
차지할 것도 빼앗길 것도 나타나지 않네
김후란, 존재의 빛
새벽별을 지켜본다
사람들아
서로 기댈 어깨가 그립구나
적막한 이 시간
깨끗한 돌계단 틈에
어쩌다 작은 풀꽃
놀라움이듯
하나의 목숨
존재의 빛
모든 생의 몸짓이
소중하구나
이성복, 검은 섬
방파제 끝에 검은 섬이 떠 있고
담배꽁초를 버리면 저 아래, 아주 낮은
곳에서 불 꺼지는 소리 들렸다
방파제 따라 섬에 들어가면 아직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남은 우리의 눈빛을
빨아들이는 검은 섬, 저의 발치에 우리를
놀게 하면서도 다만 근심으로 떠 있는 검은 섬
내지르고 두근거리는 가슴처럼
초록 파도 밤새 설레이겠지만
콘크리트 방파제 끝에 검은 섬이 있고
우리는 방파제 중간에서 돌아 나온다
다만 피할 수 없이 거기 떠 있는 운명
볼록렌즈의 보이지 않는 초점처럼
검은 섬이 있어서 밤새 우리 몸이
타들어가도 새벽빛 비치면 검은 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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