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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아자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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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0363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458
    IP : 121.161.***.16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7/24 23:02:49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363 모바일
    횡썰수썰 / 세상에 길은 많고, 한양 가는 길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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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아자씨의 횡썰수썰 / 세상에 길은 많고, 한양 가는 길도 많다



     나락농사를 지어 본 적이 있었다.
     아부지 돌아가시고 바로 농사를 접자니 어무이가 섭섭해 하시고, 고생하며 사신 아부지 생각도 나고 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나 농사란 것이 말처럼 쉬운가. 더구나 일이라곤 안하고 산 내가.
     일이 특히 많은 심고, 수확하는 작업은 영농회사에 맡겼다(아부지가 계실 때에도 수년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다). 나는 논에 물을 대고, 농약을 치고, 비료를 뿌리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몇 마지기 되지도 않았지만 그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백수면서도 촌에는 살기 싫어 본향과 50여리 떨어진 소도시에서 살던 나는 차가 없다는 핑계로 물대기도 어무이에게 맡겼다. 
     물대기는 어디 쉬운가. 순번을 맞추기 위해서는 낮밤이 없는 시간대도 문제였지만, 물꼬를 트고, 막는 일도 완력이 제법 필요한 일이었다. 일흔이 후딱 넘은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 애초에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원한다는 이유로 낼름 맡겨 버렸던 것이다. 
     내가 해야 되는 일은 비료를 뿌리고, 농약을 치는 일이었다. 농약은 기계를 갖춘 놉을 사서 거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은 비료를 뿌리는 일 한 가지였다.
     일을 하려도 내 차가 없으니 어쩔 것인가. 땡볕을 피해 식전에 일을 하려면 전날 본가에 와서 자야 했다.
     그러자니 자연히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긴 여름밤에 술타령 아니면 할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마을에는 농사를 짓는 친구가 하나 있기도 했다(그 친구에게 나는 우리 논 1블럭을 소작 맡겼다). 그때만 해도 젊었던지라 '술아,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하면서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죽기 살기로 술과 대적하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상대적으로 흐른다는 것을 술만큼 학실하게 증명하는 것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이야기 몇 마디 주고 받았다 싶은데 한 시간이, 두 시간이, 한나절이 가버리고 마는 것이 술의 마법이다(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할 때도 시간이 쏜살같기는 하더라). 
     비료를 뿌리려면 논에 물이 차 있어야 되는데 물 대는 일은 어무이한테 밑겨놓고ㅡ당연하다는 듯이ㅡ 그날 밤도 그 친구 집으로 가 술을 마셨다. 시간은 상대성을 거스르지 않아 이야기 몇 마디 했다 싶은데 벌써 날이 새고 있었다. 다섯 시가 넘어버린 것이었다. 부지런한 농부라면 일을 한참 했을 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틀걸음으로 집에 오니 어무이는 리어카에 비료와 망태기를 실어놓은 채 나를 기다리느라 애가 타고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내가 게을러서 비료 칠 시기를 며칠이나 넘겼다고 걱정이 태산인 어무이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취중에도 이대로 비료를 치다가는 죽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접시 물에도 빠져 죽는다고 물이 찰랑찰랑한 논 가운데서 엎어져 물이라도 먹게 돼서 잠깐 숨이 막히면 제깐놈이 죽지 별 수 있는가. 말짱한 정신을 가진 사람도 무논에서 엎어지면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몸도 제대로 못 가눌만큼 취해 있으니 죽으려고 연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말이다. 
     나는 어무이에게 딱 10분만 자겠노라고 통사정을 했다. 마지 못해 어무이가 허락을 했다. 그러나 곯아떨어진 나는 어무이가 흔드는 바람에 깼으나 7시가 넘어 있었다. 두 시간여를 잔 것이었다.
     안 잔 것 보다야 나아졌다고는 해도 덜 깬 술에, 덜 깬 잠이 심신을 괴롭혔다. 벌써 땡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비틀걸음으로 논까지 도착한 나는 마냥 눕고만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애타게 바라보는 어무이의 눈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비료 망태기를 둘러맸다. 이제는 죽어도 끝을 내고 말리라는 오기도 생겨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시작부터 내 오기는 허물어지고 있었다. 걸음을 옮기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정신은 몽롱하지, 논바닥은 자꾸만 발을 잡아당기지, 망태기에 담긴 비료의 무게도 만만찮았던 것이다.
     몇 발짝 옮기지도 못하고 나는 기어코 엎어지고 말았다. 뒤에 있는 발을 앞으로 옮기려고 버둥거리다가 그리 된 것이었다. 
     겨우 몸을 다시 가누었을 때는 망태기엔 이미 비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꺼번에 다 쏟아버린 것이었다. 어쩔 것인가. 엎질러진 물 아니, 엎질러진 비료였다. 나는 손으로 논물을 휘휘 저었다. 지가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 논에 남아 있지. 물은 대류현상에 따라 순환할 것이고, 지금 여기 쏟은 비료도 멀리까지 퍼질 것이다. 비료기운이 많이 간 곳은 웃자랄 것이고, 덜 간 곳은 덜 자랄 것이지만 결국 곡수(穀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이고, 야꼬래이!" 
     내가 논바닥에 엎어졌을 때부터 논둑에서는 어무이의 탄식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러다간 농사를 망치고 말겠다는 낙담이 탄식이 된 것이었다. 어무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잔머리의 달인인 나는 이미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나락 살리려다 내가 죽게 생겼는데 그럼 어쩌란 말인가. 
     그 뒤부터 일부러 엎어지는 척 하기를 계속했더니 금방 비료가 바닥을 보이는 것이었다. 어무이의 낙담은 그럴수록 깊어갔지만 나는 비료가 팍팍 줄어서 좋기만 했다.
     어무이의 탄식 소리를 들었는지, 나의 헐리우드 액션을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몇 칸 건너의 논에서 일하고 있던 곡산할배까지 와서 혀를 차며 잔소리를 해댔다. 곡산할배는 비료를 헤아려가며 뿌리는 사람이었다. 
     "이놈아, 피농( 폐농:廢農. 여기서의 '피농'이란 사투리는 농사를 그만둔다는 뜻이 아니라 '망친다'는 뜻임)할따, 피농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서둘러 일을 끝냈다. 다른 사람들은 한 나절은 족히 걸릴 일이고, 곡산할배라면 하루로 모자랄 일을 두 시간도 안돼서 끝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대류현상을 설명해서 어무이를 안심시키려 했다. 내 말이라면 해를 달이라고 해도 믿을 어무이가 그 말은 못 믿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오는대로 말해 버렸다.
     "어매, 내가 곡산할배 보다 곡수 더 마이 낼 테이까네 걱정하지 마소!"
     그런데 곡산할배 이 노인이 귀는 밝은지 들은 모양이었다.
     "에라이 이눔으 소상! 니가 피농 안하머 내 손에 장을 찌진다!"
     하면서 악담을 하는 것이었다. 은근히 짜증이 났다.
     "할배요, 그라머 가을에 누가 곡수 마이 나는강 함 재 보끼요? 잘된 논 한 블럭씩 잡아가 내기 하끼요? 쌀 한 가마이씩 걸고요?"
     "이눔으 소상이!"
     곡산할배가 고함을 지르며 나를 향해 삽을 집어던지려 했다. 8대조에서 갈렸으니 촌수로 16촌인가 14촌인가, 멀긴 했지만 어쨌거나 집안의 할아버지에게 너무 불손했다, 싶었다. 나는 도망쳤다. 
     그 뒤로 비료를 한 번 더 뿌렸으나 도플 갱어요, 데자뷰였다. 앞엣날과 상황하고 장면이 똑같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날 밤에 시작한 술을 새벽까지 마셨으며, 본가에서 두어 시간을 잤고, 헐리우드 액션을 꿋꿋하게 밀어붙여 금방 일을 끝냈던 것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곡산할배의 잔소리가 추임새마냥 꼽사리 끼었고. 조금 다른 것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대놓고 헐리우드 액션을 시전했다는 것이었다.
     내 바람과는 달리, 어무이의 염려와는 부합되게 나락이 큰놈은 너무 크게, 작은 놈은 너무 작게ㅡ무더기 무더기 그렇게 자라기 시작했다. 보통 들쭉날쭉한 것이 아니었다. 곡수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신념이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조금은 민망했고, 내가 봐도 보기는 좋지 않았다. 갈수록 어무이의 얼굴에는 그늘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어무이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큰소리를 뻥뻥 쳤다.
     "두고 보소! 곡수 쏟아질 낍니더!" 
     큰소리의 근거는 전혀 없었다. 단지 나락에서 쌀이 나오지 콩이 나오지는 않을 거란 믿음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벼 이삭이 피고 나서였다. 전화로 친구가 탄성을 내질렀다. 
     "야아, 느그 논에 쏟아지겠다, 쏟아지겠어!"
     이야기인즉슨 제 논을 포함한 다른 논들보다 내 논의 벼가 낟알이 엄청나게 많이 달렸다는 것이었다. 물론 표본 평균치를 말함이었다. 
     "이래 마이 달린 거 처음 봤다. 비료 친 시기가 희한하게 딱 맞은 거 같더. 안 그랬으머 반은 타죽었을 낀데 희한하게도 마치맞게 비가 멫 줄금 그래 와가꼬 타죽지도 안하고 진짜 물건이 돼삤네! 알 지대로 백이머 일 내겠다!" 
     친구의 말대로 비료를 치고 며칠 사이에 비가 여러 차례 왔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비료가 많이 간 곳은 말라 죽었을 거란 이야기였고, 잘만 영글면 요즘말로 대박이 나겠단 말이었다.
     "내가 날씨까장 다 계산한 거다. 내 머리가 보통 머리가? 니 삼국지 읽어 봤나?"
     "그래."
     "니, 적벽에서 조조하고 연합군하고 붙은 거 기억나나?"
     "그거는 기억 안나는데?"
     "공명이 바람 방향을 이용해가 화공(火攻)으로 조조군을 깨작살을 내뿐다꼬. 농사도 날씨를 잘 이용해야 된다꼬! 두고 바라. 내 구평들에 신기록 맹글 끼다!" 
     날씨를 이용하긴 개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인데도 친구의 전화에 고무된 나는 왕년에 내가 가근방 사람들에게 신동이란 소리를 들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흰소리로 기염을 토했던 것이다. 그때부터는 어무이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확을 보름 정도 앞둔 시기에 태풍이 왔다. 비도 비지만 바람피해가 특히 심했던 태풍이었다. 
     어쩔 것인가. 나는 애타는 어무이의 전화만 받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밤이 지나고 비바람이 잔잔해졌다. 본가로 갈 채비를 하는데 어무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야, 우째 이런 일이 있노?" 
     나는 나락이 논바닥에 달라붙었다고 걱정이 태산인 전화일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어무이 목소리에는 생기가 있었다.
     "니 빨리 와가 함 봐라!"
     운명의 신도 내 편이었던가. 10만여 평 구평들의 나락이 우리 논만 빼고는 싹 다 누웠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서 보니 그 넓은 들판에 진짜 우리 논의 나락들만 독야청청하고 있었다. 무더기 무더기로 키가 크고, 작고 하니 큰 놈들이 자빠지고 싶어도 키 작은 놈들이 둘러싸고 지주대처럼 받쳐 주고 있으니 제깐놈들이 자빠질 수가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물론 더 오래, 더 세게 바람이 불었다면 우리 논의 나락들도 아이고, 잘됐다 하면서 다리 뻗고 누웠을 것이다. 모범생인 다른 논의 나락들은 다 자빠지고, 욕 먹고 손가락질 받던  불량스런 우리 논의 나락들은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바람만 불었기에 서있는 것일 뿐이었다. 
     그때 인증사진을 왜 찍어 놓지 않았던가 후회가 막급하다. 핸드폰은 없었고, 삐삐만 있던 시절이라 해도(나는 백수라 삐삐도 없었다) 필름 카메라는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논만 무사하다고 얼씨구나, 하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곡산할배 들으라고 넌지시 혼잣말을 하기는 했다.
     "농사도 천기(天氣)를 알아야 잘 짓겠네......" 
     자기 나락은 모두 키가 똑같다고 자랑하던, 귀 밝은 곡산할배는 내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락 베는 날이 왔다. 다들 우리 논의 소출이 엄청날 거라 이야기들을 하자 어무이의 입이 귀에 걸렸다.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어무이의 그렇게 환한 얼굴을 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내가 한 흰소리대로 신기록이었다. 소작료가 쌀 3가마 반인 친구에게 어무이 몰래 나락 두 가마니를 주고도 그랬다. 구평들에서 50년도 더 나락농사를 지었다는 곡산할배가 인정했으니 공식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글 쓴다는 넘이 글로는 장원을 못하고 농사로 한 셈이었다. 
     이 일로 나는 농사에 관해서는 곡산할배를 나보다 하수로 생각하게 됐으며, 곡산할배는 나를 존경하게 된 것 같았다(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어무이는 이때다 싶었는지 마을 사람들에게 백수를 넘어 폐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나를 '야가 농사라꼬는 안 지아밨는데 머리가 원캉 좋아가 그런강 농사 시작하이 바로 장원이네!' 하면서 자랑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마을에 사는 종숙모에 따르면 어무이는 이 일을 10년이 넘게 울궈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그 후로 내가 개발한 '헐리우드식 대애충 비료주기 농법'을 채택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농사를 접었는데 정상에서 그만 두자는 생각도 있었지만(ㅎ), 누님들의 압력(?)도 있었다.
     "이눔으 시키야, 니가 우리 엄마 죽이겠다아!"
     어무이 고생시키지 말라는 데야 할말이 어딨겠는가. 어무이가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내 신기록이 깨졌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겠다. 수년 전에 어떤 서글픈 이유로(이유는 말 안할란다) 고향으로의 발길을 끊었으므로.

     영양까 하나또 없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하는가 하면 세상만사 새옹지마라서 무엇이든 대애충 하고, 대애충 살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논에서 하는 모든 행위는 농사이고,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수확만 하면 된다. 꼭 곡산할배처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나 같은 잉간보다 천배 만배 훌륭한 삶을 살았던 한 사람이 허망하게 스러졌다. 내막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분명한 것은 나처럼 대애충 살고, 내놓고 꼴똑쇠로 살았으면 그렇게 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을 억누르면서까지 훌륭하게 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대애충 사는 것 때문에 못견딜 고초를 당하지 않는다면 대애충 살아도 된다.
     손가락질? 그거 좀 당해도 된다. 손가락은 절때로 배를 뚫지 못하며, 손가락질 당하는 잉간일수록 잘사는 경우가 많더라. 

     기억하시라. 모든 존재는 끝을 향해 가고, 어차피 마지막 순간에 우리의 영혼을 갈무리하러 오는 것도 눈먼 말이 끄는 삐그덕거리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이 낡은 빈수레일 뿐이라는 것을. 


      ** 다음편의 제목 : 꼴똑쇠가 꼴깍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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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7/25 08:35:51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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